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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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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킴
작품등록일 :
2021.05.13 21:41
최근연재일 :
2022.11.17 22:25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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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31
추천수 :
2,887
글자수 :
580,477

작성
22.09.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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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4. 변이變異(1)

DUMMY

"하악... 하악... 젠장."


짙은 연기 속, 창현은 단내 섞인 숨을 내뿜으며 성벽 위를 달리고 있었다. 군인들을 유인해 내기 위해 오전 내내 뛰어다녔으니 호흡이 목에 걸릴 만도 하다.


도시의 모든 소리가 귓속으로 빨려드는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이 혼란에 휩싸인 아우성들이었지만 그중 멀리 있는 군인들의 기척도 또렷이 감지되었다.


마치 코앞에 있는 듯 생생하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또 죽이기 위해 악착같이 뒤쫓던 놈들! 하르착과 이르웨스가 당했으며, 그렇게 보내선 안 될 에첵마저 저들에 의해 유명을 달리했다. 그 생각을 하자 또다시 불같은 살심이 치밀었다.


욱신!


"큭!"


동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흉통이 느껴졌다. 창현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심장이 급격하게 두방망이질 쳤다. 그에 따라 맥박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신열이 뻗쳐오른다. 심상치 않았다.


그동안 간헐적인 충동이나 통증을 느낀 적은 있었으나 오늘처럼 몸이 제어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었다.


아마도 도시를 잠식한 이 뜨거운 공기가 원인일 거였다. 벌써 두자릿수를 넘긴 살인행위도 한몫 단단히 했음이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삐이익-! 삑-!


사방에서 울리는 호각소리가 올가미처럼 점점 옥죄어 온다. 이미 소리의 원근감마저 상실해서 그저 먹먹하게만 들렸지만, 군인들이 가까워 온다는 사실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창현은 이를 악물고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시야가 덜커덩거리며 크게 흔들렸다.


'아니...?'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볼에서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전해져 왔다.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비틀거리던 걸음에 스스로 발이 꼬여 넘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고작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다니? 인간의 경계를 벗어난 몸인데 그럴 수가 있나? 그러나 이상한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물밖으로 뛰쳐나온 물고기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곧이어 본격적인 고통이 찾아왔다.


"커헉...!"


타오르는 듯한 격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뼈와 살과 근육이 따로따로 해체되는 기분. 이것은 살면서 겪은 그 어떤 고통보다도 더욱 악질적인 거였다.


"끄으으윽...!"


딱 벌어진 입에선 거품이 끓었고, 끈적한 침이 고여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곧 창현은 하얗게 눈을 까뒤집은 채 발작증세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군인들이 그를 찾고 있을 거라는 점이었다. 발작이 정도를 더해가면서 호흡도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증발해가는 인지의 영역 언저리에서, 창현은 결국 희게 변해버린 시야를 끝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눈을 떴을 땐 성벽이 아니었다. 주변 모든 것이 하얀색으로 물든, 심지어 그 자체로 흰색이 되어버린 텅 빈 공간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곳은 바로 무의식에 접한 공간이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한백을 만나지 않았던가. 단번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히 남아 있었다.


곧 진동이 퍼져 나가고, 반대로 허공엔 먼지가 모여들었다. 이어서 한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수한 백의를 걸친 그녀. 언제나 한결같이 아름답고, 또 신비로운 자태.


"..."


한백은 아무 말도 없이 창현을 바라만 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은 깨끗한 눈빛으로.


"무슨 일이지?"


그는 정말 궁금해서 그렇게 물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전까지 그를 괴롭히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의식의 공간이라 그런 건가 싶었지만, 이유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 앞에서 추하고 약한 모습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이유 따위야 알게 뭔가?


혼자 그런 얄팍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녀는 서글픈 눈으로 창현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창현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하다가, 그만두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젠 어느 정도 그녀를 믿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손은 금방 머리에 와서 닿았다.


"창현. 벌써 때가 되었군요. 이토록 빠를 줄 몰랐어요. 미리 말하지 못한 건... 미안해요."


머리에 손이 닿은 순간, 구토가 치밀 만큼 속이 울렁거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왔다.


'정말 지긋지긋하군!'


무기력하게 정신을 잃는 것은 이제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이미 거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린 창현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하늘을 날고 있음을 깨달았다. 놀랍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시야가 개방되고 영혼은 한없이 커져서 지구를 깔고 앉는다. 지상의 피조물 모두가 그의 발아래에서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고, 또 다른 생명과 대지가 나타나 그를 스쳐 지나갔다.


의식이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어 구름의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심해 깊이 잠겨 들기도 했다.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렸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어떤 면에선 간단명료하게 정리되기도 했다.


곧 환한 빛 무리가 그에게 모여들더니 그는 이동을 계속했다. 무한에 가까울 정도의 자유로움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리라.


시간과 공간을 구별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모든 것이 뒤섞여 영혼만을 가진 창현에게 빠르게 부딪혀 왔고, 그를 관통하여 빠져나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날던 그가 마지막에 다다른 곳은, 어느 낯설고 어두운 방이었다.


여러 인물이 그곳에 모여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있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분명치 않았지만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이건 또 무슨 조화야!'


있는 힘껏 소리치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창현은 그곳에서 마치 유령과 같았다. 누구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창현은 그제야 이곳이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가 가지지 못한 다른 이의 기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지난날 한백이 보여준 영상과 같았다. 지금 창현은 이 공간에서 단지 저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미 흘러간 과거의 영상일 뿐이니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쾅!


마침 거칠게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그건 창현도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나타난 사람이 주변을 한번 쓸어보더니 매우 화난 어조로 소리쳤다.


"액셀레이션 밤에 의한 부작용을 대체 왜 숨겼소!"


"...죄송합니다. 우린 그저 하루빨리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누군가 그렇게 변명했지만 비굴한 목소리가 그의 화를 더욱 키운듯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그들은 모두 뛰어난 군인들인데 대체 이 사태를 어찌 책임질 거요!"


"하지만!"


"닥치시오! 과학자? 이러고도 당신들이 과학자들이라고? 당신들은 이 나라를 좀먹는 쓰레기일 뿐이야!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해!"


그는 손에 들려있던 두꺼운 보고서들을 허공에 집어 던졌다. 그에게 대답했던 사람은 찔끔하여 뒤로 물러났다.


"이건 그들에게 명예로운 죽음도 아닐뿐더러 사기나 마찬가지야! 당신들의 추악한 욕심에 죽어갈 사람들이 아니라고! 당장 프로젝트를 중지하게. 이건 명령일세!"


그때 안경을 쓴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대꾸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미 대통령께서 허락하셨죠. 그리고 지금 프로젝트를 중단한다면 우린 전쟁을 이어갈 최소한의 힘마저 잃게 될 겁니다. 그럼 남는 것은 결국 파멸뿐이죠. 그걸 원하시는 겁니까?"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네!"


"어차피 전장에 투입된 이들은 생환이 어렵습니다."


그는 안경을 매만지더니 큰 소리가 들리기 전에 먼저 말을 이어갔다. 시종 차분하고 차가운 어투였다.


"다 아시는 것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적진에서 전투 중 변이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는 부분 아닙니까? 장군님. 상황을 냉철하게 보셔야 합니다. 작은 것을 잃을까 두려워한다면 결코 큰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 전쟁이 계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몇 명의 죽음으로 이 나라 국민을 살릴 수만 있다면, 저는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생각입니다."


장군은 질린 듯 파랗게 변한 얼굴로 입술을 떨었다.


"말이 나온 김에 지원자들을 더 모아 주십시오. 기준치를 낮춰서 전부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소문이 퍼지는 건 서로에게 매우 좋지 않을 겁니다. 이해하시겠지요? 이 전쟁만 끝난다면, 그때 지금의 무례를 책임지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제 목이라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장군님도 지금은 전쟁만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장군이라 불린 인물이 뭐라고 더 소리쳤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창현의 의식은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있었다.


이번엔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는 전장이었다. 황량한 벌판엔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쓰러져 죽은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창현은 멍청한 눈으로 그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한데 쓰러진 시체들 사이에서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큰 그림자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비어져 나온 송곳니, 흉악하게 빛을 발하는 붉은 눈동자.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그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건 창현에게 매우 익숙한 존재이기도 했다.


괴물. 괴물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은 빠르게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학살이라고 불러야 할 악몽이었다. 괴물들끼리 싸우기도 했고, 힘을 합쳐 다른 괴물을 죽이기도 했다. 괴물들의 포효가 온 전장을 뒤덮었다.


엑셀레이션 밤에 의해 인간을 초월한 슈퍼솔져가 된 군인들. 그들의 말로가 끔찍한 괴물로의 변이였다는걸 미리 알았다면, 그래도 슈퍼솔져가 되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었을까?


창현은 또다시 흐릿해지는 영상을 보며 전율했다. 발작에 의해서가 아니다. 우연히 마주친 진실의 파편. 정말로 진실일까. 그렇다면 이것은 차라리 저주라 해야 마땅하리라.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결국 이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죄악이었다. 대의라는 명분 뒤에 숨은 추악함 그 자체였다.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 그들의 조상은 결국 같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찌 탄식하지 않으랴. 그렇기에 현재의 괴물은 현재의 인간들에게 숙명처럼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었으며, 고칠 수 없는 질병과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창현 그 자신에게까지 뿌리를 뻗고 있었다. 괴물을 증오하여 살육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괴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유전 받은 죄의 완성일지도 모른다. 원치 않게 죄를 끌어안은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아야 할까?


하지만 죄가 이루어지고, 온전한 괴물이 되어 버린다면 구원 따위는 없을 거였다. 그것을 바라면 안 될 것이다. 무엇이, 무엇으로부터 그것을 가능케 하겠는가. 창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떨어졌다.


인간의 역사와 그것이 잉태한 괴물. 그리고 자신.


"크흐흐흑..."


소리내어 흐느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바뀐 영상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간다. 창현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엑셀레이션 밤이 척수에 완벽하게 자리 잡아 활성화되면, 점차 뇌와 체질을 변화시킨다. 거기에 살인과 같은 격한 감정의 폭발은 엑셀레이션 밤이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활동하도록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에 엑셀레이션 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때 당시에도 정확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때문에 그것에 관한 정보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그것이 인체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살인을 하면 할수록 그 변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정상적인 변이를 끝마치게 되었을 때 탄생하는 괴물. 야힌.


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체질이 엑셀레이션 밤과 만난다면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지를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은 야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태양에 매우 취약하여 오직 밤의 어둠만을 탐하는 괴물이... 사람들은 그 존재에게 페이트(f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틀려 버린 운명이라는 뜻을 내포한 이름이었다.


오백 년에 이르는 빙하기가 지나며 인간은 거의 멸종에 가까워졌지만, 괴물들은 그렇지 않았다. 신체 능력이 월등했기에, 그들은 환경에 적응해가며 세대와 후손을 번성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한 종류에 불과했던 괴물들은 그렇게 인간을 누르고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희미해지던 창현의 의식이 그즈음 해서 다시 또렸해 졌다. 한백은 여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현이 일그러진 눈으로 쏘아보자, 한백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답니다. 날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창현. 당신은 1세대 야힌으로, 누구보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 능력의 개발과 활용은 이제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린 일이에요. 당신에겐 인간의 마음이 있어요. 그것을 지키고, 인간을 위해 힘을 써 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단지 그뿐입니다.'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지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수백 가지 복잡한 생각이 치밀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는 생각들뿐이다.


'결국... 이거였나... 결국...'


밤의 마물(魔物). 모조리 구축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괴물이 된다면, 그때도 한백이 말한 '인간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괴물이 되어도 마음만 인간이라면, 그건 괴물인가, 인간인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눈을 한번 깜빡이니 다시 성벽 위였다. 창현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신을 잃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느리게 곰실거리는 구름이 괜히 얄궂었다. 생각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한백을 만나고 온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찰나와 같았다. 실제로 그가 정신을 잃었던 시간은 매우 짧았다.


그를 괴롭히던 끔찍한 고통은 이제 전혀 없었다. 다만 몸속에 있던 이질적인 기운, 그가 '베갈'이라 이름 붙인 불가사의한 힘이 전신에 넘실댄다는 것만 빼면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여기다!"


여러 발걸음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진 직후,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창현은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군인들은 그를 발견했음에도 쉽사리 덤벼들지 못했다. 도리어 하나같이 두 눈을 크게 치뜨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창현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 부쩍 자라난 손톱이 시선을 자극했다. 달라진 눈높이도 해연하다.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들었다.


"괴... 괴물이닷!"


물기에 젖어 탁한 빛을 내는 붉은 눈동자. 부쩍 커진 몸과 송곳니. 고대로부터 전승된 죄가 맺은 결실.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었다. 그는 마침내... 진정한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


벗어날 수 없는 죄의 굴레를 느끼고 창현은 절규했다. 한 마물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불타오르는 인간의 도시 위로 길게 퍼져 나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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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23. 갈망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2) 22.01.18 124 5 12쪽
84 23. 갈망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1) 22.01.10 127 7 11쪽
83 22. 방황하는 분노(2) +4 22.01.03 137 6 14쪽
82 22. 방황하는 분노(1) +2 21.12.27 146 8 14쪽
81 21. 피와 욕망(3) +2 21.12.20 177 8 15쪽
80 21. 피와 욕망(2) +2 21.12.12 144 6 14쪽
79 21. 피와 욕망(1) +3 21.12.05 155 6 14쪽
78 20. 어둠에 잠긴 도시(3) +2 21.11.27 164 6 12쪽
77 20. 어둠에 잠긴 도시(2) +6 21.11.21 170 8 14쪽
76 20. 어둠에 잠긴 도시(1) 21.11.14 19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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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9. 자유로움에 관하여(3) +1 21.10.25 195 6 14쪽
72 19. 자유로움에 관하여(2) 21.10.17 20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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