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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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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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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5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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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숙소 찾기

DUMMY

조 대리는 회사 사정에 빠삭했다.

알고 보니까 털털한 성격이었다.


“우선 어떻게 아는지부터 설명할까?”

“듣고 있습니다.”

“조 대표님 사무실 여비서 알아?”

“아십니까?”

“바로 내 대학교 후배야.”

“아아.”

“조 대표 숙소는 대표이사실 안이고.”

“예?!”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아?”

“그럼요.”

“열려라 참깨.”

“동굴이 열리죠.”

“동굴처럼 비밀 문이 있어.”

“비밀 문이요?”

“응. 지문인식 시스템.”

“왜 그렇게까지?”

“영혼 차단막으로 둘러싸였지.”

“특수처리반과 같은 이유군요.”


호기심이 커졌다.


“영혼들한테서 안전한 숙소.”

“그렇겠지.”

“또 궁금한 게 있었는데.”

“물어봐.”

“영혼과 함께 산다는 게 어떠셨죠?”

“나?”

“급여는 많아도 꺼림칙하잖아요.”

“영혼들이랑 손잡을 일이 있겠어?”

“하긴.”

“회사 수익도 걔네들 덕분이고.”

“불만은 전혀 없으신 거네요?”

“우리랑은 노는 물이 다르니까.”

“전 중간에 끼어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조 대리가 입을 다물었다.


“말씀하십시오.”

“영혼들이 우릴 지켜주는 것도 돼.”

“오, 참신한데요?”

“뭐가 막 떠오를 때가 있어. 뭐냐면.”

“옛날 추억이나 사랑했던 사람?”

“맞아. 슬프거나 기쁜 기억들. 혹시 영혼들이 우릴 엿보는 거였을까?”


실제로 영혼들은 증강현실로 사람들의 과거를 엿보길 좋아했다.


“몸에 좋은 것만 하니까 건강해지고.”

“그렇죠.”

“낙원이라고 생각해.”

“낙원이라.”

“뭐야. 그 심각한 얼굴은?”

“네?!”

“사랑에 빠진 남자답게 굴어.”

“어떻게요?”

“팔굽혀펴기나 열심히 해!”

“훗.”

“자기 팀이 한 상무님을 데려왔다며?”

“네. 그분이 왜?”

“실력 있는 사람인가 봐?”

“능력이 출중하시죠.”

“예전 상무님처럼은 안 돼야 하는데.”

“예전 상무님이요?!”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셨잖아.”

“세상에.”

“다 맞는 사람이 따로 있나 봐.”


둘은 일어나서 헤어졌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다.

누구도 사랑만으론 살 수 없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산다.

2층.

뷔페식당.

우글대는 영혼들과 바글대는 사람들.

대한도 거기에 합류했다.

푸짐한 해산물로 두 접시를 비웠다.


“아, 배부르다.”


기대치가 어떻게 괴롭힐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친한 영혼들도 있다.

한 상무님도 있다.

마음껏 덤벼라.


“저 자식들이.”


빼빼와 뚱뚱이가 반대편에서 노려봤다.

대한이 일어나 유유히 걸어갔다.

서로 노려보면서 헤어졌다.

뷔페식당을 빠져나왔다.

둘은 뒤쫓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기대치의 세력을 무너뜨려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휴우우.”


수많은 일을 겪었다.

아직 정면대결은 피해야 했다.

그의 손아귀에서 회사를 구해야 했다.

온갖 상념이 휘몰아쳤다.

캡슐 안.

잠이 축복처럼 쏟아졌다.

마침내, 그에게도 평화가 찾아들었다.




* * *




꿈속이다.

대한이 상담실에 앉아 있다.

박사님은 책상 뒤 의자에 앉아 있다.

살찐 손을 깍지 끼고 노려만 본다.

대한은 노려보지 않는다.

눈싸움에 약하기 때문이다.

대신 팔짱을 끼고 지그시 바라본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대한아, 넌 꿈이 뭐냐.”


박사님이 화를 억누르며 말한다.


“꿈 따위 개나 줘요.”


대한이 맞받아친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프다.

박사님의 살찐 손을 물어뜯고 싶다.


“어른한테 말버릇하고는.”

“누가 어른인데요?”

“난 50살이다. 그럼 존칭을 써야지.”

“네. 존칭 같은 건 개나 줘버리세요.”

“대체 왜 반항하는 거지?”

“내가요?”

“다른 애들처럼 행동하면 안 되겠니?”

“머저리들이에요.”

“그럼 넌 똑똑해서 이러는 거냐?”

“잘 아시네요.”

“이젠 널 어째야할지 모르겠구나.”

“날 그냥 내버려두세요.”

“캡슐 안에 들어가는 게 싫으냐?”

“갑갑해요.”

“너한테 폐소공포증은 없어.”

“냄새도 나요.”

“그건 좋은 꽃향기란다.”

“라일락은 좋은 꽃이 아니에요.”


둘 사이에 침묵이 오갔다.


“선이하고는 잘 지내더구나.”

“잘 지내는 게 맨날 싸우는 거예요?”

“선이가 널 변화시키면 좋을 텐데.”

“난 선이를 지켜줄 거예요.”

“누구한테서 지킨다는 거지?”

“박사님이요.”

“아직 어리고 힘도 없는데?”

“난 어리지도 않고 힘도 세요.”

“네가 매일 하는 실험이 뭘 위해서냐.”

“인류를 위해서요.”

“아는구나.”

“인류도 개나 줘버리세요.”

“넌 날 화나게 하는 게 즐거우냐?”

“박사님을 기쁘게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박사님 앞에서 쩔쩔매지 않아서 죄송해요. 박사님한테 솔직해서 죄송해요.”

“넌 아주 특별한 아이야.”

“제가 특별한 아이라서 죄송해요.”

“그만하거라!”


박사님이 소리쳤다.


“박사님은 날 몰라요.”

“세상에서 제일 잘 알아.”

“이상한 생각만 해요.”

“너야말로 요상한 꼬맹이다.”

“빨리 나랑 선이를 내보내줘요.”

“네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까.”

“난 어른 될 생각 없어요.”

“걱정이구나··· 특별하게 키워야만 하는데 반항만 하니.”

“왜 나만 특별해야 하죠?”

“내가 선택했으니까.”

“어떻게 클지는 내 맘이에요.”

“넌 내 실험을 위해 존재해야 해.”

“꿈 깨세요.”

“너처럼 발랑 까진 녀석은 처음 본다.”

“박사님처럼 왕재수는 처음 봐요.”


박사님이 책상에서 회초리를 꺼낸다.

대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널 때리긴 싫다, 대한아.”

“지금 날 때리겠단 거예요?”

“그래, 때리려는 거다.”

“맙소사.”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쓸 게야.”

“손바닥을 때릴 거예요?”

“아니.”

“엉덩이를 때릴 거예요? 아니면 얼굴?”

“요 녀석이!”


회초리가 바람을 가르며 책상을 친다.

깜짝 놀란다.

대한이 박사님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아. 책상을 때릴 거군요?”

“바지를 벗어라.”

“싫어요.”

“꼭 폭력을 써야겠니?”

“난 백대를 맞아도 아프지 않아요!”

“맞아볼 테냐?”


대한의 어깨를 회초리로 내리친다.

대한이 꿈틀한다.

눈물이 나올 뻔한다.

박사님을 노려보며 외친다.


“더 때려요! 더! 더 때려!”


박사님이 한숨을 내쉰다.


“이 늙은이야! 더! 더 때리란 말이야!”

“안 돼요!”


문이 열리며 소녀가 뛰어든다.

대한이 벌떡 일어선다.

소녀가 박사님의 손을 붙든다.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박사님.”

“밖에서 엿들은 게냐?”


박사님의 목소리에 화가 가득하다.


“죄송해요, 박사님. 죄송해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대한아, 빌어. 잘못했다고 빌어!”

“난 잘못한 거 없어!”

“그래?”


박사님이 음흉한 얼굴이 된다.

소녀의 손바닥을 위로 들어올린다.

회초리로 내리치려 한다.


“그럼 선이가 대신 맞아야겠구나.”

“손대지 마!”


대한이 달려들려다가 멈춘다.

박사님이 회초리를 높이 쳐든 거다.


“대한아, 죄송하다고 해. 응? 제발.”

“그래, 선이 말을 들어.”

“넌 왜 왔어!”

“당장 무릎을 꿇어라.”

“싫어!”

“아니면 선이가 대신 맞는다.”

“씨이. 비겁해.”

“자, 어서 선택해라.”


대한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떤다.

박사님은 소녀를 때릴 기세다.

울분에 차서 눈물을 흘린다.

억울하다.

박사님이 밉다.

어른들이 밉다.

이제는 그가 선택해야 할 때다.


“알았어요.”


대한이 무릎을 꿇는다.

소녀와 박사님이 그런 대한을 본다.

고개를 쳐들고 박사님을 본다.

가슴이 쓰려온다.

선이 덕분에 매질은 피한다.

무릎을 꿇는 건 너무나 싫다.

언젠가는 박사님한테 복수하고 싶다.

박사님의 말이 아련히 들려온다.


“자, 잘못했다고 빌거라.”


그저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꿈속 같기도 하다.

그렇게 꿈이 끝난다.




* * *




머리가 어지러웠다.

꿈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수면 보조제라도 먹어야겠다.

캡슐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난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까지.”


샤워를 꼼꼼히 하고 면도를 했다.

뷔페식당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들 중 한시원이 보였다.

그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 대한 군. 잘 못 잤군?”

“상무님이 여기 계셔서 놀랐습니다.”

“뭘 만들어먹는 게 질색이라.”

“저도 그렇죠.”

“식사하고 차나 한 잔 하지.”

“네. 그럼.”


둘은 식사에 몰두했다.

대한은 한시원의 식사량에 놀랐다.

건강하고 혈기왕성한 후계자 후보였다.

커피를 함께 마시며 말했다.


“여긴 영혼들로 들썩이는구먼.”

“저렇게 식사하니 체할 일은 없겠죠.”

“자네도 저기 끼고 싶나?”

“천국에 간 영혼들은 다를까요?”

“뭐든 원하는 대로겠지.”

“떠나려는 영혼들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골치시더군.”

“한 상무님께도 들러붙을 걸요?”

“자네도 나한테 그럴지 모르지.”

“훗.”

“농담 아닐세.”

“그럼 장난이시군요.”

“조 대표랑은?”

“왔다 갔다 합니다.”

“뭔 얘기지?”

“13층으로 갈 날만 기다리죠.”

“내 자릴 노리나?”

“전무로 바꿨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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