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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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이 어리둥절해졌다.
“난 팜므 파탈이 싫어.”
“유나 씬··· 그냥 보통 여자야.”
“한 큐에 내 인생을 망가뜨렸어.”
“그냥 다가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건 무덤을 파는 짓이야. 여자가 날 사랑하게 만들어야지.”
“일단 정리를 해보자.”
“해봐.”
“유나 씬 팜므 파탈. 넌 카사노바야.”
“그래.”
“밀당으로 널 사랑하게 만들고 싶어?”
“시네루로 가야시해야지.”
“내가 도울 건 없니?”
“없어. 그냥, 내가 해결해볼게.”
“도움이 필요하면 알지?”
“고마워. 이제 일해야겠다.”
“예술구가 되길 바랄게.”
민구가 영혼들한테 걸어갔다.
유나 씨와 잘 되길 빌었다.
뷔페식당으로 갔다.
거하게 먹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캡슐로 기어가서 그대로 뻗었다.
매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일도 오늘 같기를 꿈꿨다.
조선의 꿈을 같이 꾸길 바랬다.
다음엔 같이 사진을 찍어야겠다.
그녀의 얼굴이 생각났다.
운명이 그를 이끌었다.
순식간에 꿈이 왔다.
* * *
자, 꿈이다.
숲은 조용하다.
섬에 있는 숲이다.
대한과 소녀가 걷고 있다.
나란히 손잡고 활짝 웃는다.
이건 실제 벌어진 일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박사님도 군인도 의사들도 없다.
둘은 자유를 만끽한다.
걷다가 나뭇잎을 만진다.
어떤 건 보드랍다.
어떤 건 까슬까슬하다.
꽃잎을 만진다.
간지럽다.
향기가 손에 머문다.
벌도 날아다닌다.
새가 지저귄다.
그 소리에 반한다.
가장 큰 선물은 햇빛이다.
더 빛나는 건 소녀다.
둘은 싸울 여유가 없다.
손도 놓지 않는다.
모든 것이 조화롭다.
모두가 행복하다.
“참 좋다.”
소녀가 말한다.
“참 좋아.”
대한이 말한다.
“벌 받지 않을까?”
“무슨 벌?”
“자유로운 벌.”
“자유로운 건 상이야.”
“상?”
“우리한테 내려진 상이야.”
“그래. 신경 쓰지 말자.”
“우리 즐겁다. 그치?”
“너무 즐거워.”
“업어줄까?”
“나 무거워.”
“그럼 니가 업을래?”
“뭔 소리람.”
“놀이를 해야지.”
“업어주기는 놀이가 아냐.”
“구슬은 없어.”
“고무줄도 없어.”
“책도 없어.”
“헬멧도 없어.”
“맞아, 우라질 헬멧!”
“우라질!”
“제기랄!”
“난 니가 좋아!”
“나도 니가 좋아!”
“내가 훨씬 좋아해!”
“하늘만큼 땅만큼!”
“와!”
“우와!”
이렇게 꿈이 끝난다.
정말 이게 끝일까?
마지막 해피엔딩.
진짜로 이렇게?
안 될 이유라도?
두고 보면 알겠지.
꿈은 현실과 반대니까.
* * *
“어유, 피곤해.”
대한이 캡슐에서 일어섰다.
단단해진 목을 주물렀다.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무슨 꿈을 꿨지?
오늘의 운세를 봤다.
주위를 내 편으로 만든다.
“나쁘진 않군.”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
보통날처럼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특수처리반.
정확히 10시23분.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끔찍하고도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여보세요?”
유나가 전화를 받았다.
“네? 뭐라고?”
“누구야, 유나 씨.”
“아니, 당신이 누군데 팀장을 찾아?”
“날 찾는대?”
“가만있어 봐. 재수탱이 딱 걸렸어.”
“다 들었겠다.”
“아침부터 웬 전화질이야? 너!”
유나의 낯빛이 하얘졌다.
얼른 송화기를 막았다.
“회, 회, 회장님!”
“뭐?!”
“회장님이래. 난 안 받았어. 그치?”
“이리 줘.”
“다영 씨, 나 안 받은 거야.”
“알았어. 어서 이리 내.”
“아무도 안 받은 거야, 아무도.”
다영이 전화기를 뺏었다.
“네, 회장님. 손다영 팀장입니다.”
모두가 다영을 주목했다.
“네··· 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다영이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 짤렸어?”
“아니. 걱정 마.”
“회장님이 뭐라는데?”
“다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나부터 짜른대? 어디로 보낸대?”
“유나 씨 얘긴 없었어.”
“그럼 꼰지를 거야?”
“짤라도 자긴 내가 짤라.”
“유나 씨, 제 손 잡고 진정하세요.”
“아냐. 난 조퇴할게.”
“어딜 도망가?”
“안정제 먹고 누워야 해.”
“시끄러워.”
다영이 팀원들한테 속삭였다.
“곧 회장님께서 이리 오실 거야.”
“날 짜르러 직접 온다고?”
“무슨 일입니까?”
“오셔서 말씀하시겠지.”
“목소리가 어땠는데요, 누나?”
“다급했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우린 지시만 따르면 돼.”
“그동안 다들 고마웠어. 나 없이 잘해봐. 잘은 안 되겠지만.”
“유나 씨는 안 짤립니다.”
“정말? 진짜?”
“제가 반드시 막을게요.”
“힌트는 없어요, 다영 누나?”
“팀장님이라고 불러.”
“예?”
“회장님이 오시잖아. 알겠지?”
“네, 옛 썰.”
다른 팀이 우르르 들어왔다.
다영이 일어나서 정중히 말했다.
“오늘 그쪽 팀은 휴가에요.”
“뭔 소리야?”
“회장님 분부세요. 돌아가요.”
“확실하게 해, 손 팀장.”
“특별지시가 왔어요. 비상사태에요.”
“으음. 그럼 뭐.”
“우린 빠지자고.”
“수고해. 살거든 만나자고.”
다른 팀이 좋다며 빠져나갔다.
“커피 마실 사람?”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부탁할게, 대한 씨.”
“네, 팀장님.”
대한이 커피 네 잔을 만들어 돌렸다.
뭔가 일이 터진 건 분명했다.
“회장님 취향은 아십니까?”
“아니. 근데 목소리가 좀.”
“어땠는데요?”
“큰일 같아. 목소리가··· 떨리셨어.”
수수께끼 같은 시간이 흘렀다.
모두 긴장도가 최고였다.
벌컥!
문이 열렸다.
회장, 한 상무, 경비대장이 들어왔다.
강 회장, 박 중위의 영혼이 뒤따랐다.
모두 어두운 얼굴이었다.
회장, 한 상무, 경비대장이 앞에.
강 회장, 박 중위가 뒤에 섰다.
일동기립.
회장의 표정이 이상했다.
간절하면서도 뿔나고 인내하려 했다.
“모두 앉아.”
다들 그대로 서있었다.
“앉아! 앉아. 앉아줘, 제발.”
믿기지 않았다.
제발?
시발도 아니고 제발?
팀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설마 팀을 해체시키려는 건가?
“한 상무가 대신 요약해주겠나?”
“네, 회장님.”
“부탁하네.”
한 상무가 앞으로 나섰다.
회장은 팔짱을 끼고 주시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극비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상무님.”
“발설하면 내가 다 해고할 거야.”
“네, 회장님.”
“자네가 손 팀장인가?”
“네.”
“악령주식회사에서 팀을 이끈?”
“다들 잘 따라줬습니다.”
“좋아. 한 상무?”
“어제 오후4시18분의 일입니다.”
“제가 얘기할 차례인가요?”
“경비대장 전에 박 중위부터 하시죠.”
박 중위가 경례를 붙이고 말했다.
“영혼방위군의 책임자. 박유찬입니다!”
“떨거지들은 못 들어.”
“아, 착각했습니다.”
“어서 실토나 해. 당장.”
“그럼 위대한 군한테 설명하겠습니다.”
박 중위와 대한이 얘기했다.
회장의 눈매가 매서웠다.
“대한 군,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네.”
“박 중위님이요?”
“그래. 모든 게, 전부가 내 잘못이야.”
“대체 무슨 일이죠?”
“신의 돌이 방전됐었어.”
“어제 오후4시18분에요?”
“맞네. 악령 열 마리를 퇴치했지만.”
“한 마리가 있었지, 한 마리가!”
“하나가 직원한테 빙의했네.”
“그렇다면?”
“바쁜 틈을 타서 13층에 올라갔어.”
“보안이 뚫렸군요.”
“다 내 잘못이야.”
“잘못했단 소린 실컷 들었어!”
회장이 버럭했다.
박 중위 대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영혼이라고 실수 안 합니까?
“계속해.”
“13층에서 그 악령이 다른 목표한테 옮겨갔지. 그 대상이···.”
“신의 돌이 방전돼서 그런 거겠죠?”
“자연스런 게 아닐세.”
“예?!”
“내가 알려주지.”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모두들 귀를 쫑긋 기울였다.
“악령이 신의 돌에 장난질을 쳤다.”
“가능한 얘긴가요?”
“내 말을 못 믿는 건가?”
“회장님! 저도 궁금합니다.”
“좋아. 손 팀장은 이해하겠지.”
“알려주십시오.”
“신의 돌에 악령이 스며들었어.”
“스며든다면?”
“사람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지.”
“지금은 해결됐습니다.”
박 중위가 말했다.
대한이 물었다.
“회장님.”
“왜?”
“신의 돌에 그런 약점이 있었습니까?”
“맞아.”
“또 누가 알고 있었죠?”
“나랑.”
“또?”
“기대치.”
“기대치 전무님이요?”
“그래.”
“그럼 그 자가 악령과 내통했겠군요.”
“그 얘긴 나중에 해.”
“알겠습니다.”
박 중위가 고개를 떨구고 얘기했다.
“제 잘못을 계속 얘기하겠습니다.”
“하십시오, 중위님.”
“로비를 맡느라 13층을 놓쳤습니다.”
“마음껏 활개 치게 놔뒀다고 해.”
“마음껏 활개 치게 놔뒀습니다.”
“잡으셨습니까?”
“스스로 회사를 빠져나갔네.”
“스스로요?!”
“면목이 없네, 대한 군.”
“계획적으로 당하신 건데 왜.”
“자, 그만!”
박 중위가 뒤로 물러났다.
한 상무가 얘기했다.
“경비대장의 증언입니다.”
“저는 1층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됐어! 용건만.”
“죄송합니다, 회장님.”
“용건만 읊어.”
“CCTV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뭐가 찍혔는지만 얘기해.”
“조 대표님이 이사실을 나오셨습니다.”
“다음!”
“기 전무님이 뒤쫓으셨습니다.”
- 작가의말
오늘도 애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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