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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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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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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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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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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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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기대치의 음모 (4)

DUMMY

초콜릿 상자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대한이 엎드려서 줍기 시작했다.

조선은 마냥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이별하면서 처음 흘리는 눈물이었다.

대한이 다 줍고 일어나서 건넸다.


“받으십시오.”

“이깟 게 뭐라고.”

“뭐긴요. 내 마음이지.”

“그걸 줍고 있어요, 왜.”

“헤어져줄 테니까 출출할 때 먹어요.”

“대한 씨.”

“머리핀도 짜가는 아닙니다.”

“이대로 헤어지는 거죠?”

“네.”

“진심으로?”

“네, 진심으로.”

“다행이에요.”

“아마 무척 불행해질 겁니다. 전 그럴 거예요. 그래도 뭐, 짝사랑은.”

“당신은 좋은 남자에요.”

“이제 끝이네요.”

“네. 솔직히··· 더는 감당 못하겠어요.”

“감당이요?!”

“아빠랑 세상한테 당신을··· 공개할 수 없어요. 연인도, 남친도 우린 안 돼요.”


이 여자가 무슨 얘길 하고 있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스카라가 해괴하게 번졌다.

그렇다면?

혹시?

나처럼 깊은 관계를 두려워하나?

겁이 나서 죽을 지경인가?

영혼의 파트너가 되는 특별한 선택이?


“그럼, 그래서?”

“당신을 몰래 사랑하는 상상도 해봤는데, 그건 너무 힘들었어요.”

“기대치는요?”

“당신 험담을 하긴 했죠.”

“내가 사랑한다는 걸··· 알았군요.”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힘들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압니까?”

“알려주세요. 어떡하죠, 우리?”


대한이 조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으스러져라 그녀를 원했다.

등과 머릴 쓰다듬으며 신음했다.

둘은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서로의 감정을.

서로의 몸을.

힘들고 아프게 어루만졌다.


“우리의 종착역이 어디쯤이죠?”

“회사인지, 당신인지?”

“네. 어디로 가요?”

“함께 새 회사를 차립시다.”

“아, 여긴 누가 지키라고요.”

“그건 회장님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그럼 우린 자유인가요?”

“완전한 자유죠.”

“당신 품이 너무나 그리웠어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이제 당신을 벗어나긴 글렀네요.”

“찰떡궁합이 헤어지면 됩니까?”

“조용히 안기나 해요.”

“일단 좀 만져야겠는데.”

“입 다물어요. 분위기 깨지 말고.”

“영혼인지 아닌지 몰라서.”


대한이 포옹을 겨우 풀어냈다.

진짜 남자가 해야 할 일을 했다.

키스였다.

너무나 애틋한 키스.

조선도 눈을 감고 받아들였다.

마치 처음처럼 쌉싸름한 키스였다.

몸이 그 다음을 원했다.

간절한 눈빛끼리 마주쳤다.

안도감과 행복.

고마움과 아쉬움에 젖었다.

조선이 대한의 얼굴을 잡았다.

격정적으로 키스해왔다.

대한도 숨이 멈출 듯 응답했다.

키스가 끝난 두 연인은 다시 포옹했다.

조선이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을 믿지 못해서 미안해요.”

“쉬잇.”

“사랑해요, 당신을.”

“당신은 쉬어요. 사랑은 내 차지니까.”

“어떻게 참았어요?”

“뭘요?”

“나라면··· 그냥··· 나가버렸을 텐데.”

“당신을 잃을 순 없으니까.”

“왜 난 이렇게 의심이 많죠?”


그녀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림자처럼 지켜줄게요.”

“꼭 그래주세요.”

“고맙고 또 고마워요.”

“고마워해줘서 내가 고마워요.”

“오늘밤에도 가는 겁니까?”


그 순간, 벌컥 문이 열렸다.

대한과 조선이 포옹을 풀었다.

기대치가 들어섰다.


“어이쿠! 손님이 계셨구먼.”

“무슨 일이죠?”


조선이 차갑게 대꾸했다.

둘의 포옹이 풀렸지만 손은 잡았다.

기대치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선이 운 흔적까지 본 거였다.


“회사에서 뭣들 하는 짓이지?”

“오해를 푸는 중입니다.”

“일은 제대로 하고 다니나, 자넨?”

“전무님은 안 바쁘십니까?”

“나라면 꽁지 빠지게 나갈 텐데.”

“저라면 변명을 할 텐데요.”


대한이 물었다.


“사장님과 볼일이 있으십니까?”

“지금 나한테 묻나?”

“아직 제 볼일이 안 끝나서요.”

“뭐야. 그러니까 나보고 나가라?”

“그래주시면 좋죠.”

“아주 자신만만하군.”

“페어플레이란 말은 아십니까?”


기대치가 말했다.


“무슨 말이지?”

“뒷담화나 만드는 양아치는 결국 형무소로 끌려간단 뜻입니다.”

“잠든 사자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비유가 틀렸네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나?”

“약한 놈들을 물죠.”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둘이 다퉜다.


“제가 조련사라면 말입니다.”

“다 먹잇감이야.”

“마취제를 쏴서 철창에 가둘 겁니다.”

“명사수여야 할 거다.”

“원 샷. 원 킬.”

“가능할까?”

“전 인내심이 많습니다.”

“오늘 끝장을 보지 그래.”

“둘 다 그만요!”


조선이 팽팽한 신경전에 끼어들었다.


“기 전무님, 나중에 따로 얘기하죠.”

“선아, 난 그냥.”

“대한 씨도 얘기 끝나셨죠?”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겠습니다.”

“두 분 다 나가주시겠어요?”


기대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대한이 조선의 손을 놨다.

문가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심장이 화끈거렸다.

승리감에 취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선 씨.”

“그래요. 잘 가요. 선물 고맙고요.”

“가시죠, 기 전무님.”


대한이 기대치 옆에 섰다.

놈의 눈빛이 부들부들 떨렸다.

낭패로 잔뜩 얼룩진 얼굴이었다.


“그럼 나중에 오겠소.”


기대치가 먼저 밖으로 걸어갔다.

대한이 조선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조선이 가라고 손짓했다.

손으로 키스를 날렸다.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조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복도.

기대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은 탭댄스라도 추고 싶었다.


“네가 지금 어떤 기분일지 안다.”

“그럼 하이파이브라도?”

“승부차기에서 결승골 넣은 기분이지?”

“틀렸습니다.”

“틀려?”

“공이 골키퍼 대갈통을 맞고 들어갔죠.”

“어리석은 놈.”

“이제 어쩔 겁니까. 또 죽이나요?”

“이제 넌 파멸뿐이야.”

“잘 지켜보십시오.”

“모두가 널 버리게 만들어주지.”

“벌써 휘슬이 울린 겁니까?”

“땅을 치며 통곡할 거다.”

“이하동문입니다.”

“작은 쥐새끼.”

“영리한 쥐새끼죠. 덫을 빠져나왔으니.”

“운이 따랐을 뿐이야.”

“전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기대치가 얼굴을 들이댔다.


“이제 미래는 없어.”

“저요? 아니면 전무님의?”

“미꾸라지 같은 놈.”

“가급적이면 우리 친구합시다.”

“개수작부리면 넌 죽어.”


기대치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놈을 이겼다.

조선을 안았다.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얻었다.

앞으로도 장애물들이 많을 거였다.

이것만 기억하자.

그녀의 가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체취는 또 얼마나 향기로운지.

입술은 얼마나 달콤한지도.


“실컷 까불어라. 오늘은 내가 이겼다.”


혼잣말을 하며 걸어갔다.

아, 조선의 숙소를 물어보지 못했다.

기대치한테 방해만 안 받았다면.

젠장.

너무 불공평했다.

한 건물의 다른 숙소.

그냥 운명에 맡겨야 하나?

언젠가는 가르쳐줄까?

사람들과 섞이고 싶었다.

아니. 영혼이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을 진정시켜 줄 뭔가가 필요했다.

7층으로 갔다.

피트니스센터에 갔다.

민구는 없었다.

혼자 덤벨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수건으로 땀을 닦는 여자가 보였다.

오랜만의 익숙한 얼굴이었다.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다가갔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


“아, 조 대리님.”

“어머, 대한 씨? 대한 씨네.”

“잘 지내셨어요?”

“나야 물론. 근데 여긴?”

“스트레스나 풀까 하고요.”

“그래? 근데, 무슨 고민 있구나?”

“얼굴에 드러나나요?”

“응. 고민 좀 들어달라고 적혔네.”

“괜찮으시면?”

“이온음료라도 한 잔 할까?”

“가시죠.”


둘이 1층 편의점까지 갔다.

이온음료와 캔 커피를 나눠 마셨다.


“아, 불금에 뭐야.”

“이 과장님하고는 잘 안 되세요?”

“만났다 헤어졌다 또 만나고 그래.”

“오래된 연인이라니 부럽네요.”

“서로 지칠 대로 지쳤지.”

“비결이 뭡니까?”

“내 팔자가 원래 드세. 뭔데?”

“비밀이고요.”

“어서 털어나 봐.”

“한 여자의 미스터리에 관한 겁니다.”

“호호. 조 대표 일이야?”

“끄응.”

“여자 직감을 너무 무시하는 걸? 어서 말해. 궁금한 게 뭔지.”

“사는 곳이요.”

“뭐?”

“숙소가 어딘지 혹시 아십니까?”

“내 실력을 영 모르는구나?”

“어딘지 아신다고요?”

“그건 갑자기 왜?”

“그야 당연히 궁금하니까죠.”


조 대리가 벌컥벌컥 음료를 들이켰다.

대한은 애가 탔다.


“펜트하우스 급이라고 들었는데.”

“들어가 본 사람은 거의 없지.”

“아십니까, 어딘지?”

“일단 하나만 물어볼게.”

“여러 개 물으셔도 됩니다.”

“조 대표랑은 어디까지 간 거야?”

“그런 거 아닙니다.”

“잤어?”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내 말이. 이러면 곤란한데?”

“그럼 어떻게 용돈이라도?”

“하하. 돈으로 사게?”

“네, 뭐든 간에.”

“어째 샘나. 영수 씨랑은 휴지 많이 쓴다고도 겁나 싸우는데.”

“그런 걸로도 싸웁니까?”

“그만큼 격이 없다는 뜻이야.”

“저흰 그런 걸로는 안 싸웠습니다.”

“푸훗.”

“이런!”

“잤네. 잘했어.”

“잘한 겁니까?”

“이 고리타분한 회사를 누가 바꿔! 젊은 청춘들이 확 일어서야지. 안 그래?”


대한이 조 대리에게 물었다.


작가의말

이온음료 드시고 힘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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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반란의 조짐 (1) +22 20.06.10 94 13 10쪽
60 숙소 찾기 +14 20.06.09 86 8 10쪽
» 기대치의 음모 (4) +14 20.06.09 88 9 10쪽
58 기대치의 음모 (3) +10 20.06.08 87 7 10쪽
57 기대치의 음모 (2) +12 20.06.08 90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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