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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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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57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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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세레나데 (6)

DUMMY

진정하자, 진정하자.


“조 대표님은 만나셨습니까?”

“뭐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없습니다.”

“지금쯤 자넨.”


대한을 주무르려는 눈빛이었다.

아, 당하면 안 되는데.


“손이라도 잡을 궁리만 하고 있겠군.”

“천만에요.”

“선이가 자네 여자로 보일 테니까.”

“저랑 술부터 하시죠.”

“그래? 어떻게 얻어먹어볼까?”


11층 칵테일 바.

대한과 강 회장의 영혼이 술을 마셨다.

물론 강 회장은 향기만 맡았다.


“내 도움을 바라나?”

“간절히 간절히요.”

“영혼 주식회사에선 금지된 일이지.”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몰래 데이트하는 방법?”

“네.”

“선이랑은 어디까지 계속할 셈인가?”

“끝까지죠.”

“그럼 먼저 숙소부터 알아내야지.”

“조선 씨 숙소요?”

“아마 13층일 게야.”

“그게 끝입니까?”

“정확한 장소는··· 자네가 직접 캐.”

“재미있으십니까?”

“알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

“절 좀 도와주십시오.”

“여자 집이란 건 말이야.”


강 회장의 영혼이 무게를 잡았다.


“함부로 가선 안 돼.”

“직접 초대받으라는 거군요.”

“물어보면 쪽팔릴까?”

“그렇겠죠, 역시?”

“영혼은 출입이 금지된 장소야.”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자러 가는 꼬라질 못 봤으니까.”

“그럼 충고라도 해주십시오.”

“아무 짓도 하지 마.”

“예?!”

“지금 자네 뇌 속은 섹스 만땅이거든.”

“이해는 정확히 하셨네요.”

“여자들은 귀신같이 알지.”

“눈치로요?”

“본능적으로.”

“그럼 전 어떡하죠?”

“정말 팔푼이 인간이로구만. 자네가 달라붙을수록 여자는 튕겨.”

“그러니까 방법을 좀.”

“며칠간 내버려둬.”

“그럴 순 없습니다.”


대한이 말했다.


“왜?”

“기대치가 계속 눈에 밟힙니다.”

“방해라도 할까 봐?”

“그러니 마냥 기다릴 수야 없죠.”

“예전엔 훨씬 쉬웠는데.”

“네?!”

“여자 꼬시기. 지금은 노답이야.”

“어떻게 하셨는데요?”

“돈!”

“저한테는 그마저도 없습니다.”

“그럼 매력을 더 발굴해야지.”

“저한테 쓸만한 게 있을까요?”


대한의 사기가 바닥이었다.

충고하는 강 회장과 말이 엇나갔다.


“이봐.”

“어떡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믿죠?”

“자, 여자란 동물은 말이네.”

“저한테 사랑은 사치일까요?”

“사랑하는 남자가 불행해야 행복해져.”

“네?!”

“여잔 다 그래. 왠지는 몰라.”

“그러니까 조선 씨가 행복하려면.”

“자네가 계속 불행해져야··· 하네?”


대한이 짜증냈다.


“계속 횡설수설하실 겁니까?”

“이해불가겠지만! 사랑은 힘들어.”

“어쨌든 기다리란 거죠?”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대한이 일부러 톤을 높였다.


“아,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회사 내부에 비밀통로가 많습니까?”

“유감이로군.”

“모르시나 보죠?”

“곳곳마다 영혼차단막이 있어. 영리한 영감탱이라 잘도 피해 다니지.”


강 회장이 대한의 어깨를 툭 쳤다.


“난 자네한테 솔직한 영혼이야.”

“저도 영혼한테 솔직한 인간이죠.”

“언젠가 잘 좀 봐줘.”

“오래 걸릴 겁니다.”

“뭐 더 궁금한 건 없나?”

“조선 씨가 뭘 좋아하는지는 아세요?”

“선이야 초콜릿하면 깜박 넘어가지.”

“아, 감사합니다.”

“그래. 자넨 할 수 있을 게야.”


강 회장의 영혼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대한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가상체험 직후의 일이 떠올랐다.


“내 실험의 결실이.”


대한은 영혼 주식회사의 캡슐과.

무의식에서 본 캡슐.

안 보이는 회장님.

희미한 과학자.

모두에게서 연관성을 찾았다.

그 둘은 타인이었다.

그렇지만 연결되어 있는 타인이었다.

반차를 낼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전화를 걸었다.


“다영 씨.”

-어? 목소리에 술기운이 있네?

“예?!”

-복통이라고 할 테니까 내일 나와.

“제가, 죄송합니다.”

-끊을게. 실망인 걸?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들통이 나도 맘이 편했다.

띵!

1층.

편의점으로 가서 생수를 샀다.

꿀꺽꿀꺽 마셨다.

술기운이 조금 가라앉았다.

휴대폰으로 초콜릿가게를 검색했다.

근처에 맛집이 있었다.

핑계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당신 생일인 줄 알았어요!’

‘단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쏴아아.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닐우산을 사서 회사를 벗어났다.

디저트 전문점.

케이크와 초콜릿이 진열돼 있었다.

고심하면서 고르는데 소리가 들렸다.


“아빠, 저거 사줘.”

“혜미야? 사 주세요. 해야지?”

“엄마, 나 저거. 저거.”


옆에 있는 한 가족이 보였다.

엄마 아빠와 네 살배기 여자아이.


“저거 사줘. 저거.”

“여보, 괜찮겠어?”

“혜미 생일인데 뭐.”


뭉클한 무언가가 솟구쳤다.

가족.

보살피고 보살핌 받는 관계.

남은 인생.

조선과 누리는 행복한 결혼생활.

정말 그날이 올까?

그녀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날.

자신을 이끄는 운명의 힘.

기대치와 예정된 승부.

회장의 숨겨진 발톱.

최후의 웃는 자?


“이걸로 주십시오.”


초콜릿 상자를 골랐다.

즉흥적이지만 간절하게 쓴.

카드와 함께 포장했다.

회사로 돌아왔다.

띵!

직원숙소로 와서 캡슐에 누웠다.

아무래도 한잠 자야 할 것 같았다.




* * *




여섯 살이 얼마 안 남은 대한.

전선이 가득한 헬멧을 쓰고 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시간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다.

투명인간 취급이다.

화가 잔뜩 난다.

개방병실의 건너편.

소녀도 헬멧을 쓰고 있다.

소녀는 화내지 않는다.

의사들한테 친절하다.

말도 잘 듣는다.

의사들은 소녀를 좋아한다.

대한은 그런 소녀가 밉다.


“선아, 선아!”


소녀가 눈을 감아버린다.


“야! 너 바보 같애!”

“소리 지르지 마라.”


의사 하나가 주의를 준다.


“난 쟤랑 얘기하고 싶어요.”

“실험을 방해할 셈이냐?”

“같이 있게 해줘요.”

“왜 그래야 하지?”

“그래야 조용해질 테니까요.”

“끄응.”


의사가 동료와 얘기를 한다.

침대만 서로 붙여놓으면 된다.

그렇게 간단한 일도 그들은 의논한다.

정말 바보천치들이다.


“박사님한테 이를 거예요.”


의사와 동료들이 함께 쳐다본다.


“당신들이 실험을 망쳤다고 할 거야!”


그제야 그들이 당혹스러워한다.

급한 놈이 우물을 판다.


“말도 지지리 안 듣는 녀석.”


두 사람의 침대를 함께 붙여놓는다.

소녀의 숨결소리마저 들린다.


“선아, 눈 떠.”

“싫어.”

“내가 미안했어.”

“싫어.”

“내가 싫어?”

“싫어. 앞으로도 싫을 거야.”


대한은 뭔가 다른 방법을 찾는다.


“널 위해 가져왔어.”

“하지 마.”

“눈 떠. 그리고 뭔지 봐.”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

“눈만 떠. 그럼 말 안 걸게.”


소녀가 눈을 뜬다.

그녀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대한의 손바닥에 있는 건 지렁이다.

꿈틀꿈틀.

징그럽기 짝이 없다.


“그거 선물이니?”


소녀가 관심을 가진다.

대한이 씩 웃으며 지렁이를 감춘다.


“나한테 사정하면 줄 수도 있어.”

“미쳤다.”

“왜? 넌 지렁이가 싫어?”

“넌 좋아?”

“우리랑 지렁이가 다른 게 뭔데?”

“넌 정말 바보야.”

“꽃다발도 싫다며.”

“난 싫다고 한 적 없어.”

“싫어했어.”

“니가 맘대로 짓뭉개버렸잖아.”

“넌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았어.”

“아냐. 난 꽃다발을 좋아했어.”

“거짓말쟁이.”

“억지쟁이.”

“선아, 아프지 않니?”

“뭐가?”

“머리. 아프지 않느냐고.”

“좀 아파. 넌?”

“난, 니가 아프면 아파.”

“대한아.”

“왜?”

“넌 진짜 이상한 애야.”

“너도 정상은 아냐.”

“난 정상이야. 박사님이 그랬어.”

“박사님 말을 믿어?”

“믿어. 박사님이 우릴 실험한 이유는.”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그래.”

“엄마 아빠 생각은 안 나?”

“나. 아냐, 기억에 없어.”

“나도 그래.”


대한이 손을 꼼지락대며 말했다.


“우리들이 고아라서 선택된 게 아냐.”

“그럼?”

“부모한테서 사온 거야.”

“말도 안 돼.”

“우릴 고아로 만든 건 박사님이야.”

“니 말 듣기 싫어.”

“싫어도 들어야 돼. 박사님은 우리랑 아무 사이도 아냐. 그냥 멍청한 개처럼 육지에서 끌고 온 거야.”

“때가 되면 내보내준다고 하셨어.”

“믿지 마!”

“소리 지르지 마.”


소녀가 대한의 팔을 꼬집는다.


“아야!”

“널 꼬집고 싶지 않아.”

“힘이 세서 좋겠다!”

“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너랑.”

“왜?”

“싸우는 건 나쁜 짓이니까.”

“너 참 바보다.”

“뭐가?”

“TV유치원에서 하는 말을 다 믿니?”

“난 니가 정말 걱정돼.”

“선아, 머리 아픈 건 나아졌어?”

“응.”

“나랑 얘기하길 잘했지? 머리도 낫고.”

“글쎄. 대한이 넌 신기한 애야.”

“난 선이 너랑 결혼하고 싶어.”

“결혼?”


대한도 소녀도 목소리를 낮춘다.


“그래야 아이를 낳을 수 있잖아.”

“아이를 낳는 건 여자야.”

“그래? 남자는 필요 없는 거야?”

“아니. 남자도 필요해.”

“그러니까 결혼해서 아이를 갖자.”

“왜?”

“그럼 좋을 것 같아서.”

“하더라도 너랑은 안 해.”

“웃긴다.”

“뭐가?”

“나 말고. 또 어디 누가 있는데?”

“많아. 엄청 많이 있어.”


작가의말

19금 신고가 없어서 다행 중...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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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지킬 것과 버릴 것 (3) +12 20.06.12 81 6 10쪽
64 지킬 것과 버릴 것 (2) +12 20.06.11 83 7 10쪽
63 지킬 것과 버릴 것 (1) +12 20.06.11 8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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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반란의 조짐 (1) +22 20.06.10 93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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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기대치의 음모 (4) +14 20.06.09 87 9 10쪽
58 기대치의 음모 (3) +10 20.06.08 87 7 10쪽
57 기대치의 음모 (2) +12 20.06.08 90 8 10쪽
56 기대치의 음모 (1) +8 20.06.07 94 7 10쪽
» 세레나데 (6) +14 20.06.07 92 7 10쪽
54 세레나데 (5) +10 20.06.06 92 6 10쪽
53 세레나데 (4) +10 20.06.06 89 7 10쪽
52 세레나데 (3) +16 20.06.05 9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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