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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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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5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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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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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지킬 것과 버릴 것 (4)

DUMMY

대학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

청초한 여인이 웃고 있었다.

동료들과 꽃다발을 들었다.

어디에도 회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와 찍은 사진을 찾아봤다.

단체 셀카 사진은 많았다.

다행히 둘만 찍은 사진은 없었다.

풍경사진도 보였다.

일출과 낙조.

갈대밭의 도도한 물결.

안개 낀 산과 파도치는 바다.

모두가 자연스런 구도였다.

취미가 출사일까?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다면.

함께 사진에 갇힐 수만 있다면.


“10대 때 사진은 없어요.”


어느 새, 그녀가 뒤에 서있었다.


“그러네요.”

“학창시절이 많이 힘들었어요.”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고 했나요?”

“네. 적응할만하면 옮기고. 또 옮기고.”

“몇 군데나?”

“한 여섯 곳?”

“와.”

“4개국 언어는 해요.”

“전 상상이 안 갑니다.”

“친구는 유모뿐이었어요.”

“나랑 펜팔하면 좋았을 텐데.”

“펜팔 킬러였어요?”

“내 글 솜씨는 이미 알잖습니까.”

“나 이외엔 누구한테도 주지 말아요.”

“명령입니까?”

“난 하고 안하고가 분명해요.”

“똑 부러진 여자인 줄은 압니다.”

“늘 명심하시길.”


조선의 뒤를 쫓아 식당으로 갔다.


“바로 대표이사가 된 겁니까?”

“대학 졸업하고 바로요.”

“힘들진 않았나요?”

“그게 왜 궁금하죠?”

“뭐랄까. 회장님이 너무 가부장적인 분인 것 같아서요. 애정표현도 못하시고.”

“아빤 늘 바빴어요.”

“제일 흔한 변명이죠.”


그녀와 주방에 도착했다.

깔끔하고 환경 친화적인 분위기.

모던한 테이블과 의자.

맛깔스런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이걸 다 혼자 차린 거예요?”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늘 혼자 드십니까?”

“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요.”

“잘 먹겠습니다.”


갈비찜과 잡채가 놓여있었다.

대한이 자리에 앉았다.

조선이 와인을 따라줬다.

이런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출세했구나, 위대한.’


어느새 긴장이 풀렸다.

잘 먹는 대한을 훔쳐보던 조선.


“갈비찜 더 드릴까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죠?”

“왜요, 맛이 이상해요?”

“아뇨. 매일 먹고 싶어서.”

“역시 선수네.”

“셰프를 하지 그랬습니까.”

“너무 띄우신다.”


와인 한 모금을 들이켰다.


“전 여자 혼자 사는 집이 처음입니다.”

“왜 그런 거짓말을 강조하죠?”

“자꾸 해야 진짜로 믿을 테니까.”

“결론이 뭔데요?”

“비교할 대상이 없다.”

“뭐예요?”

“좌우간 제 방보다는 낫군요.”

“여기서 살고 싶으세요?”


조선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었다.


“글쎄요.”

“그냥 월세로 줄까요?”

“전세가 낫겠는데.”

“세가 비쌀 텐데.”

“그럼 가정도우미로 살죠.”

“겨우 그 정도신가요?”

“그게 싫으시면 자장가라도?”

“위대한 님께서 고작···.”

“빈대가 어때서요.”

“자존심을 지키시기를.”

“사랑 앞에선 다 소용없습니다.”

“그 생각뿐이죠?”

“무슨 생각?”


대한이 느물느물하게 웃었다.

조선이 픽 웃었다.


“당신이 싫은 건 아니에요.”

“집에 초대받은 순간 알았습니다.”

“뭘요?”

“조선 씨도 원한다는 걸요.”

“헛물만 켜셨네.”

“자, 이리 와요.”

“왜 이래요? 느끼하게.”

“딴 짓 안할게 손만 잡읍시다.”

“식사만 대접하고 싶었어요, 전.”

“당신이 미치도록 그리웠죠, 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나한테서 냄새 나요. 알아요?”

“내 냄새랑 섞이면 좋겠네요.”

“대한 씨.”

“네, 조선 씨.”

“내가 싫증나면 버리실 거죠?”

“제 방에 가둬놓을 겁니다.”

“하하하.”

“당신만이 내 운명이니까.”


조선이 살짝 심쿵했다.


“정말? 그 말 다 믿어도 돼요?”

“난 당신한테 장난은 안 칩니다.”

“제가 애정결핍이라서?”

“사장님이라 함부로 못하니까.”

“훗. 진짜.”

“나란 사람이야말로 사람을 못 믿죠.”

“우리가 약간··· 비슷하긴 하죠.”


둘이 와인을 음미했다.

얼굴이 발개진 두 사람.

조선이 그윽한 시선으로 말했다.


“우린 왜 서로가 이해될까요?”

“영혼의 파트너니까.”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만나자 마자, 난 당신을 알았습니다. 영혼이었을 때 사랑에 빠졌고, 육체였을 때 더 큰 사랑에 빠져들었죠.”

“우리가 계속될까요?”

“두려운 게 뭡니까.”

“구멍이요.”

“구멍?!”

“끝없이 깊은 구멍이 있어요.”

“우리 사이에요?”

“내 안에요.”

“사랑하면 됩니다.”


대한이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사랑하면 그 구멍이 채워집니다.”

“전 그 일이 서툴러요.”

“내가 하죠.”

“대한 씨.”

“내가 노력할게요, 많이.”


조선의 눈빛이 촉촉이 젖었다.

아름다웠다.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웠다.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이 밀려들었다.

대한이 일어섰다.

걸어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조선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그녀를 껴안았다.

뜨겁고 가슴 떨리는 포옹이었다.


“날 사랑하나요?”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둘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조선이 대한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들만의 둥지로.

사랑을 나눌 보금자리로.

그녀의 침실은 넓고 호화로웠다.

대한이 옷을 벗었다.

조선이 꽃무늬 원피스를 벗었다.

고치에서 나비가 태어났다.

브래지어를 벗는 그녀.

등의 나신이 물결치듯 움직였다.

그녀의 가슴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수줍게 가리고 침대에 누웠다.

대한이 굴곡진 몸매를 감상했다.


‘아름답구나.’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이.

대한이 조선에게로 다가갔다.

떨리는 손과 입술로 훑어 내려갔다.

그녀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소리만으로도 흥분됐다.

그녀의 몸이 휘고 꿈틀거렸다.

그녀에게 오르가슴을 선물하고 싶었다.

대한이 그녀의 숲을 점령했다.

그녀의 가슴이 출렁였다.

최선을 다했다.

행복에 겨운 신음이 솟구치며.

그의 몸이 빠르게 반응했다.

그녀가 대한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사랑의 중간이 그렇듯이.

둘의 알몸이 뒤엉켰다.

조선도 대담해졌다.

그녀의 머릿결이 나부끼며.

대한의 숨결 또한 거칠어졌다.


“아아, 대한 씨.”

“조선 씨.”


10분이 흘렀다.

다시 그녀를 몰아붙였다.

콘돔을 쓰자고 대한이 말했다.

조선이 단번에 거절했다.

들어오라고 명령했다.

거절할 수 없었다.

대한이 다시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선명한 피가 흘렀다.

멈추지 않았다.

대한이 신음을 내뱉었다.

한계였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사랑의 끝이 그렇듯이.

그녀 위로 무너져 내렸다.

헉.

헉.

헉.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조선이 뜨겁게 키스해왔다.

대한은 행복했다.

수컷의 긍지가 샘솟는 것 같았다.

사랑행위 뒤의 포옹은 특별했다.

대한이 그녀를 쓰다듬었다.


“피가.”

“아니, 괜찮아요.”

“좋았어요?”

“내가 당신을 원했나 봐요.”

“언제부터?”

“이젠 그만 나가줄래요?”


대한이 일어섰다.

그녀가 알몸을 움츠렸다.


“가세요.”

“이렇게 끝이라고요?”

“가세요. 먼저 씻으세요.”


대한이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조선은 브래지어 차림이었다.

피 묻은 침대보는 치워져 있었다.


“자고 가면 안 됩니까?”

“아직은.”

“쫓겨나는 기분인데요?”

“아닌 줄 알잖아요.”

“그럼 언제 또?”

“나중에 꿈에서 만나요.”

“그러지 말고 계모임을 만듭시다.”

“잡아먹히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가요, 가.”


대한이 옷을 입고 침실을 나왔다.

웬일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물론 긴장한 탓도 있었다.

숙소 문 앞으로 왔다.

그녀의 지문이 필요했다.

조선이 다가와서 손바닥을 댔다.

문이 저절로 움직였다.

대한이 문밖으로 나갔다.

조선이 하체를 가리며 말했다.


“잘 자요.”

“언제 또 만납니까?”

“일 년 후요.”

“조선 씨도 잘 자요.”

“네.”


조선이 수줍어하며 문을 닫았다.


“내 사랑.”


마지막 말이었다.

대한 앞에서 문이 닫혔다.

대표이사실을 나와 복도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로 왔다.

만족감과 아쉬움이 들락거렸다.

담배 한대가 절실했다.

꿈만 같은 현실을 되씹었다.


“후우우우.”


냉장고에 소주 한 병이 남아있었다.

벌컥벌컥 들이켰다.

옷을 훌훌 벗고 캡슐로 들어갔다.

오늘밤은 잠이 안 올 것 같았다.

그렇게 비몽사몽이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8시52분.


“이런!”


대한이 캡슐에서 나왔다.

벌써부터 조선이 보고 싶었다.

실크 같은 살결.

상큼하고 향긋한 체취.

얼른 옷을 차려입고 뛰어갔다.


“웬일인가? 늦잠을 다 자고.”


강 회장의 영혼이 앞을 가로막았다.


“저, 지금 지각이라.”

“그럼 같이 가며 얘기하세.”

“그러시죠.”

“어제 저녁엔 안 보이더군.”

“왜 절 찾으셨습니까?”

“자네한테만 알려줄 정보가 있어.”

“저한테만요?”

“후계자가 될 몸 아닌가.”

“삼파전인데 모르셨나 보죠?”

“한 상무는 후계자 감이 아니야.”

“그럼 기대치가 되겠죠.”

“기대치가 미행을 붙였어.”

“네?! 미행을요?”

“자넬 감시할 영혼이지.”

“언제부터요?”

“어제 낮부터.”

“이젠 놀랍지도 않군요.”

“항상 뒤를 조심하게.”

“그러죠. 감사합니다.”


대한이 성큼 엘리베이터에 탔다.


작가의말

19금이 아닙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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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킬 것과 버릴 것 (2) +12 20.06.11 83 7 10쪽
63 지킬 것과 버릴 것 (1) +12 20.06.11 8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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