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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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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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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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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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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대모 모구라

DUMMY

기억할 수 없는 먼 과거


처음 보는 종족이 마그리나 숲에 나타났다는 소문은 바람보다 빨리 퍼져 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진흙 웅덩이에서 흙장난을 하던 모구라도 아침 내내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놓은 두꺼비 집을 허물어버리고 친구들을 따라 마을 어귀로 달려갔다.


멀리 사냥을 나간 사냥꾼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몰려와 있었다.


갑자기 몰린 인파 때문에 모구라의 친구들은 어른들 틈 사이로 기어들어 가거나 아버지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목마를 탔지만 모구라의 집안은 대대로 대모의 집안이었기에 애써 힘들게 인파를 뚫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모구라는 곧장 집으로 향했고 곧 그들과 조우할 수 있었고 또래로 보이는 소년을 만났다. 붉은 피부에 머리엔 임프처럼 작은 뿔이 이마를 뚫고 나와 있었으며 작은 송곳니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마을 밖 진흙 웅덩이에서 집까지 한참을 달려왔지만 모구라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그 소년과 대화하기 위해 또 달렸다.


“안녕! 난 모구라라고 해. 넌 이름 뭐야?”


차라리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편이 좀 더 나았을 것 같은 누더기를 걸친 소년은 때가 묻은 손으로 모구라의 집 앞에 핀 민들레를 꺾어 꽃을 짓뭉개 버리고는 도망치듯 도망갔다.


모구라의 인사를 무시하고 부모에게로 달려갔다.


“왜 그냥 가버리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건가!?”


현재에는 왕의 관문이라고 불리고 로를리족의 문화가 꽃일 틔운 마그리나 숲은 불의 군대가 짓밟고 지나가기 전까지는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숲이었다.


하늘 바다를 향해 우뚝 솟은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으며 작은 언덕과 봉우리로 이루어진 아쿤 산맥의 산자락 아래에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로를리족은 오크, 켄타로우스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았고 욕심, 의심, 이기심, 증오심, 질투 등과 같은 감정에 휘말리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살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모구라의 활기 넘치는 인사를 감당하지 못해 도망쳐 버린 소년을 그 날밤 손님들을 위한 환영 잔치에서 다시 만났다.


잔치에는 오크 빠른발 부족과 로를리 그리고 인간들이 함께했고 먼 드래나스트까지 들소무리를 따라 사냥을 왔다가 고향으로 가던 켄타로우스들도 참여했다.


성대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함은 없었고 그들을 위한 음악과 술 그리고 먹거리도 충분했다.


모구라는 지글지글 익어가는 불판 위를 유심히 바라보며 가장 크고 잘 익은 오리의 다리살을 잽싸게 가로챘고 소년에게 다가가 내밀며 다시 인사했다.


“안녕! 또 보네?”


“응?”


“자! 이거 먹어. 너 주려고 내가 제일 큰 걸로 가지고 왔어.”


소년은 아까와는 다르게 환하게 웃으며 모구라가 건넨 다리를 집어 한입 크게 베어 물고는 해맑게 웃었다.


아깐 배가 고팠던 걸까? 아니면 원래 배가 고프면 낯을 가리는 종족일까? 둘 중 뭐가 되었든 소년은 웃고 있었고 모구라도 신이 났다.


“낮엔 왜 그냥 가버린 거야? 낯을 많이 가려? 배가 고팠어? 아니면 밤에만 인사하는 거야?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전부 다야?”


“음... 일단 네가 얘기한 건 다 아니야. 그리고 난 널 지금 처음 봤는걸?”


“이상하다? 오른쪽 목에 점이 있고... 아? 왼쪽이었나? 아무튼 쌍꺼풀도 없고 눈도 크고 동그란 게 너 맞는데?”


“혹시...”


소년은 모구라의 팔을 끌어 자신의 얼굴 옆에 모구라의 얼굴을 가져와 붙였고 손가락으로 빛이 반 정도 닿는 구석에 앉아 눈치를 살피며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를 가리켰다.


꼬질꼬질하고 생김새는 똑같았고 목에 점도 있었지만 다만 점의 위치가 달랐으며 좀 더 왜소했다.


“낮에 만났던 아이는 쟤일 거야. 이름은 프리샤이고 우리 둘은 쌍둥이 형제야.”


모구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지 기름이 묻은 손가락만 빨았다.


“그게 뭔데?”


“음... 그게 뭐냐면 같은 날 같은 어머니에게서 나온 걸 쌍둥이라고 불러.”


“우와! 그럼 사람은 요정들처럼 엄마 주머니에서 여러 형제가 동시에 태어나는 거야!?”


“뭐... 다 그렇지는 않은데 드물게 우리처럼 같이 태어나기도 해.”


“아하! 그렇구나. 신기하다. 우리 로를리족은 안 그런데. 너의 형제의 이름은 알았으니 네 이름도 가르쳐 줄래? 난 모구라라고 해.”


“난 버드네이즈야. 잠시만.”


버드네이즈는 남은 고기를 잠시 채소와 과일이 담긴 그릇 위에 들고 있던 고기를 내려놓고 물로 손에 묻은 기름을 씻어낸 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모구라도 자신에게 물을 부어 달라며 손을 내밀어 비볐다.


버드네이즈는 그녀의 손 위에 물을 부어주었다. 그리고 젖은 손을 옷에 ‘슥슥’문대 닦아낸 뒤 악수를 했다. 그때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버드네이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모구라의 머리가 버드네이즈의 턱에 닿았다.


버드네이즈는 모구라의 손을 잡고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그의 손에 모구라는 볼을 빨개지고 놀란 토끼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인간들이 추는 춤을 가르쳐 줄게.”


모구라는 고개를 떨구고 그의 목젖을 바라보며 수줍게 미소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자. 여기 노는 손은 내 오른쪽 어깨에 올리고 내가 뒤로 가면 날 따라오고. 내가 돌면 너도 날 따라 돌아오면 돼. 아! 상대의 발을 밟지 않게 조심하고. 한 발씩 천천히!”


“응! 잘 못하지만 이해해줘.”


버드네이즈는 지그시 모구라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속삭였다.


“5번까지는 아파도 소리 지르지 않을게.”


“풉! 그래. 알겠어.”


모구라는 그날 버드네이즈의 발을 30번은 넘게 밟았지만, 그는 아픈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버드네이즈는 낮에는 미넬리아로 타고 갈 배를 만들었고 밤이 되면 모구라의 커다란 박쥐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그 답례로 버드네이즈는 그녀에게 처음 보는 재미난 마법을 가르쳐 주었고 서로를 속삭이는 사이가 될 정도로 아주 가까워졌다.


야속한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그가 미넬리아로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정말 가야 돼?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된대?”


“나도 가기 싫지만, 가족과 부족의 결정을 따라야 해.”


모구라의 턱에 주름이 잡히고 입이 삐죽 튀어나오며 입꼬리가 축 처졌다.


“미넬리아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는 하는 거야?”


버드네이즈는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훌쩍이는 모구라의 볼을 살짝 집으며 말했다.


“분명 금방 돌아올 거야. 이렇게 살기 좋은 땅을 버리고 왜 굳이 멀리까지 가겠어. 우리에게 더 잘 어울리는 곳이 있는지 간다고 했으니 금방 다시 돌아올 거야. 만약 미넬리아에서 살게 되더라도 중간에서 만나면 되지. 꿈의 섬이라고 했나? 최고의 신혼여행지라며 거기서 데이트하면 되겠네.”


모구라의 삐죽 튀어나온 입이 들어가고 미소가 돌아왔지만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모구라는 거꾸로 매달린 박쥐에게로 달려가 매고 있는 가방에서 돌 하나를 가지고 돌아와 내밀었다.


룬문자가 새겨진 기억의 돌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버드네이즈의 손 위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이게 뭐야?”


“기억의 돌이야. 마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걸 사용하면 우리의 비밀 장소로 단번에 날아올 수 있어. 네가 이 돌을 사용하면 내가 가진 돌에도 신호가 오게 되니까 신호가 오면 널 데리러 갈게. 그러니까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야 해.”


보통 이러한 이야기의 결말은 인생을 오래 살아보지 않은 탈리도 잘 알고 있었다. 최악의 결말이었으리라 그렇지 않았다면 베르트라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 아닐 테니.


탈리는 잘 모르겠다는 듯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며 물었다.


“그래서 그분은 영영 돌아오시지 않았나요?”


모구라는 굴뚝을 향해 치솟는 불길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쉰베일 동쪽에 있는 들끓는 땅을 아느냐?”


“네. 지금까지도 불의 군대의 잔당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곳이잖아요.”


“믿기 힘들겠지만, 그곳도 한땐 신록의 계절이 다가오면 아름다운 녹빛으로 물들 정도로 울창한 숲이 있었단다. 대륙의 모든 물줄기가 한데 모이는 곳이기도 했고 동물들의 낙원이자 사냥꾼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었지. 놈은 그곳의 지하로 공격해 왔어. 불의 군대를 이끌고 말이야.”


“불의 군대라고요!?”


“울창했던 숲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지. 대지를 적시던 물은 증발해 버렸고 숲이 파괴되었으며 동물들은 흔적도 남지 않고 모두 말라 죽어버렸지. 우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 싸울 일이 없으니 군대도 없었고 무기라고 해봐야. 사냥용 활과 나무를 베는 손도끼. 고기를 자르는 식칼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들에게 육신을 베거나 찌를 무기와 무한하게 타오르는 불이 있었지. 모든 면에 있어서 열세이기는 했지만, 우리도 그들보다 나은 무기가 있었어. 바로 이곳 지리였지. 기본 생활 양식은 수렵이고 산과 들, 강등 사냥감을 쫓기 위해 가지 않는 곳이 없었지. 오크의 대족장인 토르테가가 지형지물을 활용해 수개월 동안 게릴라전을 펼쳤단다. 그가 불의 군대의 발을 묶어 놓은 덕에 우린 그동안 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창설해 훈련했고 임프와 요정들도 합류할 수 있었지.”


그간 볼 수 없었던 모구라의 진지한 모습에 탈리는 어느덧 과거의 이야기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탈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달랐다.


“우린 용감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싸웠단다. 많은 영웅들이 전투에서 쓰러졌고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해 그들과 싸웠지. 할미의 오빠도 여동생도 죽었어. 우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전쟁이었지. 아마 토르테가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그들의 노예가 되어 저 깊은 지하로 끌려가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을게야.”


“이렇게 앉아 얘기도 못 했겠네요. 만나지도 못했을 거고요.”


모구라는 손발이 차가워졌는지 불가를 향해 손과 발을 뻗었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청색 체크 무늬 담요를 목까지 끌어 올려 몸을 덮은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세를 뒤집기 위해선 대족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도 동의했어. 그래서 임프들과 우린 토르테가를 위해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 세기의 역작인 태산 수호자를 만들어 주었단다.”


“세상에나 태산 수호자가 그렇게 만들어진 거군요!”


“그래. 우리의 운명을 그에게 쥐여준 거지. 그는 우리의 믿음과 희망을 기꺼이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갔고 세상을 지켜냈지.”


“할머니 그런데 제가 아는 결말과는 너무 다른데요?”


“그래 맞아. 네가 알고 있는 전쟁은 그 이후에 일어난 이야기란다.”


“그럼 놈들이 두 번이나 세상을 태워버리려 했군요. 우린 두 번이나 승리했고요.”


모구라는 안 되겠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탈리의 품 안에서 곤히 잠이 든 베르트라를 두꺼비로 만들어 손에 들었고 탈리는 그녀를 누일 이부자리를 벽난로 앞에 깔아주었다.


모구라는 손녀를 바닥에 뒤집어 놓고 마법을 풀어 주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벽난로 옆에 쌓인 장작 2개를 들어 힘을 잃어가는 불길 속에 던져놓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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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3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2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2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1 0 12쪽
»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5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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