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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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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47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4.09 22:12
조회
361
추천
6
글자
12쪽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DUMMY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그런데 이상하게 왼쪽 다리가 모래주머니를 달아놓은 것처럼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저앉는 과정에서 혹시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싶어 다리를 내려다보았고 거기엔 숲에서 울고 있었던 아까 그 꼬마가 글썽이며 다리를 붙들고 송아지처럼 큰 눈망울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야!”


“언니! 어디 갔다가 온 거야. 금방 온다고 했잖아! 나 혼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막 쥐같이 생긴 애들이 무식한 몽둥이 가지고 날 때리려 했단 말이야!”


“에?... 너 무슨 소릴 하는거니?”


아이는 이제 류미의 로브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서럽게 울어댔고 얼마나 꽉 붙들고 있는지 류미의 왼쪽 다리에 마비가 와 저릴 정도였다. 류미는 자세를 낮추어 놀란 아이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 주었고 에이든은 류미를 비난했다.


“으아앙!”


“괜찮아. 이젠 안전하니까.”


“세상에나! 너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위험한 곳에 동생까지 데리고 나온 거야!? 그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잖아.”


“그런 것 아니야. 이 멍청아! 얜 내 동생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도 너처럼 오늘 처음 봤어. 내가 아무리 생각없는 사람이라도 설마 그러겠어?”


“아니 그럼 생판 모르는 애가 왜 너한테 그러는 건데?”


“아마도 코볼트 때문에 많이 놀라서 그런 거겠지. 여자에 대해선 개뿔도 모르면서...”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넌 대체 뭐하러 또 어떻게 이렇게 위험한 곳엘 들어 온 거야? 여긴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인 거 몰라?”


“아...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면 안 될까?”


“난 정의를 수호하는 왕실 소속의 기사야.”


“알아. 그런데도 불과하고 부탁하는 거잖아. 이대로 감옥에 가면 난...”


에이든은 고르곤 숲과 멜브론을 지나는 곳을 담당하는 왕실소속 경비 대장이었다. 류미 만큼이나 이 숲을 잘 알았고 통행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고 있었기에 당연히 류미가 통행증과 허락 없이 이곳에 들어왔단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류미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류미의 초라한 행색을 본 에이든은 류미가 어마어마한 벌금을 낼 처지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 골치 아프네.”


병사들이 코볼트의 시체를 수습하고 에이든과 류미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에이든은 잠시 생각한 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척하며 류미에게 가까이 다가가 복화술로 말했다.


“일단 통행증을 내보이는 척해.”


“어?”


“그냥 시키는 대로 하시죠. 아가씨? 이대로 쇠고랑 차고 싶지 않으면요.”


곤경에 처한 자신을 도와주려는 에이든의 의도를 뒤늦게 알아챈 류미는 에이든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무한의 가방을 뒤적거려 꼬깃꼬깃 접힌 작은 종잇조각을 내밀었다. 유명한 빵집의 메뉴가 적힌 종이였다.


언젠가 여윳돈이 생기면 사 먹으려고 메뉴까지 달달 외워둔 류미에겐 나름대로 소중한 종이였다. 어느새 경비병은 바로 옆까지 다가왔고, 에이든은 종이를 받고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통행증은 확실히 있지만, 길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것 같아. 나가자. 우리가 호위해 줄게.”


“아? 대장님 아시는 분 이십니까?”


“물론이지. 아주 친한 친구야. 미슬리, 보임 앞장서. 빛 사라지기 전에 돌아가려면 빨리 움직여야겠어.”


“네. 대장님. 이쪽으로 저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류미는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로브 끝자락을 살짝 집고 들어 올려 고개를 까딱거려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앗! 감사합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누구와 다르게.”


에이든은 옆으로 다가와 류미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아까부터 좀 거슬리는데 기분 탓인가!?”


“어휴~ 그럴리가요.”


“좋아.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는 거야. 다음에 또 적발되면 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알지?”


“아예. 정의를 수호하시는 분. 알다마다요. 정말 고마워. 진심이야. 다음엔 안 걸리도록 할게.”


“뭐? 어떻게 하겠다고!?”


“미안하지만 이렇게 해야 나도 먹고살 수 있거든.”


“하... 경비를 2배로 늘릴 거야. 알아서 해.”


류미는 시선을 돌려 아이를 토닥여 주곤 이름을 물었다.


“근데 우리 이쁜 아가씨. 이름이 뭐야?”


“지나.”


“어쩌다 이런 위험한 숲에 오게 된 거야? 부모님은?”


“내가 네게 물어볼 말을 하고 있군.”


지나는 이름을 말해준 후 다른 질문에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니. 나 다리 아파. 업어줘.”


“아... 그래. 옆에 힘 좋은 아저씨가 있지만, 언니가 좋은가 보구나?”


지나는 류미의 목을 휘감고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응. 저 오빠 뭔가 별로인 것 같아.”


“큭큭.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


글린데일로 향하는 동안 류미는 지나를 많이 걱정했고 그런 류미를 본 에이든은 류미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 아이의 얼굴이 그려진 전단을 고르곤의 숲과 서쪽에 있는 멜브론 마을에 붙여두겠다고 했다. 그동안에 아이가 지낼 곳이 필요했고 고르곤 숲에서 가장 가까운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 - - - -


글린데일 외곽 지역


일행은 숲을 빠져나와 수도 글린데일 외곽 지역에 도착했다. 고르곤 숲을 뒤덮고 있던 짙은 안개가 겉치고 따사로운 푸른빛이 일행들을 맞아주었다. 류미는 눈을 감고 빛을 만끽했다.


칙칙하고 어두운 고르곤의 숲을 나와 이 따사로운 빛을 맞을 때면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보낸 것 같은 기분을 느껴 기분이 좋았다. 에이든은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기 위해 힘차게 바닥을 찬 다음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뾰족한 나뭇가지를 주워 가지의 끝을 이용해 군화 사이사이에 낀 진흙을 떼어냈다.


“졸업식 때 널 한참이나 찾아다녔는데 안보이더니. 그동안 어떻게 잘 지낸 거야?”


긴장감이라고는 사라진 지 오래인 류미는 일광욕을 멈추고 그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나를? 네가 왜? 무슨 볼일이 있다고? 우리가 정답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던 사이도 아니었잖아.”


류미는 날카롭고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고 처음 보는 그녀의 쌀쌀맞은 모습에 에이든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왜라니... 그야 너한테...”


에이든은 으르렁거리는 류미의 표정을 보고는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류미는 상처뿐인 옛 이야기를 꺼내려는 에이든에게 짜증이 났고 인상을 찌푸리고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우선은 지나부터 보육원에 데려다주어야 할 것 같아. 오늘 채집한 물건도 얼른 마을에 가져다줘야 해서 서둘러야겠어. 그런데 보육원은 어디에 있어?”


“남쪽에 있는 빛나는 호숫가 알지? 남부 경비 탑 근처 말이야.”


“응. 알아.”


“그쪽에 최근에 지어졌어. 아참! 보육원 근처에 피난민들을 위한 피난처도 있는데 깜빡했다. 아마 지나의 부모님도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


“그래? 잘됐네. 그런데 피난민이라니? 바할랜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에이든은 류미에게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 싶었다. 비록 관심 없어 할 만한 정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슨 이야기를 해서라도 그녀의 냉담한 반응을 바꾸고 싶었다. 에이든은 류미쪽으로 조금 더 다가와 목소리를 줄이며 말했다.


“이건 사실 군사기밀인데 혹시라도 어디 가서 누가 물어보면 내가 이야기해줬다고 말하지 마. 어제 왕국 경비대에 있는 친구한테서 들은 이야기야. 글런드족이라고 알지?”


“알지. 역사 수업시간에 배웠었잖아.”


“그래 맞아. 그 녀석들이 며칠 전 폭풍우가 치던 날 동쪽 경계선인 바할랜을 리자드군대와 함께 손잡고 공격한 것 같아.”


“진짜!? 근래에 들은 소식중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네. 근데 그들은 모두 절멸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러다 전쟁이 일어나는 거 아냐?”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곧 이 땅이 다시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기도 해. 그 이야기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알려줄게.”


“응. 걱정이다.”


작전대로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았고 이 기세로 그녀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에이든은 그녀가 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곧장 실행에 옮겼다.


“그러면 슬슬 속도를 내서 가볼까?”


류미는 불편하다는 눈빛으로 에이든을 바라보고는 멀찍이 떨어져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너 설마 계속 같이 갈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거라면 사양할게. 위치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나 혼자 가도 돼.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는 오늘처럼 신세 지는 일 없을 거야.”


에이든의 작전 수포가 되었다.


“무슨 말을 또 그렇게 서운하게 하냐.”


“진심이야.”


“그래 알겠어. 일단 지나의 손은 놔줘. 지나를 데려다주고 마을에 가면 너 늦어. 우리 병사들이 해야 할 일이고 안전하게 피난처로 데려다줄 거야. 그리고 너한테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오늘 아니면 못 할 것 같아서 그래.”


“...”


류미는 한숨을 쉬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지만, 에이든은 이미 돌아서서 류미가 가야 할 포로딘 마을 방향으로 먼저 걸어갔고 에이든의 지독한 똥고집을 잘 알고 있기에 시간도 없고 그냥 따라나섰다.


“지나~ 여기 딸기맛이 나는 사탕이랑 크림빵이 있는데 뭘 먹을까요~”


“너희들이나 먹어! 비켜! 언니랑 있을거야.”


“아... 지나야. 그러지 말고 오빠들이랑 같이 가자. 응?”


“싫어!”


지나는 류미와 떨어지지 않으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불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현재 자신의 처지에 누군가를 돌볼 여력도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매번 퀘스트를 할 때마다 지나를 데리고 위험천만한 고르곤의 숲을 함께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힘들게 쌓은 상인들과의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해가 지기 전에 빨리 물건을 배달해야만 했다. 에이든의 말대로 들렀다가 가면 정말 늦을 것 같았다.


“언니 집에서 같이 살면 안 돼? 나 밥도 적게 먹는데...”


쉽지 않았지만 지나와 자신을 위해선 단호해야 했다.


“아마 피난처에 가면 부모님이 지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거야. 부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시겠니. 언니도 빨리 가봐야 해. 미안.”


지나는 류미의 말을 무시하고 찡찡댔다. 마치 어린 와이번 새끼처럼 울부짖었고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질렀다.


“아휴~ 우리 지나 기운도 좋네. 하지만 이렇게 떼를 쓴다고 해서 달리지는 건 없어. 대신 지나가 부모님을 만나기 전까지 자주 놀러 갈게.”


마음을 다잡은 류미는 냉정하게 등을 돌려 에이든을 따라갔다.


멀리 떨어져 지나가 점으로 보일 때쯤이 되어서야 울음소리가 잦아들었고 무거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두 사람은 비켜 걸어갔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에이든은 벚나무 아래에 놓인 목제 벤치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우리 처음 만난 게 입학식 때였지?”


“응. 네가 먼저 다가와 말 걸어줬잖아. 내 인생 처음 사귄 친구였고 마지막이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 그래. 내가 다 망쳤지.”


“알고 있다니 다행이야. 난 모르는 줄 알았는데. 그 얘길 하자고 바쁜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 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너답지 않게 왜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 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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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5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2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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