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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 님의 서재입니다.

고금지 천하쟁패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방만호
작품등록일 :
2015.04.08 13:30
최근연재일 :
2015.05.13 15:1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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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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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글자수 :
145,993

작성
15.05.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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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21화 태자비가 궁노와 간통하다

高金志




DUMMY

이자겸은 태자궁에서 태자비 장경궁주를 독대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누이동생이 눈물로 호소하던 그 처절한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오라버니, 내가 회임하지 못하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요.”

허나 아이를 갖는 것이 어찌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집으로 오는 내내 자겸의 얼굴은 어둡고 침울했다. 하늘도 잔뜩 찌푸리더니 결국 소낙비를 호되게 쏟아 냈다.

“두 치도 안 되는 문지방을 넘는 게 이리도 힘이 든단 말이냐.......”

자겸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수족으로 부리는 박표(朴彪)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말한다.

“대감, 제법 쓸 만한 놈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어디 사내아이라도 하나 점지 해 줄 수 있다던가?”

자겸은 심드렁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한 번 만나보시지요.”

자겸은 즉각 박표의 표정을 알아챘다.

“좋은 술 한 병과 잘 간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사랑채로 오게.”


이윽고 방문이 열리더니 한 사내가 들어오는데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 자겸은 그 자의 모습을 살폈다. 눈은 위로 쭉 찢어졌고, 광대뼈는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거기에 몰골은 비렁뱅이다. 역한 냄새가 방안을 진동했다. 자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표 네놈이 미쳤구나. 사람 좀 가려서 집안에 들여야 할 것이 아니냐?”

하루에도 족히 수십 명이 손에 뇌물을 들고 이자겸의 집을 찾았다. 박표의 임무는 그 중에서 제법 쏠쏠한 물건을 골라 자겸에게 진상하는 것이었다.

“저놈에게서 악귀의 냄새가 납니다.”

박표는 능글능글 웃었다. 악귀의 냄새? 과연 음산하면서도 속이 뒤틀릴 것 같은 악귀의 냄새가 난다.

“대감께서는 혹....... 최행이라는 자를 기억하시는지요?”

악귀냄새를 풍기는 그 사내가 느닷없이 물었다. 순간 무엇인가가 이자겸의 뇌리를 강하게 스친다.

“천하의 잡놈이었습죠. 대인을 만난 덕에 곡주 현령 자리를 얻어갖고는 그 꼴에 사또라고 온갖 유세를 다 떨었습죠. 히히히......”

저 소름끼치게 음산한 웃음소리.......



“아하! 그 천하의 난봉꾼 잡놈 최행.......”

자겸은 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대체 저놈은 누구이기에 최행과의 은밀한 일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래 곡주 현령 최행....... 천하의 잡놈이 욕심은 많아 가지고 전주 목사를 달라고 했지 아마. 그래 그 난봉꾼은 잘 있는가?”

“개 버릇 어디 가겠습니까? 곡주에서 계집질하다가 비명횡사했습죠. 소인은 곡주에서 아전 노릇하던....... 김전이라 하옵니다.”

김전....... 지금 이자겸 앞에서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키득거리는 자는 김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놈이 여기 나타난 것일까?

“최행이 계집질을 하다 비명횡사했다....... 여기 숫돌로 잘 갈아서 날이 아주 선 칼이 있지. 너를 지옥에 있는 최행에게로 보내주마.”

자겸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칼을 만지작거렸다. 뇌물을 받고 최행에게 관직을 준 것을 안다면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다. 헌데 김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감께 큰 선물을 드린 후에 지옥에 가서 천하의 잡놈을 만나도 늦지는 않을 것입니다요.”

“하하하....... 이제 보니 천하의 잡놈은 최행이 아니라 바로 너로구나. 좋다! 어디 그 선물이 뭔지 좀 보자.”

역시 이자겸은 단번에 김전의 가치를 알아봤다. 김전은 째진 눈을 흘깃거리며 밖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다.

“망대는 안으로 들어라.”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어떤 훤칠한 자가 들어오더니 넙죽 절을 한다.

“저놈은 저 파평 용주사에서 노비로 있는 망대라는 놈인데, 대감께는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요.”

자겸은 자세히 망대라는 노비의 모습을 살폈다. 분명 남자인데 생김새가 여인처럼 곱다. 얼굴만 본다면 영락없는 어여쁜 여인네다.

“네 나이가....... 몇이냐?”

자겸이 묻자 망대는 수줍은 듯이 입을 연다.

“올해....... 열여덟이옵니다.”

목소리도 여인네 같다. 자겸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옷을 벗어 보아라.”

이 무슨 짓일까? 그러자 망대는 김전에게 무슨 귀띔이라도 들었는지 머뭇거리지도 않고 훌러덩 옷을 벗었다. 분명 사내다. 그런데 생김새부터 목소리, 하는 짓이 여인이 아닌가?

“이런 천하의 죽일 놈! 네놈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너만 죽일 것이 아니라 네놈 애비어미까지 찾아내 살을 발라낼 것이다!”

자겸은 갑자기 울부짖으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김전을 쏘아봤다. 그런데 김전은 여전히 태연하다.

“대감, 일단은 살고 봐야지요. 태자비께서 회임하셔서 아들만 낳으시면....... 이 고려는 대감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체 이것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겸은 칼날 같이 서늘한 눈빛으로 김전을 쏘아봤다.

“만에 하나....... 네놈의 그 간사한 세치 혀를 어디 가서 함부로 놀렸다가는 네놈의 가죽을 송두리째 벗겨버릴 것이다. 알아.......듣겠느냐?”

“소인은 그저 대감 댁 문간방에서 세끼 밥이나 빌어먹으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하하하....... 세상에 어찌 충의지사만 있을 것인가? 너 같은 쓰레기 망종도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는 법이지.”

자겸은 호탕하게 웃으며 김전에게 술을 권했다.


며칠 후 태자궁에 새롭게 내시 하나가 들었다. 망대였고, 뒤를 봐준 것은 이자겸이었다. 망대는 궁에 들어오자마자 무수리들의 뜨거운 눈길을 한 몸에 받았다. 훤칠한 키에, 곱상한 얼굴, 거기에 계집처럼 묘한 웃음을 흘리고 다닌다.

“아깝다 아까워. 고자만 아니면......”

“고자면 어때. 고자라도 저런 사내와 하룻밤 보내기만 해도.......”

무수리들은 저희들끼리 모여 키득거렸다. 그렇게 고자 아닌 고자 망대는 궁의 여인들의 가슴을 몹시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궁에 들어온 지 나흘이 지난 밤, 망대는 은밀히 태자궁 상궁을 따라나섰다. 수십 개의 문을 지나 태자궁에서도 가장 깊고 은밀한 거처....... 바로 태자비의 밀실이 망대가 간 곳이었다.

방문이 열리자 기묘한 향내가 코를 자극했다. 망대는 이미 이자겸을 통해 은밀히 들은 것이 있었다. 시키는 일만 잘하면 면천(免賤)은 물론이고 전주에 땅과 집을 준다고 했다. 그 일이라는 것도 사실 어려울 것도 없다. 오히려 사내로서 즐겁기 그지없는 일이 아닌가?

“망대라고 했지? 가까이....... 오너라.”

끈적끈적한 여인의 목소리. 망대는 침상에 엎드려 누워있는 여인이 이 나라 고려의 태자비 장경궁주임을 직감했다.

“망, 망극하옵니다.”

망대는 궁에서 배운 대로 예의를 차리며 장경궁주에게 다가갔다. 침상에 가까이 갈수록 황홀한 향내는 점점 강해졌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몽롱해진다.

“손 지압을 잘한다지? 어디 그 솜씨 좀 볼까.......”

여인의 목소리는 벌써 무엇인가에 취해있는 듯했다.

“망, 망극하옵니다.”

망대는 떨리는 몸으로 침상에 올랐다. 그리고는 엎드려있는 장경궁주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두 손을 올렸다. 이윽고 망대의 열 손가락은 부드럽게 농익은 여인의 어깨를 주무르며 서서히 밑으로 내려갔다.

“흐음......”

장경궁주의 입에서 기묘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망대란 놈 아주 능숙하게 여인을 다룬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장경궁주의 무르익은 몸 곳곳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망대야, 오라버니를 통해 들었지?”

장경궁주는 몸을 갑자기 홱 돌리며 망대에게 물었다. 궁주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마, 망극하옵니다. 마마.”

망대는 수줍은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장경궁주는 마른 침을 삼키며 망대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아이, 곱기도 해라. 이게 여인의 얼굴이지 어찌 사내의 얼굴인가?”

그러다가 두 손을 벌리더니 망대를 와락 끌어안았다.

“망대야, 너 하기야 달렸다. 내가 회임만 한다면 내 천하의 절반이라도 네게 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화, 황공.......하옵니다.”

장경궁주는 급하게 망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이자겸은 은밀히 태자궁으로 장경궁주를 찾았다. 보니 궁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이다.

“마마, 일은....... 잘되고 있는지요?”

“아무렴요. 오라버니 덕에 곧 좋은 일이 있을 듯합니다.”

장경궁주는 그저 좋다고 난리다. 그러나 자겸은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목소리를 낮추었다.

“마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했습니다.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합니다. 만에 하나 소문이라도 나면....... 그때는 마마나 이 오라비나 다 끝장입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합니다.”

“아이, 오라버니도 참.......”

자겸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질 안았다.

“태자마마는....... 요새 어떠십니까?”

그 말에 장경궁주의 좋던 얼굴이 금세 어둡게 변했다.

“말도 마시오. 밤낮으로 탕약만 드시고....... 해서 기력이 좀 생기면 하루 종일 서책만 읽으시니 합방은커녕 같이 다정히 말을 나누지 못한 지도 수 해가 되었소. 나는 이제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한답니까? 어휴.......”

자겸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다시 한 번 살피다가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마마,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의에게 은밀히 물었더니 태자마마는....... 길어야 3년이랍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지요?”

그 말에 장경궁주의 눈이 놀란 토끼눈처럼 되었다. 자겸은 다시 눈을 번득였다.

“태자마마를 크게 취하게 한 후 합방을 한 것처럼 하십시오. 은밀히 알아보니 망대란 놈 절간에서 여러 여인에게 씨를 주었다하니....... 꼭 회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 이것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이렇게 이자겸은 천인공노할 음모를 버젓이 꾸미고 있었다. 이자겸의 입에서는 계속 무시무시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하여 마마께서 원자를 생산하시고 태자께서 황위에 오른 신 후 승하하신다 해도....... 원자가 있으니 마마께서 수렴청정을 하시게 됩니다. 그러면 천하는 마마의 것이지요.”

“천하가 어찌 내 것이겠소? 오라버니가 다 해먹을 거면서.......”

장경궁주는 음탕해도 눈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자겸이 태자궁을 나와 막 신봉문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우님, 뭐가 그리 바쁘신가?”

자겸은 뜨끔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촌형인 이자의가 서있다.

“공무가 바쁘다 보니 미쳐 형님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어련하시겠는가? 그나저나....... 자네가 은밀히 뒤를 봐준다는 그 계집 같은 내시는 잘 있던가?”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다. 이자의 역시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고 있는 자가 아닌가? 자겸은 시치미를 뚝 뗐다.

“허어, 형님께서 어디서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들으신 모양인데 이 아우가 어찌 하찮은 고자놈들 일에 마음을 쓰겠습니까? 저는 그저 성심을 다해 태자마마를 보좌하고 보필할 뿐이지요.”

자의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암 그래야지. 우리 경원이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가? 태후마마를 배출하고, 태자비와 궁주마마들을 낸 집안이 아닌가? 난 그저 우리 듬직한 아우님만 믿네.”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형님이야말로 우리 집안의 장손이 아니십니까? 장차 형님께서 조정과 집안의 큰일을 하셔야지요.”

“말이라도 고맙네.”

“허면 이만 바빠서.......”

자겸은 고개를 숙이고 급히 발걸음을 떼려는데, 자의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한다.

“아우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일세. 이쯤에서 그 색마놈은 땅에 묻어야 하지 않겠나? 내 진심으로 걱정되어 하는 말일세.”

자겸은 뜨끔했다. 그러나 태연한척 딴청을 피운다.

“형님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 아우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소이다.”

이자의는 정색을 한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네. 오히려 자네뿐 아니라 우리 집안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수도 있음이야.”

이자겸은 이자의를 속일 수 없음을 알아챘다.

“형님,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것이고, 일은 끝나 봐야 아는 법이지요. 허나 형님의 걱정하는 마음은 이 아우가 감사하게 받지요.”

그렇게 이자겸은 묘한 웃음을 남기고 서둘러 궁을 나왔다.




天下爭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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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고금지 천하쟁패> 시즌1 종료와 시즌2 개시 15.05.20 457 0 -
» 제21화 태자비가 궁노와 간통하다 15.05.13 710 3 13쪽
22 제3편 계림등천(鷄林登天) 15.05.13 502 4 2쪽
21 高金志 천하쟁패 시즌 2!! 15.05.13 458 2 6쪽
20 제20화 왕희는 척준경을 호위무사로 거두고 15.05.11 560 2 16쪽
19 제19화 전투는 무사가 하지만, 전쟁은 선비가 한다. 15.05.07 752 3 17쪽
18 제18화 흑수(黑水) 기병이 얼어붙은 도문수를 넘어오다 15.05.03 571 1 14쪽
17 제17화 연개위는 개마산으로 도망치고 15.05.02 516 4 16쪽
16 제16화 왕국모는 병목에서 석적환의 복병에 당하다 15.04.28 539 4 13쪽
15 제15화 고려군은 사면(四面)에서 여진을 공격하다 15.04.22 506 5 15쪽
14 제14화 반간지계(反間之計) 15.04.21 863 5 16쪽
13 제13화 아! ‘밝은 해’ 발해(渤海)여! 15.04.15 588 6 15쪽
12 제12화 윤관(尹瓘)은 단기(單騎)로 적진으로 향하다 15.04.15 509 6 14쪽
11 제11화 계림공(鷄林公) 왕희(王熙)는 정벌군을 이끌고 출정하다 15.04.13 672 7 17쪽
10 제10화 도탕군(跳蕩軍) 15.04.13 653 5 19쪽
9 제9화 대장군 왕국모(王國髦) 15.04.13 512 8 14쪽
8 제8화 여한(餘恨)을 칼에 묻고 15.04.13 670 7 15쪽
7 제7화 쌍용대도(雙龍大刀) 15.04.11 638 9 13쪽
6 제6화 척준경(拓俊京) +3 15.04.11 782 11 18쪽
5 제5화 파국(破局) +2 15.04.11 657 7 15쪽
4 제4화 호장(戶長) +4 15.04.08 735 13 16쪽
3 제3화 왈패 +4 15.04.08 899 11 12쪽
2 제2화 이자겸(李資謙) +4 15.04.08 943 14 14쪽
1 제1화 천하 난봉꾼 +4 15.04.08 1,218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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