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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복수지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18.10.24 20:37
최근연재일 :
2018.11.17 11:37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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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179

작성
18.10.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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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복수는 차근차근-9

DUMMY

#1


정후의 별거 아니라는 늬앙스에 한참을 툴툴거리던 레드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정후의 물음에 답했다.


-후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저건 인공적인 느낌이 든다.


-인공적...아!


인공적인 느낌이라는 말에 정후는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엘프들이 밝힌 사실 중 던전코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던전 코어는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닌 한창 마도문명이 번성했을 때 인공적으로 만들었던 마정석이라는 사실과 지금은 시설이 되지 않아 절대 제작할 수 없다는 신문기사였다. 당시 마정석이라는 기물에 환장한 인간의 욕심을 경계한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원을 지닌 인공마정석을 만들 기술이라면 인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눈을 까뒤집고 덤벼들 테니까 말이다.


“하아, 계획대로 되는 게 없군.”


정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계획대로 됐으면 난 가슴 터진 시체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네 아둔함을 칭송하고 있겠지.


레드의 조롱에 할 말이 없어진 정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허리춤에서 도축용단검을 뽑아들었다.


-뭐하려고?


-도굴


단답식으로 대답한 정후는 바닥에 박힌 인공마정석의 테두리에 도축용 단검을 끼워 넣었다.


끼긱! 끼기긱!


바위에 단단하게 고정되었기에 쉽지만은 않다.


“젠장, 역시나구나.”


혀를 찬 정후가 배낭에서 정과 망치를 꺼냈다. 고작 정과 망치지만 금속의 가격이 폭등한 지금은 이런 도구를 사는데도 큰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도구였다. 과거 그러니까 미래에는 이 인공마정석도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일단 막대한 마력을 품은 마정석이기에 이거 하나면 소형 발전소 하나를 한 달은 돌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던전코어의 채취는 길드의 고위급 관계자만이 참여할 수 있었고 정후 같은 밑바닥 가디언은 구경도 못했다.


그러나 주워들은 것이 있기때문에 혹시나 하고 챙겨온 것인데 가져오지 않았으면 꽤 고생했을 것이다.


탕! 탕! 탕!


공허한 던전에 망치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잠시 후 인공마정석이 뽑혀 나왔다.


“흐음”


눈을 홀릴 듯한 찬란한 빛을 내뿜는 인공마정석이다. 지금 이걸 가지고 나가봐야 가공해서 총탄으로 쓰이거나 대규모 마법을 발현하기 위한 촉매 따위로나 쓰이겠지만 가지고 있으면 1년 후 엄청난 가치를 지닌 귀물로 변모할 것이다.


“쯧,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크네.”


특별히 큰 군용 배낭을 사 왔는데 인공마정석이 생각보다 커서 이것저것 빼내야 할 것 같다. 트롤의 부산물이야 바디백에 담아 입구 쪽에 놓았으니 끌고 간다 쳐도 문제는 돌발적으로 기습을 가할 괴수에게는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계획이 허술하니 역시 현실과 이상은 동떨어진 법이다. 그때였다. 인공마정석을 손에 든 정후에게 레드가 말했다.


-흠, 재미있군.


지금까지 레드에게 얻은 것들을 생각해 볼 때 레드가 이렇게 말하면 이제는 막연한 기대심까지 든다.


-뭐가? 이 마정석이?


정후가 마정석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나 레드가 재미있다고 말한 것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 바닥에 마법진 말이다.


-마법진?


레드의 말에 정후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닥에 깔린 마법진을 바라봤다.

사실 이 부분에서 자신은 전혀 문외한이었다. 마법 계열 중에서도 마법진에 조예가 있는 이들은 대부분 엘프들에게 도제 방식으로 비전을 전수받은 이들이었다. 당연하게도 극비에 해당하는 그 비전을 지닌 이들은 엘프들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좀 치워봐라. 너무 더럽군.


-알겠어.


레드의 말에 정후는 인공마정석을 배낭에 대충 쑤셔 넣고 마법진을 덮고 있는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먼지와 오물들이 뒤엉켜 굳은 것이라 거의 뜯어내는 수준이었지만 2시간가량이 지나자 얼추 대부분의 마법진이 드러났다.


-호오 그런거군.


정후를 통해 마법진을 관찰한 레드가 말했다.


-뭐가?


-흠.


정후가 물었지만 레드는 묵묵부답이다.

아직 관찰 중인가 싶어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레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너무 퍼주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정후가 반문했다.


-뭐, 내가 저 마법진을 통해 내 봉인된 기억 속에서 쓸만한 걸 끄집어냈는데 네게 공짜로 이걸 주기가 좀 아깝다는 소리지.


레드의 말에 정후의 이마가 일그러진다.


-너 설마 지금까지 나한테 뭔가를 줄까 말까 고민했던 거냐?


-당연하지. 네 녀석도 생각해봐라. 넌 지금까지 고작 퀘스트 하나를 성공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이것저것 막 퍼주면 넌 그때부터 내가 네게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 할 것 아니냐.


-하.


레드의 말에 맥이 탁 풀린 정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호응 좀 해줬다고 벌써 기어오르려고 한다.


-야. 때려쳐.


-뭐?


-전부 때려 치라고...


-뭐! 이게 받을 거 다 받아놓고!


레드가 광분하여 머릿속이 울리도록 외쳤지만 잠시 후 조용히 읊조린 정후의 말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양자 간의 동등한 위치, 그리고 성실한 지원 마지막으로 내게 숨기는 것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 계약 사항 아닌가?


-으음.


정후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레드다.

생각해 보니 꽤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던 정후의 계약 조건은 나름대로 상당한 구속력을 지닌 계약이었다. 특히 사용한 단어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니 그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숨기는 것이 절대 없어야 한다는 조항에 절대적으로 위배된다.


계약을 제안한 자신이 그것을 어겨버린 것이다.


-한 방 먹었군.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크크큭, 뭔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지만 그래. 그래도 마음에 든다. 나 같은 존재에게 대범하게 이런 심계를 걸 정도라면 앞으로 걱정 없겠어.


레드는 뭐가 좋은지 연신 웃어댔다. 그러나 정후의 대답은 차가웠다.


-필요 없다. 계약을 어기려 한 것은 너니까 그냥 꺼져라. 계약을 먼저 어긴 것은 너니까 불만 없겠지? 아니 불만이 있다면 이 복수의 심장도 가져가라. 난 내 힘으로 복수를 이룰 자신 있으니까.


정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정후는 극도의 인간불신주의에 물들어 있었다.

물론 15년간의 실험체 신세에서 같은 처지의 실험체들과의 유대감을 통해 조금 옅어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을 대할 때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 머릿속에 동거하게 된 레드에게는 되도록 그런 벽을 세우지 않으려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니 더 이상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것이다.


-아, 미안하다니까. 저 마법진에서 읽어낸 것이 워낙 좋은 거라 조금 망설였을 뿐이다. 제길... 이 내가 사과 따위를 하다니...


투덜거리는 레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후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꺼지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레드 그러니까 복수의서가 가진 힘에는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의 서의 힘이라면 빠르면 최소 일 년 안에 복수를 시작할 수 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라. 두 번은 없어.


-젠장, 알겠다. 영악한 계약자놈아. 이런 식으로 나를 옭매다니···.


-네가 바보인 거다. 아마 계약 할 때 변호사가 옆에 있었다면 널 뜯어말렸을걸?


-인정한다. 내가 널 너무 방심했어.


조금 조롱기를 담아 말했는데 레드는 오히려 그 말에 선선히 수긍했다.

의외로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자 정후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그 대단하다는 게 뭐야?


-쳇... 계약이 있으니 말해주지 않을 수 없군. 인공마정석을 꺼내 들어라.


레드의 말에 정후는 배낭에서 인공마정석을 꺼냈다.

머릿속으로 레드의 알 수 없는 언어가 쉴새 없이 흘러나온다. 대략 차 한잔 마실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말을 멈춘 레드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네가 벌어준 복수에너지를 통해 아주 일부일 뿐이지만, 마법진에 새겨진 아공간 생성 기능의 가장 기초적인 알고리즘을 분석해 냈다. 기본적일 뿐이지만 당장에는 꽤 쓸모가 있을 거다.


그 말과 함께 들고 있던 인공마정석이 마치 가루가 되듯 바스러져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에 떠올랐다.


아공간 [S급]


-이게 뭐지?


정후가 물었다. 이 또한 생전 처음 듣는 특성이다.


-아, 몰라. 힘을 너무 써서 지금은 좀 잠들어야 할 것 같아.


-설명이나 하고 잠들어!


-제길, 좋아. 오픈 키워드는 ‘아공간 열어’ 와 ‘아공간 닫아.’다. 부르는 방법은 카드 뽑기와 같아. 아공간의 크기는 니가 알아서 알아보고! 설명 됐지? 나 잔다!


그 말과 함께 레드의 목소리가 뚝 끊겨 버렸다.


-야. 야. 임마.


정후가 불렀지만 레드는 정말 잠들었는지 전혀 대답이 없다.

한숨을 내쉰 정후는 레드가 말한 대로 카드를 오픈할 때 마냥 속으로 ‘아공간 열어’를 외쳤다. 그러자...


지이잉...


허공중으로 약 30센티가량의 구멍이 생성되었다.

멍하니 그것을 보던 정후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구멍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마치 구멍 속으로 다른 공간이 있는 것처럼 딱딱한 바닥이 느껴진다.

손 끝에 느껴지는 온도는 서늘한 정도다.

머리를 집어넣자 숨이 막혀온다. 숨을 참은 채 공간 속을 이리저리 보는데 아무리 봐도 빛 한 점 없는 그런 허공일 뿐이다. 웃기는 것은 공간 속으로 바닥은 짚어진다는 것이다.


공기와 빛조차 외부와 단절된 검은 공간이 그 안에 펼쳐져 있다.

정후는 레드가 말한 아공간이라는 단어를 곱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공간...아공간...아공간?!”


아공간이라는 것이 대략 어떤 것인지 깨달은 정후의 눈이 커졌다.

만약 지금 생각한 그것이 맞다면 레드의 말대로 엄청난 선물이다. 정후는 떨리는 손으로 배낭에서 연막탄 하나를 꺼냈다. 괴수들에게서 도망칠 때 사용되기에 필수적으로 두세 개는 챙겨야 하는 필수품 중 하나다. 멍청한 인규는 이걸 터뜨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철컥... 퉁...


안전핀을 제거한 연막탄을 아공간 안에 던져 넣은 후 아공간을 다시 닫았다.

살상기능은 없기에 인체에 무해하지만 그대로 두면 던전코어가 있는 홀이 연막으로 엉망이 될 것이기에 닫아버린 것이다. 연막이 어느 정도 가실 시간이 되어 다시금 아공간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조금 매캐한 연막이 펑하니 쏟아져 나왔다.


연막을 헤치며 정후는 그 안으로 라이트를 집어넣었다. 다행히 안으로 집어넣은 빛은 차단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자 연막이 가득한 공간이 빛으로 인해 그 규모가 대략 드러났다.


“정사각형이군. 대략 높이 가로세로 높이 2m 정도의 공간인가?”


라이트를 안에 둔 채 몸을 뺐다가 다시금 들어가 보니 라이트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보관함인가? 허어”


뭔가를 보관할 수 있는 특성이 생겨버렸다.

상태창을 열어보니 대략 2정도의 마나가 소모되어 있었다.

회복시간을 생각하면 한번 열거나 닫을 때마다 대략 1정도의 마나가 소모되는 것이다.


“지금으로는 조금 부담되는 수치군. 그래도...”


특성이기에 당연히 마나를 소모하겠지만 이 정도면 정말 엄청난 선물이다.

문득 잠들어버린 레드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엄청난 것을 줬는데 좀 매몰차게 대한 것 같다.


“후우, 깨어나면 좀 잘해줘야 할까?”


머리를 긁적인 정후가 주변에 대충 쓰레기처럼 치워버린 것 중 쓸만한 것들을 골라 아공간 안으로 툭툭 던져넣기 시작했다. 그것이 값진 것이든 쓰레기던 별로 상관없다. 간혹 고블린의 던전에서 값비싼 것들이 발견된다고도 하던데 이사 간 고블린들이 살뜰하게 챙겨갔는지 그나마 금속조각들이 전부다.


“무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네. 대단해.”


무게와 부피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특성을 얻었다.


사라진 인공마정석이 아주 쪼금 아깝기는 하지만 그런 것이야 나중에도 실컷 얻을 수 있다.

아니 아공간이 지닌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그 소유자에게 정말 엄청난 자유를 선사하는 어쩌면 쓸모에 대해서는 ‘복수의심장’을 뛰어넘는 그런 것을 거의 공짜로 얻은 격이다.


“정말 잘해줘야지.”


정후는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녀석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복수도 정말 열심히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음음...그렇죠 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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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고맙다. 잘쓸게.-13 (수정) +7 18.10.29 5,703 156 13쪽
12 결투? -12 +7 18.10.28 6,341 1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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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결투다. 새끼야-10(수정) +10 18.10.26 6,897 161 11쪽
» 복수는 차근차근-9 +7 18.10.26 6,994 165 13쪽
8 뭘 또 이런 걸 다...-8 +4 18.10.26 7,281 155 12쪽
7 너 대단한 놈이구나?-7 +9 18.10.25 7,627 175 11쪽
6 대충 알겠네.-6 (수정) +15 18.10.25 7,809 196 13쪽
5 간보기-5 +5 18.10.25 8,072 1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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