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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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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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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8 17:40
조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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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기대치의 음모 (3)

DUMMY

띵!

13층 복도.

대한이 선물가방을 들고 걸어갔다.

대표이사실 앞에서 머뭇거렸다.

똑똑.

문이 열리며 비서가 나왔다.


“누구시죠?”

“위대한이라고 합니다.”

“사장님과 선약은?”

“아뇨.”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비서가 흘끔 보곤 문을 닫았다.

기다림, 무안함, 조바심.

문이 다시 열렸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대한이 대표이사 방으로 들어갔다.

조선은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그냥 계속 검토만 했다.

앉으라는 말도, 안부인사도 없었다.

싸늘한 냉기마저 감돌았다.


“흐흠.”


대한이 헛기침을 했다.

초콜릿상자와 머리핀을 꺼냈다.

오전과 이렇게 바뀌어 버리다니.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침내.

조선이 일어섰다.


“앉으세요. 그건 뭔가요?”

“초콜릿이랑 머리핀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제가 분명히···.”


대한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앉았다.

냉대도 이런 냉대가 없었다.

조선은 선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심하게 대한과 마주 앉았다.


“죄송한데. 갈 때 가지고 나가세요.”

“네?! 조선 씨.”

“여긴 회사에요. 사장님이 맞겠죠?”

“뭔가, 제가 잘못한 거라도.”

“아뇨. 전혀요. 왜 그런 생각을?”

“우리 둘뿐이잖습니까.”

“그래서요?”

“자꾸 피하기만 한다고 해결됩니까?”

“해결? 우리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씀이세요? 난 없는데?”

“예?!”

“대한 씨는 일개직원이고 난 사장이에요. 그 선은 분명해야지. 안 그래요?”

“흐음. 알겠습니다. 선을 지키죠.”

“고마워요.”

“대신 이건 받아주십시오.”

“아뇨.”


대번에 거절당했다.

조선의 비웃는 표정이 볼만했다.


“대한 씨.”

“네.”

“대한 씨?”

“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그러십시오.”

“날··· 좋아한다고 하셨나요?”

“사랑합니다.”

“그게 뭐든. 왜죠?”

“예?!”

“왜 날 사랑하느냐고요.”

“이유가 필요합니까?”

“그럼요. 모든 일엔 이유가 있어야죠.”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한번 말해보세요.”

“전 조선, 아니, 사장님이 영혼일 때부터 끌렸습니다. 계속 생각했죠. 혹시라도 내가 사랑해도 괜찮을지.”

“뭐에 끌렸다는 거죠?”

“예쁘고 똑똑했습니다.”

“대하기도 만만했고요?”

“만만요?!”

“그렇지 않나? 정신 못 차리는 여잘.”

“조선 씨!”

“밖에 데리고 나가서 잤어요. 그걸 고마워해야해요, 내가?”

“난 서로!”

“통했다?”

“네, 우리가 통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뿐이죠. 그 순간만.”

“그러니까 조용히 물러나란 겁니까?”

“예정된 수순 아니겠어요?”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었다.

조선한테서 이런 반응이 오리라고는.

윗사람인 여자한테 차일지는.

꿈에도 몰랐던 대한이었다.

조선이 파죽지세로 밀어붙였다.


“설사, 우리가 계속 만난다고 쳐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뇨. 섹스 말고 다른 게 남을까요?”

“날 짐승으로만 봅니까?”

“사람이라곤 봐요.”

“왜 내 감정을 의심하죠?”

“일시적인 충동이잖아요.”

“일시적인?!”

“미래를 위한 보험이거나.”

“보험이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꽃이나 이딴 걸로 믿을 순 없으니까.”


대한이 발끈했다.


“내가 당신을 이용했단 겁니까?”

“할 수도 있죠.”

“보험이란 건 뭐죠?”

“후계자.”

“당신을 사랑하는 게 전혀 아니다?”

“야심이죠. 야망. 아니에요?”

“그게 궁금했습니까? 후계잘 노리나?”

“나한텐 확신이 필요해요.”

“네. 네, 노렸습니다. 당신과 서로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용하려는 거네요.”

“그게 어떻게 이용입니까!”


조선이 비웃었다.


“너무 높은 나무 아닌가요?”

“사랑을 믿지 않죠?”

“네?!”

“당신은 사랑을 믿지 않아. 그렇죠?”

“아뇨, 난!··· 호감은 가졌었어요.”

“이젠 아니고?”

“정말, 내 몸만 원해요?”

“네. 아뇨!”

“거봐요.”


대한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제가 회사를 관두면 믿겠습니까?”

“이해를 못하네요.”

“그럼 당신이 믿을 때까지···.”

“위대한 씨.”

“네.”

“당신은 아웃이에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다행히 뛰고 있었다.

자율신경이라 죽지 않았다.

비수가 꽂힌다는 말이 실감났다.

어떻게 아직도 숨을 쉬지?


“지금, 아웃이라고 했습니까?”

“네! 네, 아웃이요.”

“그럴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물론이죠.”

“해봐요.”

“당신은 처음부터 날 기만했어요.”

“무슨 얘깁니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아요?”

“그러니까, 내가 어쨌냐고요.”

“상무자리 때문에 나한테 접근했어요.”

“그래서요?”

“그 자릴 뺏기니까 나한테 집착했고.”

“꽃다발을 준 게 집착입니까?”

“당신이 원하는 게 뭐냐는 거죠.”

“뭡니까, 내가 원하는 게?”

“내 몸만은 아니에요.”

“맞습니다.”


조선이 한숨을 쉬었다.

대한이 줄기차게 설득했다.


“당신의 전부를 원합니다. 나만 바라보는 눈, 코, 입, 나만을 위해서 뛰는 심장, 나만 기다리는 몸, 가슴.”

“그만해요!”

“솜털 하나하나까지 다 원합니다.”

“양심도 없으세요?”

“양심?!”

“기 전무님을 협박했다면서요.”

“협박이요?!”

“사람들이 다 봤대요. 이러는 거.”


조선이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니에요?”

“조선 씨, 왜 내 진심을 못 알아듣죠? 귀머거립니까? 기대치의 당신과 나의 당신은 달라요. 믿어줘요, 제발.”

“계속 되풀이하지만. 당신은 날 이용하려는 게 분명해요.”

“헛짓 했군요, 여태.”

“맞아요.”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게 다.”

“그래요! 이젠 가세요.”

“그럼 친구로서 묻죠.”

“그것도 웃기네요.”


그녀가 코웃음 쳤다.


“다시 스스로를 가둘 겁니까?”

“뭐가 어째요?”

“세상과 벽을 칠거냐고! 평생!”

“별걸 다 걱정하시네.”

“이건 꼭··· 나랑 대화하는 것 같군.”

“무슨 뜻이죠?”

“처음에 당신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됐어요. 우린 인연이 아니에요.”

“그렇게 통보하면 다 끝이군요.”

“네. 다 끝이에요.”


대한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조선은 손을 깍지 꼈다.

마음이 확고하게 닫힌 상태였다.

보이진 않았지만 심장이 쿵쾅댔다.


“대한 씨.”

“말해요.”

“우린 끝났어요.”

“난 인정 못합니다.”

“확신이 없어요. 그럼 끝이죠.”

“미치겠네.”

“시간낭비 말죠, 우리.”

“내 눈을 보면 모르겠습니까?”

“난 사람의 눈빛을 믿지 않아요.”

“나만 그 눈빛을 믿은 겁니까?”

“나한테는 다 변명처럼 들려요.”

“왜 그렇게 믿음이 없어졌죠?”

“전혀 없나요? 없었어요? 후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치도 없어요?”

“당신의 사랑을 잃으면 소용없습니다.”

“누구나 그런 말은 해요!”

“기대치가 고마워지네요.”

“뭐가요?”

“일찌감치 우릴 떼어줘서.”

“그럴 지도 모르죠.”

“나는 이대로 끝낼 순 없습니다.”


대한이 초콜릿 상자를 풀기 시작했다.

조선이 멀뚱멀뚱 지켜만 봤다.


“어차피 당신을 잃으면 죽을 테니까.”

“뭐하는 거예요?”

“꼭 보여줄 게 있습니다.”

“필요 없어요. 다 가져가요.”

“후계자요? 당신과의 결혼? 아뇨.”

“위대한 씨.”

“당신이 먼저입니다.”

“믿음도 못 주면서 어떻게?”

“차요. 날 계속 차요.”

“자꾸 이러면 사람을 부를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요, 조금만.”

“더는 할말 없어요.”

“이게 왜 안 나와!”

“뭔데 그래요!”


대한이 마침내 초콜릿을 다 헤집었다.

그 안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선에게 건네려 했다.


“읽어봐요.”

“싫어요.”

“읽으면 나가죠.”

“계속 귀찮게 할래요?”

“읽어봐요, 그러니까!”

“알았어요!”


조선이 홱 뺏어갔다.

카드를 열어 쓱 훑어봤다.

대한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떨리는 순간.

그런데, 1분이나 계속 들여다봤다.

조선의 손이 살짝 흔들렸다.

대한이 안도하려는 순간.


“자, 다 봤으니까 이젠 가세요.”

“네?!”

“다 봤다고요. 꼼꼼하게.”

“그런데도 변함이 없습니까?”

“아예 대한 씨가 읽지 그래요?”

“내가요?”

“네.”

“흐음.”

“어디 들어보죠.”

“고마워요. 태어나줘서.”

“또.”

“사랑합니다. 죽어서라도.”

“참 멋진 글귀네요. 그렇죠?”


전속력으로 벽에 헤딩한 느낌이었다.

이미 닫힌 마음을 어떡해야 열까?

천천히 마음을 전해야 했을까?

아니면.

운명이 살짝 우릴 비껴간 걸까.


“이젠 가보세요.”

“사장님.”

“네?”

“야망 없는 남자를 원합니까?”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난 사장님과의 미래를 꿈꿨습니다.”


조선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포기하고 가요.”

“당신은 내 운명입니다.”

“세상에 그딴 건 없어요.”

“있습니다! 당신이 한 말이에요.”

“아뇨!”

“운명이 이끄는 삶을 살아보라고.”

“난요, 난··· 같은 운명이 반복될 거예요. 알겠어요? 더 이상 배신당하면 난.”

“아뇨.”

“당신은!”

“당신만큼 나도 혼란스러워요. 우린 같은 배를 탔으니까.”

“편리하게도 갖다 붙이네요.”

“내 말도 들어봐요!”

“나가세요. 나 바빠요.”

“조선 씨.”

“이거 놓으세요!”


조선이 대한의 손을 거세게 뿌리쳤다.


작가의말

오늘도 무사하신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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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69 그라시아S
    작성일
    20.06.08 18:15
    No. 1

    재밌게 읽었어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창업
    작성일
    20.06.08 18:17
    No. 2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정원교
    작성일
    20.06.08 18:53
    No. 3

    추천, 잘 읽었어요, 작가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창업
    작성일
    20.06.08 18:55
    No. 4

    우울했는데. 감사드립니다. 홧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타티스
    작성일
    20.06.08 19:00
    No. 5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 꾹 눌렀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창업
    작성일
    20.06.08 19:06
    No. 6

    늘 누르시는 거 압니다 ^^...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블랙찰나
    작성일
    20.06.08 20:14
    No. 7

    작가님 저두 처음에 두 편씩 올렸었는데 그랬더니 조회수가 반토막이 되더라구요. 혹시나 분량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한편을 길게 올리시는 게 조회수에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하루 정말 수고 많이 하셨구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창업
    작성일
    20.06.08 20:22
    No. 8

    바쁘신데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마감에 가까워질수록 멜랑꼴리해지네요. ^^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쏠튼
    작성일
    20.06.08 20:22
    No. 9

    찰나님 말대로입니다. 저도 처음에 사람들 말 듣고 연참했는데 조회수 반토막 나서 초반에 오히려 관심을 받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연참보다는 한 편 올리시고 내실을 기하시는게 육체와 건강. 조회수에 도움이 됩니다
    즐겁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창업
    작성일
    20.06.08 20:28
    No. 10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모전 기간안에 최대한 쏟아붓고 싶어서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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