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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처음 써보는데 어렵기만 하네요. 안녕하세요! 포폴뽀개기 입니다.

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곰사냥꾼
작품등록일 :
2019.07.25 17:55
최근연재일 :
2020.06.14 14:32
연재수 :
1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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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9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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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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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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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두 팔에 따라가는 두 다리 (1)

DUMMY

다음날 민아린은 저녁 회식에서 영광의 손이라고 명명한 시체의 손을 묵직한 가죽 케이스에 담아 중앙 광장에 있는 절을 찾았다.

필요 때문에 시체를 연구해야 하지만 손의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스님을 만나 대신 손 주인의 명복을 빌어 달라는 기도를 부탁드렸다.

이후에는 도서관을 찾아 선임 사서와 공동연구에 관한 협상을 했다.

마법사가 혹! 할만한 물건이 있는데 연구에 참여해보지 않겠냐고 떡밥을 던졌고 사서는 자신이 확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간을 보고는 도서관 간부진까지 오랜만에 들어온 공동 연구 건으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연구에 관해서는 사탕에 개미가 꼬이듯 본능적으로 쫓아가는 마법사들이기 때문에 괜히 협조를 거부했다 마법사들의 추궁에 시달릴 것을 걱정해 삼 일을 줄다리기했다.

결국 도서관 간부들은 이룸 탐사대와 공동연구를 수락하며 시간을 끈 대신 연구 장소와 연구 인력을 파견하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도서관에서 공동 연구를 간 보고 있을 때 이미 민아린은 발 빠르게 그렌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삼일 사이에 어느 정도 연구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고 전용 연구 장비로 영광의 손을 분석하기 위해 대여해갔던 그렌을 통해 한가지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아린아 어제 내가 영광의 손을 가져갔었지 않니.”


“그랬죠. 분석해 보시니까 어때요? 사용된 시약을 찾으셨나요?

아니면 처리 과정에 대한 실마리라도 얻으셨어요?”


“아이고 성격도 급하지 하나씩만 물어봐라 하나씩만!”


“에이~ 마법에 관한 거라면 급해지는 거 아시잖아요. 빨리 이야기해보세요.”


“그래. 내가 이걸 분석한다고 갖고 다니면서 확인하게 된 건데.

이 물건이 마법 유물 정도는 아니지만 고블린을 제외한 다른 종족에도 영향을 준다는 거다.”


“어? 그런 효과가 있었어요? 나도 비슷한 테스트해 봤었는데···”


“그래. 너도 확인해 봤겠지만 짧은 시간 소지하고 있어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12시간 연속으로 근처에 두니 네가 말했던 효과 중에 내구성 강화가 조금 효과를 보였단다.”


“뭐에요··· 저걸 12시간이나 가까이 둔 거면 잘 때도 갖고 주무신 거예요? 사람 손인데?”


“연구를 위해서는 무엇이 아깝겠니.

긴 시간 동안 3 클래스에서 진전이 막혀있다 보면 너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게 될 거다.

내가 특별한 게 아닌 거지.”


“저는 우선 1 클래스라도 아니 입문이라도 해보고 싶어요.”


“언젠간 이루어지겠지. 실망하지 말고.”


“그런데 신기하네요. 종족 특화가 아니라 범용 주술 부적이라니···

그래서 테스트는 팔에 칼질이라도 해보신 거예요?”


“칼질이라니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 정도는 아니고 오늘 아침에 떨어뜨린 마법서에 발을 찌였는데 고통이 없었어.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너희 사무실로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던 거지.

그래서 눈 딱 감고 길바닥에서 돌을 주워서 팔을 찍어봤는데 통각이 마비된 것도 아닌데 그냥 무언가 팔에 닿았다는 느낌만 있고 고통이 없었어.

멍도 들지 않았고 뭐 대신 더 세게 실험한다고 강하게 찍었다.

결국 팔에 멍 자국이 남긴 했지만, 눈에 띌 정도로 피부 내구성이 올라갔단다. 이제 다시 영광의 손을 떨어뜨려 놓고 지속시간을 확인해봐야겠지.”


“오! 좋은 발견이네요.

근데··· 길바닥에서 실험하신 거예요? 그 사람 많은 데서?”


“뭐 생각이 떠올랐는데 당연한 거지. 아린이 너도 마법에 입문하게 되면 더한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단다.

클래스는 이론적인 지식이 밑받침된 상태에서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얻을 수 있는 과실이란다. 너희 세계의 과학만큼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지성으로 쌓아 직감으로 완성하는 학문이 마법이란다.”


“네. 직감! 명심할게요.”


민아린은 그렌과의 연구에 좋게 말하면 실험 도우미이고 나쁘게 말하면 인체 실험을 위해 카론을 연구가 잘되면 폴라 누나도 이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감언이설로 꼬드겨 실험에 참여시켰다.

덕분에 도서관 마법사와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상당한 데이터를 쌓아서 연구의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쥐는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조금은 처절한 카론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영광의 손으로 민아린과 탐사대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사이에 전리품의 주인인 가람과 백기운도 바쁘게 시간을 쪼개 쓰고 있었다.

이 종족 지구의 여러 벼룩시장을 샅샅이 훑으며 에센스를 각성시킬 만한 유적 잡동사니를 찾고 다녔다.


“형 이 종족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본 것 같은데 눈에 띄는 것이 없네요. 어쩌죠?”


“네 능력에 쿨타임이 있을 수도 있고 오늘까지 돌아본 물건 중에 조건이 맞는 물건이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

일단 그 장갑의 능력만 봐도 꽤 준수한 능력이야. 다들 에센스란 거에 환상을 품고 있는데 의외로 쓸모없거나 미약하게 시작되는 것들이 많아.”


“에센스가 다 쓸모있지는 않은가 보네요.”


“그러니까 장갑의 능력을 키우거나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

네가 각성한 에센스가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이 맞는다면 시간은 충분히 있는 거야.”


“안 그래도 수련장에서 혼자 실험해봤는데요. 좀 까다로운 능력이더라고요.”


“어떤 점이 그런데?”


“우선 흡착력이 강해서 제 한 몸을 충분히 한 손으로도 버틸만한데 아직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양팔로만 벽을 타기에는 근력 향상 능력이 약해서 불가능했어요.”


“그건 근력을 강화하는 거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겠지.

그사이에 장갑 자체의 능력이 향상될 수도 있는 거고.”


“맞아요. 제가 에센스를 얻고 좀 마음이 급해졌나 봐요.”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갖은 에센스이니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져 봐.

다 잘 될 거야!”


“고마워요. 형.”


******


며칠을 들여도 이 종족 벼룩시장에서 수확을 얻지 못한 백기운과 가람은 오랜만에 폴라에게 안부도 전할 겸 에센스 장비를 찾았던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고 폴라의 상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행이 상점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폴라가 준비 중이라는 푯말을 가게 문에 걸어놓고 바쁘게 상점과 창고를 오가며 상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행히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창문에서 보니 혼자서 쩔뚝이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걱정되어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폴라 누나 저희가 왔어요.”


“오! 기운이하고 가람이 오랜만에 들렸네.”


“자주 온다는 게 이 녀석 훈련 봐주느라 시간을 못 냈어요. 죄송해요.”


“에이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반가워서 그렇지.

그리고 가끔 카론 녀석이 와서 너희 소식은 듣고 있었어.

얼마 전에 순찰로에서 큰일 있었다면서?

그 일 때문에 한동안 경비대가 바쁘게 돌아갈 정도던데. 너네 다친 데는 없는 거지?”


“네. 저희는 괜찮아요.

고블린 숫자가 둘이 한 번에 상대하기에는 조금 많았지만, 이 녀석이 잘 서포터 해줘서 팔에 몇 번 찔리는 정도로 잘 마무리됐어요.”


“큰일 날 뻔했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폴라에게 백기운이 전투가 벌어졌던 이야기를 각종 효과음을 더하며 스펙타클하게 자랑을 했다.


“이 녀석이 막 날아다녔다니까요. 초보자치고 든든하니 믿음직스러웠어요.”


“그랬겠네. 가람이 최곤데!”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누나. 기운이 형이 오버하는 거예요.”


“아니긴. 난 네 대응이 침착했던 걸 칭찬하는 거야. 첫 전투에서 발목 잡는 애들도 많다고.”


“아이고.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과하게 칭찬하시면 제가 이렇게 너무 좋아하잖아요. 크크크”


“좋으라고 한 거지. 크크크”


“아주 쿵짝이 잘 맞는구나 너네.

그나저나 오늘은 안부만 전하로 온 거야? 바쁘다더니?”


“아··· 안부도 있고요.

이번에 이 녀석이 에센스를 각성했는데. 이게 좀 특이한 케이스여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어떤 도움이 필요한데? 나야 언제는 이룸 가족일 이라면 만사 제치고 1순위지.

너희가 이 가게 자리 잡는데 도와준 게 얼마나 큰지 알잖아.”


“에이 뭐 저희가 돕기만 했나요.”


“물건 팔아줘 또 가끔 유물까지 구해다 줘서 얼마나 잘해줬니.

너네는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해도 돼.

내가 말로만 너희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니까.”


“그게 다 상부상조. 윈윈이었어요.

우리도 초기에 제대로 된 감정사 도움도 못 받아서 눈탱이 맞을거 누나 통해서 충분히 이득 봤어요.”


“상인에게는 그게 중요한 거야. 한쪽만 일방적인 이득을 보는 건. 그건 상인이 아니라 사기를 치거나 빌붙는 거지.

그런 관계는 좋지 않아.”


“넵! 누나는 분명 큰 상인이 될 거예요. 우리도 인류에서 손꼽는 탐사대가 될 거고요.”


“그래 삼족오나 세븐 에이전트나 아이언 실드야 각 나라가 되놓고 밀어주는 애들이라 그렇게 성장한 거지 그런 녀석을 제외하면 너네처럼 실속있는 탐사대도 몇 없지.”


“크크크. 그건 그래요.”


“우선 그렇게 넓은 전용 건물을 마련한 것도 다 너희가 열심히 미궁을 돌아다니며 얻은 마시르로 세운 거잖아.”


“으··· 고생한 거 생각하면, 어휴···”


“그래도 너희가 보내준 마시르 덕분에 수천 명의 아이가 혜택을 받았을 거야. 너넨 대단해!”


“크크. 언제나 서로 금칠하는 좋은 관계네요.”


“다들 칭찬이 부족한 시대야. 우리는 칭찬하며 즐겁게 살자고.”


“그래요. 앞으로도 쭉!”


“그래 앞으로도!”


즐거운 금칠 놀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백기운이 가람이 각성한 에센스와 유물이나 미궁 잡동사니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야. 나도 가람이 에센스 각성에 한몫한 거네? 그치?”


“네. 누나가 아니었으면 에센스 장비도 못 얻었을 거니까. 크게 한몫하신 거지요.”


“이거 은근 기분 좋은데.”


“그래서 말인데. 창고 정리 중이시면 저희가 도와드리는 겸 해서 가람이가 물건들을 확인해봐도 될까요?”


“아이고 물건만 확인해보고 가도 되는 데 도와준다고까지 하는 데 나야 두 손 들고, 환영이지.”


“그러면 누나가 설명해 주시면 저희가 열심히 나르는 짐꾼이 되겠습니다! 시작하시죠. 마님!”


“그래 돌쇠야 시작하자.”


******


불편한 다리로 상점과 창고를 왕복하느라 늦어졌던 물품 정리는 백기운과 가람의 합류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은 창고로 이동했고 탐사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물건은 상점으로 꺼내어 지나다니던 사람들도 잘 보이게 유리창 앞 매대에 전시되었다.

창문틀 상점 구석에 쌓여있던 먼지도 백기운이 먼저 나서서 깨끗이 쓸어내고 가람이 구석구석 물걸레로 닦아내 물품 정리에서 시작해 대청소로 이어졌다.


“와! 깨끗하네. 너희가 도와줘서 미루고 있던 대청소도 하고 오늘 완전 이득 봤는데.

내가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쌍방이 이득을 봐야겠지?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오호! 공짜 밥 완전 환영합니다!”


“이 동네에 마시르를 투자해서 큰맘 먹고 소를 들여와서 발광석까지 쏟아부으면서 소가 좋아하는 풀을 키워서 관리하는 고급 식당이 있으니까 나랑 같이 가자.

나도 혼자 가기에는 과하다 싶어서 못 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미식도 즐길 겸 가자.

너희가 내 저녁 식사 친구가 되어줘!”


“오! 대단한데요. 사람들이야 레바티와 각 국가에서 지원하는 거라 쉽게 넘어오지만, 그 외에 생명이 있는 생물이나 씨앗들은 꽤 많은 마시르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큰 투자 했네요.

거기다 발광석으로 소가 먹을 풀까지 투자하고. 갑부인가···”


“갑부까지는 아니고 아이언 실드 탐사대에서 꽤 투자해주고 있나 봐.

그쪽 사람들이 유럽 왕족 출신도 있어서 음식에 꽤 예민하잖니.”


“그렇기는 하겠네요.”


“미궁 이주 초기 때야 온 지구적인 참사로 조금의 마시르도 낭비하면 인류의 반역자 취급이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마시르 수급도 되고 있고 탐사대도 사람이다 보니 고향에도 못 돌아가는데 향수병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로할 필요도 있어서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하더라고.”


“그렇지요. 그런 면이 있어요.

이곳도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지금까지는 너무 옥죄였어요.”


“뭐 상인 관점에서 보면 이제 슬슬 배급 주의가 끝나고 자본주의로 옮겨간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자본주의에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시그니처가 있어야 돌아가거든 지구에서 문명이 발달하며 그랬던 것처럼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의복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성을 두려고 할 거야.”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겠네요.”


“그래. 난 그 첨병에 있는 상인이니 거기에 껴서 단단히 한몫해야지.

그리고 이번 식사는 시장 조사라고 봐도 돼.”


“어··· 그거 혹시. R&D를 위한 투자로 세금 감면받으려는 주장의 근거인가요?”


“티 나디?

어머 눈치도 빠른 녀석! 호호호.

이런 건 평소에 생활화해야 하는 거라 조금 오버가 됐네.”


“저희야 사주시는 소고기 님 맛있게 즐기면 되지요.”


“그래 그러면 돼.”


“애정 합니다 누나!”


“그나저나 가람아 정리하면서 눈에 띄는 물건 있었니?”


“네. 안 그래도 이야기 드리려고 했는데.

누나가 진열하시려고 골라두신 물건 중에 있었어요.

누나가 따로 분리해두신 게 하나하나 간질간질한 느낌을 줬는데.

딱! 이거다 하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어떤 거였는데?”


“마지막에 창고 구석에서 꺼내셨던 부츠 있잖아요.

그걸 보니 푸른 빛이 감도는 게. 바로 내가 찾던 게 이거다 라는 확인이 들더라고요.


“그래? 그럼 가서 가져와 봐.”


가람이 창가 매대로 걸어가 진열된 물품 중 눈에 잘 띄게 놓여있는 검은색 부츠 한 쌍을 들고 왔다.

부츠는 폴라가 잘 닦아 오일로 닦아 놓았지만, 왠지 엔틱 편집숍에 어울려 보이는 고풍스러운 느낌의 중고였다.


“이거에요.”


“음... 역시 내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발목 부츠인데.”


“형. 잘 봐요. 막 아우라가 있는 게 안 보여요.”


“야. 너한테만 보이니까 능력이지 내 눈에 그게 보이겠냐.”


“아니야. 나도 가람이 말을 듣고 보니까 내가 보기에도 조금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

가람이가 말하는 것처럼 아우라가 아른거리고 그런 거는 아닌데 달라 보이는 뭔가 있어.


“그쳐! 누나가 보기에도 그렇지요?”


가람은 자신이 느낀 것을 동의해주는 폴라에게 웃으며 즐거워한다.


“에이 나는 모르겠다. 그럼 우선 신어 봐.”


“에이 명백히 주인이 있는데 허락해주셔야지요.”


“아이고 동생. 우리 사이에 내외하는 거야? 그러지 말자. 어서 신어 봐!”


“고맙습니다!”


가람이 기쁜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갈아 신어 본다.


“어때 치수는 잘 맞아?”


“치수는 조금 넉넉한 것 같은데. 그건 탐험 나갈 때는 스포츠용 양말처럼 조금 두꺼운 걸 신으니까 괜찮을 것 같고 장갑처럼 뭔가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안 드네요.”


“동생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고. 신다 보면 뭔가 느껴지겠지.”


“감사합니다. 누나”


“그래 그 부츠는 동생이 잘 신어줘.”


“네? 계산해야지요?


“계산은 무슨! 오늘 일을 도와준 겸 선물로 주는 거야.”


“전에도 장갑을 선물로 주셨잖아요.”


“괜찮아 신어둬 동생 아니면 그냥 에센스가 있는 것도 모르고 팔렸을 물건이야.

물건에는 다 주인이 있어.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신어둬.

그렇게 고마우면 대신 나중에 특별한 유물을 찾으면 우리 상점에 팔아줘. 알았지?”


“네. 꼭! 그럴게요.”


“가람아 그런 건 탐사대에서 정해야지.”


“어머 기운아 너 정말 이럴 거야?”


“에이~ 농담이에요.

우리도 누나를 가족으로 생각한다고요. 누나라면 믿고 같이 가는 거지요.”


“그래 좀 서운할 뻔했다.”


“제가 실없는 소리를 했네요.

그나저나 누나 혼자서 가게 운영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오늘처럼 창고 정리 한 번 하려면 혼자서는 하루 이틀로 안 끝날 것 같은데.”


“그래 안 그래도 일손이 좀 필요하긴 해. 내가 걷는 게 조금 힘들기도 하고 말이지.”


“급한 대로 카론이라면 탐사대가 쉴 때 나와서 도와줄 텐데. 말해볼까요?”


“됐다. 카론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걔가 가게 보고 있으면 문 열고 들어왔던 손님이 입구에서 ‘죄송합니다.’ 하고 90도로 인사하고 다시 나가.”


“어··· 인정. 근데 왠지 실제로 있었던 일 같네요.”


“맞아 작년엔가 내가 좀 며칠 아파서 골골대고 있으니까 카론이 와서 도와줬는데.

정말 손님이 들어왔다. 90도로 인사하고 바로 나갔어.

그래서 바로 창고 정리를 부탁하고 아파도 내가 상점을 지켰지.”


“음··· 그러면 손님이 도망가지 않을 말끔한 사람이 필요하겠네요.”


“크게 바라지는 않고 우리 가람이 정도면 좋겠는데.

표정도 밝고 비율도 좋고, 스마트해 보이기도 하고.”


“에이 그건 누나 보정 같은데요. 얘가 그 정도로 잘생기지는 않았지요.”


“어머 얘. 네가 삐쩍 말라서 키만 크다고 질투하면 안 돼!”


“저 그렇게 마르지 않았어요. 나름 통뼈라고요. 고블린 네 마리에 둘러싸여서도 싸웠어요. 누나도 아시잖아요. 한두 마리면 몰라도 여러 마리가 몰리면 얼마나 정신없는지.”


“그것도 가람이가 도와줬잖아.”


“뭐··· 그건 깔끔하게 인정할게요. 크크크”

아무튼 가람이처럼 말끔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거지요? 남녀 상관없고요?”


“그래 남자던 여자던 무슨 상관이니 능력만 있으면 되지.”


“네. 그러면 저도 여기저기 알아볼게요.”


“그래, 고맙다.”


“슬 배도 고픈데 빨리 레스토랑으로 가자. 오랜만에 지구를 미각으로 느껴보자고.”


“네. 오늘 누나 덕분에 입이 호강하네요. 사무실 가서도 자랑해야겠어요.”


“그래 자랑도 하고 다들 시간 내서 놀러 오라고 해라.

몸도 불편한 누나가 가기에는 조금 멀다.”


“알았어요. 제가 일주일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찾아오라고 팍팍! 말해둘게요.”


“그래 주면 좋고. 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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