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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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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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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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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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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반격(2)

DUMMY

굴 안의 온도는 한여름 안드릭스 대륙의 기온 만큼이나 매우 높아 가만히 있어도 땀구멍이 열리고 금방 뚝뚝 흘러내렸다.


타고 갈 탈것이 필요했다. 다른 타이탄들 사이에 있을 땐 땅딸보이지만 도도새를 타기엔 류미는 임프들의 비해 키가 너무 컸다.


발끝이 바닥에 닿았다. 잠시 우월감에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 그녀에게 켄티넨탈은 복슬이라는 탈것을 추천해주었다.


그런데 복슬이라는 양은 털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편하기는 할 것 같았지만 이런 등에 올라타게 된다면 엉덩이에 땀띠가 덕지덕지 돋아 오를 것만 같았다.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소환된 복슬이의 목과 류미의 손에는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메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류미는 재빨리 복슬이의 등에 올라탔다. 류미의 엉덩이가 미처 등에 닿기도 전에 복슬이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류미를 매달려서 한참을 달려야 했다.


급한 대로 대충 소환하기는 했지만 다음부터는 켄티넨탈에게 맡기지 않고 도서관에 있는 녀석들을 아예 모조리 외워버리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생긴 것과는 다르게 녀석의 속도는 유니콘에 버금가는 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속도 조절이 전혀 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멈추라는 말도 듣지 않았고 목줄을 당겨도 옆구리를 ‘툭툭’ 건드려보아도 멈추지 않아 목적지였던 숲 바람 마을 구덩이도 지나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지팡이로 복슬이의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켜 멈춰 세웠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류미는 켄티넨탈을 찾아가 따져 물었지만 역시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빨을 드러내놓고 웃기만 할 뿐 어떠한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에라이! 이럴 줄 알면서도 내가 여길 들어왔다니. 다음엔 좀 신중하게 추천해줘. 죽을 뻔했다고!”


“...”


다행히 류미가 구덩이로 왔을 때 기병대도 딱 맞춰 도착했다. 그렇지만 계곡이라도 뛰어들었다가 나오기라도 한 듯 류미는 땀에 절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얼굴에 미역처럼 들러붙었고 로브는 피부에 들러붙어 찝찝하고 불쾌했다.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고 땀이 묻은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을 닦아내고 구덩이 위쪽을 향해 빛의 구슬을 쏘아 올린 뒤 바라보았다.


안드로스 하사님의 말대로 구덩이는 메워져 있기는 했지만 얇은 합판을 깔고 흙만 덮어 놓은 듯 빛구슬이 합판에 닿자 속이 비어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높이가 요새의 성벽만큼이나 높고 좁지만 류미가 도도 기병대를 이곳으로 이끌고 온 이유가 있었다.


도도새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날지는 못하지만 튼튼한 두 다리가 있었고 쇠도 뚫어버릴 수 있는 아주 날카로운 발톱이 4개가 있어 무언가를 움켜쥐기에 적합했으며 둥글고 통통한 몸에 비해 매우 민첩해 성벽도 타고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도도새의 무기를 검도 씹어 부러뜨릴 수 있는 길고 끝이 독수리의 부리처럼 휘어져 있는 단단한 부리였다.


“후펀. 마을 지형과 지물은 다 파악하고 있지?”


“물론이죠! 주인님. 이 마을의 맛집까지도 전부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아주 빠삭하게 잘 알고 있습죠.”


“좋아. 후펀 속도가 생명이야. 병영을 최우선으로 점령하되 지나가다 보이는 경비 탑은 모두 무력화시켜야 해. 그래야 평지에서 발이 느린 트라노스군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마을을 접수한 후 놈들의 뒤를 칠 수 있어. 이곳에서 시간을 끌리게 되면 요새를 잃을지도 몰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역할이 매우 중요하단 거야.”


후펀의 미간과 철퇴를 움켜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한 목숨 기꺼이 받쳐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류미는 손을 뻗어 천장을 향해 마법을 쏘아 병사들이 여유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기존의 구멍보다 조금 더 크게 뚫었다.


잔해가 떨어지고 후펀이 앞장서서 올라갔고 그의 뒤를 따라 병사들이 차례대로 구덩이를 타고 올라갔다.


바닥은 회관과 연결되어 있었고 회관 안쪽에는 사제가 부상병들을 치료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가 후펀이 휘두른 철퇴에 머리가 부서졌다.


후펀은 문으로 다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경비 탑엔 보통 4~8명이 한 개의 조로 배치되어 있었지만, 모두 최전선으로 빠져나간 터라 2명만이 탑을 지키고 있었고 병영으로 가는 길목엔 1개 소대의 소규모 병력만이 있었다.


“던빌. 바로 앞에 있는 경비 탑을 접수한 뒤 병영 옆에 위치한 서문 쪽 경비 탑을 공격해. 난 저 잔챙이들을 제거한 뒤 곧장 병영을 접수하러 갈 테니.”


“알겠습니다. 대장.”


후펀은 문을 박차고 나가 적 병사들을 향해 도도새를 몰았다.


“정면돌파다. 할리!”


“도도!”


후펀이 양발로 도도새의 몸통을 두드리자 할리는 강한 발을 이용해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짧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갯짓했고 후펀도 등 뒤에 달린 작은 날개로 돕자 상상 이상으로 높고 빠른 속도로 적에게 날아갔다.


반격한 준비를 미처 마치지 못한 병사의 머리 위에 안착한 할리는 발톱을 오므리자 날카롭고 단단한 발톱이 투구를 뚫고 두개골을 으깨버렸다.


할리는 다시 한번 도약해 뒤에 있던 병사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두 번째 상대는 육중하고 단단한 몸을 가진 베르젤 병사였다.


그는 대검을 휘둘러 할리의 몸통을 노렸다.


후펀의 철퇴가 그에게 닿으려면 조금 더 날아가야 했지만, 도도 기병대가 사용하는 철퇴는 조금 특이하게 손잡이에 버튼이 하나 있었는데 버튼을 눌리면 철퇴의 추가 몸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몸체와 추에 연결된 쇠사슬 덕분에 이탈하지 않고 추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휘두를 수 있는 플레일로 바뀌었다.


베르젤 병사가 휘두른 대검은 할리의 부리에 의해 파괴되었고 후펀이 휘두른 플레일의 추는 그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뿌드득!”


머리뼈가 으스러지는 경쾌한 소리에 후펀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햐! 끄으은내 주는 구만!”


호기롭게 휘두른 대검이 자그마한 새의 부리에 의해 부러질지도 그리고 임프의 하찮고 보잘 것 없이 짤막한 철퇴의 추가 자신의 머리를 강타할 거라는 걸 베르젤 병사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머리통이 박살이 났다. 나머지 적 병력은 후펀의 뒤를 따르던 기병대에게 모두 쓰러졌고 순식간에 1개 소대를 격파한 도도 기병대는 분위기를 타 병영까지 진입했다.


정 가운데에 위치한 나선형 계단이 병영의 마지막 층인 7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주위로 층별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ㄷ자 형태의 복도식 생활관이 있었으며 정면엔 행정실과 무기고, 의무실이 눈에 보였다.


역시 적 병력이 많지 않은 건 밖이나 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복도에서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형태였다.


“비상! 비상! 적의 기습이다!”


“에잇! 인간들의 건물들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지어져 있는 거야. 머리도 나쁜 놈들이 말이야. 4인 1개 조로 한 층씩 맡는다. 핀트, 바오, 신디는 날 따라와. 우리가 맨 꼭대기 층을 맡는다.”


후펀의 말에 신디는 심드렁한 낯빛으로 병영을 몇 번 훑어보고는 잘 닦여진 바닥에 침을 뱉으며 투덜대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왜 매번 우리가 제일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이해를 못 하겠네! 전 아직 꽃다운 처녀라고요.”


“꽃다운 처녀라고? 얼굴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그건 그래.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얼굴이라고 신디. 주제를 알란 말이야.”


“이 아저씨들이 오늘 아침을 잘 못 잡수셨나.”


후펀은 날아오는 화살을 방패로 튕겨내고 꽥꽥 고함을 질렀다.


“시끄러워! 뭐든 시키면 군말 없이 하는 적이 없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그렇죠!”


“대장. 8월에 제 딸이 예쁜 손녀를 낳을 건데 그건 보고 죽게 해주세요.”


“지금 당장 죽기 싫으면 빨리 따라와!”


“젠장... 사표를 내고 모험가로 전향하던가 해야지. 핀트 가자. 어쩔 수 없다.”


“아... 릭시. 내 딸 미안하구나! 아버지는 오래 살 것 같지가 않구나.”


모든 병사가 구덩이 위로 올라가고 류미는 켄티넨탈의 품에 안겨 지상으로 올라왔다. 경비 탑을 지키던 병사들은 모두 죽었고 불타고 있었다.


병영에 흉물스럽게 휘날리던 깃발도 꺾여있었다.


만족감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곧 글런드군이 합류했고 사기가 오를대로 오른 군대는 그대로 남쪽으로 진군했다. 류미는 자신을 쏘아보는 눈길에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켄티넨탈이 자신을 가리킨 후 군대가 몰려간 남쪽을 순서대로 가리켰다.


“가서 놀다와.”


류미의 허락이 떨어지자 켄티넨탈은 놀다 와도 된다는 허락을 맡은 아이처럼 신나 쿵쿵거리며 뛰어갔다.


켄티넨탈의 시선이 사라졌음에도 누군가가 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한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벤치에 앉아 있는 소년은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는 덥수룩하게 자라 얼굴을 반쯤이나 뒤덮고 있었다.


전쟁과 소년이라. 이질감이 들었다.


앞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류미는 눈을 감았다 떴다.


소년은 씨익 웃더니 벤치에서 일어나 건물 뒤로 천천히 사라졌다. 류미는 소년이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고 부부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시신이 2구가 있었다.


오늘 죽은 자들이 아니었고 꽤 오래된 것처럼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다. 류미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힘을 너무 남용한 탓에 기력이 쇠해져 헛것이 눈앞에 나타난 듯했다. 류미는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자 시체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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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1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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