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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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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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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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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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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8화 지도자(2)

DUMMY

“뭣들 하는 겁니까!? 아직 모든 의혹이 풀린 것이 아닙니다. 서류상 그렇다고는 해도 저 짐승들을 어떻게 무슨 수를 써서 꼬셨으며 왜 저들을 대동해 미넬리아를 침공한 건지에 대한 건 모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반란군인 바할랜 병사들까지 이곳으로 끌고 오다니요.”


테일러도 캐넌도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듯 고개를 들어 대답을 요구했다.


바할랜과 크리스탐 그리고 게일 후작에 관한 이야기와 지금 안드릭스 대륙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에이든이 나서서 모두 설명했고 이젠 류미가 나서서 히네스의 물음에 답할 차례였다.


“저도 모르기는 했지만 우선 저희 어머니는 루시아 공주님이 맞아요. 하지만 그건 그냥 여러분들에게 보여지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제 진짜 모습은 상반되게 다른 모습이라 아마 여러분들은 깜짝 놀라실 수도 있어요. 테일러님. 지금 제 모습이 어때 보이나요?”


테일러는 솔직담백하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 거짓없이 말했다.


“처음 이 마을에 오셨을 때와 똑같이 앳되어 보이십니다.”


류미는 손바닥에 불꽃을 만들어 내 모두에게 보일 수 있도록 들어 보였고 붓에 물감을 묻히듯 지팡이를 불 속에 넣고 수채화를 그리듯 텅 빈 대기에 부드럽게 지팡이를 움직여 불꽃을 흩뿌렸다.


그러자 불꽃 속에서 어떠한 형상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마술사들이 쓰는 모자 탑 햇이 나왔고 그 밑에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콧날,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갈색 긴 머리를 한 남자가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있었으며 류미가 흔들고 있는 지팡이와 똑같은 지팡이를 손에 쥐고 반대쪽 손바닥 위엔 펼쳐진 검은 책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류미가 그려 놓은 건 버드네이즈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를 본 적 없는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렁이는 불꽃을 올려다보았다.


에이든은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모으며 골똘히 생각하다 한 마디 툭 던졌다.


“마술사 같은데? 공주님. 저건 졸업시험 때 공주님께서 입으셨던 복장이지 않습니까?”


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류미가 손가락을 튕기자 버드네이즈의 형상이 불타올랐다.


강렬한 불꽃에 휩싸였음에도 그는 태연하게 웃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든 이들을 깔보며 내려다보았다.


“이자의 이름은 버드네이즈라고 합니다. 뭐 하는 사람처럼 보이시나요?”


테일러와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테일러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전신을 옥죄어 오는 공포였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쳤고 카일의 얼굴엔 환희에 찬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아! 불의 군대 지휘관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아주 강력해 보여. 다들 저 끓어오르는 불꽃을 한번 보라고 들끓는 땅을 배회하는 잔챙이들과는 확실히 달라! 내 피가 놈의 피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


카일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말했다.


“그런데 맛보게 해주지도 않을 녀석을 왜 보여주는 거지?”


류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전 이자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바로 이 안에 놈이 있죠.”


“쳇... 나중에나 먹겠군.”


“뭐라고요!? 어떻게 그런...”


“마녀보다도 훨씬 악랄한 존재였군! 내 이럴 줄 알았어!”


류미는 히네스의 입을 향해 손을 뻗어 빙글 돌리자 그의 입이 돌아갔고 비뚤어진 입으로 더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이자와 계약을 맺기 전 사령관과 우리 그룹은 불의 장군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어요. 전투 중 동료를 둘이나 잃었고 가느다란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던 사령관도 결국 그에게 굴복해 우리에게 검 끝을 우리에게 돌린 상태였었거든요.”


테일러는 얼굴이 굳어졌다.


“결국엔 그렇게 됐었군요.”


“전 그 당시 너무나도 나약했고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죠. 남은 동료인 드롱은 바위에 깔려 전투 불능 상태인 데다가 마지막 남은 동료 바일라 혼자선 둘을 다 상대하기란 불가능했어요. 전 그들로부터 동료들과 숲을 지켜야 했어요.”


카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군. 모험가에겐 늘 있는 일이라지만 네 경우는 조금 특별하군.”


“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래서 전 이자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숲을 파괴하고 전초기지로 활용하려 했던 불의 장군을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대가로 제 몸 안에 그의 영혼이 깃들 수 있게 해주었죠. 그의 힘 덕분에 숲을 지킬 수 있었고 동료들도 그리고 제 목숨도 구할 수 있었죠.”


“그런 일이 있었었군. 어쩐지 허접한 그룹 주제에 잘도 놈을 처리했다 했지. 이제야 그날과 오늘의 일이 맞아떨어지는군. 그래서 그 힘을 이용해 리자드와 글런드족을 굴복시킨 건가?”


류미가 손을 휘젓자 불꽃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윽한 눈빛으로 리자드와 글런드 병사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살아남기 위해 버드네이즈의 손을 잡았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가 시키는 일은 내키지 않아도 뭐든 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이면의 자아는 만족스러워했고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리자드와 글런드 병사들은 손에 넣는 일이었고 미넬리아를 침공하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며 그땐 너무 즐거워 마치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복종시키고 굴복시키고 힘을 과시하며 파괴하고 뽐내며 영웅 놀이를 하는 건 스스로가 생각해도 타고났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버드네이즈가 자취를 감춘 지금은 그런 옛일이 부끄러웠고 저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들게 했다.


이 전쟁의 무게는 애초에 저들이 짊어져야 할 사명이 아니었다. 버드네이즈와 계약한 류미 자신의 몫이었다.


아직 그가 쥐여 준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영혼 없이 껍데기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공허함이 류미를 사로잡았다.


상념은 곧 고뇌로 바뀌었고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나는 누구인가. 류미일까? 아니면 버드네이즈? 둘 다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베르트라와 모구라가 들으면 까무러치겠지만 그가 있을 때 일깨워주었던 또 다른 자아가 문득 그리워졌다.


그랬다면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이들에게 눈치 보며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도 이해해주길 바랄 필요 없이 그냥 손 한번 까딱하면 됐을 일이었다.


사회의 부속품으로 치부되며 남들 눈치를 살피며 사는 건 이제 지긋지긋했다. 세상을 손에 넣고 주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단전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손을 쥐었다가 펴자 엔도르핀이 돌았고 아드레날린 덩어리가 폭죽처럼 ‘팡’ 터져 온몸을 자극했다.


“류미님?”


순간 미세하게 버드네이즈의 기운이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정신을 차려보자 베르트라가 류미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응.”


베르트라에게 지금의 생각을 들킨 줄 알고 마음을 졸였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혹은 자신이 그리운 나머지 그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착각했을지도.


“굴복이란 단어는 별로군요. 지독한 육체의 저주를 제가 풀어준 것이죠. 리자드는 빛을 피해 더는 음침한 정글에 숨지 않아도 되고 사악한 불길에 중독된 글런드의 몸을 중화시켜 주었으니 그들을 해방시켜 주었으니 해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히네스는 할 말이 많은 듯 틀어진 입을 다시 돌려 달라 손짓과 발짓을 섞었다. 그 꼴을 당하고 나니 그의 눈에 서려 있던 적개심은 더 독한 독기를 내뿜었다.


“하아... 하아... 마녀나 쓸법한 마법을 사람에게 사용하시다니.”


“마법학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 아는 척 좀 하지 마세요.”


“흥! 그건 됐고. 그럼 미넬리아 침공은 대체 뭡니까? 그것도 해방 중 하나입니까? 키를 커지게 만들어 준다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주 오랫동안 버드네이즈는 마나를 맛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넬리아에 있는 페네스타를 흡수해야 했어요. 당신의 그 알량한 의심과 충성도 악을 써가며 지키는 마당에 임프라고 소중한 페네스타를 선뜻 내어주겠습니까. 그럴 리 만무하니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빼앗아야죠.”


히네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류미를 쏘아보았다.


정말이지 꼴 보기 싫은 눈빛이었다.


“저것 보세요. 스스로가 남의 것을 빼앗겠다고 무력을 사용했다고 자백하지 않습니까. 무고한 임프 주민들을 학살하고 다녔다고 말하잖아요. 저게 공주가 할 행동입니까? 저런 건 비도덕적인 괴물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요. 분명 껍데기만 남은 괴물이 분명해요. 당장 목을 매달아 사형을 시켜야 이 세상에 정의가 바로 설 것입니다.”


류미의 목소리가 요새를 집어삼킬 정도로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뚝 떨어졌다.


“왜!!! 그 힘이 필요했고 어디에 그 힘을 사용할 생각인지는 들어 보셔야죠. 히.네.스 중사.”


세상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놀란 히네스는 딸꾹질을 하며 멍하니 류미를 바라보았다.


“제 목적은 단지! 크리스탐을 처단하고 안드릭스 대륙에 평화를 되찾은 뒤 더 나아가 이 세계에 계속해서 죄악의 씨앗을 뿌리고 우릴 집어삼키려 하는 저 불의 군대를 모조리 쓸어버리는 거예요. 그게 제 할 일이자 버드네이즈라는 이 괴물이 원하는 바라고요.”


“캬! 끝내주는 계획이군. 이쪽 편에 붙길 잘한 것 같아.”


“그렇지? 아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불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할 날이 벌써 기다려져.”


카일과 아그리사는 껄껄 웃으며 좋아했고 류미의 장대한 계획에 박수를 보냈다.

쉬베닉스와 트라노스도 마찬가지였고 그들이 좋아하자 후펀도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대를 위해 소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지금 같은 난국에는 말이에요. 만약 페네스타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 여러분이 이곳에 서 있었을까요? 아마 저 아래에 묻혔거나 적의 힘을 키워주는 영양분으로 쓰였을 거예요.”


“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군요.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모여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를 하고 있으니까요.”


테일러는 의심과 걱정이 뒤섞인 얼굴로 생각했다. 지금 본인도 류미 공주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뒤집혔고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공주의 연합군 밖에는 없고 주민들을 위해선 당연히 힘을 보태야겠지만 공주의 몸에 기생하는 그 괴물이 함께한다는 게 탐탁지 않았다.


“그 버드네이즈라는 괴물이 배신한다거나 공주님의 몸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그런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불의 군대는 교활하고 악을 저지르는 데에 있어 아주 능숙한 놈들이었다.


그런 악랄한 자가 공주의 몸속에 있다는데 꼬마 마녀는 양손을 들어 고개를 저어 보이며 별것 아니라는 듯 공주님을 몸속에 있는 놈을 마치 계절이 바뀌며 찾아오는 감기 정도로 취급을 했다.


“저희 로를리족이 알아본 바로는 추락한 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더라고요. 타이탄이냐 아니냐로 말이에요. 다행히 공주님은 타이탄의 자손이고 우리와는 달리 놈이 사용하는 저주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옆에서 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한 절대 놈 혼자서는 공주님의 몸을 차지하거나 하는 짓을 꿈도 못 꿀 거예요.”


“말에 불편한 가시가 있군요. 그럼 누군가 돕는다면 그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단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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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 178화 지도자(2) 23.02.24 20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4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5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2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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