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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72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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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세레나데 (1)

DUMMY

평생을 걸친 실험의 결실?

혹시···

영혼 주식회사?

아니다.

대한은 머리를 흔들었다.

지나친 억측이다.

가상현실일 뿐이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


사무실을 나왔다.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현실의 그녀를 만나야만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왔다.

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회사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이었다.

원하던 물건을 샀다.

허겁지겁 회사로 되돌아왔다.

13층.

약속 없이 대표이사실로 걸어갔다.

그녀를 만나야 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야 가상현실의 조선이 지워진다.

똑똑.

여비서가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사장님 계시죠?”

“네?! 아, 네.”


대한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선이 서류를 읽다가 일어섰다.


“대한 씨.”

“단둘이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쫓아온 여비서가 신경 쓰였다.


“나가봐요. 약속이 있었는데 깜박했네.”

“네, 사장님. 그럼.”

“미안해요.”


여비서가 문을 닫고 사라졌다.

이제 단둘만 남았다.

밖에서 사온 물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조선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걸, 저한테?”

“네.”

“왜죠?”

“그냥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 뭐라고 해야 할지.”

“받아주십시오.”


대한이 장미꽃다발을 건넸다.

조선이 향기를 맡으며 활짝 웃었다.


“아, 어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대한과 조선이 소파에 마주앉았다.

꽃다발은 중앙에 놓였다.


“주신 거니까 고맙게 받을게요.”

“놀라셨나요?”

“네. 근데 어쩌다 제 차지가 됐죠?”

“무슨 말씀인지.”

“애인한테 주려던 거 아니에요?”

“대표님, 아니 조선 씨 겁니다.”


조선이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알았다. 뇌물이군요?”

“친구가 되자는 제스처죠.”

“여친이 필요하세요?”

“남친이 있으십니까?”

“엄밀히 말하면, 있어요.”

“아, 네.”

“그 사람은 친구를 위할 줄 알죠.”

“그래요?”

“잘 생겼어요.”

“기대치가 잘해주나 보군요.”


대한이 크게 낙심했다.

조선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여자한테 먹히는 남자도 있죠. 제가 뭐라고 감 놔라 배 놔라. 당연하죠. 죄송합니다. 제가 성급했네요.”

“어머, 뭐가요?”

“네?!”

“뭐가 당연하고 죄송해요?”

“그거야, 남친이라면.”

“그게 누군데요? 기 전무님? 대치 씨?”

“네. 그 빌어먹을 대치 씨.”

“아뇨. 저랑 가끔씩 술은 해요.”

“그것뿐입니까?”

“뭐. 거짓말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긴 하지만. 저한테 친구는··· 거기.”

“거기?”

“거기요. 위대한 씨.”


대한은 좋아서 죽을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만지고 싶었다.

손등이든 입술이든.

아니, 아직까진 제정신이었다.


“너무 소문에 휘둘리지 마세요.”

“회사에 엄청 깔리긴 했죠.”

“회장님 명령으로 만나긴 했지만.”

“명령으로?”

“정식으로 데이트는 딱 두 번 했어요.”

“두 번씩이나요?”

“진짜 안 맞았어요, 나랑은.”

“나하고는 어땠습니까?”

“뭐 튕길 때만 빼면 좋은 친구죠.”

“몇 점이나 줄 수 있죠? 친구로서.”

“저는요?”

“조선 씨요? 궁금하십니까?”

“나만 손해 볼 순 없으니까요.”

“친구로서 조선 씨는 빵점입니다.”

“엥?!”


놀라는 조선의 모습이 귀여웠다.

게다가 자신을 친구라고 말했다.


“이제 제 점수를 말해주시죠.”

“난 90점 주려고 했는데.”

“지금은요?”

“빵점. 마이너스요.”

“그럼 다시 시작해야겠네요.”

“아무래도 한참 걸리겠죠?”


조선이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이 회사의 대표로 사는.

온갖 스트레스와 대결해 싸우는.

한 가녀린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

대한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살살 손등을 쓰다듬었다.


“어, 이건··· 뭐죠? 마사지?”

“온종일 하고 싶었던 겁니다.”

“아아. 네?!”

“이런 피부는 얼마면 살 수 있을까.”

“후훗.”

“나한테 팔아요. 삽시다.”

“싸구려 같진 않고. 5억?”

“에이.”

“손님은 얼마나 생각하시는데요?”

“5백이면 모를까.”

“뭐요?! 5백? 겨우?”


조선이 손등을 빼서 입김을 불었다.

다른 손바닥으로 싹싹 닦았다.


“뭐하는 겁니까?”

“잘 닦아놓으려고요. 재고가 둘뿐이니.”

“언젠가는 나한테 팔아야할 걸요?”

“알아요? 대한 씨 많이 변하신 거?”

“좋은 쪽입니까?”

“날마다 발전이죠.”

“조선 씨 덕분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울증이라고는 믿기질 않아요.”

“당신만 보고 있으면 그렇게 돼요.”

“내가 우울증 치료제인가요?”

“과거에도 경험했습니다.”

“과거?!”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우울증을 힘들 때 앓았군요.”

“여자애가 있었죠.”

“예뻤어요?”

“함께 잤습니다.”

“뭐 그런 얘기까진.”

“약을 끊고도 괜찮았어요.”

“지금은요?”

“네?!”

“뭐든 여자가 있었다는 거네요!”


대한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어떤 여자한테든 여자 얘긴 금물이다.


“조선 씨는 없었습니까?”

“많았어요. 한 다스도 넘게.”

“당연히 그랬겠죠.”

“우리 혹시나 게임할래요?”

“혹시나?”

“‘혹시나’로만 묻고 답하는 거예요.”

“좋습니다. 하시죠.”

“혹시나 날 여자로 느낀 적이 있나요? 단 한번이라도?”

“그건 왜 묻습니까.”

“혹시나.”

“혹시나 있습니다. 예뻐서는 아닙니다.”


대한과 조선이 치고 빠졌다.


“왜요? 안 예쁘단 거예요, 혹시나?”

“혹시나 솔직히 헷갈립니다.”

“뭐가요? 혹시나!”

“영혼일 때 반했으니까요. 혹시나.”

“혹시나 육체엔 매력이 없으시다?”

“혹시나 전 어떻죠?”

“남자로 어떠냐는 말씀?”

“네. 잘 생기진 않았죠, 제가.”

“잘난 구석이 별로 없죠,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했습니다.”

“그만할까요, 혹시나?”

“그만두죠.”


게임이 끝났다.

양쪽 다 상처뿐이었다.

다시 관계를 회복해야 했다.

둘이 동시에 말했다.


“조선 씨.”

“대한 씨.”

“먼저 하십시오.”

“죄송해요.”

“제가 죄송하죠.”

“실은 저··· 많이 차였었어요.”

“조선 씨가요?”

“사윗감에 눈이 팔린 인간들한테.”

“외국 생활을 했다면서요.”

“네. 절친 하나 못 사귀었다는 게 콤플렉스에요, 저한테는. 근데 대한 씨는···.”

“말씀하시죠.”

“날 거리낌 없이 대해줬어요.”

“이상하게 친숙했거든요.”

“제가 꿈 얘기는 했죠?”

“네.”

“대한 씨가 소년으로 나와요.”

“똑똑하고 잘생겼습니까?”

“천방지축이고 못됐어요.”

“훗. 꿈에선 들켜버렸네요.”

“걱정이 돼요.”

“뭐가요?”


조선이 다시 꽃향기를 맡았다.


“제 운명을 누구와 엮어가야 할지.”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네?”

“조선 씨는 든든한 보호자죠. 현재고, 과거고, 미래형이고.”

“거의 백점짜리 답안지네.”

“백점짜리 선생님이니까요.”

“대한 씨, 난 감당하기 힘든 여자에요.”

“술친구가 필요합니까?”

“나도 당신처럼 발전하고 싶어요.”

“발전이요?”

“약도 끊고 변하고 싶어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조선이 미소 지었다.

대한도 따라서 웃었다.


“사장님?”


여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가실 시간입니다.”

“아, 알았어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네. 미안해요.”


둘이 마주 일어섰다.


“오늘 저녁엔 혹시나?”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어요.”

“아, 혹시나 해서.”

“내일! 내일 저녁은 어떠세요?”

“전처럼 식사하는 건가요?”

“네. 원하신다면.”


세상에, 완전 간절히 원합니다.


“어디 한번 시간을 내보죠.”

“내일 저녁7시에 오세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대한이 목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몸이 두둥실 떠오르려 했다.

조선 씨와의 두 번째 데이트.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녀와 남친이라니.

아니, 너무 성급했다.

남친까지 될 수 있다니.


“뭐야. 아주 신이 났구먼.”


강 회장의 영혼이 다가왔다.

무시하고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대답 안할 건가?”

“나무아미타불.”

“연애의 기본은 아나?”

“관세음보살.”

“어이쿠. 세게 나오네.”

“하긴 저보다야 고수시겠죠.”

“연애의 기본은 밀당이 아니야.”

“뭡니까, 그럼?”

“진심. 진심이어야 해.”

“강 회장님 맞으십니까?”

“진심은 반드시 통해.”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나.”

“강 회장님이요?!”

“살았을 땐, 나 정말 끝발 날렸어. 서울? LA, 제주도 찍고. 근데 죽을 때가 되니까. 딱 한 여자만 기억나더군.”


7층 버튼을 눌렀다.


“자기 여자로 만들 방법은 딱 하나야.”

“듣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돈을 보여줘.”

“드라마에선 쉽게 하죠.”

“선이를 행복하게 만들 자신 있나?”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세레나데를 부르게.”

“세레나데요?”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해.”

“밀당의 성공률이 더 높을 텐데요?”

“수단방법을 가리지 마.”

“그렇지만.”

“오직 그녀만 생각해. 연예인, 머슴, 마술사. 뭐든지 돼. 가슴으로 노랠 부르게.”


강 회장의 영혼이 사라졌다.

띵.

7층 피트니스센터.

러닝머신 앞.

민구가 손 선풍기를 틀고 있었다.


작가의말

따끈따끈한 썸 대령이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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