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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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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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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6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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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레나데 (2)

DUMMY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영혼들한테 선풍기 바람을 날렸다.

저게 정말 효과가 있다니!

귀찮은 듯 영혼들이 사라져갔다.

정말 영특한 녀석이다.

반가워서 한걸음에 갔다.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렸다.


“민구야.”

“어?!”


뒤돌아보는 민구의 표정이 낯설었다.

얼이 반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누구시죠?”

“누구냐고? 장난해?”

“장난이라뇨. 절 아십니까?”

“날 몰라? 네 헛소릴 다 들어줬잖아.”

“모릅니다, 전. 누구신지.”


세상에.

이 자는 대한을 경계하고 있었다.

민구의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왔을까?

뒷조사를 하다 또 들켜서.

설마 기대치가 다시?


“영혼이 바뀐 거냐?”

“영혼이 바뀌다니 무슨 소리죠?”

“발뺌해도 소용없어.”

“이 양반이 정말? 당신이 누군데?”

“미안하다, 민구야.”

“뭐가?!”


순식간에 민구 목에 헤드록을 걸었다.

충격요법을 쓰기 위해서다.

민구한테 붙은 영혼을 끌어내려면.

일단은 정신부터 잃게 만들어야 했다.


“헉!”


대한은 고등학교 레슬링부에 있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나?

가장 잘한 기술이 있었다.

민구가 발버둥 쳤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헤드록을 잘못하면 질식될 수 있었다.

지금은 기절만 시킬 거였다.


“으으.”


헤드록을 풀었다.

바닥에 주저앉혀 똑바로 눕혔다.

어떻게 민구 영혼을 다시 집어넣지?

민구의 배에 손바닥을 대고 속삭였다.


“자, 내 말 들려? 민구야, 민구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한이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했다.

곧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잘 들어. 네 탯줄이 딴 영혼한테 연결돼 있어. 어서 들어가! 내가 도와줄게.’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탯줄이 불거져 나왔다.


‘딴 영혼은 들어라! 어서 나와! 자유로워지란 말이야. 평생 괴롭고 싶어? 악령주식회사로 내쫓아줄까? 어서 나와, 어서!’


한 시간 같은 일분이 흘렀다.

손에서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탯줄과의 연결.

마침내.

민구가 고통스러워하며 눈을 떴다.

대한이 그의 뺨을 계속 때렸다.


“정신이 들어? 민구야!”

“으으윽.”

“돌아온 거니? 왔어? 민구 너야?”

“아, 때리지 마.”

“괜찮냐고, 인마!”

“야! 일어날게. 됐냐?”


대한이 민구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

“아, 그럼. 대통령님이지.”

“내 대답은 뭘까?”

“영혼의 재활용.”

“맙소사, 휴우. 돌아왔구나.”


대한이 민구를 와락 껴안았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흩어졌다.


“난 정말, 널 잃은 줄 알았어.”

“너랑 찢어지는 걸 고민해봐야겠다.”

“얼마나 됐니, 영혼이 바뀐 지?”

“난 바뀐 줄도 몰랐어.”

“언제냐고.”

“가만있어봐. 생각 좀 하고.”

“어지럽니?”

“생각났다! 오전11시.”

“뭐?!”

“나 어떻게 된 거냐? 대한아.”


손목시계를 봤다.

식겁할 노릇이었다.

놈의 기술이 더 진화했다.

영혼을 바꿔치기하는데 겨우 30분.

하긴 그렇게 야메 수술이었으니까.

민구한테 온 영혼이 탯줄을 끊었겠지.

민구 영혼도 곧 탯줄을 이었을 거고.

무대뽀였지만···.

정말 아슬아슬했다.


“그보다 대한아,”

“응?”

“한잔 때리면 안 될까?”

“이번엔 사람이 맞는 거지?”

“그것도 질문이냐?”

“그럼 됐다. 가자.”


민구와 엘리베이터로 갔다.

이번엔 운이 참 좋았다.

시간이 결정타였다.

탯줄이 말랑말랑해서 바꾸기 쉬웠다.

아니, 바꾸는 게 가능했으리라.

기대치를 어째야 하지?

일단 11층으로 갔다.

칵테일 바.

바텐더가 얼른 위스키를 내왔다.


“되찾아줘서 고마워.”

“돌아와줘서 고마워.”


둘 다 원샷.

짜릿한 느낌이 목젖을 타고 퍼졌다.

친구란 이렇게 좋은 거구나.

복잡한 감정이 들끓었다.


“널 잃었을까 봐 무섭더라.”

“헤드록 잘못하면 뒤지는 거 아니냐?”

“난 실패한 적 없었어, 민구야.”

“또 살려줘서 고맙다.”

“어떻게 두 번을 내리 당하니?”

“으으, 세 번은 없어!”

“이번에도 마취주사에 당한 거야?”

“마지막 발악을 하는 거겠지.”

“발악?”

“내가 뒤를 좀 캤거든.”

“나하고 한 약속 때문에?”

“그래. 욕심 좀 부렸다.”

“뭔가 알아냈어?”

“일단 한잔 더 마시자.”


바텐더가 술잔 가득 술을 채웠다.


“그러고 보니 배도 좀 고픈데?”

“안주시켜 줘?”

“아니야. 넌 상무가 못 될 거잖아.”

“어떻게 알았어?”

“기대치가 사람 써서 퍼뜨리고 다녀.”

“훗. 유치하긴 진짜.”

“양진성인가? 걔가 나발을 불던데?”

“끼리끼리 다 해쳐먹네.”

“이 회사는 기대치가 좌지우지하니까.”

“이제부턴 그렇게 안 돼.”

“섭섭하지 않아?”

“전혀.”

“좋겠다.”

“걱정은 돼.”

“무슨 걱정?”

“기대치 장단에 놀아날까 봐. 하지만.”

“네가 더 강해. 그치?”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서? 알아낸 정보가 뭐야?”

“천천히 가자. 천천히.”

“여기 ‘햄 엔 치즈’ 한 접시요.”

“야! 월급도 그대로면서.”

“안주 사줄 돈은 있어.”

“좋겠다.”

“얘기해봐.”

“빵도 줘요! 서비스로.”


민구가 서비스 빵을 우걱우걱 삼켰다.

푸짐하게 안주가 나왔다.


“내가 기대치의 정보를 캐낸 건.”

“먹어가면서 해.”

“해커 덕분이야.”

“해커?”

“전여친.”

“기대치 컴퓨터를 몰래 해킹했니?”

“사는 델 모르는데 어떻게 해킹하냐?”

“그럼 뭘 한 건데.”

“기대치의 스마트 폰.”

“전혀 모르겠어.”

“너무 쉬워. 와이파이만 켜있으면 돼.”

“그런 게 가능해?”

“걔가 회사에 와서 13층 화장실로 갔어. 회사 와이파이 암호를 풀고. 30초. 끝.”

“믿기질 않네.”

“기대치가 폰에 일기를 써놨더라.”

“일기를?”

“노땅이잖아. 잠금 화면도 복잡할 걸?”

“노트북은 패스워드가 같고.”

“일기장은 도난위험이 있고.”

“이해가 간다.”

“좋겠다.”

“결과는?”

“우선 기대치한텐 가족이 없어. 고아.”

“고아였어? 그랬으면서.”

“회장님이 후원한 보육원 출신이야.”

“보육원이라.”

“회장님이 27살의 기대치를 스카우트.”


대한이 꿀꺽 잔을 비웠다.

그래서 기대치가 후계자 후보였나?

그렇다면 많이 억울하겠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놈 때문에 모든 게 무너지려고 했다.


“결혼한 적은?”

“없어. 여자관계를 죄다 끊어놔. 한번 자면 그걸로 끝. 개망나니야, 완전.”

“불쌍하네.”

“뭐가 불쌍하냐.”

“인간관계는 어떻지? 역시.”

“용의주도!”


민구가 검지를 치켜들었다.


“자기한테 도움 되는 사람만 이용!”

“우리 정도는 웃으면서 죽이겠네.”

“소시오패스 같아. 네가 저주를 독차지하고 있어. 엄청나게 저주하고 있어. 조만간에 죽일지도 몰라. 엄청나게···.”

“수고 많았다.”

“1억만 주라.”

“어떻게 걸린 거야?”

“그러게 말이다.”

“하긴, 욕심 많은 영혼은 넘치니까.”

“대한아.”

“왜.”

“기대치가 왜 싫은지 아냐?”

“이유야 많지.”

“툭하면 날 불러서 쫀다?”

“빼빼랑 뚱뚱이가 끌고 가지?”

“질질.”

“그래서?”


민구가 분한 듯 주먹을 쥐었다.


“기대치 왈. 위대한이 상무감이냐? 한시원 씨로 정해졌어. 너흰 끝났다. 네가 위대한 친구인 이상 계속 고통당할 거다. 나라면 절교를 고려해볼 것이다.”

“그리고 당했구나.”


대한이 주먹을 감싸 쥐었다.


“결국 막가자는 건가?”

“우리도 대책을 세우자.”

“민구야.”

“어?”

“이젠 날 돕지 마.”

“왜?”

“너무 위험해. 게다가 한시원 씨가 날 도울 거야. 이젠 한 상무님이네.”

“상무를 너무 믿는 거 아냐?”

“믿어도 돼.”

“난 이제 괜찮을까?”

“아까 쫓아낸 영혼이 일러바치겠지.”

“기대치한테?”

“응.”

“어휴.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하나?”

“기대치는 여길 지배하려고 해.”

“우리가 막을 방법은?”

“어떡하든 증거를 잡아야지.”

“내 정보통이 기억나면 좋을 텐데.”

“그러게 말이다.”


두 사람의 잔을 채웠다.

취하고 싶었다.

둘은 한참을 더 마셨다.

조선 씨와의 일은 비밀로 했다.

직원숙소로 갔다.

민구와 포옹하고 헤어졌다.

옷을 벗고 캡슐 안으로 직행했다.

기쁨과 분노에 시달렸다.

오늘밤은 편히 잠들 거다.

더 이상의 악몽은 없을 테니까.




* * *




꿈속이다.

다섯 살 반의 대한이 사는 곳.

바람 부는 섬의 남자아이들 숙소.

군인 하나가 손전등으로 침대를 구석구석 비추고, 밖으로 나간다.

저벅저벅.

군화소리가 멀어진다.

대한이 벌떡 일어난다.

맨발로 살금살금 걷는다.


“조심해야 돼. 조심.”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걸리면 바로 독방행이다.

알면서도 계속 걷는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서다.

눈이 부시게 별빛이 쏟아진다.

바람도 강하게 분다.

옷을 꼭 여미고 맞선다.

낮에 봐둔 곳으로 걸어간다.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풀쩍 뛰어 나무줄기를 잡아챈다.

성공이다!

라일락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한밤중이라 그런지 강렬한 흰색이다.

대충 꺾어 꽃다발을 만든다.

소녀는 좋아할 거다.

너무 기뻐서 춤을 출지도 모른다.

훔친 리본으로 꽃다발을 묶는다.


“야, 멋지다.”


여자아이들 숙소로 걸어간다.

망할 개가 짖으면 어쩌지?


작가의말

여러분의 새 아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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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킬 것과 버릴 것 (2) +12 20.06.11 8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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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반란의 조짐 (1) +22 20.06.10 94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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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기대치의 음모 (4) +14 20.06.09 88 9 10쪽
58 기대치의 음모 (3) +10 20.06.08 88 7 10쪽
57 기대치의 음모 (2) +12 20.06.08 90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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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세레나데 (5) +10 20.06.06 92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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