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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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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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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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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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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연합(4)

DUMMY

‘류미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아니 다시 만날 수 있다’라는 희망이라는 장막에 가려져 세 사람의 눈을 멀게 했고 판단을 흩트려 놓았던 것이었다.


에이든은 다시 류미의 서신을 읽어 보았고 쉽게 납득 했다. 그의 말대로 동맹을 제안하는 서신일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금방 알게 되리라.


지금 분명한 건 그녀는 리자드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아군도 아니었고 적도 아니었으며 그 반대로도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밖으로 끄집어내 걱정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이었다.


데일러스는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가겠다고 결심했고 에이든도 그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했다.


도비쿠스의 격렬한 반대 때문에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탈리도 함께 하기로 의사를 밝혔다. 위험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세 사람에겐 서로 다른 이유로 그녀가 꼭 필요했다.


탈리에겐 전쟁의 명분이요. 데일러스에겐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고 에이든은 그녀를 지키기로 게일 후작과 서약을 했었다.


다음날 세 사람은 모두의 배웅을 받았다.


“데일러스. 부디 공주님을 잘 모셔와 주게.”


“당연히 그래야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칼린.”


레베카도 데일러스의 옆으로 다가와 헝클어진 로브를 매만져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류미라는 아이가 절 엄마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쩌죠?”


데일러스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레베카. 당부컨대 제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혹여나 그 아이가 듣고 오해라도 하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길드원들은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며 축복해 주었다.


“오~ 둘이서 어딜 한번 갔다 오더니, 그 사이 정분이라도 난 거야?”


“축하하네. 데일러스.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만남이기는 하지만 사랑은 옆에서 누가 말린다고 되는 게 아니니 말리지는 않겠네. 하지만 조심하게. 레베카는 위험한 여자야.”


“레베카 혼자 망상에 빠져 저러는 거 알면서 칼린님까지 이러시는 깁니까!?”


“아니면 말지. 정색하면서 소리를 빽빽 지르고 그래. 간 떨어질 뻔했네.”


그 시각 에이든도 오크 부족민들에게 배웅을 받았다. 아그리사는 긴장하고 있는 에이든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드디어 류미님과의 만남이네. 기분이 어때?”


“어떻고 말고가 뭐가 있겠어. 그래도 잘 지내고 있었다니 그걸로 다행인 거지.”


말은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에이든은 본인 떨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머리는 얼마나 더 길었을까? 하얗던 피부는 탔을까? 실력은 또 얼마나 늘었을까.


그리고 아직 자신이 선물한 머리핀을 아직 간직하고 있을까 등 이런저런 생각이 에이든의 생각을 뒤흔들어 놓았다.


빨리 그녀를 만나 예전처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에이든은 새벽같이 일어나 긴 금발 머리를 빗었고 금빛 방어구를 얼굴이 비치도록 정성스럽게 닦았다.


행여나 공들여 단장한 머리가 망가질까 봐 투구는 쓰지도 않은 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탈리는 배웅을 받는 두 사람을 말없이 지그시 바라보았다. 가슴이 시려왔다. 그에게도 훌륭한 사령관 도비쿠스가 있고 백성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 채울 수 없는 가슴속 빈자리가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로를리족은 하늘은 물론이거니와 성채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밤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박쥐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늘 집무실에 몰래 날아 들어와 이불이나 장롱 속에 숨어 있다가 깜짝 놀라게 하던 베르트라도 보이지 않았다.


홧김에 내지르고 집을 나오기는 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았었다. 잘하고 있다고 필요한 행동이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베르트라에게 더 큰 상처를 줄 바에야 이렇게 떠나는 게 그녀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가 곁에 없으니 허전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여 집무도 손에 잡히지 않아 도비쿠스에게 떠넘겨 버리고 말았다.


고작 이틀을 보지 못했는데도 이 지경인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도비쿠스. 출발할 시간을 두 시간 정도 늦추어야 할 것 같아.”


그 둔한 도비쿠스도 탈리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군내에서 가장 빠른 군마를 끌고 오라 명했다.


탈리는 갈색 군마에 올라탔고 대모의 집을 향해 말을 달렸다. 한참을 달려 저 멀리 나무 위에 매달린 박쥐와 그 아래에 마법사들이 보였다. 마법사들은 탈리의 앞을 막아섰다.


“탈리. 무슨 일로 왔느냐. 너와 우리의 관계는 끝난 것이 아니었나?”


이렇게나 빨리 매몰차게 그 길었던 인연이 정리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모구라는 선택의 여지를 주었고 선택은 탈리 자신이 한 것이었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네브리오님. 길을 열어 주십시오. 대모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대모님은 출타 중이시고 일주일 뒤에나 돌아오실 거다. 괜히 이곳에서 시간 죽이지 말고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거라.”


이곳에 서서 어린아이처럼 떼를 쓴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닌 것 같아 탈리는 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예정보다 일찍 그가 돌아오자 도비쿠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혹여 후작의 가는 발걸음이 더 무거워질까 묻지 않았다.


그리고 세 사람은 드라코니아를 향해 출발했고 중간에서 아스칼리와 만나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어서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습하고 푹푹 찌는 더위가 일행을 향해 기분 나쁘게 인사하며 불쑥 다가왔고 썩어가는 늪지에서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아주 지독한 냄새였다.


에이든이 코를 틀어막고 얼굴을 찡그리자 아스칼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는 노려보며 말했다.


“고귀하신 기사 나리는 이러한 냄새도 견디지 못하고 인상을 쓰시는군요. 귀족이라 이건가요?”


“귀족에게 크게 당한 적이라도 있으시오?”


“그렇게 보이시오? 후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귀족이 아니오. 평범한 나무꾼의 아들이지.”


아스칼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치였고 그는 에이든의 금빛 갑옷을 쳐다보았다.


“기사치고는 볼품없어 보이는데 갑옷만큼은 정말 훌륭하군요.”


“정의로운 사람에겐 언제나 행운이 따르지요.”


“행운이 따랐다라... 나는 왜 악하게 살아왔는데 행운이 따른 걸까요? 그동안 벗겨낸 사람 가죽만 100장이 넘는데 말이에요.”


“더 큰 심판을 내리기 위한 신의 뜻일 겁니다.”


아스칼리는 빙긋 웃고는 뒤를 돌아 에이든처럼 코를 막고 있거나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탈리도 견디기 힘든지 코 주변을 만지작거렸고 데일러스는 속이 불편한지 기침을 하거나 가슴을 두드렸고 손등의 엄지과 검지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지압했다.


“이제 리자드의 마을을 지나가게 될 겁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숨어 당신들을 지켜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테지만 마을에 들어가면 지금처럼 그들을 자극할 만한 행동은 삼가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특히 이 노랑머리 기사처럼 코를 막는다던가 인상을 찌푸리는 행동 같은 것 말이죠. 세분을 기다리는 주인님에게 사지가 찢겨 나가고 남은 분위를 들고 가 실망과 슬픔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에이든은 황급히 코에서 손을 떼고 티가 나지 않게 되도록 입으로 숨을 쉬도록 노력했다.


“말 한번 살벌하게 하시네요.”


끝도 없이 펼쳐져 있던 후덥지근한 정글을 지나 마을에 도착했다. 열기는 정글보단 낫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을 입구에는 방책과 나무를 깎아 세운 벽이 있었고 벽의 모서리엔 역시 나무로 지어진 경비탑이 있었다.


세 사람이 입구를 지나가자마자 정글에 숨어 위장하고 있던 리자드 정찰병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 일행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그때 땅이 흔들리며 마을 안쪽에서 처음 보는 종족이 거대한 갑옷을 입고 허벅지 정도 굵기의 굵은 밧줄을 칭칭 감은 공성 무기를 끌고 나왔다.


그 거인들은 에이든 보다 두배나 컸고 족히 3m 가까이 되어 보였다. 아스칼리는 넋을 놓고는 보는 일행에게 그들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이들을 처음 보시죠? 아... 드라코니아를 넘어 와 본 적이 없으시니, 처음 보는 게 당연하시겠군요.”


세 사람은 압도적인 그들의 크기에 위압감을 느꼈다. 좀처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저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크리스탐의 괴물 병사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스칼리는 손을 들어 사이좋게 땀을 뻘뻘 흘리며 공성 무기를 끌고 가는 다쿤과 롭툰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묵직한 사이클롭스의 음성과 고약한 입냄새가 함께 풍겨져 와 에이든은 아스칼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마터면 코를 틀어막을 뻔했다.


“날쌘 인간 친구 오래만이야! 잘 지내지?”


“그래. 네놈들의 냄새를 더는 맡지 않아 행복하지.”


“응? 마지막에 뭐라고 했지? 너무 무거워 정신이 없다.”


“아니야. 건강하라고 했어.”


“응 고마워. 너도 건강해야 해.”


다쿤과 롭툰형제가 지나가자 아스칼리도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주인님께서 가장 먼저 군단에 합류시킨 게 저들 사이클롭스입니다. 눈이 한쪽밖에 없어 다소 흉물스러워 보이기는 해도 파퀀터스 사원 꼭대기에 서면 바할랜 경계지역까지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실제로도 가끔 사원을 기어 올라가 정찰 활동도 하죠. 그리고 덩치에 비해서 민첩하며 힘은 보시다시피 덩칫값을 하고도 남습니다. 자랑은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저들을 가르쳤고 아주 날카롭게 다듬어 놨죠. 흐흐.”


에이든은 탈리의 손을 ‘툭’치며 말했다.


“탈리. 저들만 있어도 산울림 부족 정도는 간단히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게나 말이에요. 정말 대단하네요. 형 저길 보세요.”


탈리는 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나는 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이동 중인 공성 무기를 뒤따라가는 정예병들을 가리켰다.


“은 세공술이 뛰어나다고는 들었지만 어떻게 저리도 정교하게 만들었을까요?”


뱀의 형상을 한 병사가 차고 있는 갑옷은 과히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훌륭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등뼈를 타고 길게 늘어진 꼬리까지 은 갑옷이 이어져 있었고 특유의 유연함을 가진 그들의 움직임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마치 자신의 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였으며 살랑대는 꼬리를 따라 방어구가 빛을 내며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데일러스도 감탄하며 리자드의 은 세공술 칭찬에 한 숟가락 같이 떴다.


“저리 치장하고 있다면 적의 마법사 부대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저런 군대라면 어느 지형에서 누굴 상대하건 절대 밀리는 일은 없겠어요.”


마을을 지나 사원으로 향하는 동안 미넬리아 임프 마법사들도 있었고 악랄하고 난폭한 글런드족의 모습도 보였다.


도비쿠스가 말하던 야만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위계질서가 잘 확립된 군단이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세상을 향해 도약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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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8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3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5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2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1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2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2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3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3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3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0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28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4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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