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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58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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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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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세레나데 (4)

DUMMY

신경질적인 신음을 내뱉었다.

비명까지 내질렀다.

닥치는 대로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안 돼. 아냐. 아니야!”


조선이 아니었다.

미친 여자도 아니었다.

히스테리 환자 그 자체였다.


“조선 씨!”

“가요! 가. 모두가 내 곁을 떠나. 아악!”

“진정해요.”

“난 버려질 거야. 이게 나야. 봐요!”


그녀가 약병을 들고 거꾸로 쏟았다.

알약들이 쏟아져 내렸다.


“내가 중요한 계약을 망쳤어.”


대한을 노려봤다.


“당신 때문이야.”

“저 때문에요?”

“그래! 빌어먹을 약을 안 먹었어.”

“일단은 진정부터 해요.”

“아악! 당신 때문에. 정상인이 되려고!”

“계약은 다시 하면 됩니다.”

“이 병신아! 회장님이 그러셨다고!”

“회장님이 질책했습니까?”

“그랬어.”

“뭐라고요?”

“죽을 걸 살려냈더니 밥값도 못한다고.”

“맙소사.”

“난 가치가 없어. 아빠를 실망시켰어.”


그녀를 진정시켜야 했다.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땐 내버려둬야 한다.

어쩌면 좋을까?


“봤어요? 진짜 나를? 이게 나의 진짜 삶이야. 떠나요, 당신도! 거짓말로 날 속이려 하지 말고. 아무도 필요 없어. 알아요? 늘, 항상, 마침내 버려질 거야. 그게 나야!”

“진정해요, 조선 씨.”

“진정? 진정하라고? 어떻게 내가 진정하길 바래? 약을 먹지 않으면 난 이래. 약도 못 끊어! 난 정신병 환자니까.”

“고칠 수 있어요!”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나도 정신병자였어요.”

“난 PTSD야. 알아?”

“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죠.”


그녀가 멈칫했다.


“앉읍시다.”

“내 꼴이 우스워요?”

“아뇨, 절대.”

“우습겠지. 당신은 사람을 잘못 골랐어.”


대한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당신한테는 내가 필요합니다.”

“이런 여자한테 데이트를 신청했으니. 당신도 미친 사람이야.”

“그래요. 자, 심호흡부터 해요.”

“나한테 명령하지 마!”

“심호흡부터 해요. 후우우.”

“당신이 뭔데? 하하하! 뭐야!”

“말 안 들으면 친구도 안할 겁니다.”

“하! 그래. 그러시겠지.”

“당신이 아주 형편없었다고 기억할 거고. 더 이상 가슴 설레지도 않을 겁니다.”

“내 몸을 원했단 거야?”

“왜 이래요! 숨만 쉬자는 건데.”

“그래, 떠나. 가버리라고.”

“숨을 깊이 들이마셔요.”

“스읍. 소용없어.”

“더 깊이. 아주 깊게요.”

“스으으읍. 하아.”

“이제 길게 뱉는 거예요.”

“후우우우.”

“좋아요. 깊이, 길게.”

“스으읍. 후우우우.”

“계속. 잘했어요.”

“스으으으읍. 후우우우우우.”


조선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

대한이 와락 조선을 끌어안았다.

그녀가 발버둥을 쳤다.

더 꽉 껴안았다.

으스러지게.

잔잔하게.

머릴 쓰다듬었다.

조선의 머릿결이 정돈됐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난 이곳이 싫어.”


조선이 속삭였다.

대한의 품에 안긴 채였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한이 천천히 포옹을 풀었다.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난 이곳이 싫어요.”

“나도 이곳은 싫어요.”

“지긋지긋해.”

“나가고 싶습니까?”

“그래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우리끼리만?”

“그래 줄래요?”

“당신만 원한다면.”

“지금도 날 좋아해요?”

“이따 알려줄게 잠시만 기다려요.”


대한이 휴대폰으로 통화했다.


“다영 씨? 접니다.”

-어머, 대한 씨?

“급히 차를 쓸 수 있을까요?”

-차? 회사 차?

“네.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안 돼.

“안 될까요?”

-차는 안 돼.

“그럼 오토바이는 됩니까?”

-오토바이?

“영이 오토바이가 있다고 들어서.”

-안 빌려줄 걸?

“제가 허락받겠습니다.”

-음. 정말 급한 일인가 보네.

“네. 부탁드립니다.”


잠시의 침묵.


-알았어. 허락은 내가 받아줄게.

“감사합니다.”

-오토바이 키는 데스크에. 외출이지?

“네.”

-자정 전까진 돌아와야 해.

“명심하죠.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조선의 손을 잡았다.


“갑시다.”

“정말요?”

“정말요. 외출합시다, 우리.”

“고마워요.”


조선이 대한의 품에 안겼다.

대한이 조선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빠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상관하지 말아요.”

“회장님한테는 뭐라고 해야 하죠?”

“잠시 바람 쐬러 갔다고 해요.”

“바람?”

“그래요, 바람.”

“나, 그 말 믿을 거예요.”

“무슨 말요?”

“나한테 가슴 설렌다는 말.”

“그런 말한 적 없는데.”

“그래요. 환청이었어요.”

“우린 지금 막 만난 겁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왕자님으로?”

“네. 갑시다.”


포옹을 풀고 마주봤다.

아직까진 어색한 연인사이.

대한이 먼저 나섰다.

조선이 다소곳이 뒤따랐다.

1층으로 내려갔다.

대한이 안내원을 만났다.

오토바이 키를 받고 조선한테 왔다.


“준비됐어요?”

“겁이 나요. 나 진짜로 겁이 나요.”

“나가지 말까요?”

“당신과 함께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날 믿습니까?”

“당신만 믿어요.”


둘은 회전문을 열고 나갔다.

전용주차장으로 온 두 사람.

대한이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꺼냈다.

조선의 머리에 씌워줬다.

운전석에 앉았다.

기름은 충분했다.

조선이 뒤에서 대한을 껴안았다.

대한이 시동을 걸었다.


“부릉부릉.”


오토바이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전용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최대한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몰았다.

그녀의 머릿결이 바람에 휘날렸다.

금방 도심을 가로질렀다.


‘이 질주가 영원하길.’


마치 꿈꾸는 것 같았다.

함께 회사를 떠난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의 두 손이 대한을 껴안았다.

미리 정해둔 곳은 없었다.

신호등에 걸렸을 때.

횡단보도의 모녀가 보였다.

정확히는 모녀의 영혼이었다.

비명횡사한 지박령 같았다.

대한이 손을 흔들었다.

모녀의 영혼도 손을 흔들었다.

오토바이가 이리저리 코너를 돌았다.

뒤에서 그녀의 함성이 들려왔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외침.

대한도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이 더욱 배를 조였다.

한강.

여름저녁의 한강변.

되도록 인적이 없는 곳까지 갔다.


“부르르릉.”


오토바이가 다소곳이 멈췄다.

대한이 시동을 끄고 내렸다.

조선도 따라 내렸다.

조선에게서 헬멧을 받았다.

대한이 손을 잡았다.

둘은 인적이 더 드문 곳으로.

따뜻한 바람이 부는 숲으로.

보통 연인들처럼 걸어갔다.

조선의 손은 차가웠다.

대한은 따뜻했다.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 없었다.

이 숲만이 증인이 되리라.

머물 곳 없는 연인들의 이정표에.

큰 나무 아래.

둘은 멈춰 섰다.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두 사람.

조선의 손이 가만히 떨려왔다.

대한이 조선을 포옹했다.

이제 떨림은 사라졌다.

조선이 대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간절한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대한 씨.”


둘은 키스했다.

조용하고도 확고한 키스였다.

그 무엇도 둘을 방해할 순 없었다.

이곳은 그들만의 구역.

대한이 가만히 조선을 이끌었다.

잔디에 드러눕는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녀의 몸이 눈부시게 찬란해.

신음이 흘러나오며.

대한이 그녀의 옷을 벗겼다.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대한도 옷을 벗었다.

둘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눴다.

서툴지만 서로를 탐하는 움직임.

점점 거칠어지는 호흡.

잔디밭과 그들만이 숨을 내뿜었다.

그들의 몸이 하나가 되고.

대한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조선은 대한을 할퀴며 키스했다.

미친 것처럼 서로를 몰아붙여.

그녀와 그의 입이 열리며.

호흡이 들쑥날쑥했다.

절정에 오르자.

대한이 빼려는 몸을.

조선은 허락하지 않았다.

대한이 조선에게로 함몰했다.

아직도 뜨거운 그녀의 몸 위에서.

그녀의 것을 찾는 그의 입술이.

거친 숨결이 잠잠해졌다.

일이 끝났을 때.

둘은 서로의 몸을 껴안고 키스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달콤했다.

그녀를 다치게 했을까봐 걱정됐다.

결국 몸을 나누고 곁에 누웠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큰 나무의 새들만이 지저귀는 밤.

이제 막 깨어난 두 연인.

둘은 부끄러움에 빠져들었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갈까요?”

“안 들려.”

“어땠죠?”

“아무것도 안 들려요.”

“괜찮아요?”

“우리··· 사랑한 거죠?”

“네.”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눈물만?”

“당신은 야수 같았어요.”

“미녀와 야수군요.”

“그래요. 난 미녀에요.”

“어흥.”

“당신 앞에서만 난 미녀가 돼요.”


조선이 고개를 돌려 대한을 봤다.


“난 여섯 살에 한번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했어요. 심장이 멈췄다더군요.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애정결핍인 성격이 됐어요.”


그녀가 대한의 가슴을 만졌다.


“우린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해요.”

“물론이죠.”

“당신은 날 버리지 않아요.”

“당신도 날 버리지 말아요,”

“당신은 날 사랑해요.”

“영원히 당신만 사랑합니다.”

“대한 씨.”

“네?”

“이렇게 충만한 느낌은 처음이에요.”

“나도 그래요.”

“당신은 마치.”

“영혼의 반쪽이요?”

“아이, 개구쟁이.”

“왜 내 코를 만지죠?”

“만져보고 싶으니까.”

“이건 성추행인데?”

“당신은 내 꺼니까. 내 맘이에요.”

“맘껏 갖고 놀아요.”

“하아.”

“왜 한숨을 쉬죠?”

“이 순간이 기억날까요?”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소중한 님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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