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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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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439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8.18 18:40
조회
32
추천
2
글자
12쪽

시작

DUMMY

"끄응···."


무거운 몸이 천천히 일으켜졌다. 테이블 위는 음식과 술병들로 어질러져 있었고, 옆에는 벨라가 곤히 잠들어 있다.


"하아-"


테이블에 엎드려 잔 탓에 목이 뻐근했다. 꿈을 꾼 듯한 어렴풋한 기억이 있으나, 빠르게 돌아오는 현실감각에 불쾌함만이 조금 남아있을 뿐이었다.


'몇 시지?'


레스토랑 안에는 은은한 등불만이 피어올랐다. 창문 하나 없어 지금이 몇 신지조차 모르겠다.


터벅, 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고 워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문이 아닌 베란다 쪽 워프였다.


우웅-

발을 들이자, 주위에 풍경이 변한다. 투명한 유리문을 옆으로 밀어내자, 찬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담배 하나를 입에 문 채, 커튼을 치워냈다.


"······."


돌연 커다란 눈이 보였다. 사람만한 크기에 눈동자는 짐승의 것을 닮아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홍채는 웅덩이 속에 떨어지는 폭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뭐야?"


건물 2층 높이였다. 그럼에도 괴수는 몸을 숙여 들여다볼 정도로 크다.

수축하는 동공. 최준성을 발견한 놈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불꽃이 일렁였다.


'젠장.'


파직-!

붉은 창에 꿰뚫린 눈동자에 선혈이 그어진다.


"--------!!!!!!!!"


고통을 토해내며 고개가 뒤로 젖히는 괴물. 녀석의 입에서 뿜어지는 불꽃 또한 그 궤도에 맞춰 하늘 방향으로 틀어졌다.


"큭."


몸을 뒤로 젖힌 덕에 아슬아슬하게 불꽃이 머리 위를 스친다. 뿜어진 열기가 강한 덕에 담배의 불이 붙었다. 불꽃이 타고 올라간 위층은 까맣게 그을려졌다.


"후우-"


호흡에 맞춰 뿜어지는 담배 연기에 따라, 허공에서 붉은 전류들이 소음을 일으켰다.

쿵, 그대로 괴수가 쓰러질 때까지 쏟아지는 붉은 비. 괴수가 완전히 동작을 멈춘 후에도 한동안 사방에 전류가 튀었다.


"대체 뭐야···?"


안심도 잠시. 사방엔 몬스터들 투성이었다. 도로에는 숨을 헐떡이며 도망치는 사람들보다 시체가 많았고. 반파된 차와 깨진 유리창 사이를 넘나드는 괴물들의 입은 하나같이 붉었다.


"인트!"


불러도 팔찌는 조용할 뿐이었다. 꼭 필요할 때는 도움이 안 된다.


「아···문에···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계음 소리. 그와 함께 모든 몬스터가 움직임을 멈췄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은 한곳이 아니었다. 좀 더 주위를 둘러보니, 전자기기란 전자기기에서는 다 똑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탓-!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졌다. 유리창과 함께 창틀이 완전히 박살 나 있는 집. 안에는 핏덩이로 변해버린 사람들뿐이었다. 참혹한 현장 가운데 거실에서 반짝이는 텔레비전 하나가 보인다.


「고로, 승인제의 폐지를 공인합니다.」


화면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자세히 보니, 국던수가 송출하는 방송 같지도 않았다. 시멘트 기둥밖에 보이지 않는 건물 안에서 탁자와 마이크만을 옮겨 놓은 조잡한 방송. 마이크 앞에서 진땀을 뻘뻘 흘리며 말을 잇는 노인 또한, 전문 앵커처럼 보이지 않았다.


「네? 아, 저··· 제 이름은 송국···.」


말을 떠듬거리는 노인은 카메라 밖에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흡사 협박당하는 듯한 모습.

개인 방송보다도 못한 화면이 지직거리며 흔들렸다.


'아, 진짜.' 옅은 잡음이 섞여 들려왔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자, 잠깐···!」


순식간에 사색이 된 노인. 순간, 탕. 선혈이 튀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바지직.' 이어지는 노이즈와 함께 화면이 천장만을 비쳤다.


「남산 게이트. 미공략 시, 불특정 던전 지속적 몬스터 출현 예정.」


그 말을 끝으로, 치직. 검은 화면만이 이어졌다.


'불특정? 여기만이 아니야?'


까드작. 뒤쪽에서 유리 밟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끄르르르-"

"키리리링"

"끄륵, 끄르륵."


백색 늑대, 초음 벌레, 길 잃은 파충류.

본디 성격이 사나워 움직이는 것들이라면 덮치고 보는 족속들. 각기 독립적인 던전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녀석들은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조용했던 팔찌가 다시금 찌릿찌릿 떨리기 시작했다.


'빨리도 온다.'


【제 메인 던전 쪽이 급습당했어요. 처음엔 저 혼자서도 무리 없는 수준이었는데, 끝도 없이 몰려드는 탓에 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거기 있는 것들을 어떻게 모은 건데···.】


인트가 호들갑을 떨며 달달 볶아댔다.


【빨리 이동해 주세요. 늦으면 뺏겨 버려요.】


'수성이가 먼저야.'


파지지지직-!!


전류가 폭발하듯 파장을 일으켜 몬스터들을 짓이겼다.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지는 사체들. 하지만 상대는 인트 말처럼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지금은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끌 때가 아니었다.


"벨라!"


부름에 따라, 쿵. 하늘에서 열기가 떨어졌다. 충격으로 인해 움푹 파인 땅 위에서 흔들리는 묶음 머리가 보였다.


"길 만들어."


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구릿빛 피부가 더욱 진하게 열기를 토해냈고. 휘둘러지는 손짓에 따라 일직선으로 불꽃이 타올랐다.


'송채린!'

─우음···. 오빠, 벌써 일어났어?

'바이크 어딨어?'

─문 앞쪽에 세워놨지. 빨간 색깔.

'키는?'

─던져죠?


고개를 들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송채린이 보였다. 그녀 또한 주위를 둘러보며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오늘 할로윈이야?"

"던져!"


송채린이 휙, 가벼운 스냅과 함께 키를 던졌고. 탁. 손에 알맞게 전해졌다.

다행히 오토바이에 이상은 없었다. 재빨리 시동을 거는데, 쓰러져 있던 시체 하나가 몸을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기생형까지 있나.'


역한 기억이 올라온다.

그것도 잠시, 화륵. 좀비와 같은 녀석이 벨라의 열기에 사그라져 갔다.


부으응-!

송채린만큼이나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바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벨라의 옆을 스쳐 지나가자, 그녀가 달리는 바이크를 붙잡아 그대로 뒷좌석에 올라탔다.


─난 안 데려가?


뒤늦게 송채린이 볼멘소리를 냈다.


'인트가 요청하는 곳으로 좀 가줘.'


어느새 조그마한 사람 형태로 변한 인트가 어깨 위에서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남은 인원들에게 인트의 메인 던전을 맡긴 채, 수성이가 있는 집으로 속도를 높였다.


"사··· 살려주세요!"


가는 길 내내 몬스터 천지였다. 여기저기서 피가 튀었고. 군복을 입은 자들도 보였다. 하늘에선 전투기 여럿이 어딘가를 향해 날아간다. 남산 쪽 같았다.


저번이랑 똑같다. 하진이가 죽었던 날. 그날도 몬스터들이 이렇게 거리를 활보해댔다.

그런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게 불안했다.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던 것도 이상하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일어나는 것도 이상해요!"


던전에서 몬스터가 뿜어져 나오는 일. 그런 상황이 발생한 던전은 주기적으로 몬스터를 토해낸다고 인트는 말했었다. 이렇게 오랜 텀을 두고 다시,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건 인트로서 이해할 수 없었다.


"던전의 생식 작용이라기보단 누군가 조절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번이랑 범인이 같다면, '리더'의 소행이다.


"수성이한테 붙여놨던 몬스터들은?"


어깨에 붙어 있던 인트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연결이 끊겼어요. 마지막 신호가 조금 애매해서. 완전히 부서진 건지, 통신이 차단된 지역에 들어선 건지 가늠이 안 돼요."


'젠장.'


끄득. 생각할수록 이가 갈린다. 만약 수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갈가리 찢어 죽여버릴 것이다.


"거기! 멈추세요!"


국던수 놈들은 무슨 생각에서 인지. 바리케이드를 친 채, 도시 간에 이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쪽은 도시를 나가려는 사람투성이고, 한쪽은 도시에 들어서려는 사람들로 시끄럽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오토바이!!"


파직-!


사람들이 '어, 어···' 하는 사이에, 방해물들을 모두 날려 버렸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웠던 공간이 경계가 무너지며 더욱 정신 없어졌다.


부으응-!

그러거나 말거나 바이크는 진행 경로를 내달릴 뿐이었다.

뒤쪽에서 기프트가 이는 소리가 들렸으나, 벨라의 손짓 몇 번에 무너지거나 닿지 않게 되었다.


위잉- 위잉-


「집 안에 대기하시어, 통제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사방이 경고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나마 동네에는 위협적인 몬스터의 수가 적었다.

먼저 향했던 건 집이었다. 철컥, 현관문을 열었으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 없으면···.'


바로 바이크를 돌려 카페로 향했다.


「당신의 행복을 기프트」


도착하는 순간 아찔한 불안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간판은 분홍빛을 뽐내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벽이 깨져있다. 밖에서 안으로 흩어져 있는 유리 파편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었다.


"꾸르륵?"


돼지의 머리를 하고 있는 검은 털의 원숭이. 블랙피그.


"키햐악-!"


인기척을 느낀 녀석이 하얀 송곳니를 내보였다.


"제가···"

"그냥 있어."


벨라에게 손짓한 후, 깨진 유리 판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키헥!' 괴소리를 지르며 날아든 녀석. 순간 튀는 스파크와 함께 괴성은 비명으로 변했다.


"키헥, 키헥!"


땅에서 퍼덕이는 녀석의 손과 발이 절단되어 나뒹굴었다.

몬스터의 몸통을 짓밟은 채, 허리를 숙였다. 돼지 입에 자라난 날카로운 송곳니들은 참 어울리지 않았다.


꽈악, 그 부조화를 조정하듯 돼지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가장 길쭉한 이빨을 잡았다.


뿌드득!

전류를 타고 단단해진 육체. 그건 뽑아낸다는 느낌보다는 으깨부순다는 표현에 가까웠다. 발버둥 치는 몬스터를 보면서도 최준성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끝마치듯 손을 움직였다.


마침내 돼지가 모든 이빨을 잃었을 때. 녀석의 목덜미에는 가장 날카로운 이빨 하나가 박혀있었다. 급소를 어중간하게 꿰뚫었기에, 몬스터의 숨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최준성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곳에는 파손된 대리석 하나가 있었다.


"······."


카페 직원복을 입고 있는 대리석의 머리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처참한 몰골은 하진이를 두 번 죽이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준성의 머릿속에는 그런 죄책감보다 불안감이 요동쳤다.


'수성이가 봤을까?'


만약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몬스터의 능력이라고 치부했을까? 아니면, 진실을 알고 여태 함께하고 있던 그가 거짓이라는데 충격을 받았을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부서진 대리석 주위로 뚜렷한 혈흔은 보이지 않았다. 수성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습격에 휘말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돌연, 대리석 밑으로 명함 같은 작은 종이가 보였다.

스윽, 조심스럽게 집어든 것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진실은 숨길 수 없다.」

「대의를 위한 선택.」


묘한 의미를 품고 있는 문장이었다. 조심스럽게 명함의 뒤편을 확인했다.

뒤쪽에 쓰여 있는 문장은 앞에 있는 것에 비해 비교적 직관적이었다.


「최수성. 남산에 있음.」


부들부들 손이 떨렸다.


「실망시키지 말 것. 여유롭게 기다려 줄 생각이지만. 잘못된 선택 시, 모든 것을 빼앗을 예정.」


이건 일종의 경고장 같기도, 명령문 같기도 했다.


'죽여버리겠어.'


끄드득. 최준성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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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1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6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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