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다킹★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49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3.02.06 01:05
조회
23
추천
0
글자
11쪽

167화 기습(1)

DUMMY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 모구라가 돌아왔고 푸른빛으로 충만해진 기억의 돌을 건네받은 류미는 그룹원들과 함께 미넬리아 항구에 도착했다.


하늘 바다는 먹물을 끼얹은 듯 새카맸지만, 비도 바람도 없어 고요했고 바다는 파도가 치지 않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점순이를 타고 구름 뒤에 숨어 로디네스 숲으로 침투하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신이라 불려오는 그녀도 왠지 일행을 돕고 있는 것 같았다.


한땐 류미도 여신이라는 존재를 믿었었고 그녀에게 기도도 수없이 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먹구름이 끼게 된 건 단지 구름 아랫면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줄어들게 되어 어둡게 보일 뿐이고 운 좋게 하필 오늘이 출발하는 날일 뿐이었다.


출반 전 그룹은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작전 중 가장 귀할지도 모를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 에이든은 류미가 그려준 로디네스 숲 지도를 보며 머릿속에 든 지형지물을 다시 재점검했다.


긴장을 풀고자 꺼내 들어서 그런지 눈에 들어오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차라리 빨리 출발했으면 했다.


그의 생각이 류미에게 닿기라도 한건지 류미가 먼저 점순이의 등에 올라탔고 차례대로 아그리사가 그녀의 뒤에 올라탔다.


에이든도 지도를 접어 갑옷 사이에 끼워 넣고 만티코어의 등에 올라타려 자세를 잡고 있을 때 베르트라가 그의 앞을 막았다.


“잠시만요. 점순아. 털 조금만 뽑을게 미안해.”


그녀는 만티코어가 무섭지도 않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만티코어의 털을 한주먹 잡고 뽑았다. 거의 잡아 뜯는 수준이었다.


“그르으응.”


불편한지 신음을 내뱉었다. 다행히 아프지는 않았는지 베르트라를 먹으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털이 뽑힌 자리를 손바닥으로 ‘쓱쓱’ 문질러주고는 뽑은 털과 황금 깃털을 손바닥 사이에 끼워 넣고 기도하듯 비빈 후 털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깃털에 붉은색 용액을 쏟아붓고 곧장 팔을 흔들어 액체를 털어냈다.


“헤헤. 앗! 다 됐어요. 이제 타셔도 돼요. 혹시 점순이가 놀라서 발광할까 봐 천천히 타시라고 한 거예요.”


아그리사와 류미는 베르트라의 황당한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우린 떨어져서 어디 하나 부러져도 된다는 것처럼 들리네. 땅콩같이 생긴 게 죽으려고.”


에이든은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보다가 물었다.


“무사 귀환을 소원하는 의식 같은 걸 하신 건가요?”


베르트라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촉촉하게 젖은 깃털을 머리카락 사이에 찔러 넣자 그녀는 크기만 작은 만티코어로 변신했다.


“오! 로를리족은 어떻게 동물 형상을 취할 수 있는지 늘 궁금했는데 그런 식으로 따는 거군요! 대단합니다. 베르트라님.”


격한 에이든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베르트라는 하늘 바다를 향해 힘차게 포효했다.


“냐옹!~”


크기에 걸맞는 완벽한 포효였다.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베르트라의 기분을 망칠 순 없어 에이든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스낙은 베르트라의 엉덩이를 가볍고 빠르게 연속적으로 두드렸다.


베르트라의 꼬리가 한껏 솟구쳐 올랐다.


“악! 그만. 왜 갑자기 남의 엉덩이를 만지고 그래요.”


“아... 죄송해요. 잡아먹으려고 바할랜에서 잡아 온 고양이는 이렇게 두들겨주면 목을 긁는 소리를 내며 좋아하길래 한번 해본 건데. 별로였나요?”


“그... 그건 아니지만. 엄연히 거긴 제 엉덩이라고요. 함부로 만지지 말아 주세요.”


그 사이 에이든은 아그리사의 뒤에 올라탔고 남은 건 미스낙이었다. 에이든은 바짝 당겨 그녀가 앉을 자리를 남겨두었다.


“야 왜 이렇게 들러붙는 거야.”


“아... 미안 아그리사. 나중에 미스낙님이 탄 다음 자리가 있으면 뒤로 조금 당길게.”


“무슨 소리야 저 꼬리로 어딜 탄다는 거야.”


베르트라는 변신을 풀고 머리카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또 다른 황금 깃털 하나를 꺼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미스낙에게 건넸다.


그녀는 두껍고 긴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있어 안정적으로 만티코어의 등에 탈 수 없기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해야 했다.


그녀는 건네받은 깃털을 내려다보며 긴장한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뱀 언니. 내 주술은 완벽하니까!”


결심이 선 미스낙은 깃털을 머리카락 사이에 찔러 넣었다.


빛이 번쩍하더니 그녀의 긴꼬리는 조금씩 짧아지더니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늘씬하고 매끈한 각선미가 돋보이는 인간의 다리가 나타났다.


날카롭고 긴 손톱은 짧아지며 하얗고 주름 하나 없는 부드러운 손이 자리를 잡았으며 각지고 단단한 그녀의 두꺼운 가죽은 탱탱한 인간의 살로 변했다.


동전 투입구 같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동자만 빼고는 미스낙은 완전한 사람으로 변했다. 꼬리의 절반을 덮고 있던 흰색 로브가 무릎을 살짝 가렸다.


베르트라는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흡족한 듯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쁨의 눈빛을 보냈다.


“어때요? 두 다리를 가진 기분이?”


리자드의 사회에서 두 다리가 없이 꼬리만 가지고 태어나는 건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이었지만 막상 길쭉하고 늘씬한 다리를 갖게 되자 미스낙은 울먹거렸다.


비록 독수리의 부리처럼 날카롭고 단단해 상대의 살점을 찢어발길 발톱은 없었지만 짧고 뭉툭하면서도 앙증맞은 발톱도 마음에 들었다.


엄지부터 새끼발가락까지 꼼지락거리며 딱딱한 바닥의 질감을 느꼈다. 시리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게 딱 기분 좋은 차가움이었다.


사실 그녀를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 주려 계획한 건 류미였다. 긴 꼬리로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긴 꼬리 때문에 도약을 할 수 없었다.


물론 굵고 긴 꼬리는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도약을 할 수 없다는 건 사제인 그녀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고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도 없었다.


힐러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매우 수비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니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서 재빨리 탈출해야 하는데 꼬리가 그걸 방해하게 된다면 목숨을 잃기 딱 좋았다.


그리고 어떤 상대를 만나든지 간에 바보가 아닌 이상 도약조차 못 하는 힐러는 제거 대상 1순위이다.


임무와는 무관하지만 미스낙은 예전에 잘 다듬어진 휘나의 발톱에 칠해진 형형색색의 페디큐어를 보고는 굉장히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었다.


그래서 특별히 붙이는 페디큐어를 준비해 그녀를 불러 건네주었다.


“꺄악!!! 주인님! 감사합니다.”


미스낙은 너무 기쁜 나머지 목이 메이는지 마녀들이 타고 다니는 돼지코 박쥐처럼 얇디얇고 귀를 간지럽히는 초음파를 내질렀다.


내성적인 그녀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반응에 선물한 류미도 베르트라도 함께 기쁨이라는 감정을 공유했다. 예전엔 착해빠지기만 한 미스낙을 질투하고 시기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게일의 마지막 편지와 모구라의 의식 덕분일까. 옛 감정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왠지 그녀에게 더 잘해주고픈 마음이 더 커졌다. 그리고 부녀간의 부러움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갑작스레 찾아오기는 했지만 류미에게는 데일러스가 있었고 에이든, 그리고 자신의 편에 서서 함께 하는 장군과 병사들이 있었다.


“평화의 항구를 차지하면 휴식 기간을 줄 테니 그때 한번 붙여봐. 네가 신을 신발도 구해뒀으니 로디네스 숲에 도착하는 대로 신어보고.”


“정말 감사합니다. 주인님. 하찮기는 하지만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주인님을 보좌하겠습니다.”


“시끄럽고 빨리 올라타기나 해.”


배시시 웃으며 미스낙이 에이든의 뒤에 올라타자 점순이는 날아오르기 위해 날갯짓을 했지만, 무게 때문에 곧장 날아오르지 못했고 점순이는 거칠게 앞으로 달려나가 도약한 후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룹은 항구에서 출발해 해적의 섬을 경유한 후 들끓는 땅에 진입해 발트 산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찢어진 대지 위로 검붉은 마그마가 솟구쳐올랐다. 하늘을 날고 있음에도 열기가 신발을 뚫고 고스란히 전달됐다.


한때는 갖가지의 초목과 향기를 머금은 꽃들로 우거졌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함 그 자체였고 죽음과 절망만이 울부짖는 땅이 되어있었다.


류미는 점순이의 오른쪽 옆구리를 살살 긁었다. 그러자 식탁이 기울어지며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는 그릇처럼 점순이는 뾰족한 돌들이 가시처럼 돋아난 발트 산맥 아래를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가 능선에 내려앉았다.


베르트라는 적들의 동태를 살피고자 높은 곳에서 아래를 잘 내려다볼 수 있는 독수리로 변해 숲으로 날아갔다.


궂은날이 도움이 된 걸까? 거대한 만티코어가 산맥 근처에 나타났었음에도 적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경비탑과 훈련장이 딸린 병영이 숲 전역에 듬성듬성 지어져 있었다. 류미가 말했었던 폐광 근처에는 경비탑은 없었지만, 숲은 순회하는 1개의 분대는 있었다.


발각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발각된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의 숫자라면 충분히 정리가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폐광 인근 지역에 노란색 약병을 떨어뜨려 말벌 때를 풀어 놓고 그룹이 있는 곳으로 복귀해 에이든이 펼쳐 들고 있던 지도에 경비탑의 위치와 순찰병들의 이동 경로를 공유했고 가파른 절벽을 돌아 완만하게 깎아진 산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폐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숲에 도착한 그룹의 앞에는 갈대 숲을 방불케하는 무성하게 자란 풀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맙소사. 이 숲은 대체...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는데 완전히 죽은 숲이었잖아! 어쩐지 독수리로 변한 날 보고도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없나 했더니... 끔찍하네요.”


베르트라의 말에 미스낙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혀를 날름거려 냄새를 맡았다.


“그러게요. 잠깐!... 느껴지세요?”


꽉 쥔 미스낙의 주먹이 눈앞으로 올라오자 그룹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류미의 턱까지 올라온 풀숲에 몸을 낮췄다.


미스낙은 계속해서 혀를 날름거리며 냄새와 온도 그리고 거리를 쟀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벼락을 맞고 두 동강 나 꺾여버린 나무가 있는 쪽을 응시했다.


“가까워지고 있어요. 그리고 숫자가 많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시즌1 종료. 23.03.01 23 0 -
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 167화 기습(1) 23.02.06 24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5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2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