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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처음 써보는데 어렵기만 하네요. 안녕하세요! 포폴뽀개기 입니다.

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곰사냥꾼
작품등록일 :
2019.07.25 17:55
최근연재일 :
2020.06.14 14:32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52,972
추천수 :
1,088
글자수 :
579,993

작성
19.07.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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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
추천
21
글자
19쪽

에센스 활용의 정석 (1)

DUMMY

가람은 새로 얻은 마법 유물 부츠를 신고 세 달간 실험을 진행하며 상체 근력 강화와 백기운과 함께 순찰로 탐사를 하며 고블린과의 실전을 경험했다.

또한 탐사 복귀 후에는 단검술 수련을 이어갔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단검술도 실전을 거치며 어느새 몸에 익어 백기운에게 고블린 두세 마리는 혼자서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실력이 부쩍 향상됐지만, 두 번째 아이템인 부츠의 에센스는 각성시키지 못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오늘은 가람의 본격적인 유적 탐사 참여 여부를 두고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김진우와 이야기가 되어서 영광의 손 연구에 바쁜 민아린을 제외하고 탐사대원 모두가 중정 수련장에 모여들었다.


“아··· 이거 분위기가 유치원 학예회 같은데요.”


“왜? 가람아 긴장되니?”


“그 정도는 아닌데. 잘 끝내고 싶은 건 맞아요.”


“괜찮아 너 많이 늘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계속 지켜봐 준 기운이 형이 하는 이야기니 믿어볼게요.”


“그래! 파이팅!”


가람이 백기운의 응원으로 마음이 진정돼 준비가 다 되었는지.

김진우에게 다가가 시작하자고 이야기했다.


“자! 지금부터 이가람의 수련 결과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먼저 체력 테스트와 순발력 테스트를 동시에 진행하겠습니다.

방법은 수련장을 50바퀴 돌며 돌발 상황을 뚫고 달리는 방식입니다.

진행 요원으로 저와 백기운, 민창운이 참여하겠습니다.

백기운 씨는 시작을 알려주시고 모두 논의한 대로 위치를 지켜주세요.”


백기운과 가람이 시작점으로 바닥에 그어둔 선으로 가 각자 자리를 잡는다.

수련장은 한 바퀴에 100m 정도의 길이라 총 5km 장거리 달리기 수준이 되었다.

중간에 어떤 방해를 할지 걱정이 됐지만, 가람은 마음을 다잡고 출발선에 섰다.


백기운이 휘파람으로 시작을 알렸다.

처음 한두 바퀴는 큰 방해요소 없이 긴장감만 키우며 방해를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며 진행에 참여하기로 한 대원들을 찾아보다가는 되려 실수할 것 같은 긴장감에 얼굴은 정면에 고정하고 대신 눈동자를 움직이며 시야만 넓혀 돌발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것 긴장하고 있던 순간에 지나고 있던 2층 복도의 창문에서 김진우가 석궁을 발사했다.

가람은 다짜고짜 날아오는 볼트를 바라보며 놀란 마음에 머리를 굴려 오른손에 낀 장갑을 우측 통로 벽에 흡착시키며 급정거로 속도를 줄여 김진우의 예측 사격에서 벗어났다.

떨어진 볼트를 보니 다행히 촉은 제거하고 대신 천 뭉치를 달아두었지만 누가 봐도 한 대 맞으면 피멍이 들 것 같았다.


“아! 진우 형. 석궁까지 쏘는 거예요? 볼트 촉을 천 뭉치로 바꿨다고 해도 위험하잖아요.

아무리 순발력도 테스트한다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가람이 잠시 장갑으로 멈춰 섰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며 김진우에게 석궁 사용을 따지고 들었다.


“이거 별로 안 위험하다. 석궁시위도 탄성도 줄였고 앞쪽에서 쐈잖아.

네가 기운이와 함께 처음 고블린을 상대했을 때를 기억해봐라.

그때 고블린 손에 단병만 들고 있지 않고 마비총을 들고 있었어 봐 그러면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어.

훈련은 그럴 때를 대비해서 하는 게 훈련이야.

훈련은 실전같이! 그러니까 나머지 돌발상황들도 잘 돌파해봐!”


“아··· 말이야 맞지만···”


가람의 항의는 김진우의 논리에 막혀 빛이 바래졌다. 나머지 돌발 상황도 녹록지 않을 거라는 안 좋은 예감과 함께 더욱 집중하고 잠깐잠깐 좌우도 확인하며 달리기를 이어갔다.

여전히 중간중간 김진우가 복도에 나타나 볼트를 쏴 댔고 마음을 다잡은 가람은 급정거를 하거나 여유가 있을 때는 상체만 움직여 처음보다는 대응이 자연스러워졌다.

나중에는 꼭! 둘이 합을 맞춘 액션 영화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그렇게 달리기 목표의 중간 지점을 넘어갈 때쯤 이번에는 1층 복토 창문으로 민창운과 백기운이 나무 봉을 내밀어 다리를 공격했다.

다리를 거는 수준이 아니라 다리를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내지르는지 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간 몸이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들며 자연스럽게 3층 복도까지 뛰어올랐다.

가람은 2층 창문을 넘어 당황하는 진우와 눈이 마주치고 지나가는 묘기를 부렸다.

순간 모두 당황했지만, 허공에 봉을 내지르고 있던 백기운과 민창운은 당황하는 와중에도 급하게 봉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가람은 높고도 멀리 뛰어 자리를 벗어났다.

아예 함정을 통으로 무력화시킨 가람은 함정을 피했다는 기쁨보다 고민하고 있던 부츠의 에센스를 각성시켰다는 즐거움에 들 떠 있었다.

다들 당황했지만, 테스트는 계속 이어졌고 이제는 매번 함정을 가볍게 피하며 되려 방해를 하는 민창운과 백기운을 비웃듯이 공중제비를 돌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가벼워진 몸으로 복도 벽을 달려 창문틀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봉을 허공에 열심히 찌르던 민창운은 갑자기 코앞으로 가람의 부츠가 스치듯 지나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기도 했다.

그렇게 50바퀴를 모두 여유롭게 마친 가람은 출발선으로 돌아와 모두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모두 가람에게 다가와 가람의 부츠를 바라보며 새로운 에센스 장비 각성을 축하해주었다.


“창운이 오빠 봤어? 가람이 완전 제비 같았어. 하늘을 나는 것 같던데. 시작이 이 정도면 나중에 가서는 3D 입체 기동하겠는데?”


“조안나 너무 흥분했어.”


“기운이 너도 봤잖아. 가람이는 인간 날다람쥐야!”


카론이 폴라에게 알리면 좋아할 상황이라 기뻐하며 말을 보탰다.


“그래 멋있어서 멋있고말고. 부츠도 폴라 누나가 선물해줬다고 했지?

누나한테 말해주면 되게 기뻐하겠는데!”


“순정 마초 카론! 그대를 위해서라면~”


“창운이 형 내가 폴라 누나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놀리지 마!”


“이여~ 난 항상 응원하고 있었다고 네가 너무 뜸을 들이는 것 같아서 약간의 자극을 줬을 뿐이야.”


“알았어. 그 뒤는 나와 폴라 누나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 이상은 참견은 No야.”


“그래 창운이 형 오늘의 주인공은 가람이니까 가람이를 축하해주자고.”


“축하는 축하고. 대장 그래서 가람이의 달리기 테스트 결과는요?”


“기운아 당연히 기준을 상당히 뛰어넘는 합격이지.

어느 정도 몸을 사리면서 뛸 거로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함정을 피해버려서 함정이 무의미해졌다.“


“형이 꼼꼼히 챙겨주신 덕분이에요.”


김진우가 심술이 났는지 가람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야 기운이만 고맙고 단검술 훈련시켜준 난 아니구나!”


“에이~ 진우 형은 단검술 테스트 통과한 다음에 감사드릴게요.”


“가람이가 단검술도 자신 있나 본데.

그럼 이어서 단검술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모든 무기는 안전을 위해 준비한 목제 무기만 사용합니다.

테스트는 단검 간의 전투는 제가 진행하고

방패 상대는 카론이 그리고 레이피어는 조안나가 진행해주겠습니다.

그리고 지나친 흥분은 자제해주세요.”


조안나가 가람을 벼르고 있다는 듯이 장난을 걸었다.


“후후··· 가람아 내 레이피어는 상대해본 적 없지? 조금 당황스럽게 해줄게. 기대해.”


“자 그러면 저부터 단검 대 단검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모두 벽 쪽으로 붙어주세요.”


모두 김진우와 가람에게 공간을 넓혀주었고 김진우의 신호와 동시에 가람의 연습용 단검이 김진우의 손목을 노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김진우가 단검을 들지 않은 오른손을 뻗어 단검을 찔러오는 가람의 오른 팔목을 밖으로 튕겨냈다.

한 번의 공방이 오가고 튕겨 나간 팔을 전면으로 붙인 가람이 이번에는 신중하게 방어 자세를 취하며 김진우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김진우도 가람의 눈과 어깨를 시선에 담으면서 가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이어갔다.


“가람아 기습적으로 상대의 무기를 노린 걸 칭찬하마.

하지만 대련이 약속된 상태에서는 나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기습이라고 보기 힘들었고 그 조건에서는 바로 무기를 노리는 건 되려 상대에게 공격이 읽힐 위험이 있다는 걸 알아둬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공격이 실패했을 때를 위한 대응법을 준비해둬야 해!”


조언을 끝낸 김진우가 미간을 좁히면서 단검을 든 왼쪽 어깨를 살짝 뒤로 빼 가람이 단검 공격을 준비하게 하고 반대로 오른쪽 발을 내밀며 한 걸음 나아가 오른손으로 가람의 명치를 노렸다.

처음에는 김진우의 페이크에 속아 움찔했던 가람이 바로 김진우의 오른손 공격을 알아채고 되려 상체를 숙이며 왼쪽 어깨로 김진우의 주먹을 쳐냈다.

주먹이 퉁겨지며 상체가 뒤로 살짝 밀린 김진우가 이번에는 앞으로 나가 있던 오른발을 가볍게 띄어 가람의 무릎을 찼다.

가람은 김진우의 빠른 반격을 피하지 못하고 무릎을 차여 하체가 무너졌다.

하지만 하체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차인 쪽 발에 힘을 주어, 되려 한 발 나서며 몸을 틀어 단검을 김진우의 상체로 찔러 넣었다.

무너진 자세에서 겨우 균형을 잡으며 찌른 단검에 김진우는 상체를 비틀어 피했지만, 가람의 단검은 왼쪽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뒤로 실전 같은 단검이 김진우와 가람의 사이를 가르고 찔렀지만, 가람은 처음 김진우의 팔을 스치듯 벤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공격을 성공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김진우도 테스트를 위해 가람의 공격을 받아주는 위주로 테스트하다 보니 다양한 공격을 성공 시켰지만 이렇다 할 치명적인 부위에 공격을 성공 시키지는 못했다.

그렇게 10분 정도의 단검 대응 테스트가 끝났고 김진우의 테스트 평가를 전했다.


“대련 중간중간 필요한 이야기는 알려줬으니 그 부분을 명심하고.

상대의 무기보다는 눈과 어깨 그리고 발의 나아가고 들어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넵! 이번에는 번번이 놓쳤네요.”


“그리고 네 무기가 상대의 무기보다 짧을 때는 한발 앞선 스피드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야 하니까 더더욱 중요하니 꼭! 기억해둬.

자! 잠시 쉬었다. 다음은 방패 대응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휴식이다! 수고하셨습니다.”


10분 정도 벽에 기대서 숨을 고르던 가람이 천천히 몸을 풀어주며 수련장 중앙으로 이동해 다음 테스트를 준비했다.


가람은 방패의 움직임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빠른 횡 이동으로 방패를 돌아 공격하려고 했지만, 방패를 든 오른쪽으로 돈다면 다시 방패에 막힐 것이고 왼쪽으로 돈다면 카론이 방패 뒤에 숨겨뒀던 연습용 숏 소드의 경로를 읽을 수 없어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카론은 여유를 갖고 방패를 중심으로 상체를 낮춰 큰 덩치와 방패로 가람을 압박하며 나아갔다.

가람은 한발씩 밀려 뒤에 있는 벽이 느껴질 때쯤에 뒤로 돌아 높게 뛰어 벽을 박차 카론의 머리 위를 장대 높이 선수처럼 몸을 뉘어 뛰어넘었다.

머리 위를 넘어가며 단검을 질러보았지만, 빠르게 반응한 카론이 방패를 급하게 들어 올려 단검을 막아냈다.

가람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카론이 뒤로 돌 때 기다리고 있다가 카론의 회전과 같은 방향으로 돌면서 당황하는 카론의 옆구리는 단검으로 노려 공격을 성공 시켰다.


“이야! 몸이 가벼우니 이런 방식으로도 공격이 들어오는구나.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이제 쉽지 않을 거다.”


“지금도 쉽게 보지 않았어요. 형 살살 좀 해줘요.”


“엄연히 테스트인데 그럴 수 없지. 남자라면 팍팍 치고 들어오라고!”


“어유··· 상남자.”


공격 성공으로 여유가 생긴 가람이 몸을 가볍게 통통 튀기며 박자를 맞춰갔다.

이에 카론도 가람의 박자에 익숙해지는 순간 가람이 앞으로 높이 뛰어올라 발로 방패의 상단을 차올렸다.

방패의 상단이 얼굴로 밀리면서 카론이 급히 방패가 얼굴을 때리기 전에 방패를 왼쪽으로 비틀어 겨우 막아내고 빠르게 자세를 잡아 다음 공격에 준비했다.


“가볍게 뛰길래 정말 가벼운 줄 알았는데 나름 묵직하구나.”


“제 몸무게가 80kg이에요. 기운이 형에 비해서는 작지만 나름 묵직하다고요.”


“그래. 다시 이어가 볼까?”


이번에는 말이 끝나자마자 카론이 저돌적으로 방패를 앞세워 돌진했다.

생각을 뛰어넘는 빠른 전진에 가람은 백 대쉬를 하며 방패를 피하려 했지만, 베테랑 탱커의 돌진은 그렇게 쉽게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벽까지 몰려서 이전처럼 벽을 차 카론의 뒤를 차지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카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방패를 번쩍 들어 방패의 모서리로 가람의 하체를 찔러 왔다.

허공에서 몸을 피하지 못한 가람은 결국 방패 모서리에 찍혀 바닥에 떨어지며 겨우 낙법을 쳐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정을 했는지 카론이 돌진을 하며 방패의 아래쪽 모서리로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가람을 찍어 갔다.

가람은 횡으로 굴러 겨우겨우 카론의 돌진을 피했지만 일어서자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이 놀이터에서 친구와 싸우다 흙먼지에 뒤덮인 아이가 같았다.


“오! 잘 피했는데. 지금 모습도 남자답고 좋다.”


“카론 형 이런 남자다움이라면 형한테 제가 양보할게요!”


독이 바짝 오른 가람이 몸을 허공으로 띄우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카론의 영활 한 방패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카론 또한 전면만이 아닌 사방에 하늘까지 이용해 공격해 오는 가람의 몸놀림에 방패를 상체에 밀착시키고 자세를 단단하게 굳혀 방어와 순간 기습 반격으로 대련을 풀어갔다.

이후 화끈한 공방은 이어졌지만 결국 서로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하고 테스트가 끝났다.


카론은 이번 대련의 총평을 이렇게 남겼다.


“가람아 너는 충분히 빠르고 가볍게 움직였어.

하지만 가벼운 만큼 상대가 무겁게 반격할 때는 퉁겨져서 약점을 보일 수 있으니 몸은 가벼워도 순간의 빈틈을 노리면서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특히 상대의 장비에 따라 다르게 대응해야 하니 빠르게 자주 움직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걸 기억해야 해.”

“네. 조언 고마워요. 카론 형”


조용히 듣고 있던 다음 대련 상대 조안나가 대화에 끼어든다.


“이여~ 카론이 이렇게 조리 있고 길게 말한 게 오랜만인데?

카론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구나!”


“조안나! 대련은 진지해야 한다! 너무 까불지는 마!”


“알았어~ 그냥 네가 진중하고 멋있어 보여서 말한 거야.”


“뭘 또 남자라면 그래야지..”


다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휴식 후 마지막 대련 상대인 조안나와 가람이 다양한 공격 자세를 잡으며 몸을 풀고 있었다.


“빠르게 뛰어다녀도 소용없을 거야.

내가 더 빠르게 움직일 테니까.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마지막 대련이 시작됐다.

대련마다 쉬어가며 진행했지만, 가람은 여태까지 쏟은 정신력에 점점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대련을 예감하며 약간의 흥분된 마음으로 대련을 시작했다.


선수는 간을 보듯 조안나의 빠른 찌르기와 백 대쉬가 이어졌다. 조안나의 나무로 만든 레이피어는 소재의 한계로 휘두름에 곡선을 이루지 못하고 딱딱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를 극복하고 빠른 찌르기의 연속으로 정신없이 가람을 몰아붙였다.

가람은 레이피어 소나기 속에서 예상을 상회하는 움직임으로 최대한 상처를 줄이려 했지만, 얕은 상처만 늘어갔다.

현재로서는 조안나보다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걸음씩 물러서며 최대한 피해가 클만한 공격만 단검으로 막고 상체를 틀어가며 회피했다.

가람의 반응에 더욱 흥이 달아오른 조안나가 찌르기의 속도를 더욱 높여갔다.

가람이 끈질기게 위험이 될만한 급소 공격을 막아내니 대련을 빠르게 끝내보려던 조안나의 마음이 조금씩 급해지기 시작했다.

방금도 조안나의 명치를 노린 공격을 가까스로 가람이 피해냈다.

하지만 과하게 상체를 비틀어 균형을 잃고 가슴이 열렸다.

조안나는 눈을 빛내며 다시 한번 명치를 찔러 들어갔고 쓰러지던 가람이 더 무리하게 상체를 틀면서 미쳐 검의 진행 방향을 틀지 못한 레이피어를 팔과 몸 사이에 끼고 바닥으로 쓰러지며 검을 쥐고 있던 조안나도 검을 놓지 않아 같이 옆으로 쓰러졌다.


대련이 너무 격해졌다고 느낀 김진우가 각자 무기를 들고 빠르게 일어나 자세를 잡은 두 사람 사이로 급하게 끼어들어 손을 들고 제지했다.


“자! 자! 두 사람 그만!

지금 대련이 너무 격해졌으니 강제 종료합니다!”


“아직 완전히 못 이겼다고. 대장 비켜봐!”


“형! 비켜봐요. 딱! 한칼만 먹이고 끝낼게요. 딱 한칼만요!”


“둘 다 승부욕이 있는 건 잘 알겠는데 더 진행하는 건 탐사대 대장으로서 중지시키는 거야.

대련보다는 대원들 안전이 중요해! 카론, 기운 둘이 떨어뜨려 놔!”


김진우의 말에 카론과 백기운이 뛰어나가 조안나와 가람을 서로 반대편 벽으로 끌고 가.

호흡 조절을 시키며 진정시켰다.

둘은 조금씩 진정이 되었는지 계속 서로를 바라보며 눈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씩 풀리다.

순간 마지막에 서로 수련장 바닥을 굴러 엉망이 된 모습에 피식피식 웃다 결국 함께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다가 그마저도 진정됐는지.

아직도 앞을 막고 있는 카론과 백기운을 피해 수련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조안나가 가람을 깊이 안으며 머리를 마구 헝클인다.


“아이고 우리 가람이 많이 컸네!”


“에이 키는 비슷하잖아요!”


“녀석 어떻게 내 검을 팔 사이에 껴서 막을 생각을 했어?

실전이었으면 상당히 위험한 일인 건 알지?”


“알아요. 지금 상태에서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억울해서 시도해 봤어요.”


“실전이었으면 레이피어를 바로 올려 베어서 네 팔이 잘려 나갔을 거야.”


“다음에는 제가 꼭! 한칼 먹여드릴 테니 기대하세요.”


“그렇게 더 쭉쭉 커서 재미있게 칼싸움하자!”


두 사람 간의 대화가 끝나고 김진우가 둘 앞에 나서며 대전을 정리했다.


“가람이의 본격적인 유적 탐사에 탐사를 허가합니다.

이의가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 주세요!”


“없으신가요?”


“그럼 가람이도 탐사에 합류하기로 했으니 이제 휴식을 끝내고 본격적인 탐사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네 노력과 행운이 결국 결과를 만들었구나. 축하한다. 가람아.”


“이게 다 미궁을 입장을 추천해주고 잘 지도해준 진우 형 덕분이에요.”


“우리와 함께해줘서 내가 더 고맙다.”


그렇게 가람의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때도 함께하지 못한 민아린은 며칠째 밤을 새운 다크써클이 광대까지 내려온 몰골로 백기운의 특제 잠 안 오는 약을 마시며 연구실을 불태우고 있다.

문뜩 떠오른 이상한 느낌에 탐사대 사무실 방향을 바라본다.


“다들 나를 까먹은 건 아니지?”


그렇게 민아린은 오늘도 본인이 판 무덤에서 밤을 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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