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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복수지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18.10.24 20:37
최근연재일 :
2018.11.17 11:37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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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80
추천수 :
4,055
글자수 :
140,179

작성
18.10.2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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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프롤로그-1

DUMMY

회귀자의 복수지침서


진땀을 흘리며 바위산을 오르는 한 중년인이 있었다.

아니 중년인이라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뛰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몸으로 바위산을 기어오르는 그는 작은 돌부리에도 연신 넘어지며 숨을 헐떡거렸다.


오렌지색 죄수복 사이로 삐져나온 그의 팔다리는 처참했다. 피골이 상접(相接)한 것도 모자라 뼈가 드러날 지경에 바위를 붙잡는 손가락은 마치 중풍 들린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린다.


온통 땀에 범벅된 그의 등에는 커다란 책이 하나 묶여 있었다. 더러운 끈으로 몸에 동여매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짊어진 그 두꺼운 책을 내려놓으면 편하기라도 하련만 그는 연신 숨을 헐떡이면서도 산을 오르기 여념이 없다.


언제나처럼 그를 실험하려던 연구원을 방심한 틈을 타 쓰러뜨리고 훔쳐온 것이다.

처음에는 뒤에서 쏘아질 마취총을 막을 방패로 생각하고 가져온 것인데 놈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이 가져온 이것이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은 그의 체력을 빼앗아 가는 주요한 범인이다.


“훅...훅! 복수...복수한다. 커억..컥...”


15년간 오로지 이 한마디만을 가슴에 품고 살았지만, 그 다짐이 지금 이 썩어빠진 몸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켜주지는 않는다.


주저앉고 싶다.

폐는 이미 한계에 달한 지 오래다.

심장은 당장에라도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기세고 다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부들부들 떨리는 중이다.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아니 이미 탈출할 때부터 멈추느니 그냥 죽겠노라고 마음먹은 상태다.

머릿속에 한 존재에 대한 상념이 떠오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미 타버려 재가 된 가슴에 새로운 분노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네놈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면...”


“흔적을 찾았다!”


“놓치지 마!”


상념을 깨고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다리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켰다. 쉬는 것은 죽어서도 실컷 할 수 있다.

지금은 죽으나 사나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만 채 한 걸음도 걷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그다. 등에 멘 이 두꺼운 책을 짊어지고 움직이기에 그의 몸은 너무나 연약했다.


“헉헉, 책만 아니면...”


전체 두께를 가늠하면 거의 10센티에 달한다. 폭 30센티 길이는 40센티는 될 법한 거대한 책이다. 무게만 20kg이 넘을 빌어먹을 책! 책! 그렇지만 이제는 이것을 버릴 수 없다.


“실험체를 찾더라도 섣불리 공격하지 마라!”


“책에 손상이 가면 너희들이 먼저 죽을 줄 알아!!”


두 남녀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연놈들, 아주 똥줄이 타는가 보네.”


그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걸렸다. 처연하면서도 증오로 얼룩진 미소다.

저들에게 당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니 저들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그를 거쳐 간 수십 수백의 원수들···. 모조리 찾아서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삼켜도 모자랄 것이다.


“후욱···. 후욱... 복수하고야 만다.”


그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지금 그의 몸을 지탱하는 것은 복수의 일념 하나밖에 없다.


“응?”


그때였다. 커다란 바위 밑 수풀 사이로 몸 하나 간신이 들어갈 바위굴이 보인다.

그는 거의 구르다시피 하며 그 바위틈으로 기어갔다. 딱딱한 바닥과 부딪힌 무릎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헉, 헉...살았다.”


수풀을 헤치니 간신이 그의 몸 하나는 들어갈 것 같다.

괴수의 서식처일 수도 있지만, 저들이 관리하는 이곳에 그런 것들이 있을 리 없다.


그는 작은 바위토굴 안으로 몸을 쑤시고 들어갔다.

커다란 책으로 인해 바위에 피부가 쓸리고 피가 몽글몽글 솟아올랐지만 이를 악문 그는 책과 함께 토굴 안으로 몸을 쑤셔 넣는 데 성공했다. 바닥의 흙을 긁어모아 어떻게든 입구를 막는다. 손톱이 빠질 것 같지만 끝내 큼지막한 돌멩이 하나를 캐내 완전히 막아냈다.


“헉..헉..헉..”


온몸에 오한이 찾아오는 것 같다.

장장 15년간 몸에 당해온 온갖 실험으로 인해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그의 나이는 고작 37살이었지만 신체나이는 이미 일흔에 가까운 노인이다.

누가 그를 37살로 봐주겠는가 싶을 정도로 그는 쇠약해져 있었다.


‘살아야 해.’


그는 이를 악물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나 억울하다. 저들에게 잡혀 실험체가 된 지 15년···. 남들보다 특출난 것을 지닌 죄 아닌 죄로 저들이 자행하는 참혹한 실험을 견뎌야 했다. 남들은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소각장 신세가 되었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가슴이 절개되고 자신의 심장을 눈으로 본 것이 몇 번이던가. 팔다리를 구속당한 채 물속에 쳐넣어 진 채 관찰당한 적도 수십 번이다. 희귀한 고유특성을 개화시킨다며 그에게는 말도 못 할 고문들이 가해졌다. 개화시킨 후에도 온갖 이능의 실험체로 끌려다녔다.


‘살고 말 거야.’


그가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악착같은 복수심 하나로 버텨온 15년이다.

그 자신에 대한 복수심만이 아니다.


“내가 악마가 되더라도 네 복수만큼은...”


“흔적을 찾았습니다!”


“좋아! 지겨운 병신새끼 드디어 잡았군. 어서 포위해!”


놈들의 비열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빌어먹을’


그래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탈출하기는 글러 먹었다.

티끌만큼의 기적을 바랐지만 역시 하늘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언제는 편들어 준 적이 있던가. 15년 내내 그렇게 부르짖고 찾았지만 그를 돕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에 선한 신 따위는 없다. 만약 그런 신이 있다면 저런 것들을 숨 쉬고 있을 리 없으니까.


남은 건 저것들이라도 저승길 동무로 삼는 것

아마 가지고 도망친 이 책의 상태에 따라 저들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다.


이를 질끈 깨물며 작심한 그는 허리춤에 매달린 주머니에서 작은 플라스틱 병 하나를 꺼냈다. 숲에 불을 지른 뒤 주의를 끈 틈을 타 도망치는 경우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다.


‘휘발유’


비록 본래의 의도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상관없다.

그의 계획 속에 다시 잡히는 경우의 수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차라리 같이 타죽고 만다!’


그는 끈을 푼 뒤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병의 뚜껑을 열고 그것을 책 위에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책을 펴서 속지에다 뿌리고 싶지만, 책을 묶어놓은 매듭을 풀 시간도 없다.


‘부족해.’


절반을 뿌려가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책이 워낙 크고 표지가 단단해서 불이 붙기 전에 놈들에게 발각당할 수 있다.

독하게 마음먹은 그는 남은 절반의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


‘어디 시체가 엉겨 붙은 불탄 책이나 받아라!’


잠시 후 입술에 피가 나도록 앙다문 그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연구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쓰레기통에서 주워 챙긴 것이다.

그러나 막상 라이터을 켜려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아.’


아무리 강단 있고 뚝심 있는 성격이라도 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 자기 손으로 불을 붙이는 건 제정신으로 하기 힘든 짓이다.


그때였다.


“이곳입니다!”


놈들 앞에서는 망설일 시간도 사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악귀가 되어서라도 복수하겠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는 끈을 입에 꽉 물었다. 행여 불타오르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더라도 놈들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다.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이나 두려움의 눈물이 아니었다. 비통함과 분노의 눈물이다. 그가 라이터에 불을 댕겼다.


펑! 화아아악!


휘발유에 잔뜩 젖은 책과 그의 몸에 불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화르륵


“읍! 으으으으읍!”


그는 세포 하나하나가 불타는 고통에 이에서 피가 나도록 신음을 내질렀다. 그 고통이 너무 극심해 끈을 문 이가 부러져 나갔다. 복수가 느낄 수 있는 통각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불에 타는 작렬통이라고 했던가.


‘이! 원한은! 기필코!’


“커억...”


피부가 지글지글 불타오른다. 입을 통해 들어간 불꽃이 그의 폐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의 피를 증발시켰다.


“으아앗! 조장님! 저기!”


“어?! 저거 무슨 연기야!”


무정한 불꽃은 그와 책을 한꺼번에 삼켜버렸다···. 그리고···.


[합당한 제물에 의해 복수의서가 봉인을 풀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복수의 서가 계약자를 선택했습니다.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회귀가 시작됩니다.]


고통을 느낄 신경조차 타버렸을 무렵 그의 귓가로 환청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수의 시간이다.


작가의말

13 일 만에 다시... 찾아뵙습니다아앗!!!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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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고맙다. 잘쓸게.-13 (수정) +7 18.10.29 5,702 1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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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결투다. 새끼야-10(수정) +10 18.10.26 6,896 1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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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뭘 또 이런 걸 다...-8 +4 18.10.26 7,280 155 12쪽
7 너 대단한 놈이구나?-7 +9 18.10.25 7,625 175 11쪽
6 대충 알겠네.-6 (수정) +15 18.10.25 7,807 196 13쪽
5 간보기-5 +5 18.10.25 8,071 161 11쪽
4 조촐한 악연-4 (수정) +10 18.10.25 8,744 1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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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귀자-2 +12 18.10.24 11,368 211 12쪽
» 프롤로그-1 +25 18.10.24 13,546 2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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