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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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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4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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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추천
7
글자
10쪽

세레나데 (3)

DUMMY

너무 나이를 먹어서 처자고 있다.

쓸모없는 개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쓸모없어진다.

박사님이 딱 그렇다.

대한은 젊다.

소녀도 젊고 예쁘다.

박사님은 늙은, 못된 사람이다.

당연히 공경하지 않는다.

어느 새.

여자아이들 숙소 앞.

꽃다발을 밖에 놓고 몰래 들어간다.

소녀가 자고 있는 침대로 간다.

어둠에 눈이 적응해서 잘 보인다.

대한이 목소리를 죽인다.


“야, 야, 일어나.”

“으음.”

“야, 일어나. 눈떠봐.”


소녀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든다.

소녀가 깊이 잠든 모양이다.

결국 대한은 최후의 방법을 쓴다.


“아! 아야.”


소녀가 눈을 뜬다.

몸을 일으켜 대한을 본다.


“니가 날 꼬집었니?”

“그래.”

“여긴 왜 왔어. 들키면 혼나.”

“아냐. 난 안 혼나.”

“빨리 가.”

“같이 안 나갈래?”

“왜?”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싫어.”

“왜 싫은데?”

“넌 내 방을 침입했어.”

“침입이라니?”

“침입도 모르니? 바보구나.”

“난 바보 아냐.”

“넌 바보에다 멍청이야.”

“고집 피우지 마. 오래 걸리지 않아.”


소녀가 생각에 잠긴다.


“징그럽니?”

“아니, 예뻐.”

“나보다 예뻐?”

“너보다 천배는 더 예뻐.”

“넌 나를 화나게 해.”

“넌 말을 겁나 안 들어.”

“가지고 와. 보기는 할게.”

“안 돼. 니가 나가서 봐야 해.”

“밖은 추워.”

“잠깐. 아주 잠깐이야.”


소녀가 곧 깨닫는다.

오래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이러다간 대한이 붙잡혀갈 것이다.

대한을 따라 일어선다.


“아주, 아주 잠깐만이야.”

“그냥 팔에 안고 냄새 맡기만 해.”

“냄새?”

“아냐. 잊어버려.”


소녀는 슬리퍼를 신고 따라간다.

조심스레 대한이 문을 연다.

휘이이잉.

바람이 분다.

소녀는 참는다.

콧날이 시큰하도록 매서운 바람이다.

대한이 소녀의 앞에 선다.


“자, 눈을 감아.”

“눈까지 감으라고?”


TV에서 남자가 주는 선물은 두 가지.

반지 아니면 꽃이다.


“자, 눈 감았어. 어서 줘.”


대한이 라일락꽃다발을 소녀한테 준다.

소녀가 눈을 뜬다.

말없이 냄새를 맡는다.

불행히도 소녀는 축농증에 걸려 있다.


“됐지?”


소녀가 꽃다발을 대한에게 넘긴다.


“좋은 꽃이네. 아주 좋아. 이제 가.”

“뭐?”

“아주 좋은 꽃이라고.”

“꽃 이름이 뭔데?”

“이름? 그게 뭔 상관이니?”

“이름을 맞춰야 돼.”

“몰라. 이름 같은 거.”

“라. 라 자로 시작해.”

“이럴 시간 없어, 대한아.”

“어서 꽃 이름을 말해!”


대한은 화가 난다.

소녀가 웃지도 않고 칭찬도 안한다.

고맙다는 말조차 없다.


“꽃 이름!”

“라?”

“그래. 라!”

“그럼 라일락인가? 라일락. 됐지?”

“됐어!”


대한이 꽃다발을 패대기친다.

힘껏 짓밟아버린다.

꽃잎이 찢어지고 가지가 꺾인다.


“대한아!”

“됐어!”

“대한아, 난.”

“이제 우린 끝이야.”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돌아선다.

한줄기 눈물이 볼 위로 흐른다.


“대한아, 고마워. 정말이야.”

“관둬.”

“추워서 그랬어. 니가 꽃을 줘서 좋아.”

“넌 바보야.”

“그래. 난 바보야.”

“다시는 선물 안할게.”

“그러지 마. 그러지 마.”


대한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박사님이 곧 실험이 끝날 거랬어.”

“응?”

“그럼 우린 뿔뿔이 흩어져.”

“진짜야?”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 후우. 잘 가.”

“대한아.”

“잘 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나도 고마웠어.”


어린 연인들은 그렇게 마음을 전한다.

대한은 끝까지 씩씩하게 걸어간다.

소녀가 짓뭉개진 꽃다발을 든다.

다시 한 번 냄새를 맡는다.

좋은 향기였을 텐데 아쉽다.


“어후, 추워.”


떨면서 꽃다발덩어리를 멀리 던진다.

대한을 이렇게 보내서 맘이 아프다.

내일은 살짝 껴안아줘야겠다.


“젠장.”


대한이 숙소 안으로 들어간다.

소녀가 기뻐하길 바란 것뿐이다.

그럼 기분이 끝내줬을 것이다.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으르렁.

크르르.

자고 있어야 할 멍청한 개다.

저놈이 왜?


“으아아아악!”


소녀다.

소녀의 비명소리가 틀림없다.

대한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악, 엄마아!!”


믿을 수가 없다.

늙은 군견이 이리저리 날뛴다.

소녀의 잠옷을 물고 있다.

소녀가 팬티바람으로 바닥을 뒹군다.

허벅지에서 철철 피가 넘친다.

왈!

왈!

왈!

멀리서 손전등 불빛들이 달려온다.

너무 늦다.

대한이 무작정 뛰어간다.


“저리 가! 망할 개야, 저리 가!”


소녀가 소리를 지른다.


“대한아! 오지 마! 오지 마!”


거의 소녀 앞에 다가간다.

소녀의 이름을 외치고 싶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서 구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 * *




“안 돼!!”


고함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휴우.

무슨 이름을 불렀나?

숨부터 차근차근 골랐다.

캡슐에서 나와 샤워부터 했다.

찬 물줄기에 정신이 바싹 들었다.

어떡하면 조선이 행복해할까?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왔다.

9층.

특수처리반.


“왔어, 신참?”

“형은 어제도 훈련장에 가셨어요?”

“대한 씬 우리 같은 겉절이랑 달라.”

“유나 씨도. 왜 또 그러십니까.”

“시답지 않은 소리는 그만.”


다영이 커피 잔을 건네줬다.


“앉아, 대한 씨.”

“감사합니다.”

“어제 일은 잘 마무리 졌어?”

“네.”

“기대치전무님도 함께 하셨다며.”

“네, 팀장님.”

“전무님이 뭐라고 하셔?”

“그냥 회사생활 열심히 하라고.”

“알고 있지?”

“뭘요?”

“우린 회장님의 직속기관이야.”

“압니다. 외부발설은 전혀 안했습니다.”

“한시원 씨는 어때?”

“수술은 성공적이고. 내일 퇴원입니다.”

“운명거역자로서 적응은?”

“잘하고 계십니다.”

“잘됐네.”

“잘되긴 개뿔.”


유나가 매니큐어를 바르며 말했다.


“이제 뭐 고생길이 훤하네.”

“왜 고생길인데요?”

“영아, 우리 꼬라지를 봐라. 행복하니?”

“그래도 스릴은 있죠.”

“나이 들면 스릴이고 지랄이고 없어.”

“그럼요?”

“그냥 몸 편한 게 제일이야.”

“유나 씨.”

“다영 씨, 톡 까놓고 말하자.”

“하지 마.”

“월급 주니까 하지. 뭔 놈의 사명감?”

“유나 씨 생각을 왜 강요해, 글쎄.”

“기다리는 시간은 왜 이리 길어?”

“자긴 스도쿠 하잖아.”

“더는 못 풀겠어. 머리가 빠개져.”

“애당초 무리였어요, 누나한테는.”

“여기 당구대 하나만 놔줘.”

“당구대 같은 소리하네.”


갑자기 대한이 질문을 던졌다.


“여자들은 뭘 받고 싶어 하죠?”

“웬 뚱딴지같은?”

“대한 씨는 그게 왜 궁금한데?”

“그냥 선물할 일이 생겨서요.”


유나가 혹했다.


“나한테?!”

“그건 아니고.”

“아주 대놓고 공개하시겠다?”

“그럼 제일 괜찮았던 선물이 뭐죠?”

“뭐 간단하네.”


유나가 엄지와 검지를 비비며 말했다.


“현찰. 많이많이. 캐시.”


다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대한 씨가 급한가 보네. 유나 씨가 이제 회사 전체에 도배할 텐데.”

“위대한! 마침내 아무개와 잤다!”

“영이 너.”

“나라면 정성이 담긴 걸 받고 싶네.”

“정성이 담긴 거요?”

“공방에서 만든 수제품이나 직접 요리해준 음식. 뭐든지 부담가지 않는 걸로.”

“아냐. 부담 팍팍 가는 현찰이 좋아.”

“꽃다발을 받았다면 무슨 사이죠?”

“꽃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어. 하지만 아무한테서나 꽃을 받진 않아.”

“그래요?”

“참. 저 여자 분은 싫어해.”

“전 남친이 매일 꽃을 줬대요.”

“결국 스토커가 됐다나 뭐라나.”

“둘 다 닥쳐.”

“꽃은 벌써 줬거든요.”

“그럼 하지 마. 매일 바라게 되니까.”

“꽃값도 엄청나요.”

“영이도 초짜는 아니네.”


대한이 커피 잔을 들고 일어섰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았다.

무슨 세레나데를 부를까를 고민했다.

어떤 걸로 점수를 따야 할까?

나만의 매력이 뭐지?


“큰일이군.”


영혼과 함께 사는 곳에서 데이트라?

불가능하고 불가능했다.

그녀한테 피해가 가서는 안 됐다.

대한의 고민이 깊어졌다.

오후는 유도훈련으로 정신없었다.

다영이 퇴근을 알렸다.


“다들 내일 봐.”

“살펴가세요.”

“신참, 파이팅.”

“예?”

“오늘 데이트 있는 거 아냐?”

“티가 많이 났나요?”

“10억 훔칠 초짜 은행강도로 보였어.”


유나가 귓속말로 말했다.


“여자는 보석 박힌 걸 좋아해.”

“그래요?”

“싸구려는 절대 주지 말고.”

“아, 네. 감사합니다.”


오후7시.

마침내 세레나데를 부를 시간.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고.

스킨을 바르고.

비싼 양복을 입었다.

향수까지 뿌렸다.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좋아··· 완벽해.”


대한이 넥타이를 매만지고 출발했다.

13층으로 가는 내내 심호흡을 했다.

진심으로 대하라.

정성을 다하라.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띵!

13층 복도.

대표이사실로 걸어갔다.

문은 열려 있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여비서는 없었다.

조선 씨는?

레스토랑으로 바로 갔나?

문 안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싸움이 난 게 분명했다.

뛰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생각이 멈췄다.

낯선 곳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조선이 흐트러진 생머리를 붙잡았다.

계속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사랑이 불타겠습니다. 내일 오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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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기대치의 음모 (3) +10 20.06.08 87 7 10쪽
57 기대치의 음모 (2) +12 20.06.08 90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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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세레나데 (5) +10 20.06.06 92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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