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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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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킴
작품등록일 :
2021.05.13 21:41
최근연재일 :
2022.11.17 22:2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92,212
추천수 :
2,887
글자수 :
580,477

작성
22.10.11 21:06
조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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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6쪽

24. 변이變異(3)

DUMMY

쒸이익-- 콰직-!


정신없이 달리던 명모는 화들짝 놀라 몸을 멈춰 세웠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좌측 저 멀리에서부터 몸 바로 앞쪽에 이르기까지, 한줄기 은빛 선이 그어진다 싶더니 무언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와 벽에 처박힌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껏 긴장한 상태라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알아차리기도 힘들뻔하지 않았는가. 두어 걸음만 더 빨랐어도 위험했을 테다.


발을 멈춘 그는 겨우 눈동자만 움직여 훑었다. 아직도 부르르 떨어대는 그것은 전체가 유려한 은빛 금속으로 이루어진 단창이었다. 단번에 알아본 명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창현이가!'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거의 뚫어버릴 것처럼 벽에 박혀 있는 그것은, 언뜻 봐도 보통 힘으로 될 게 아니란 걸 웅변하고 있었다. 애초에 날아온 모습만 봐도 그렇다.


"어째 더 세진 거 같은데 말이야... 불공평하잖아?"


명모는 왠지 억울해져서 그렇게 투덜거렸다. 아무튼 이른 아침 헤어진 뒤 어디서 뭘 하고 있나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성벽이 코앞에 있는 것을 보니 자신이 생각보다 멀리까지 도망쳐 왔다고 하는 게 옳겠다.


아무렴, 그런 건 상관없겠지. 명모는 이마에 맺힌 땀을 한번 쓸어내리고 당장 목소리를 높였다.


"창현아!"


보기만 하면 틱틱거리지만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건 역시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는 다른 생각 없이 그의 이름을 크게 불러버렸다.


분명히 그를 만나서 여유 부릴 형편은 아니다. 뒤로는 군인들이 쫓아오고 있는데다 얼른 놈들을 따돌리고 다시 사람들을 구하러 가야 했다. 그가 맡은 임무의 핵심이 얼마나 기민하게 치고 빠지느냐에 있으니만큼,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그랬다. 비록 황망 중 기습에 의한 것이지만 저 대단하다는 군인을 몇 명씩이나 베어내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하자 부지불식간에 심장이 빨리 뛰고 손끝이 떨린다. 이제야 제대로 실감이 났다. 살인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곤 해도, 이번 작전만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생애 가장 큰 모험이라고 할 만했던 것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창현이 저놈이다. 아무리 싸움에 자신이 있어도 그렇지 자신을 미끼로 내던지다니. 그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물론 명모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무지 답이 없기에. 뒷방에 앉아 평생 기회만 노리다 탈출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이 미친 짓에 동참했는지도 모른다. 창현의 설득이 있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자신도 미끼가 되어 쫓기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고육지책이라면 지독한 고육지책이었고, 그만큼 창현이 그를 믿고 있다는 의미도 되었다. 미끼로서의 능력이 닿지 않으면 소용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명모는 문득 생각에서 깨어나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따라오는 놈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도진을 포함한 다른 녀석들이 뿔뿔이 흩어진 노예들을 수습하고 있을 테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놈들을 유인해 내는 게 목적이니 잡히지만 않는다면 별문제는 없을 게 아닌가. 손끝의 떨림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명모는 의아한 눈빛으로 창이 날아온 방향을 살펴보았다. 자욱한 연기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창현은 저기에 있을 거였다.


그러니 응당 대답이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묵묵부답. 이토록 살벌하게 창이 날아왔다는 것은 근처에서 싸움 중이라는 뜻일 테고, 창현이 진다는 상상은 할 수 없으니 어떠한 말이라도 있어야 한다.


직접 확인할 요량으로 걸음을 떼었다. 기관지를 침범한 연기는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매웠지만, 때마침 들려온 창현의 목소리만큼은 맵지 않았다.


"다가오지 마!"


다급함이 뚝뚝 흘러넘치는 외침이었다. 기다리던 목소리이니 반갑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오지 말라니?


명모는 일단 그의 말대로 들어 올렸던 발을 얌전히 내렸다. 말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목소리에 실려있는 불길함 때문이었다. 명모는 마주 소리 질렀다.


"뭐야? 왜 그래?"


"일단 오지 말고 거기에 있어!"


다시 들린 그의 목소리에는 원인을 모르는 탁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쉬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뭔가에 꽉 억눌린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아침나절부터 사타구니에 땀 나도록 뛰어다녔을 테니 힘든 건 납득이 간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오지 말라는 건 뭔가?


또다시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명모의 눈살이 점점 찌푸려질 즈음, 창현의 낮은 목소리가 자욱한 연기를 뚫고 들려왔다.


"창 보이지? 거기 창 좀 뽑아줘."


안그래도 답답한 마당에 뜬금없이 창이라니. 명모는 인상을 긁으며 다가가 창을 잡았다. 어찌나 단단히 박혀있는지 한동안 낑낑 애를 쓰다가 겨우 뽑아냈다. 투덜거리면서도 할건 다 하는 그였다.


"이거 때문에 뒈질뻔했다 인마! 됐어! 근데 무슨 일이야? 혹시 뭐 몰래 처먹고 있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가 너냐?"


옛부터 혼자 먹거리를 독차지하거나 숨겨놓는 행위를 경멸해온 이가촌 사람이니만큼, 명모의 말은 나름 전통 있는 농담이자 욕이라 하겠다. 그래도 말에 짜증이 스며있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대답 안 할 거야?"


"...상황이 조금 웃기게 됐어."


"뭐가 어떻게 웃기게 된 건데? 오늘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굴어! 그냥 간다?"


"아냐! 지금은 설명하기 곤란해! 부탁이니까 그냥 그렇게만 알아둬. 어쨌든 내 쪽은 계획대로 되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지금 좀 바쁘거든. 그 창, 네가 좀 가지고 있어야겠다."


명모는 결국 분통을 터트렸다. 성질 급한 그가 이 정도 참았다는 것은 나름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셈이다.


"자식아! 누군 지금 한가하냐? 뭔 소린지 알아듣게 설명해야 될 거 아냐! 그리고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너 안 써?"


"난 다른 무기가 생겼거든. 네가 쓰던지, 아니면... 나중에 용이 한테 줘. 그 녀석이 나랑 창 쓰는 법이 제일 비슷하니까 잘 쓸 거야."


"안 되겠다. 내가 갈 테니까 얼굴 보고 얘기해!"


"오지 마! 길게 말할 시간 없어! 지금 너도 쫓기고 있잖아. 곧 놈들이 들이닥칠 거야! 넌 이대로 가서 사람들하고 합류해.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모두 모였을 테니까.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창현의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명모는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군인들이 온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이미 관심 밖으로 멀어진 명모였다. 이번엔 아예 대놓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씨발! 대체 뭐야! 바로 앞에 있으면서 얼굴도 못 보이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한마디도 못하겠냐!"


"그냥 그럴 일이 있어! 아무튼, 사람들 만나면 곧장 움직여서 탈출해! 알겠지? 난 알아서 따라갈 테니까 멍청하게 기다리지 말고. 명심해. 나 기다리지 마. 어서 가!"


"야! 야!"


"그리고... 몸조심해라 명모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몸조심하라는 말까진 들렸는데 그 뒤엣말은 너무도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말은 아닐 거였다. 명모는 이후에도 몇 번을 더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창현이 있는 쪽을 노려보던 명모의 시야에 마침 이상한 것이 잡혔다. 연기 사이로 무언가 희끗희끗한 것이 움직인다 싶었는데 곧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아마도 창현인듯싶었다.


"지미럴! 짜증 나는 자식! 또 잘난척하네. 지가 아무리 잘났어도 그렇지. 말도 못 해주나. 나중에 두고 보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떠났고, 알 수 있는 방법 역시 사라져버렸다.


어쨌든 창현의 말대로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의 이목에도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군인들의 기척이 감지된 것이다. 더 뭉그적거리다간 무슨 험한 꼴을 볼지 모른다.


이런 상황까지 예상해서 이차 집합 장소를 미리 정해 놓았다는 건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때는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걸 보면 닭살마저 돋았다.


이차 집합장소. 달리 특별한 곳은 아니다. 오히려 뻔하다면 너무나 뻔한, 아까 노예들이 무리를 이루어 걸었던 대로, 즉 대양의 정문 앞이 바로 그곳이었다.


'젠장!'


꼬리를 달고 갈 순 없었기에 명모는 땅을 박차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 * *


"미안해..."


창현은 연기 속으로 멀어져 가는 명모를 한참이고 쳐다보았다. 창현 그라고 왜 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괴물에 대한 그의 증오를 안다.


한쪽 팔을 잃었다는 것은 오히려 사소한 일이라고 여겨질 만큼, 친혈육인 명진의 죽음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다른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의 죽음 역시 빼놓을 수 없겠지만, 명모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명진의 죽음이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이가촌의 많은 사람이 으레 그러하듯, 어릴 적 일찍 부모를 여읜 그들은 성장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명진은 어린 나이에도 그토록 의젓한 모습을 보였던 것일까. 창현은 명모의 모습에서 명진의 잔재를 발견했다. 사실 그들이 어릴적 뛰놀던 모습은 아직도 그릴 수 있을 만큼 선명히 남아있다.


그 모든걸 앗아간 괴물을 명모가 어찌 생각할지는 묻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창현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 이제 와 말로 굳이 캐낼 필요조차 없다.


다른 이들이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제일 친한 친구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명모뿐이었기에... 창현은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분노, 그의 증오, 그의 한과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명진의 존재도... 창현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지금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그것은 서로에게 고문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서로에게 저주를 덧씌우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사과는 안 할게. 나도 억울하잖아. 그렇지? 너도 이해할 거야. 나중에... 그래 나중엔... 언젠가 볼 날이 있겠지. 그럴 거야."


창현은 누구도 듣지 못할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뜨거운 연기 때문인지 눈이 따끔거렸다. 그래도 눈물만은 애써 참았다.


그는 연기 속을 헤쳐나갔다. 명모를 뒤따라 온 군인들. 그들이 목표였다. 적잖은 수였고 몸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지라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들을 고이 보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창현은 계속 달리면서 명모 때문에 올라왔던 감정을 식히기 위해 노력했다. 감정이 격앙된 상태는 싸움을 앞둔 이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받치던 가슴속 무언가는 다행히 금방 내려갔다.


길 건너편에서 군인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명모의 기척을 따라온 모양인데, 연기 속에서도 명모가 도망간 동선을 꽤나 상세히 추격해 왔다. 인간의 관점으로 보면 그것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창현은 연기 속에 숨어 양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손톱이 비벼지며 '카드득' 하는 섬짓한 소리가 났다.


명모에게 창을 맡긴 것은 단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서 뿐만이 아니다. 야힌이 된 그는 더는 무기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몸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잘 다룬다 해도 결국은 신외지물, 제 몸에 달린 것을 제어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창현은 이제 막 야힌이 된 상태라 창을 쓰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이 있었다.


손톱 튕기는 그 소리가 좋아서 저도 모르게 한 번 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바로 연기 속에서 이동 중인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한 마리 매처럼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손을 쫙 펼쳐 용조를 만든 뒤 가장 가까운 군인을 향해 떨쳐냈다.


"큭!"


"뭐야! 기습인가! 다들 정렬하라!"


"누구냐!"


대양에서 군인들이 공격받았던 경험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같은 사람이 아닌 괴물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크르륵..."


창현의 입에서 기괴한 소리가 끓어 넘쳤다. 의도한 것은 아닐 거였다. 야수의 으르렁거림과도 다른 그것은 먹이사슬의 하위에 위치한 인간들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힘이 있었다.


"컥...!"


창현이 손을 휘두르자 처음 공격 대상이 된 군인의 목줄기에서 손톱이 뽑혀 나왔다. 핏줄기가 한길이나 뿜어졌다. 무슨 찰흙에 박혔다 뽑힌 것처럼 아무런 저항감도 없었다.


군인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처음 보는 존재, 처음 겪는 기습이니 아무리 군인들이라 하여도 대처하기 어려운 게 정상일 게다. 창현은 그 틈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으악-! 괴물이다!"


분주히 발을 놀리며 군인들 사이로 섞여들어 피를 부른다. 손톱은 걸리는 모든 것을 꿰뚫고 찢어발겼다. 눈먼 창과 칼이 가끔 그를 위협했으나 그것만으로 창현을 잡기엔 요원한 일, 일부는 손톱으로 튕겨내고 일부는 피해 가며 사정없이 몰아쳤다.


사방을 휘감은 짙은 연기는 군인들에게 저주와 같았다. 피아를 판별하기도 어렵고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의 손톱 역시 가려주니 대응할 방도가 없다.


"개진! 진을 펼쳐라!"


그 와중에 대열의 뒷부분에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군인들과 함께 이동 중이던 조장, 원룡이었다. 과연 거저먹은 지위가 아닌지, 그나마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는 모습은 역시 조장다웠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거기까지였다.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쓰러지고 남은 군인들은 이제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래도 살고자 하는 의지는 무서운 것이다. 동료가 죽어 넘어지는 순간에도, 남은 이들은 원룡의 목소리를 좇아 한군데로 모여들었다.


십여명 정도가 모여 둥그런 방진을 형성하자 창현도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운 모습과 똑 닮았다.


"으으..! 진짜 괴물이야!"


"어떻게 들어온 거지? 언제 들어온 거야!"


"닥치지 못해! 집중하란 말이다!"


방진을 이룬 군인들은 흐릿하게나마 드러난 창현을 보고 치를 떨었다. 원룡도 두렵긴 매한가지였지만 훈련받았다는 군인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게 둘 순 없었다.


그러나 전설로만 여겼던 괴물. 그것이 실존하는 공포였으며 실제로 목숨을 취하는 사신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간 큰 이라 하여도 담담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원룡이 다시 억지로 화를 내려 할 때 창현이 움직였다. 가만히 눈을 빛내며 서 있다가 죽은 군인의 창을 집어드는 거였다.


"무슨...?"


원룡은 호통 대신 멍청한 의문만 표했다. 괴물이 마치 지성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것은 그의 상식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창현은 허공에 창을 두어 번 휘둘러 보았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살벌하다. 그가 쓰던 창보단 조금 길었으나 몸이 커진 지금은 오히려 사용하기 좋았다.


"준비는 됐겠지?"


창현의 입에서 인간의 언어가 새어나오자 군인들은 저마다 경악에 가득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드디어 창현이 움직이고, 그의 손에서 자비 없는 창질이 펼쳐졌다.


스무명에 달하던 군인이 전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창현은 시체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양의 중심부를 향해서였다. 거기엔 그가 있었다.


'전재학이라...'


쿠르릉-! 쏴아아-.


하늘을 뒤덮은 짙은 먹구름이 끝내 비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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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23. 갈망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2) 22.01.18 121 5 12쪽
84 23. 갈망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1) 22.01.10 12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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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2. 방황하는 분노(1) +2 21.12.27 146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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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1. 피와 욕망(2) +2 21.12.12 143 6 14쪽
79 21. 피와 욕망(1) +3 21.12.05 153 6 14쪽
78 20. 어둠에 잠긴 도시(3) +2 21.11.27 163 6 12쪽
77 20. 어둠에 잠긴 도시(2) +6 21.11.21 169 8 14쪽
76 20. 어둠에 잠긴 도시(1) 21.11.14 190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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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9. 자유로움에 관하여(3) +1 21.10.25 194 6 14쪽
72 19. 자유로움에 관하여(2) 21.10.17 19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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