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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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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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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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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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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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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리되지 못한 것들

DUMMY

"형!"


덜컹, 놀란 몸이 벌떡 일어나졌다. 잠에서 깬 몽롱한 감각.

눈앞에 있는 수성이가. 꿈에서 본 피를 흘리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심장이 쿵쾅댄다.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어? 어··· 어. 밤에 깼었거든."


수성이가 잔에 물을 따라 건네주었다. 물컵을 받으면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손이 덜덜 떨렸다.


"악몽이라고 꾼 거야? 괜찮아?"


"응···. 괜찮아."


"피곤하면 침대에서 좀 쉬어. 내가 그동안 아침 만들게."


"고마워."


수성이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불쾌한 꿈이 떠올라, 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후우-"

식은땀으로 범벅이다.


그건 뭐였을까? 아버지가 시간을 역행하기 직전의 세상일까? 꿈에서 봤던 자신은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마냥 꿈 취급하기에도 꺼림칙했다.


갑자기 잔소리가 많아졌던 아버지. 만약 꿈이 현실이었다면.

어린 시절, 내가 인펀트에게 기프트를 빼앗기던 순간. 아버지는 알면서도 나를 내버려 뒀던 걸까?


'설마···.'


"말도 안 돼."


그저 꿈일 뿐이다. 만약 미래의 세상이 실제로 그런 모습으로 변한다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세상이 내 꿈에 나타난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저 전에 꿨던 꿈이 뇌리에 깊게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또 한 번 꿨을 뿐이고. 비슷하다 보니 꿈이 이어졌다고 착각한 것이다. 안 그래도 꿈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그냥···'


【그건 당신의 꿈이 아닌 것 같아요.】


인트가 대뜸 말을 걸어왔다.


"꿈이 아니면?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그런 뜻이 아니라.】


인트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은 퍽 충격적이었다.


【제 꿈인 것 같아요. 당신 꿈이 아니라.】



+



짧은 여행이 끝이 났다. 최준성이 있어 할 자리엔 다시금 그를 닮은 몬스터가 대체되었다.


부르릉-


같은 길인데.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 같은 설렘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당신이 잠에서 깼을 때, 꿈에 대한 정보가 제게 흘러들어와요.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어요. 저도 그 꿈을 실시간으로 느꼈다고요.】


인트는 최근 들어 잠을 자기 시작했다.

녀석 말로는 오늘 자신이 꿈을 꿨고, 링크로 인해 내가 그 순간을 엿봤다는 것이다.


"그런 꿈을 꾼 이유가 뭔데?"


【잘 모르겠어요.】


인트가 잠에 들기 시작하는 이유도 같은 대답이었다. 기계조차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둥, 링크 영역이 확장돼서 그렇다는 둥.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꿈까지 꾸다니.


【당신은 왜 잠을 자나요?】


"어?"


【왜 꿈을 꾸시나요?】


마찬가지로 모를 일이었다. 그냥 졸려서 잠을 자고, 자다 보니까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트의 변화가 납득이 되는 건 아니었다. 에너지를 축적할 때마다 인트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었다.


보통의 생물체는 식량을 많이 취했다고 해서, 남들과 다른 새로운 신체가 돋아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성장할 뿐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자라가는 과정.


반면, 인트는 조립식 인형마냥 선택적으로 기관을 만든다. 보고 있으면 때때로, 타 생물체를 관찰하여 필요한 것을 모방한다고 느낄 때도 있다.


다시 말해, 인트의 모든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모든 기관이 뚜렷한 목적성을 띤다는 말이었다.

녀석이 이전부터 하지 않았던 행위를 시작한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꿈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면?"


【네?】


자만심으로 얼룩져 비릿하게 웃어대던 자신. 꿈에서 본 녀석은 아버지에게 붉은색 팔찌를 감아줬었다.

수성이가 무언가를 해놨다는 장치. 팔찌의 생김새는 왼손에 있는 인트와 똑같았다.


"뭐 떠오르거나, 짚이는 거 없어?"


【음···.】


딱히 없는 모양이다.


─어디?


송채린이다. 링크를 또 메신저처럼 사용하고 있다.


─오래 걸림?

─올 때 아이스크림 좀.


짜증스럽게 칭얼거릴 게 뻔했기에.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이편이 차라리 덜 시달릴 것이다.


"오! 왔어?"


별장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송채린이었다.

시선은 손에 쥔 봉투에 쏠려있어, 나를 반기는 기분은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오빠를 제일 기다렸지."


눈을 맞추며 말하는 녀석. 보랏빛 머리카락이 아이스크림을 향해 찰랑였다.


"장은미한테 부탁하지 그랬어."


위치 전이가 있는 그녀라면 아이스크림쯤이야 순식간이었을 것이다.


"몰라. 그 언니 이야기하지 마."


그새 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반지는 또 뭐야?!"


송채린이 대뜸 손을 낚아챘다. 왼손 약지에 감겨있는 반지. 인트가 선물해 준 애완 몬스터였다.


"내 눈 똑바로 봐!"


설명할 것도 없이 송채린이 기프트를 사용해 마음을 읽었다.


"흠, 인트가 준거니까 봐준다."


잡았던 팔을 풀어주며, 송채린이 다시금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시선을 돌린다.


"너 믿는 사람 마음은 안 읽는다고 하지 않았어?"


다 같이 술 마실 때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은데.


"마음 바뀌었어. 이제 그냥 다 볼 거야. 진태 오빠 생각도 다 읽을 거야. 나쁜 새끼."


안진태랑도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오셨네요."


마침 마당으로 나오는 안진태와 눈이 마주쳤다. 그 모습에 송채린이 아이스크림 봉투를 잡아채며, 성큼성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진태 옆으로 지나가며 과도하게 '흥' 콧방귀를 뀌는 송채린의 모습은 퍽 유치했다.


"무슨 일 있었어?"


"그냥, 뭐··· 하하."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안진태가 궐련을 꺼내 물었다.


"자기편은 아무도 없다네요."


편을 가르려면 최소한 니 편이 있어야 하고, 내 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방금 대사는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심술 난 아이가 할만한 소리다.


눈에 훤하다. 말리는 안진태에게 도끼 눈을 떴을 송채린.


"채린이가 원래 좀 소유욕이 강하잖아요."


말하며, 스윽. 안진태가 최준성을 흘겼다. 송채린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물건을 바라보듯이.


"그만큼 싫은 건 딱 배척하는 편이죠. 그래도 멤버한테 그렇게 적개심을 품진 않았었는데···"


송채린이 적개심을 품을만한 멤버. 짚이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장은미?"


안진태가 담배 연기를 뿜으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심하다 싶어서 한마디 했더니 저 모양이네요."


'그렇구나.' 최준성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그보다 물어볼 게 있는데."


안진태가 고개를 들었다. 차분한 목소리. 일 얘기인 것 같았다.


"뭔데요?"


"첫 번째 작전 때 목표 있잖아. 김학현."


"아- 그 질소 인간이요?"


위험도 A급 던전. 죽음의 화원에서 목표로 했던 국던수 인원. 증거 없이 깔끔히 처리한 덕에 뉴스에서는 던전 실패로 인한 죽음으로 알려졌다.


"그 사람은 갑자기 왜요?"


"왜 죽였어?"


"네?"


최초의 다섯 개의 목표를 지정했을 때, 최준성은 깊은 이유를 듣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 안에, 하진이를 죽음으로 몬 연구원만 포획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딱히 상관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것이다. 안진태는 조금 의아했다.


"국던수 내 TO를 만들기 위함이었어요. A급 이상 던전 출입자에 대한 인원 편성에 남는 자리가 필요했죠."


"그 정도는 김학현을 죽이지 않고도 빼올 수 있잖아?"


"에이~ 국던수. 그래도 나름 엘리트 집단이에요. 배부른 공무원들이 많아서 그렇지."


낌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비밀도 아니었기에 안진태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국던수도 상위 던전에 대해서는 인원 관리가 꽤 까탈스러워요. 그 질소 인간은 특수한 케이스였죠. 상위 던전 진입을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한 건, 그 인간의 기프트가 던전에 딱 맞아서예요. 김학현 자체가 국던수에게 있어 골치였던 사람이라 그런 것도 있고요."


안진태가 툭툭 담배를 털어냈다.


"첫 번째 작전이 잘 마무리된 덕에. 준성 씨 없는 동안 두 번째 작전도 성공했어요. 침입도 무리 없었고, 정보도 빼 왔죠."


"안 죽였을 수도 있네."


안진태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최준성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는 그는 최준성의 마음을 셈하려는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이시죠?"


"단순히 자리가 필요했던 거라면. 김학현을 납치하거나 상처만 입혔어도 되잖아."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안진태는 궐련 하나를 더 꺼내 입에 물었다.


"그랬을 수도 있죠."


칙, 칙. 불이 잘 붙지 않는다. 땡그랑, 라이터를 던져버리며 안진태가 입을 열었다.


"증인이 생길 수도 있고, 낌새를 눈치챈 국던수가 경계를 강화했을 수도 있고, 던전 안에서 죽은 게 우리 멤버였을 수도 있지만. 위험부담을 감수한다면 방법이야 있었겠죠."


안진태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나요? 김학현의 목숨보다는 당신이 찾는 연구원을 하루라도 더 빨리 손에 넣는 게 중요한 거 아니었어요?"


"······."


"갑자기 죄책감이라도 든 거예요? 좀 덜어 드려요? 그 인간이 망친 무고한 가정만 한 보따리에요. 더러운 짓 투성이죠. 뒷심이 좋은지 증거 조작해서 무죄 판결 받은 건도 여럿 있고요. 그 정도는 돼야 막 살아도 국던수 다니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말을 잇던 안진태가 다시금 피식 웃음을 지었다.


"참 이상하네요. 준성 씨는 그런 거 신경 안 쓰실 줄 알았는데."


안진태가 최준성을 똑바로 마주 봤다.


"그렇잖아요? 그룹원들도 다 죽여서 몬스터로 만드셨는데. 갑자기 죄책감이라니."


꿈틀, 최준성의 얼굴에 동요가 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예요?"


말을 아끼던 최준성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라도 말해주세요. 사람을 죽이는 게 퍽 옳은 일은 아니잖아요?"


죄책감. 그와는 조금 결이 다른 감정이었다.

수성이가 언급한 트롤리의 기차. 그리고 시체의 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꿈속의 자신.

그런 것들로 인해 잠시 마음이 어질러졌을 뿐이었다.


"꺼려지면 말해주세요. 참고할게요. 작전에 영향을 줄 테니까."


"아냐. 괜찮아."


애초의 작전에 연관된 사람 중 깨끗한 자는 없다.


"하진이 죽인 새끼만 잡을 수 있으면 돼."


최준성의 눈을 바라보던 안진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고요."


안진태가 별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들어가시죠."


안진태가 문고리를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설 때까지만 해도 안진태는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준성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자니. 현재 지켜봐야 할 상대는 최준성이 아니라 송채린이라는 결론이 났다.


"언니, 아~"


상황만 보면 평화롭다. 사이좋은 자매처럼 보였다. 장은미의 표정만 아니면 말이다.


"이거 먹어 봐, 언니."


아침까지만 해도 송채린은 장은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전날 밤, 장은미를 향해 소리치던 것보다야 나았으니까. 심하다 싶어 말리려던 안진태까지 편 가르기를 당했었다.


"아이, 손 떨어지겠네."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뜬 송채린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장은미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살랑이는 보랏빛 머리카락 밑으로 보이는 사글사글한 표정. 반면, 장은미는 입을 다문 채 곤혹스러운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안 먹을 거야? 배다른 동생이 주는 거라 싫어?"


거북한 단어에 움찔. 장은미의 입이 억지로 벌어졌다.


"이거 먹으면 아빠 얘기해 주는 거다?"


벌어졌던 입이 다시 다물어진다.


"너무 궁금해서 그래. 나 태어나기도 전에 도망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헤헤, 웃음을 짓는 송채린의 눈이 경직되어 있다.


"다른 가정 살림은 어땠는지, 가정이 몇 개나 있던 건지. 지금은 어디 살고 있고, 아니지. 아직 살아는 있어?"


꾸욱. 다물고 있는 장은미의 입술 위로 노란색 아이스크림을 담은 숟가락이 들이밀어졌다.


"살아있으면 좋겠다."


광기 섞인 눈빛이 반짝였다.


"만나보고 싶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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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되지 못한 것들 21.08.02 44 3 12쪽
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68 퀘스트형 던전 21.07.30 46 3 12쪽
67 완벽한 오답 21.07.29 51 2 13쪽
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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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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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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