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다킹★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37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3.02.13 15:40
조회
22
추천
0
글자
11쪽

172화 기습(4)

DUMMY

하급기사 그레이엄은 서둘러 말머리를 돌려 요새로 달렸다.


도비쿠스는 적들이 세워놓은 요새에 들어섰고 인부들과 병사들에게 서둘러 요새 수리를 맡기고 초조하게 추격에 나선 오크와 로를리를 기다렸다.


차라고 끓여 마시며 여유를 좀 가질까 했지만 도통 불안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더듬이를 잃은 개미처럼 그냥 방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에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와 2층 난간에 서서 성문을 통해 들어오는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어깨가 축 처져있었고 몸 이곳저곳에 성한 곳이 없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패잔병의 모습이었다. 역시 매복이 있었던 것 같았다. 타르가르의 모습은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네브리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ㄱ자 형태의 철제 계단을 2계단씩 성큼성큼 뛰어 내려온 도비쿠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타르가르를 지나 들것에 실려 오는 부상병들을 살폈다.


네브리오도 그들의 무리에 섞여 있었다. 그의 곁을 지키는 로를리 병사들은 비통에 잠겨 서럽게 울고 있었다.


네브리오는 도비쿠스의 몇 안 되는 친구이자 오랜 동료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오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그를 집어삼켰다.


도비쿠스는 분을 참지 못하고 타르가르에게로 달려가 멱살을 잡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악다구니라도 치고 싶었지만, 비탄에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전시상황이고 수많은 병사가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지금 막 시작된 전쟁이었고 도비쿠스와 타르가르는 군을 이끄는 지휘관이었다.


서로 간의 갈등의 골로 인해 연합군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


양측의 병사들이 두 지휘관을 말리기 전에 도비쿠스는 먼저 손을 놓았고 타르가르는 도비쿠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네브리오의 곁으로 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그를 위해 선조들께 기도를 올렸다.


- - - - -


로디네스 숲. 숲 바람 마을


“와하하! 기분 최고야! 모조리 쓸어 담아주마.”


카일은 물 만난 고기처럼 앞으로 다가서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도륙 냈고 그가 가는 길에는 피의 향연이 펼쳐졌고 까마귀 떼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의 축제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카일을 향해 3명의 창병이 열을 맞춰 달려와 그의 탄탄하고 근육이 잘 발달한 배에 창을 찔러 넣었다.


“좋다고 까불거리더니 꼴좋구나. 카일. 이 기회주의자 녀석 감히 왕국을 배신하고 반란군에 들러붙어?”


카일의 숙인 고개 아래에 검은 미소가 꿈틀거렸고 몸이 들썩들썩 꿈틀거렸다.


“이 자식! 우... 웃어!? 죽을 때가 되니 실성이라도 한 것이냐?”


“하~ 역시. 너희들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실력도 형편없는 것들이 겁도 없이 왕국의 병사라는 이름 아래에서 너무 까불어. 특히 관문을 지날 때마다 왜 이렇게 검문을 하는 거야. 그것 때문에 매번 1시간씩 허비해서 얼마나 짜증이 나는 줄 알아?”


“흥! 그야 당연히 네놈이 험상궂게 생겼으니 그렇지. 그건 우릴 원망할 게 아니라 네놈의 부모님을 원망해야지.”


카일의 얼굴에 피어오르던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분노의 불씨가 타올랐다.


“선을 넘는군. 그래. 차라리 잘됐어. 오래전부터 네놈들을 혼쭐 내주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이젠 물불 가리지 않고 마음껏 도륙 내도 괜찮겠지?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욕보였으니 이건 쌍방과실이다. 인정하지?”


“네놈 배의 구멍이나 막고 이야기해라. 카일.”


“오지랖들은...”


카일은 세로로 검을 휘둘렀다. 가까스로 그들의 입고 있는 갑옷만 스치고 지나갔고 창병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마음껏 비웃었다.


하지만 그의 피의 환영이 카일을 대신해서 조롱중인 병사들의 목을 베어버렸고 마치 화산이 터져 나오듯 피가 분출했다.


카일은 손을 쏟아져 내리는 피를 향해 손을 뻗었고 피가 그의 손안으로 빨아들였고 배에 꽂혀 있는 창을 붙잡고 차례대로 뽑아내자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카일이 모은 피가 상처로 응집하더니 새살이 돋아났다.


끔찍하리만큼 역겹고 엽기적인 직업이자 기술이었다. 그가 있어 이렇게 병사들도 불러들이고 항구와 가장 가깝고 요충지인 숲 바람 마을을 공격할 수 있었지만 저런 괴기스러운 직업이 모험가들 사이로 널리 퍼져 나갈까 걱정됐다.


만약 전투 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꼭 ‘제거하고 싶다’라는 마음도 들 정도였다.


“북쪽에서 적의 지원군이 내려옵니다!”


차원문을 통해 아군이 충원되는 속도가 적이 충원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항구에 주둔 중인 베르젤 군대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참패를 면치 못하게 될 상황이었다.


어쩌면 애초에 발각됐을 때 다시 발트 산맥을 올라가 후퇴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이든은 다시 한번 더 하늘 바다를 향해 손을 뻗어 미스낙과 함께 대규모 치유주문을 시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강령술사 카이스에게 받아 온 설계도를 이용하여 농축 마나 물약을 많이 만들어 두어 마나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정도였지만 지금 당장에 필요한 건 역시 더 많은 아군이었다.


“슈우우웅~ 쿠왕!”


적진의 한 가운데로 거대한 메테오가 떨어졌고 굉음과 함께 마법이 떨어진 인근 지역이 주먹으로 땅을 내려친 듯이 움푹 파이고 불바다가 되었다.


그 영향으로 먼지 바람이 불어와 에이든은 눈을 감고 팔을 들어 올려 막았다.


“류미?”


차원문을 열고 있어야 할 류미가 전투에 합류했다. 에이든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류미에게 다가갔다.


“류미! 어떻게 된 거야. 차원문은?”


“피에른에 있던 임프 마법사들을 폭풍 고원으로 불러들여 이쪽으로 전부 데리고 왔어.”


“그럼 함대엔 마법사들이 없잖아.”


“이곳에서의 전투를 빨리 끝내지 못하면 함대도 다 소용없어. 미넬리아는 가까우니 마법사들은 나중에라도 다시 돌려보낼 수 있잖아. 우선은 이 전투에 집중하자.”


“괜찮겠어? 피곤해 보여.”


류미의 얼굴은 아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얼굴색이 창백하게 바랬고 수척했으며 눈 밑을 뒤덮은 새카만 다크써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에이든은 자신도 모르게 야윈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이 올라가고 있었고 그걸 눈치챈 류미는 고개를 돌려 추억이 많은 숲 바람 마을로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더 올려 투구를 다시 고쳐 쓰는 척하기는 했지만 사실 속이 문드러졌고 그녈 향한 사랑이 짝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씁쓸함과 외로움이 동시에 찾아와 괴롭혔다.


류미의 메테오 마법 한방은 전장에 큰 파급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로 대단했다.


점점 밀리기 시작하던 전선이 이젠 밀어내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이번 전투에 모든 것을 걸은 만큼 류미는 여지껏 사용하지 않고 연습만 했던 최고위 마법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군과 뒤섞인 상황에선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하기 어려웠고 류미는 후방으로 잠시 물러나 점순이를 불렀다.


해적의 섬을 공격하던, 그날처럼 점순이를 타고 하늘 바다로 올라가 저의 후방을 공격해 혼란을 야기할 생각이었다.


적군이 가장 밀집되어있는 곳을 찾아 날아다니고 있을 무렵 저 멀리 평화의 항구에서 로디네스 숲을 향해 진군 중인 베르젤 기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최소 1개 대대는 되어 보였다. 만약 저들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그땐 류미라 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아무리 류미가 당해낼 자 없는 마법사라지만 저들 모두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고 모자람 없이 철철 흘러넘치던 마나도 어느덧 반절이나 소진되었음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차원문을 여느라 너무 많이 소비한 것 같았다. 우선은 급한 대로 공성 병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숲 바람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을 파괴해 시간을 버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류미의 눈이 다시 붉은빛으로 번뜩였고 텅 빈 대기에 균열이 생기며 거대한 메테오가 바닥으로 추락해 근처에 있던 적을 땅과 함께 찌그러뜨렸다.


갑작스레 하늘에서 떨어지는 메테오 공격에 처음에는 당황해 우왕좌왕했지만, 곧 흩어졌던 대열을 갖추고 마법 공격을 가한 대상을 찾아낸 베르젤 기사단은 대형 발리스타를 준비시켰다.


그리고는 화살을 끼운 뒤 점순이를 향해 일제히 사격했다. 높이 날고 있음에도 화살은 류미가 있는 곳까지 닿았고 일반 화살의 약 20배나 되는 거대한 화살이 점순이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옆구리에 박혔다.


“우우으으웅!”


“점순아!!!”


옆구리를 꽤 뚫고 뼈를 으스러뜨린 화살 때문에 날개에도 영향을 줘 그 기능을 하지 못해 비틀거렸고 순간 균형을 잃은 점순이는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기울더니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도가 낮아지자 이번엔 발리스타가 아닌 화살이 날아들었다. 한발은 류미의 종아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다른 한발은 어깨를 스쳤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점순이는 남은 한쪽 날개를 펼쳐 류미를 보호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화살이 아니라 떨어지고 있는 속도와 숲 바람 마을 적진 정 가운데를 향해 떨어지는 방향이 문제였다.


지금 상황에서 류미가 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충격 마법을 활용하여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하고 떨어지고 있는 반대 방향을 겨냥해 최대한 밀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게 때문에 생각했던 것만큼 많이 밀어내지 못했지만, 한 가운데로 떨어지는 건 면했고 점순이는 2층으로 된 갈색 지붕에 몸을 부딪치고 튕겨져 나가 한 바퀴 돈 다음 나무 기둥에 두 번 더 들이박은 뒤 계곡 아래로 처박혔다.


류미도 함께 튕겨져 나가 자갈밭을 나뒹굴었다.


수십 명이 자신을 둘러싸 온몸을 짓밟는 것 같은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견뎌내기 힘든 극심한 고통에 눈을 질끈 감고 울부짖으며 욕을 내뱉으며 이를 악물었다. 한동안 류미는 그 자리에 누워 고통에 신음했다.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오른쪽 발목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띵띵 부어 있었다. 애처로이 울부짖는 점순이의 울음소리에 힘겹게 고개를 돌려 계곡을 바라보았다.


창보다 훨씬 두꺼운 발리스타의 화살이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계곡을 붉게 물들였고 기이한 모습으로 꺾여버린 날개는 원래 있어서는 안 될 위치에 가 있었다.


저런 몸 상태를 하고도 살고자 하는 점순이의 삶의 의지는 대단했다. 어떻게든 일어나보려 발버둥 쳤지만, 허공에 애처로운 발길질만 계속해댔고 그 때문에 옆구리에서 피가 더 많이 나왔다.


커다란 점순이의 눈망울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점순아. 가만히 있어. 언니가 곧 구해줄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시즌1 종료. 23.03.01 23 0 -
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3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2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1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5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