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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복수지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18.10.24 20:37
최근연재일 :
2018.11.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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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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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연산-23

DUMMY

정후의 말에 노인은 놀란 눈으로 테이블 위 비닐백에 싸인 두 물건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괴수의 부산물 정도로 봤는데 그런 물건인 줄은 몰랐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다. 숲트롤의 심장이야 가능하지만, 문제는 아이언스네이크의 독샘이다.


해태길드에서 상당히 높은 위상을 지닌 그였기에 여러 가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아이언스네이크라면 투지길드에서 아직 미공략된 던전보스 중 하나였다.


그것이 그의 손녀를 살릴 수 있는 물건의 재료라고 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함은 노인 그 자신이다.


“난...난 중급에 이르지 못했어.”


노인이라고 특성을 수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30년 동안 가죽만 만진 장인에게 제작특성이라는 날개가 달렸다.

그러나 그가 처음 아티펙트라는 것을 만들었을 때 그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수십 수백가지의 공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제작 특성은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완전히 무시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능력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를 믿고 따르는 다른 장인들이 걱정이 되었다.

만약 이런 특성을 통해 아티펙트를 생산해 낸다면 괴수가 나타나며 높아진 장인의 사회적 가치가 수직하락할 테니까. 그래서 그는 자신의 특성을 개발하기보다는 특성을 통해 만들어낸 아티펙트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해태길드의 길드마스터가 약속했다.

책임지고 손녀를 치유할 방법을 찾아주겠노라고...


밤새도록 연구하여 괴수가죽으로 만든 방어구의 질을 향상시켰다.

괴수 가죽을 좀 더 효과적으로 가공하기 위해 갖가지 시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낯선 가디언은 그 손녀를 치유할 방법이 그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신은 그가 말한 중급이 되지 못했다. 손녀의 증세는 계속 악화되어 이제는 거동조차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는데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도 정후는 알고 있었다.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


노인의 눈이 반짝인다.


“어르신의 경험과 제 능력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어떻게?”


“제가 잠시지만 어르신이 가지고 계신 특성의 격을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화시켜 드릴 뿐 성공을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알고 계시지요?”


정후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이라는 것은 빌어먹게도 제작확률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제작에 실패하면 재료는 당연히 날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그동안 쌓은 숙련도와 그가 가진 장인으로서의 역량과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정후가 억지로 뛰어넘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정후가 말한 ‘치유마나의 조끼’를 만드는 건 노인의 역량이라는 뜻이다.


“바라는 게 뭔가.”


“그냥 제 방어구 하나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방어구”


“예.”


정후의 말에 노인의 입이 꾹 다물어진다.

이 즈음에서 그는 정후에 대한 의심을 한 풀 벗을 수 있었다.


“어려운 건가?”


“아닙니다.”


정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의 노인 실력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어쩌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웃돈을 주고 만들 수 있는 물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은 과거 노인에게 받은 은혜의 대한 보상이었다. 그리고 방어구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이유는 일종의 노인의 마음에 짐을 만들지 않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한동안 침묵에 빠져 있던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열흘! 열흘을 주게!”


“예? 어째서...”


당장 시작하자고 할 줄 알았던 노인이 열흘의 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동안 최대한 내 숙련도를 높여 놓겠네. 그리고 그 제작의 감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열흘은 필요해.”


고작 열흘로 어떻게 숙련도를 올리겠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는 정후는 어르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

그러자 노인의 얼굴에 당황이 어린다.

정후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두 개의 물건을 그대로 둔 것이다.


“가져가지 않나?”


그가 마음만 먹으면 이 재료들로 자신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무려 그의 금쪽같은 손녀를 살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닌가. 아직 미공략된 던전 보스다. 더군다나 다른 길드 소유의 던전 보스...


“어르신 믿습니다.”


정후의 말에 그는 말없이 테이블 위에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했다.


“혹 이거 해태길드에는 알려서는 안되는 건가?”


“예. 알면 귀찮아 질 겁니다.”


정후의 대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1


“곱하기다.”


“알아요.”


다시 찾을 때까지 트리거를 개방해 놓으라고 했지만 민기는 끝내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물론 농땡이를 편 것은 아니었다. 모텔방에서 정후가 준 문제집 중 절반을 풀었으니까. 문제집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잘해야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이다. 구구단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거 언제까지 풀어야 해요?”


“개화할 때까지...”


“끙”


정후의 대답에 민기가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그렇지만 정후가 아는 민기의 트리거 단서도 그것뿐이었다.


‘가계부 쓰다가 풀렸을 때는 정말 얼마나 허탈하던지...’


“풋...”


“왜 웃어요?”


“몰라도 돼. 임마. 얼른 풀어.”


“아이씨...”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는다.

다행히 구구단은 배웠는지 어떻게 세 자릿수도 계산을 한다.


“나 먼저 잔다.”


“의리 없게...!”


“트리거 풀면 네가 좋지 내가 좋냐?”


“젠장...”


할 말이 없는 민기다.

정후가 먼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형 다른 방에서 자면 안되요?”


“돈 아껴야지.”


다음날이 되어서도 민기는 트리거를 풀지 못했다.

정후가 다시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한가득 싸들고 오자 민기의 눈에 다크서클이 추욱 늘어진다.


“일단 좀 자라. 그리고 일어나면 이거 가져가서 너 따르는 꼬맹이들 돌보고...형은 오늘 좀 바쁘니까.”


그러면서 다시 오만원권 뭉치 하나 더 꺼내 툭 내민다.


“뭘 이렇게 많이 주세요? 어제 주신 것도 거의 그대로 남았는데?”


민기의 얼굴에 불안감이 감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후라는 보호자가 생긴 것에 안심을 느꼈나보다.


“이제 곧 너는 나를 따라 이곳을 떠나야 해. 그러니 마음정리도 같이 하라는 의미야.”


“아, 네에.”


“그리고 너 해태길드에 아는 사람 있지? 꽤 고위층”


“네?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내가 그걸 몰랐으면 너한테 그런 심부름 시켰겠냐. 이름 좀 알려줘. 오늘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니까.”


“으음, 이름이...그리고 만나실 때 제 이름 꼭 말하셔야 해요.”


“그래? 좋아. 그럼 난 간다.”


정후가 모텔방에서 나가자 방에는 민기 홀로 남았다.

한숨 자고 일어난 민기는 옷을 챙겨입고 시장으로 나갔다.

언제나처럼 꼬맹이들을 모아 놓고 정후가 준 돈을 각자 사정에 맞게 나눠줬다.

사실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돈을 노리는 어른들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 그 남자한테 돈 주지 말고 너희 엄마한테 꽁꽁 숨겨놓으라고 해.”


“으응. 응.”


새끼손가락도 걸고 지장도 찍어주고 복사도 해준다.

차마 떨어지지 않지만 아이들을 해산시킨 뒤 모델로 돌아온 민기는 다시금 책상에 앉았다.

정신이 조금 어질어질 하다. 잠은 오지 않는다. 민기는 다시 문제집을 잡았다. 정후를 위해서?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다. 이런 문제집을 푸는 것이 트리거를 푸는 열쇠일까? 확신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 이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안다.

먹고 자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공부를 할 기회다.


민기는 다시금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풀었다.

형이 사 온 문제집 두 개를 다 풀었다. 새로운 것은 없다. 거의 다 곱셈과 나눗셈 간단한 분수로 이루어진 문제집이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민기가 다시 한 장을 넘겼다.

고단하기는 하지만 기쁘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그때였다.


[트리거가 해제되었습니다.]


“어어...?”


민기의 손이 우뚝 멈췄다.

뭔가 변화가 생겼다. 처음 보는 메시지창이다.


민기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트리거가 풀린 그의 특성을 말이다.


-초고속연산[S급]


‘S급?!’


민기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단 하나의 글씨만 망막에 아로새겨진다.


S급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 개의 물음표 중 하나가 S급이었던 것이다.


“어어...”


절로 입이 벌어진다.

S급 특성이라니...

민기가 아무리 가디언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지만 최소한 상태창의 특성의 계급은 안다. S급이라고 하면 최고 등급이라는 SSS급보다 두 단계 떨어질 뿐이다. 그만큼 엄청나게 강력한 특성이라는 뜻...


이런 것이 자신 안에 숨겨져 있었다니 도저히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초고속연산이라는 게 뭐지?”


자그만 문제라면 특성의 이름만 보고서는 딱히 그 효과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성은 개화하기도 힘들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힘들다.

누군가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니까. 익히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일단...”


민기는 문제집을 펼쳤다.

문제집을 풀다가 트리거를 풀었으니 답도 문제집 속에 있으리라.

문제집 속의 문제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민기... 그리고 풀면 풀수록 민기의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이건!”


저녁이 되어 정후가 돌아왔을 때 민기는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트리거 풀렸냐?”


그냥 지나가는 말로 던진 말이지만 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뭐? 정말?”


민기의 대답에 정후가 눈을 크게 떴다.

솔직히 자신도 반신반의했지만 트리거가 정말 풀린 것이다.

고작 이틀만에 풀릴 줄이야.


“야, 축하한다.”


정후는 민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트리거를 풀었다는 건 이제 민기가 진짜 가디언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기의 얼굴에는 트리거를 풀었다는 기쁨보다는 새로운 문제집을 받은 것처럼 걱정스러움만 묻어나 있다.


“형 근데요.”


“응.”


민기는 옆에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던 문제집 하나를 들어 펼쳐 보였다.

그리고 아직 풀지 않은 곳으로 책장을 넘긴다. 정후가 고개를 갸웃할 때 민기는 옆에 둔 연필들 들어 문제들을 풀기 시작했다.


막힘 따위는 없다.

마치 이미 답이 써져 있었다는 듯 거침없이 답을 써내려간다. 두어장 정도를 쉼없이 푼 민기가 문제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대체 수학문제 빨리 풀게 만들어 주는 특성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잉?”


#1


다음날 정후는 민기와 함께 대구시요새를 나섰다.

이번에도 관문을 이용하지 않았다.

둘은 샛길을 이용해 요새를 벗어났다.

대구시 요새에는 여러 샛길들이 존재했다.

군과 가디언이 통제를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배고프고 요새 밖에는 식량이 있다.

그만큼 위험하기는 하지만 운이 나빠도 만나는 것은 1티어 괴수인 고블린 정도이기에 사람들은 야생으로 변한 밭에서 감자나 고구마를 캐오거나 벼를 베어오기도 했다.

새벽에 출발한 그들은 요새의 방벽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었다.

“걸을 만 하냐?”


“네. 네.”


잔뜩 긴장한 민기가 정후의 뒤로 따라붙었다.

몇 번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요새에서 멀리 떨어져 보기는 대구시요새에 터를 잡은 후로는 처음이다. 몸에는 정후가 챙겨 준 가죽갑옷만을 입은 상태다. 민기는 고개를 들어 앞서 걷고 있는 정후를 바라봤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 조금 크다. 얼굴은 좋은 말로 해도 그냥 ‘훈훈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얼굴... 갑작스레 나타나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고작 며칠 봤을 뿐인데 의외로 그의 말에 신뢰가 간다는 것이다.


대체 이런 쓸데없는 특성을 어디에 쓰냐고 민기가 하소연했을 때 정후는 당황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그 한마디에 불안하던 마음이 안정됨을 느꼇다.

혹시 자신이 개화한 특성이 별거 아니기에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지금껏 홀로 살아남았지만 어느새 정후는 민기의 마음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모두 사랑합니다.

육식코알라님... 언제나 응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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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홀로 나들이-14 +8 18.10.29 5,908 1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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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결투? -12 +7 18.10.28 6,340 1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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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결투다. 새끼야-10(수정) +10 18.10.26 6,897 161 11쪽
9 복수는 차근차근-9 +7 18.10.26 6,993 165 13쪽
8 뭘 또 이런 걸 다...-8 +4 18.10.26 7,281 1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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