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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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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킴
작품등록일 :
2021.05.13 21:41
최근연재일 :
2022.11.17 22:25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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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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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0,477

작성
21.10.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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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9. 자유로움에 관하여(1)

DUMMY

새로운 이가촌이 된 쉘터에는 때아닌 학구열의 바람이 몰아쳤다. 사람들이 기력을 회복하고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른 듯 보이자, 드디어 한백이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그녀는 가장 먼저 글을 가르쳤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먼저 읽고 쓸 줄 알아야 다른 방면의 교육도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건물로 치면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었고 이제 막 첫 삽을 뜬 상태라 진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열정만은 대단하여 점차 읽고 쓰기에 익숙해져 갔다.


창현이 떠나가고 두 달이 지나갈 무렵부터 공부에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용이었다. 날 때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홀로 묵상하길 좋아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용은 내면에 남모르는 집중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크게 놀라워했다.


"흠."


밖으로 나온 이용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선선한 저녁 공기가 폐부를 가득 메우는 느낌이 좋았다. 하늘은 황혼으로 붉게 물들어 가고 아직 집을 찾지 못한 새 떼가 그 위를 가로지른다. 아침부터 시작된 공부를 마치고 나온 참이라 그런지 더욱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 목숨을 걸고 산속을 헤매던 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먹이는 부족하지 않았고 괴물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일도 없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이가촌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예전처럼 하루하루 불확실한 내일에 억눌려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일 쉘터 안에서 공부만 하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배부른 투정이라 해도 썩 틀린 말은 아닐 거였지만, 누가 뭐라 한들 그는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일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말없이 떠나간 것은 굉장히 서운한 일이었다. 그래서 요즘엔 사냥하는 날을 제외하고도 시간이 빌 때마다 오늘처럼 밖으로 나오곤 했다. 공허해지는 마음을 달래기엔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것 보다 좋은건 없으니까 말이다.


그가 밖을 좋아하는 말 못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친구였다. 변변한 말 상대도 없는 그에게 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마을 사람들 누구나 고개를 갸웃할 테지만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도 자신을 친구로 생각할진 모르나, 어쨌든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이용은 단정지어 버렸다.


누군갈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건, 관계에 있어서 그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으리라. 십칠 년 평생에 사귄 친구가 단 한 명뿐인 것을 보면 그것은 정확하지 않을까. 그보다 얼마나 마음이 맞고 교감할 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의 생각에 맞장구를 치던 그는 단창을 어깨에 걸머지고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걷는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신나 보였다. 마침 길잃은 토끼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참 재수도 없는 놈이다. 이용의 창이 번개같이 허공을 날았고 불쌍한 토끼는 유명을 달리했다.


토끼를 허리춤에 매달고 이용은 계속 걸어갔다. 그러는 사이 날이 완전히 저물어 달이 떠올랐다. 이전, 밤의 어둠은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과 공포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괴물들이 이 근방에서 자취를 감춘 지 이미 한참이나 되었으니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이용은 한 토굴로 들어섰다.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가 훅하고 밀려들었다. 그리 깊은 굴은 아닌지 끝이 금방 드러났는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괴물이 누워있었다. 이용은 아무렇지 않게 괴물 옆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나왔어."


괴물은 몇 달간 기묘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쟈힘이었다. 이용이 만나려던 친구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이용이 말을 걸었지만 쟈힘은 잠에 빠진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얼른 일어나!"


이용이 목소리를 높여 부르자 그제야 몸을 꿈지럭거렸다. 자는 건지 아닌 건지 쟈힘은 가늘게 뜬 눈으로 이용을 힐끔 올려다보고는 도로 눈을 감아버렸다. 누가 봐도 명백히 귀찮아하는 태도였다.


인간과 괴물. 괴물과 인간. 이 두 종족의 관계를 설명함에는 몇 가지 단어를 들 수 있을 터였다. 포식자와 피식자. 사냥꾼과 사냥감. 먹는 자와 먹히는 자... 그러나 이중 친구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몇 달 전 이 근방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괴물들의 기습. 우화산에서부터 그들을 추격해온 괴물들과 벌인 치열한 사투를 이용은 잊을 수가 없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그 날 밤이 지나고 괴물, 쟈힘을 다시 보았을 때 이용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도 괴물이 싫었다.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하지만 깨어난 쟈힘을 봤을 때 치솟은 감정은 다른 무엇도 아닌 측은함이었다. 증오심보다 가여운 마음이 앞섰다. 마치 어미를 잃고 지친 한 마리 가련한 짐승을 보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난 후, 이용은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고민했었다. 그러자 전혀 다른 듯 보이는 둘에게서 뜻밖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유대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겉도는 이방인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쟈힘은 괴물로서 이가촌 사람들에게 철저히 배척받는 처지였고, 이용은 정서적으로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였다. 그들은 다른 의미에서 둘 다 이방인이었으며 모두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인간과 야힌의 경계는 중요치 않았다.


쉘터 밖에서 지내는 쟈힘을 위해 먹이를 가져다준 지 벌써 몇 달. 그 와중에 욕심이 생긴 이용은 자신이 알고 있는 창술을 전수해 주기까지 했다.


쟈힘도 먹이를 챙겨주고, 가끔 괴롭히러 오는 인간들로부터 보호해주고, 게다가 무기술까지 알려주는 이용에게 차츰 마음이 열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거였다. 딱히 말은 않았어도 이용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용은 토끼를 풀어 옆으로 밀어 놓고는 손으로 쟈힘의 허벅다리를 툭툭 쳤다. 귀찮아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소용이 없자 이용은 아예 손으로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버티는듯했으나 결국 참지 못한 쟈힘이 벌떡 일어났다.


"왜 또! 오늘은 쉰다고 했잖아!"


"나와. 한판 하게."


이용은 그답지 않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거였다. 쟈힘은 이용의 등을 맘에 안 든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다가, 결국엔 별수 없는지 고개를 저으며 따라나섰다. 어차피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닌 바에야 그냥 고이 따라주는 게 속 편하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화를 내도 짜증을 내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저 인간을 당해낼 수 없었다. 물리적인 힘으로도 그랬고, 고집으로도 그랬다. 짧은 생애에 접해 본 인간이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저렇게 독하고 꽉 막힌 인간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쟈힘은 생각했다.


만약 모든 인간이 저렇듯 억세다면 인간의 살을 먹기 좋게 발라 떠먹여 준대도 사양할 터다. 맛은 고사하고 저런 놈의 고기를 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쳤다.


밖으로 나온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그들이 서 있는 토굴 앞은 적당한 공터를 이루고 있어서 이용이 말한 `한판`을 하기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달이 흩뿌리는 신비로운 빛이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빛을 받으며 이용이 먼저 창을 들어 올렸다.


"살살하기 없기야."


쟈힘의 손에도 어느샌가 꺼내 든 단창이 쥐어져 있었다. 야힌족이라고 물론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 큰 야힌의 경우 다른 무기가 필요 없을 만큼 강인한 손톱이 있기에 무기를 쓰는 경우가 드물 뿐이었다.


"언젠 살살했어? 빨리 끝내자."


"간다?"


이용은 뭐가 그리 좋은지 짓궂은 미소를 띠며 주변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쟈힘도 넋 놓고 있진 않았다. 귀찮아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눈에서 사나운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말 그대로 괴물의 눈을 하고 기세를 피워올리는 거였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본능적으로 깨어나는 투지는 누가 뭐라 해도 그가 야힌의 피를 이어받은 타고난 야수임을 증명했다.


그러던 한순간,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차올랐다. 쟈힘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고 민활하게 발을 움직였다. 언제 내질렀는지 모를 이용의 창이 어깨를 향해 찔러오고 있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은밀했고 그만큼 위험한 공격이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창의 윤곽선이 예리하게 눈을 파고들었다. 거리를 벌려 피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쟈힘은 더 생각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쉬익!


창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쟈힘은 지금의 한 수가 적잖은 이득이란 걸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이제 차례가 넘어온 것이다.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창이 회수되기 전에 팔을 내리쳤다.


빡!


창대끼리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요란했다. 측면에서 달려들어 공격하던 이용은 빠른 반격에 내심 놀랐다. 그는 방심하지 않고 창을 비스듬히 들어 이용의 일격을 흘려내고는 뒤로 물러났다. 아직 어린 쟈힘이었지만 손이 얼얼할 정도로 내려치는 힘이 꽤 야무졌다.


"많이 늘었는데?"


창을 가르친 지 이제 한두 달 남짓, 마냥 어린아이 같았는데 무서울 정도로 습득이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 오가는 치열한 공방전에서 이런 반격은 가르친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사이 쟈힘도 흥이 올랐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내가 서운하지."


쟈힘이 창을 앞으로 내밀고 흔들었다. 다시 오라는 뜻이었다. 이용은 더욱 신이 났다. 이젠 제법 싸워볼 만한 상대가 되지 않았는가.


"건방진 소릴!"


마을 형들에게 무수히 들었던 소리를 내뱉으며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할 생각인지 탐색 따윈 버려두고 정면을 쳐 나갔다.


딱! 따닥!


땀방울이 허공에 흩뿌려지고 점점 거세어지는 숨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공수를 교환해 나갔다.


* * *


"나 이제 떠날 거야."


"...?"


아무렇게나 앉아 쉬고 있는데 뜬금없는 소리가 들린다. 이용이 쳐다보자 쟈힘은 한 번 더 말했다.


"여기서 떠날 거야. 그동안 고마웠어."


이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바탕 흘린 땀이 점점 식어갔다. 쟈힘은 혼잣말하듯 재차 중얼거렸다.


"난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너무 오래 있었어."


이용은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는 숨결은 다만 힘들어서 뿐만이 아니리라. 이제 겨우 사귄 친구가 떠난다고 했다. 그것은 다시 외톨이가 되어야 함을 뜻했다.


"어디로 가?"


"그냥. 어디로든. 나는 야힌이니까 어디로든지 가야 해."


쟈힘도 썩 내키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인간들 옆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쟈힘은 이 단순하고 고집 센 인간에게 야힌 사회의 전통을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간단하게 말해버리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사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꼭 가야 하는 거야?"


"응. 원래 그런 거야."


이용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벌써 한참이나 기운 달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세상의 모든 것은 저처럼 떠올랐다가 다시 기울어 가는 것일까. 마음도 기우는 것 같았다.


"언제 갈 건데?"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일찍 가려고. 이제 오지 마. 그동안... 고마웠어."


그들은 이별했다. 이용이 떠난 자리에서 쟈힘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일 테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야힌과 인간. 그들이 걸어가는 길과 삶의 방식은 완전히 다르므로 이쯤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게 서로에게 백번 옳은 일이다. 아직 어린 쟈힘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 * *


다음날 해가 지자 쟈힘은 동굴 밖으로 나왔다. 정이 든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동굴을 일별한 쟈힘은 단창을 덜렁 쥐고 숲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지 미리 정하진 않았다. 우헬 텐게스는 정처 없는 긴 여정이니 굳이 지금부터 애태우지 않아도 좋으리라.


`이제 어디로 간담.`


막 발걸음을 떼어놓으려는 그 순간, 정면의 풀숲 건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쟈힘은 흠칫했다. 그리고 곧 두 눈을 활짝 치켜떴다. 수풀을 헤치고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이용이었다.


"지금 가는 거야?"


"뭐야? 오지 말라 그랬잖아."


"어디로 가는데?"


다른 소리가 귀에 안 들어오는지 이용은 자기 할 말만 해댔다. 쟈힘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데, 행색이 평소의 단출한 모습과는 확연히 다름을 깨달았다. 어깨에 걸머진 봇짐과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린 가죽 주머니들은 누가 보아도 멀리 떠나는 모습이다.


"설마..."


이용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창현이 형이 나보고 널 책임지라 그랬어. 사고 일으키지도 말라고 했고. 어.. 그러니까 내가 같이 가야 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대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혼자 가야 한단 말이야!"


아무리 쟈힘이 소리를 질러도 확고한 이용의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떠나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혼자서는 안 돼. 나도 가야 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안 그럼 창현이 형한테 죽어."


"하..."


쟈힘은 황당하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뭐라고 하려다가, 그의 표정을 읽고는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직 저 고집불통의 인간을 이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뭐라고 한들 저 인간은 내뱉은 말 그대로 끝까지 따라올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면 이 인간을 떨쳐 낼 수 있을까, 쟈힘은 고민에 휩싸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는데 문득 다른 의문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잠깐 같이 지낸다고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우헬 텐게스의 기간 동안 수행자가 어디서 무얼 하든, 다른 야힌이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도 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쟈힘이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옆에서 기다리기 지루했던 이용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안 갈 거야?"


결국 동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라고는 하지만 사실 쟈힘도 이 예기치 못한 길동무가 내심 싫지만은 않았다. 하품까지 해대는 이용을 보며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알았어. 같이 가자."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밤이 이슥하도록 이용이 돌아오지 않자 쉘터 안은 난리가 났다.


"대체 어디 간 거야?"


"옛날처럼 어디 구석탱이에서 멍하니 있는 거 아니우?"


"그래도 요즘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다시 한번 찾아봐!"


모두가 전전긍긍 하는 그때, 구성이 작은 종이 한 장을 펄럭이며 사람들 앞으로 뛰어왔다.


"헉... 헉... 이것 좀 봐요!"


"뭔데 그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들었다. 종이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나 떠나. 돌아올게. 나중에. 이용.)


"이게 뭐야!"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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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2. 방황하는 분노(1) +2 21.12.27 146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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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9. 자유로움에 관하여(3) +1 21.10.25 194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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