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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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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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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4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1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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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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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지킬 것과 버릴 것 (3)

DUMMY

징계가 없다고?

반란을 일으켰는데?


“눈 부라릴 것 없어. 자, 각서야. 봐.”


대한이 A4용지를 받아들었다.


-나 기대치는.

-앞으로 절대 영혼들을.

-선동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이게 다라고요?”

“알려준 것만도 감지덕지해.”

“스파이한테 각서를 받으셨습니다.”

“그게 어때서?”

“스파이라니까요?”

“그게 어때서?”

“아뇨, 됐습니다.”

“자네도 알아야한다고 해서 밝혔어.”

“한 상무님이요?”

“아니, 조 대표가.”

“대한 씨 행동은 잘못일지 모르지만.”


조선이 항변했다.


“넌 가만있어.”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먼저였어요.”

“네가 어떻게 알아? 계집애가 어디서.”

“회장님!”

“이 자식이?! 어디서 감히!”

“대표님은 놔두십시오.”


조 회장이 대한과 조선을 노려봤다.


“잘하면 치겠구만.”

“호칭은 제대로 해주십시오.”

“좋아. 조 대표는 입 다물게. 자넨 더 캘 생각 말고 이쯤에서 접어.”


조선이 대한 편을 들어줬다.

이젠 덤벼들지 말아야지.

더 이상 미운털은 박히지 말자.


“죄송합니다, 회장님.”

“안 그럴 수가 없지. 안 그래?”

“네, 제 생각이 짧았고 어렸습니다.”

“지휘체계는 회사의 기둥이야.”

“회장님 말씀 잘 새겨듣게.”

“그걸 어긴 직원은 내버려두지 않아.”

“알겠습니다.”

“여긴 회사야. 보육원이 아니고.”

“보육원이요?”

“또 토를 달 건가?”

“아닙니다.”

“좋아. 됐어, 그럼.”


회장이 A4용지를 가져갔다.

한 상무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대한 군은 연봉감면이 있을 걸세.”

“회장님께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뭘.”

“기 전무님도 제 도청사실을 압니까?”

“목숨이 달랑거릴 텐데 말했을까 봐? 한 상무 짓인 줄 알아.”

“일단은 감사합니다.”

“자넨 제멋대로인 것만 빼면 쓸 만해.”

“충성심도 강합니다, 회장님.”

“그렇게 읽히던가?”

“네.”

“난 충성하는 직원을 내치진 않아.”

“이제 그만 가보게.”


한 상무가 다급하게 말했다.

대한의 속마음을 읽었으니까.


“솔직히 놀랐습니다.”

“자네가 한 일을 묵과할 순 없었네.”

“사실 난 정직처분을 내리려고 했어.”

“회장님이요?!”

“조 대표가 결사적으로 막았지.”

“그랬군요.”

“오너로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러시겠죠.”

“그러니까 징징대지 마.”

“회장님은 어떻게 선택하십니까?”

“뭘 선택해?”

“지킬 것과 버릴 것을.”

“무슨 뜻이지?”


안 돼.

하지 마!


“기 전무님은 지키고 전 버리셨죠.”

“그러니까 자네 말은.”

“왜 절 카드 패에서 빼신 겁니까?”

“뚫린 입이라고 감히.”

“회장님 앞에서 무슨 막말인가!”

“죄송합니다, 상무님.”

“아냐, 놔둬. 더 들어보자고.”

“물론 회장님의 지시에 따를 겁니다.”

“혹시 대치를 질투하는 게야?”

“이해가 안 가서요.”

“누군 혼내고 누구는 예뻐한다? 네가 그렇게 잘났어?”

“비유가 적절치 않네요.”

“이건 정치야. 네깟 게 정치를 알아?”

“모릅니다.”

“근데 뭐가 잘났어.”


회장의 무시가 이어졌다.


“왜 또 우거지상이야?”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실컷 해. 사직서라도 던지게?”

“대한 씨.”

“귀찮게 굴지 말고 여기서 뼈를 묻어.”

“실제로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죠.”

“죽더라도 난 찾아오지 마.”

“그럴 마음 없습니다.”

“회의 끝! 나가.”


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한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은 안타까운 눈빛이었다.

대한이 천천히 일어나 허릴 굽혔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뚜벅뚜벅 상무실을 나갔다.

뒤에서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방진 놈.”


복도로 나가서야 후회했다.

휴우.

회장의 눈앞에서 대들다니.

조선을 이렇게 실망시키다니.

왜 자신은 고분고분하지 못할까.

왜 언제나 싸움닭처럼 굴까.

저녁 데이트는 가능할까?

조선 씨가 연락해올까?

연봉은 얼마나 감면?

망했다!

아니다.

자신한텐 당당할 권리가 있다.

무조건 비굴하게 고갤 숙이긴 싫다.

띵!


“왜 이렇게 우울해?”


유나다.

특수처리반 사무실.

자신도 모르게 되돌아와 있었다.


“상무님한테 한소리 들었구나?”

“아뇨.”

“또박또박 대들다가 혼났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뻔하지. 자기 성질머리도 더러워.”

“그러게요.”

“기왕이면 잘 보이지 그랬어.”

“그러니까요.”

“보약이라도 챙겨줄까?”

“네에?!”

“하하! 아냐. 다영 씨가 조퇴라 대신 걱정해준다.”

“어디 가셨는데요?”

“애가 아픈가 봐. 엄마니 별 수 있어?”

“가족이란 건··· 참 따뜻한 거겠죠?”

“아무리 미친년 같이 굴어도 내 편이 돼줘. 그거 하난 좋지.”

“부럽네요.”

“자기도 가족을 만들어.”


대한한테 가족은 이들뿐이었다.


“유나 씨.”

“응?”

“제가 너무 충동적인가요?”

“여전히 사춘기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못 벗어났고. 엉덩이를 떼찌해야 해.”

“그렇죠?”

“아무렴.”


하루가 휙 지나갔다.

조선 앞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회장한테는 단단히 찍혔다.

아!

정말 한심스럽다.

기대치는 건드릴 수 없는 사자였나?

어쨌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특히나.

사랑하는 여자를 곤란하게 하지 말자.


“내일 뵙겠습니다.”


특수처리반에서 쓸쓸히 퇴근할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조선이었다.


“조선 씨?”

-네, 저에요.

“아깐 고마웠습니다.”

-괜찮으세요?

“그럼요.”

-회장님 대신 사과드릴게요.

“조선 씨 입장은 생각도 못하고.”

-대한 씨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요.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혹시?

“데이트 때문인가요?”

-아마도?

“아, 그랬죠. 난 잊고 있었는데.”

-어머, 진짜요?

“지금 이 순간만 기다렸습니다.”

-그러셔야죠. 기분은 어때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죠.”

-저녁식사 말인데요.

“레스토랑입니까?”

-제가 드릴 말씀도 있고.

“네.”

-뭐 음식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네?”

-제 숙소에서 드시는 게 어때요?


어떠냐고?

하느님 맙소사.


“전, 그 생각이, 참 맘에 드네요.”

-그럼 13층으로 오세요.

“뭐 가져갈 거라도?”

-아뇨. 몸만 오세요. 그냥 몸만. 자꾸 몸이라고 하니까 이상한데. 그냥 오세요.

“그러죠.”

-기다릴게요. 그럼.


전화가 끊겼다.

그녀가 숙소로 자신을 초대했다.

그녀가 저녁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녀가 피곤한데 자고 가라고 했다.

아니다.

아직 거기까진 아니다.

몸에서 냄새는 나지 않나 점검했다.

에어컨 바람 덕에 봐줄 만했다.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난 괜찮은 남자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사랑하는 여잘 만나는 거다.

세상이 끝장나는 것도 아니고.

내일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 여자 집에 초대받은 거다.

13층 대표이사실로 찾아갔다.

기분 좋은 설렘.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여비서는 없었고 방문은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섰다.

조선은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었다.

라일락냄새가 은은히 풍겼다.


“괜찮아요?”


그녀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대한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가 진심으로 대한을 걱정했으니까.


“네. 분부대로 몸만 왔습니다.”

“와줘서 기뻐요.”

“저녁은 어디서 먹죠?”

“제 숙소가 이 방과 연결됐거든요.”

“압니다.”

“영혼들도 못 들어와요.”

“다행이네요.”


대한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인도해주시죠.”


조선이 대한의 손을 잡았다.

거대한 액자 앞에 나란히 섰다.

압도당할 만큼 강렬한 그림이었다.

파도와 정면으로 싸우는 운명을 그린.


<전함 테메테르의 마지막 항해>


“누구 작품이게요?”

“윌리엄 터너.”

“어머, 대한 씨!”

“배경화면에 깐 적이 있었어요.”

“심미안이 있으셨네.”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죠.”

“저도요. 우린 취향이 같네요.”

“이 그림 속이 숙소인가요?”

“네.”

“초대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액자 옆에 지문인식 장치가 있었다.

조선이 손바닥을 댔다.

액자가 붙은 문이 안으로 떠밀렸다.

두 연인이 걸어 들어갔다.

문은 금방 원래대로 닫혔다.


“제가 첫 번째 남자겠죠?”

“이 방의?”

“믿겠습니다.”

“진짠데.”

“알았어요.”

“영광인 줄 아시라고요.”

“첫 번째라서 감개무량합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좀 둘러봐도 됩니까?”

“그럼요.”

“여자 집은 처음이라서.”

“어유, 느물느물해.”

“편하게 있습니다, 저?”

“음식 덥힐 때까지 여기 계세요.”

“상의는 벗고 싶은데요.”

“아, 이리 주세요.”


조선이 대한에게서 옷을 받아들었다.

옷걸이에 대한의 상의를 걸었다.

그녀의 옷 바로 곁이었다.

주방으로 가는 조선.

대한은 집의 규모에 놀랐다.

대충 잡아도 40평은 넘어보였다.


“집이 꽤 크네요!”

“네! 쓸데없이 크기만 해요!”


소파에 앉아봤다.

너무나도 푹신했다.

그녀가 앉았던 소파.

일어나서 돌아다녔다.

인테리어마다 놀라웠다.

눈에 편안한 조명들에서.

따뜻한 금속의 느낌이 났다.

벽에 촘촘히 걸린 액자를 봤다.

조선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장소는 모두 해외였고, 혼자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혼자서.”


작가의말

두번째 사랑도 안전히 패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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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킬 것과 버릴 것 (3) +12 20.06.12 81 6 10쪽
64 지킬 것과 버릴 것 (2) +12 20.06.11 83 7 10쪽
63 지킬 것과 버릴 것 (1) +12 20.06.11 85 7 10쪽
62 반란의 조짐 (2) +14 20.06.10 89 10 10쪽
61 반란의 조짐 (1) +22 20.06.10 93 13 10쪽
60 숙소 찾기 +14 20.06.09 85 8 10쪽
59 기대치의 음모 (4) +14 20.06.09 87 9 10쪽
58 기대치의 음모 (3) +10 20.06.08 87 7 10쪽
57 기대치의 음모 (2) +12 20.06.08 89 8 10쪽
56 기대치의 음모 (1) +8 20.06.07 9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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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세레나데 (5) +10 20.06.06 92 6 10쪽
53 세레나데 (4) +10 20.06.06 89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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