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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K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복수지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주광
작품등록일 :
2018.10.24 20:37
최근연재일 :
2018.11.17 11:37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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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179

작성
18.10.2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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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홀로 나들이-14

DUMMY

다음 날 새벽 정후는 등에는 배낭을 손에는 철창을 쥔 채 관문 앞에 섰다.

정후의 면허를 확인한 군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혼자 나가십니까?”


“네.”


“흐음”


정후의 대답에 군인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긁적거렸다.

관리지침에는 E급 이상 가디언은 홀로 외부출입이 가능하지만, 그간 쌓인 그의 경험으로 볼 때 지금 그의 눈앞에 선 가디언은 장비가 너무 조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한쪽에 마련된 경비초소로 달려갔다.

그러자 작은 창문이 삐죽 열리며 잠에 취한 듯한 한 남자가 정후의 위아래를 쓸어보고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잠시 후 정후에게 다가온 군인이 대장에 정후의 이름과 면허번호를 기입하고는 물었다.


“목적은 어떻게 되십니까?”


“레이드입니다.”


“기간은 어느 정도 생각 중이십니까?”


“미정입니다.”


정후의 말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던 그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정후를 바라본다. 저 눈빛이 무슨 뜻인지 안다. 고작 E급 주제에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잠시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말했다.


“통과하십시오.”


어차피 자신은 관문을 경비하는 이일 뿐이다.

자살하러 나가는 사람을 말릴 권한도 의지도 없다.


“네. 그럼 이만...”


군인에게 목례를 한 정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관문을 나섰다.

정후가 나간 후 정후가 서 있던 자리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멀어지는 정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정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요새를 나가다니... 보고해야겠군.”


#1


초가을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본래라면 조금 쌀쌀해야겠지만 던전이 나오고 날씨도 미쳤는지 조금은 후덥지근한 그런 바람이다.

얼마를 걸었을까 곧 길을 벗어난 그는 새로 산 지도를 꺼내 목적지를 확인하고는 다시금 빠르지도 그렇지만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로 삼은 곳은 상당히 먼 곳이다. 지금 걸음이라면 중간에 한 번 노숙을하고 목적지에는 아마 내일 정오에나 도착할 것이다.


중간에 야생으로 변한 들개 무리 하나와 고블릿 정찰병 무리 두엇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들은 정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정후는 지도를 토대로 철저히 안전한 곳만을 골라 이동했다. 고블린이 레벨업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동이 우선이다. 인공적인 불빛이 사라져서인지 밤은 빠르게 찾아왔다.


빛이 사라지자 정후는 적당한 곳으로 이동하여 아공간에 넣어 온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간이숙영지를 만들려는 것이다. 가디언의 근력을 지닌 정후가 능숙한 삽질로 금세 깊은 구덩이 하나를 팠다.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뒤 아공간에서 비박용 쉘터를 꺼낸 정후가 그것을 구덩이 속에 설치한 후 위를 위장막으로 꼼꼼히 덮고 위를 다시 흙으로 덮은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잡초로 이루어진 무더기 몇 개를 거둬와 위에 깔았다.


안으로 들어가 입구까지 막아버리자 쉴터 안에는 어둠만이 가득하다.

작은 라이트에 기대 아공간에서 침낭을 꺼내 깔고 안에 기어들어가 눕자 의외로 무척이나 쾌적하다. 역시 비싼 돈 들여서 사온 보람이 있다. 쉘터는 가벼운 고블린 따위는 단체로 올라와 뛰어놀아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이 정도라면 숙면을 할 수 있으리라.


회귀 전 F급 가디언으로 레이드에 따라다닐 때 고위 가디언들의 잠자리를 만드는 것은 모두 F급 가디언의 몫이었다. 그때 신물 나게 만들던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아침에 일어나 전투식량을 먹고 생수로 가볍게 세안을 마친 정후는 다시 길을 떠났다.

차로 이동했으면 반나절이면 갈 거리지만 아쉽게도 대구시요새에 있는 차량들은 대부분 군용이거나 길드들의 소유물이었다. 기름값은 좀 비싼가.


“휴...거의 도착했네.”


정후는 멀리 보이는 바위산을 바라보며 이마에 송글송글 솟은 땀을 닦았다.

전에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등산하러 다녔을 그런 곳이지만 괴수와 던전이 나타나며 전 세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자 화왕산은 이전의 얌전한 그런 산이 아니게 되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골짜기, 마치 거미줄처럼 갈라진 땅속으로는 검은 그림자가 입을 쩌억 벌리고 있다. 정후는 주변에 있는 식생으로 위장을 다시 했다.


“저 바위군.”


정후는 눈에 보이는 지형지물과 지도상에 체크된 것들을 비교하며 걸음을 옮겼다.

간혹 바위의 그림자들 속에 꿈틀거리는 것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정후는 그것들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이동을 계속했다. 사실 정후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머리 위다. 이곳은 땅보다 하늘이 더 위험하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정후다.


“화왕계곡”


던전이 출현하기 전에도 꽤 산세가 험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험지로 변해버렸다. 사람의 발길이 뜸하고 산세가 험하면 어떤 괴수가 와서 살까? 답은 동굴고블린과 그것들을 주식으로 하는 하피 그리고 숲트롤들이다. 한낮이기에 야행성인 동굴고블린과 숲트롤은 그들의 영역으로만 들어서지 않으면 안전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히피들이었는데 그것들은 높은 바위틈에 둥지를 두고 생활했으며 낮에도 활발히 활동했다. 소리 없이 내리꽂혀 먹이의 머리를 채가거나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급소를 헤집어 놓는다.


지금도 하늘 높은 곳에는 두어 마리의 새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고도를 생각할 때 절대 작은 몸집이 아니다.


정후는 클라이밍용 장갑을 꼈다.

좀 더 레벨이 높으면 이런 것 따위는 필요 없지만, 지금은 근력이 부족하다.

정후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바위를 기어올랐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화왕계곡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중간에 움푹 파인 곳에 도착했다.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슬그머니 안쪽을 바라보니 역시나 두 마리의 하피새끼들이 잠들어 있다.

아직 날개가 완연히 자라지 않은 새끼들이다. 형태는 조류에 근접하지만 언 듯 인간의 아이와 비슷해 보인다. 조용히 기어간 정후는 두 하피새끼의 목을 돌려버렸다. 어미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에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방법은 회귀 전 읽었던 어떤 가디언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에서 읽은 것이었다.

효과야 좋지만, 꽤 또라이 같은 방법이라 두 번은 못 쓸 그런 것이다. 읽을 때는 미친놈 다보겠다고 웃었지만, 그 방법을 자신이 쓰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당시의 그 가디언과는 장비가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효과는 볼 수 있으리라.

정후는 아공간에서 마정석 두 개를 꺼냈다. 해방길드에서 받아온 것이 아닌 시장에서 사온 3티어 마나석이다. 아공간은 여러모로 정말 쓸모있는 특성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이렇게 마정석을 들고 홀로 돌아다닐 수 없다.


마정석에서 뿜어지는 마나는 괴수들이 환장을 한다.

그렇기에 마정석을 지닌 존재는 괴수들의 표적이 된다. 간혹 먼거리에서부터 마나를 감지하고 달려드는 고위괴수들도 있으니 이렇게 홀로 다니며 마정석을 소지한다는 건 자살하고 싶다는 말과 대동소이하다. 이런 마정석을 안전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공간은 정말 쓸모있는 특성이었다.


휘익!


정후는 마정석을 땅으로 던졌다.

마정석은 웬만한 암석보다 단단한 물질이다.

땅에 떨어진 마정석은 이내 정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뭐 하는 짓이냐?


-낚시


-흠. 호오... 그런 방법이군.


정후가 어떤 짓을 하려는지 유추한 레드가 아는 채를 하며 물어왔다.


-꽤 기발한 방법이기는 한데 그럼 그 5티어 마정석으로 이 봉우리를 무너뜨릴 건가?


-물론...


-흐음. 그래. 괜찮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폭발력이 부족할 거 같은데...


정후와 시야를 공유하는 레드이기에 정후가 지금 무너뜨리려는 봉우리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정후가 가진 5티어 마정석의 폭발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저히 가능할 거 같지 않다.


-넌 지켜보기나 해.


-흠. 그래. 알았다. 그런데 저것들은 어쩔꺼냐?


-음?


레드의 말에 정후가 앞을 바라본다. 그리고...


-빌어먹을...


두 마리의 하피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아무리 봐도 조금 전 정후가 목을 돌린 새끼하피의 어미들 같다. 하피는 2티어의 끝자락에 있는 괴수였다. 새끼하피들처럼 얌전히 죽어줄 리 없다는 뜻이다.

계획이라는 것은 항상 돌발변수를 포함한다. 이번에는 가급적 그런 것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바램일 뿐이다. 현실은 언제나 의도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래서 삶이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말했지만, 정후는 그런 변수들이 싫다.


‘어쩔 수 없지.’


둥지 뒤로 몸을 숨긴 정후는 철창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어미들이 새끼들의 죽음에 놀라 우왕좌왕할 때 공격할 심산이다.

한 마리 정도는 얼추 기습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다른 한 마리는 개싸움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계획이고 뭐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둥지를 향해 날아오던 두 하피가 순간 방향을 전환해 밑으로 내리꽂혔다. 그들의 동선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동글 고블린 십여 마리가 술래잡기하고 있다. 무리의 가장 앞서 뛰는 고블린의 손에는 정후가 던진 마정석을 들고 있었는데 뒤를 쫓는 고블린들은 앞서 도망치는 고블린에게 연신 꺅꺅거리고 있다.


퍼억!


그런 그들의 위로 흰색의 잔상이 스치는 순간

앞서 달리던 고블린의 머리가 순간 사라졌다. 하피의 발톱들은 독수리의 그것처럼 긴 갈고리 형태다. 특히 뒤편에 달린 발톱이 특히 길었는데 그것에 걸리면 마치 추수하는 낫에 걸린 것마냥 댕강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뒤이어 날아든 하피가 머리가 사라진 고블린의 몸을 꽉 움켜쥔다. 환상적인 연계공격! 그러나 고블린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끼기긱!”


뛰어오른 하나가 딸려 올라가는 동료의 시체를 붙잡는 순간 다른 고블린들이 우르르 뛰어올라 그 고블린을 붙잡았다. 십여 마리의 고블린이면 무게가 상당하다. 날아오르던 하피가 신경질적으로 시체를 흔들었지만 고블린들을 떨어지지 않았다.


그 고블린의 손에 들린 마정석에 눈이 돌아간 것이다. 고블린들은 시체를 기어올라 그것을 향해 손을 뻗어갔다. 그러나 그 마정석을 탐내는 것은 하피도 마찬가지다.


“캬아아!”


앞서 고블린의 머리를 취한 하피가 번개같이 선회하며 고블린들을 향해 돌진했다.


퍼퍼퍽!


하피의 몸통박치기가 터지자 고블린들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새들의 날개라면 일단 약하다는 편견이 있겠지만 아마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모두 입을 다물리라. 하피들의 날개는 하늘을 날게 해주는 도구임과 동시에 공격무기이기도 하다. 깃털조차도 칼날같이 빳빳하여 고속으로 스치면 수십 개의 칼날에 베인 상처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고블린들은 하피와는 다른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끈질김과 다수라는 것이다.


“끼이이익!”


어디선가 대여섯 마리의 고블린이 나타나 합세했다.

아니 그들을 시작으로 바위틈 이곳저곳에서 하나둘 튀어나온 고블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세 30여마리로 불어난 그것들은 하피들을 향해 돌을 던지며 반격까지 시도했다.


“캬!!”


발톱으로 붙잡은 고블린의 시체가 점점 무거워지자 하피는 그것을 놓아버리고 하늘로 치솟았다. 동족의 시체를 되찾은 고블린들은 기뻐하기보다는 그 고블린의 손에 든 것을 빼앗기 위해 시체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하피는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쉬이이이이... 퍼어어엉!


햐얀 선 두 개가 고블린들의 머리 위로 X자를 그리자 수 마리의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걸레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날았다.


퍼퍽! 퍼퍼퍽! 퍽퍽!


고블린들이 연신 돌팔매질을 하지만 그것들을 하피의 몸을 스치지도 못했다.

하피들은 마치 이 계곡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르쳐 주려는 것처럼 고블린들을 잔인하게 도륙했다. 점점 수를 불어가는 고블린의 숫자에 맞춰 시체도 쌓이기 시작한다.


‘저건...’


그때 고블린들 사이로 뭔가를 발견한 정후가 몸을 바짝 엎드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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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증폭이라 함은...-15 +4 18.10.30 5,849 162 13쪽
» 홀로 나들이-14 +8 18.10.29 5,906 144 12쪽
13 고맙다. 잘쓸게.-13 (수정) +7 18.10.29 5,701 156 13쪽
12 결투? -12 +7 18.10.28 6,339 159 12쪽
11 악어의 눈물-11 +8 18.10.27 6,619 159 13쪽
10 결투다. 새끼야-10(수정) +10 18.10.26 6,895 161 11쪽
9 복수는 차근차근-9 +7 18.10.26 6,990 165 13쪽
8 뭘 또 이런 걸 다...-8 +4 18.10.26 7,279 155 12쪽
7 너 대단한 놈이구나?-7 +9 18.10.25 7,624 175 11쪽
6 대충 알겠네.-6 (수정) +15 18.10.25 7,806 196 13쪽
5 간보기-5 +5 18.10.25 8,069 161 11쪽
4 조촐한 악연-4 (수정) +10 18.10.25 8,743 171 13쪽
3 부당계약-3 +15 18.10.24 10,361 198 13쪽
2 회귀자-2 +12 18.10.24 11,366 211 12쪽
1 프롤로그-1 +25 18.10.24 13,544 2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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