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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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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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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3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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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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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9화 연합(3)

DUMMY

“승리라... 내 강아지야. 우린 승리하지 못했단다. 오히려 그들에게 패배한 셈이지.”


“좀전엔 토르테가 대족장이 세상을 지켜냈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말 그대로 지켜내기만 했을 뿐이야. 더 위험한 적은 막지 못한거지.”


“그들보다 더 위험한 적이 있었다고요!?”


모구라는 탈리의 가슴과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불의 군대는 우리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전쟁에 대한 공포감만을 남긴 게 아니야. 화합과 공존을 파괴하고 이 땅에 불화라는 끔찍한 씨앗을 심었지. 다시금 하나가 되어 이 숲을 재생하고 가꾸어 나가야 했지만, 최초의 연합군은 분열됐지. 평화로웠던 이 땅에 전쟁이 시작된 거야. 그 시작이 바로 토르테가야.”


“이 땅을 적들로부터 수호하고자 최전선에서 싸웠던 그가 전쟁을 시작했다니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한 건가요?”


“태산 수호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했던 마력 때문이었지. 그조차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방대한 마력을 집중시켜 만들었으니까. 불의 군대와의 전쟁 때문에 온 신경을 거기에 쏟고 있던 탓에 태산 수호자가 그의 몸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거야. 결국, 그는 수호자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미쳐버렸지. 토르테가는 우리를 탓했어. 임프들을 미넬리아로 쫓아내고 우릴 이 숲에 가둬버렸지.”


“그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기를 집어든 거잖아요.”


“미친 자에게 상식이 통할 리가 없잖니. 결국, 토르테가의 바람대로 대륙 전체가 오크들의 손에 떨어졌지만, 전투가 사라지자 그는 더 미쳐버렸고 동족과 그의 가족들까지 죽이기에 이르렀다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목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영웅의 말로가 참...”


“대족장이 죽자마자 거대했던 오크제국은 갈기갈기 찢겨져 서로를 죽이고 더 좋고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또다시 전쟁이 시작됐고 전쟁이 시작되기 전 테르테가가 그의 하나 남은 막내아들 바이락스를 데리고 우리를 찾아 왔었다. 아들만큼은 지켜달라고. 요정들과 우리는 이 아이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었고 태산 수호자의 힘을 절반가량 제거하는데 성공했어. 다행히도 바이락스는 그 무기의 힘을 제어하는데 성공했고 곧바로 각 부족을 찾아가 중재한 덕분에 길고 길었던 전쟁의 세월이 막을 내리게 되었단다.”


“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영겁의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오셨군요.”


탈리는 흔들의자에 앉아 나무 지팡이 따위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 있는 그런 모구라가 오늘따라 작게 느껴졌다.


아름답고 길었을 손톱은 더는 자라지 않았고 그녀의 뭉툭한 손톱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쪽 구석에서 슬픔이 흘러나왔다. 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구라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래서 낮에 그 남자를 매몰차게 쫓아내신 거군요.”


모구라는 후작에서 어느새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을 안아주는 탈리가 대견스러웠고 손을 토닥여 주었다.


“그 힘든 세월은 나 혼자 겪어본 것만으로도 충분해. 너희들에게까지 그 고통을 넘겨주고 싶지 않구나.”


모구라는 탈리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탈리는 어느새 아이에서 다시 후작으로 돌아와 있었고 모구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넌 아직도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눈앞에 있는 적 하나를 막자고 더 큰 적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걸 아직도 모르겠느냐? 수백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적은 더 거대해졌을 거야.”


“할머니. 절 믿으셔서 먼 길을 떠나던 절 보내주신 것 아니었나요?”


“널 믿는단다. 아가야. 하지만 저들은 믿지 못해.”


탈리는 모구라에게서 떨어져 언성을 높였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요. 누구보다 대모님이 더 잘 알고 계시잖아요. 이대로 주저앉아만 있다가는 그동안 쌓아 올린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고요. 끊어질지 모를 지푸라기 일지 아니면 동아줄일지는 부딪혀 봐야 알잖아요. 딱 한 번만요. 딱 한 번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그 짧은 시간에도 그들은 인간들을 홀릴 수 있다. 네 말대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만약 널 잃기라도 한다면...”


모구라는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려 버리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를 만나면 더는 우리의 도움은 없을 거야. 이 할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기어코 만나겠다면 네 사람들을 데리고 이 숲에서 나가거라.”


탈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를 꽉 깨물었다. 할머니의 마음의 상처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캄캄한 미로를 빠져나가려면 불빛이 필요했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짐을 챙겨 나갈게요.”


탈리는 그녀의 집을 나가 동족이 있는 주둔지로 떠났다. 탈리가 나가고 베르트라는 뒤척거리며 불가를 향해 돌아누웠다.


“할머니는 대모야. 그이나 우리 종족을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됐어.”


“깼니?”


“응. 두꺼비로 변해 불길로 뛰어드는 기분 나쁜 꿈을 꾸었거든.”


잠시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할머니. 그이를 도와줘. 그리고 저들과 함께 가줘. 부탁이야.”


모구라는 발로 베르트라의 머리를 걷어찼다.


“썩을 년. 할미는 안중에도 없고 네 리치만 생각 하는 구나. 너도 탈리를 따라갈 테냐!?”


베르트라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응.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신께 가는 한이 있더라도 난 그렇게 할 거야.”


다음날 탈리는 날이 밝자마자 정찰병을 보내 리자드에서 온 사신을 다시 데리고 왔다. 탈리의 무리한 결정에 회의장의 분위기는 어제보다 무거웠다.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었지만 참는 분위기였다.


도비쿠스는 어제 모구라의 영향을 받았는지 회의장 안쪽에 병사를 더 많이 배치시키고 탈리의 뒤에 섰고 타르가르도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늑대 기병대까지 끌고 왔다.


잠시 후 정찰병이 사신을 데리고 왔고 아스칼리는 천막 내부를 스윽 한번 둘러보고는 피식 웃었다.


“하찮은 졸하나 때문에 이렇게나 많이 몰려오다니 어제보다 대우가 좋군요.”


탈리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의 일은 죄송했습니다. 전혀 예상하고 있지 못해 응대가 미숙했습니다.”


“역시 배우신 분이라 그런지 신사다우시군요.”


아스칼리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했고 가죽 갑옷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자 병사들과 도비쿠스는 즉각 반응해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어허~ 후작님의 충직한 병사들이 겁이 많은 것 같군요. 저의 은밀한 부위까지 거침없이 만져대며 수색해놓고는 무기를 꺼내려 하다니요.”


탈 리가 손짓과 눈치를 주자 도비쿠스는 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한걸음 물러섰다.


아스칼리는 돌돌 말린 서신을 꺼내 등 뒤를 노리는 병사에게 전달했고 병사는 서신을 탈리에게 전하자 모두가 숨죽여 탈리를 바라보았다.


탈리는 서신에 밀랍 인장이 녹여져 있는 걸 보곤 놀랐다. 밀랍을 녹여 서신이나 편지를 봉하는 건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이었다.


로를리와 임프는 펜이 나오는 마법 편지를 보냈고 오크는 봉인도 하지 않은 채 서신을 들고 다녔다.


리자드들이 인간들이나 사용하는 행동 양식을 굳이 배워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저자의 손을 빌려 쓰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자가 단순 미치광이에 불과하다면 사형을 시키리라는 마음으로 서신을 펼쳐 보았다.


-안녕하세요. 류미예요. 이 서신을 누가 먼저 펼쳐 읽을지 모르겠으나 탈리나 에이든 그리고 데일러스님이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말이 통할 테니까요. 왕국군을 피해 마녀의 숲에 숨어 지낸다는 이야기는 저희 정찰병들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그와 관련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함께 나아갈 해결책을 모색하고 싶어요. 만약 관심이 있으시다면 드라코니아에 있는 파퀀터스 사원으로 오세요. 길은 열려 있으니 안심하시고요.-


탈리는 서신을 다시 돌돌 말아 손에 쥐고는 에이든과 데일러스를 번갈아 보았고 걱정과 함께 희망이 동시에 얼굴에서 피어났다.


애매한 그의 반응에 에이든은 찡그리며 일어났고 아스칼리는 대답을 기다리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에이든은 그가 나가자마자 탈리에게 물었다.


“뭐라고 적혀 있어?”


“어... 그게 류미님이 보내셨어요.”


‘류미가 보냈다’라는 말에 에이든보다 데일러스가 먼저 반응했고 칼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일러스는 걸리적거리게 길을 막고 있는 에이든을 밀쳐내고 탈리에게서 서신을 건네받아 읽었다.


틀림없이 류미라고 적혀 있었고 자신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류미가 사람들이 이곳에 모두 함께 있는 걸 알았다면 서신을 보낼 게 아니라 직접 찾아 왔어야 했다.


이런 고급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건 자신이 남긴 편지를 읽은 바일라와 함께 있다는 건데 왜 오지 않고 저 사람을 보냈으며 파퀀터스 사원으로 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느새 편지는 에이든에게로 넘어갔고 잠시 후 서신을 읽은 세 사람의 표정은 똑같아졌다. 그때 탈리가 무릎을 ‘탁’치며 말했다.


“류미 누나가 그들에게 붙잡혀 있나 봐요!”


“과연! 그렇군. 그럼 3일이 지나면 류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마도 투기장으로 끌려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예요. 그리고 쓰러지면 류미 누나의 영혼을 제사장이 집어삼켜 버릴 거고요.”


데일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칼린님. 지금 당장 류미를 구하러 가야 합니다!”


“알겠네. 대원들을 소집하지.”


“잠시만요! 일단 다들 진정하세요. 지금 함부로 병력을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우린 서신만 읽었을 뿐 어떠한 정보도 없잖아요. 놈들의 함정일지도 모르고요.”


에이든의 말에 어수선하던 회의장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칼린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고, 그사이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타르가르에게 데일러스가 간략하게 그녀와의 사연을 설명해 주었다.


에이든은 회의장 중앙에 서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서신을 다시 읽어내려갔다.


삐뚤빼뚤한 게 글씨는 분명 류미의 글씨체가 맞았고 특정 인물인 에이든 자신과 탈리 그리고 데일러스를 지목하고 있었다.


“잠깐. 이 부분이 이상한데요? 정찰병을 통해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걸 들었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류미가 군사들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까요?”


“우리끼리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게 아니라 사신을 불러서 물어보면 될 일 아닙니까.”


“오!~”


모두가 타르가르에게 박수를 보냈다.


“역시 대족장님! 이것이 태산 수호자의 힘인 겁니까!?”


“아니. 대체 지금까지 절 어떻게들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이건 유물과는 상관없는 제 생각일 뿐이라고요.”


잠시 후 밖으로 나갔었던 아스칼리가 뚱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셨습니까? 설마 이 많은 사람 중 전부 글을 못 읽는 건 아닐 테고.”


“서신에 관한 내용이 저희에게는 와닿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불렀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십시오. 왜 맞지도 않는 색안경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되지도 않는 해석들을 하려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요. 그 서신은 단순히 동맹을 제안하는 서신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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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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