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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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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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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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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
글자수 :
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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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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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곰과 너구리(3)

DUMMY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됐다.

위험도 A급에 던전. '죽음의 화원.'


던전 내부엔 식물이 가득했지만, 대부분 잎이 말려있었다.

'질소 과다'라는 현상으로. 하위 잎부터 잎이 아래로 말리고, 잎맥 사이에 황화현상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말 그대로 원인은 과다하게 축적된 질소 때문이었다. 해당 던전은 질소 농도가 무척 높다. 게다가 침투력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나,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악영향을 준다.


「곧 투입합니다.」

「현재 상태 이상 없음.」


무전을 타고 들려오는 장은미와 강한웅의 목소리.


「돌입.」


그것을 끝으로, 지직. 통신이 끊어졌다. 던전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던전을 공략하는 국던수 인원 사이로, 장은미와 강한웅이 잠입해 있다.


정확히 20분이 흐른 후, 안진태가 고개를 돌렸다.


"준성 씨도 준비해 주세요."


안진태의 말에 너구리가 의자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 옆에 누워 눈을 감으면. 울렁이는 불쾌함이 머릿속을 잠시 지나간다.


"분신 완료됐어요."


눈을 뜨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주먹을 이리저리 쥐어본 후, 일부로 손끝을 베어냈다. 지푸라기가 옅게 흩날린다.

김누리의 기프트로 얻은 가짜 몸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준비 끝났어."


누워있는 몸에 둘려있던 인트가 팔찌에서 조그마한 사람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꿨다.


"장전은 기프트로 하시면 돼요."


인트가 내민 것은 붉은 총이었다.


"몇 번 쓰면 부서져 버릴 거예요."


"얼마나 견딜 수 있는데?"


"두 발이 넘어가면서 궤도가 틀어져요."


생각보다 내구도가 약하다. 하지만 충분했다.


"아마 들어가면 정신없을 겁니다."


안진태가 눈을 마주쳐오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목표 기억하시죠?"


이번 목표는 던전 공략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국던수의 일.

우리가 취해야 할 건, 국던수에서 파견 나온 한 사내였다.


김학현. 질소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프트의 소유자.


한국은 승인 제도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랭킹'이라는 게 따로 없다. 하지만 만약 랭크제를 실시했다면, 그는 상위에 랭커였을 것이다.


활용도가 무척이나 높다. 질소를 응축하여 몸을 보호하거나, 산소를 밀어내서 상대를 질식시킨다. 듣기로는 등급이 높아 질소를 급팽창하여 폭탄과 같이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굉장히 효율 높은 인원임에도. 국던수는 그를 꺼렸다.

성질 자체가 난폭했기 때문이다.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외적 이미지며, 내부 인원들과의 트러블이며. 던전 한 번 나갈 때마다 말도 아니다.

던전 나갈 때뿐인가? 그는 최근 일어난 데이트 폭력 사건에도 연루돼 있었다.


참 통제 안 되는 인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는 굉장히 세속적이었다.

페이가 높긴 했으나 돈만 주면 만사 오케이였고. 지저분한 기사에 오르내리지만 않으면 쓸모가 많았다.


그는 이번 공략에 적합했다. 질소 던전에 질소 기프터라니.


그를 굉장히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의 목숨보다는 트러블을 피하고 싶은 건지. 던전의 등급에 맞지 않게 토벌팀의 인원은 턱없이 적었다.

거기에 모자라 팀원 대부분이 그와 같이 문제 많은 녀석들뿐이다.


'국던수는 이번에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변명하려나?'


안진태가 존재감을 숨겼다고는 하지만. 잠입을 위한 신분증을 어렵지 않게 훔쳐낼 정도로 관리가 형편없었다.


"너무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최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를 마쳤다.

째깍, 째깍.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 고요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꼈다.


1분.


5분.


7분.


그렇게 9분을 향해가던 중.

후웅, 주위의 풍경이 급변한다. 그대로 숨을 참았다.


"커흑, 콜록. 커윽"

"꺼으으윽, 우웩"


눈물을 쏟아가며, 고통스럽게 자신의 목을 할퀴는 사람들. 가지고 있는 방독면이나 호흡 장치 따위는 모두 터져나가 있었다.


몬스터의 짓이 아니다.


"이거 놓으라고!! 이 개새끼가!!!"


바닥을 기며 몸부림치는 인원들과 달리. 유일하게 서 있는 이가 있었다.

강한웅. 그리고 그가 꽉 붙들고 있는 남성. 목표인 김학현이었다.


철컥. 그대로 강한웅을 조준했다. 그리고 탕. 붉은 탄환이 흔들림 없이 쏘아졌다.

탄환은 정확히 강한웅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리곤 그가 붙잡고 있던 남성의 심장까지 파열시킨다.


"커흑···!"


피를 울컥 쏟는 사내. 그에 비해 강한웅은 멀쩡했다. 기프트로 만들어진 것은 그의 몸에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김학현의 몸을 뚫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질소를 응축 시켜 방탄처럼 두르고 있는 몸은 퍽 단단했다. 하지만 그조차 강한웅이 바짝 붙어있었기에,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꺼윽··· 꺼윽."


풀리는 눈동자는 사내의 죽음을 알렸다. 그가 죽자 기능하지 않던 호흡기 일부가 다시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땅을 기던 사람 중 몇몇이 호흡기를 잡고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 옆에 있던 인원이 그것을 뺏기 위해 무기를 휘두른다. 눈이 돌아가 기프트를 휘두르는 자도 있었으나, 총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다투다 결국 작동하는 호흡기마저 부수고 만다.

그 모습은 '죽음의 화원'이라는 던전의 이름과 퍽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최준성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 행위는 악한 걸까?'


최준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 그건 생존 본능에 비롯한 당연한 행위였다.


그럼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호흡기를 부순 사람은?

그건 잘 모르겠다.


"우읍!"


생각에 잠겨있는 건 이 정도로 끝내야 했다. 기프트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는 하나, 강한웅에게도 이곳은 괴로운 곳이었던 모양이다.


숨이 막힌다는 제스처를 하는 그를 바라보며. 최준성은 머리의 총을 가져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펑, 지푸라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어두워진다.


"후우-"


눈을 뜨자, 너구리가 재빨리 옆에 있는 사람에게로 손을 돌렸다.

곧이어 눈앞에 장은미의 모습이 만들어진다.


"분신 완료됐어요!"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던 장은미가 돌연 휘릭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강한웅이 나타났다.


"후하-!"


커다란 덩치의 곰이 숨을 헐떡인다. 땀을 흘리면서도. 최준성과 눈이 마주치자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오늘은 꼭 한잔해야 되는 날이네요."


매일 알콜을 섭취하는 곰이 오늘의 구실 거리를 찾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있던 너구리가 입을 열었다.


"분신, 다운됐어요."


그 말과 함께 누워있던 장은미가 일어났다.


목표는 사살했다.

최준성의 분신은 총으로 터트렸고. 강한웅과 위치를 바꾼 장은미의 분신도 비슷한 방법으로 처리했을 것이다.


던전 안에 있던 나머지 인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음으로 몰았으니. 던전 안에 남은 증거는 없었다.


"깔끔하네요."


안진태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 이루어진 상황이 무척이나 흡족해 보였다.


【김학현이라고 했나요? 운이 좋네요.】


인트는 어느새 팔찌로 돌아와 있었다.

'운이 좋다'. 심장이 꿰뚫린 사람에게 할만한 표현은 아니었다.


【질소 말이에요. 바로 옆 차원만 가도라도 공기 중에 포함된 질소가 희박하거든요. 정말 지구와 딱 맞는 기프트네요.】


옆 차원이라는 건 전에 말했던 드래곤이 존재한다는 곳 같았다.


'거긴 질소 대신 뭐가 있는데?'


【마나요.】


'마나? 그··· 마법사가 쓰는? 막대기로 땅에 그림 그리면 뭐 나오고?'


【네.】


게임이나 만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였기에 확 와닿지는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당신의 기프트도 그런 종류에요.】


'뭐? 마법 같은?'


【그렇죠. 평범한 전류일 리 없잖아요.】


'그렇게 치면 불이나 얼음 뿜어내는 기프터도 마찬가지잖아.'


【차이가 있죠.】


'무슨?'


【특수한 힘이 작용한다는 건 비슷하죠. 하지만 달라요. 예를 들어 '불'로 해볼까요?】


수다쟁이가 오랜만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 행성의 기프트들은 물리법칙을 기반으로 해요. 불꽃을 예로 들면, 발화점을 높이고 낮춘다거나 열 자체를 높이고 낮출 수 있는 행사력이 있는 거죠.】


'마법은 뭐가 다른데?'


【발화점이나 열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그냥 '불'이라는 존재 자체를 만들어 내는 거죠.】


여전히 두 차이가 딱 와닿지는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전류는 전하의 흐름 따위로 발생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음···.'


【물리법칙에 의거하면. 번개는 원래 온도가 낮은 계열일수록 붉고. 온도가 3만도 이상은 넘어가야 푸른빛을 뗘요. 하지만 당신의 기프트는 반대잖아요. 푸른색이었을 때보다 붉은색이었을 때 더 뜨겁고,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죠.】


평소 생각해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전류를 응축한다고 고체처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하의 흐름을 극도로 응축하면 결국 멈출 테고. 그러면 그건 전류가 아니잖아요.】


붉은 전류로 창이나 총알 따위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기에. 그동안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몸에 전류를 흘린다고 해서, 말도 안 되게 단단해지거나 빨라지지도 않죠. 근육은 전류를 흘리면 수축하잖아요. 더 빨라진다는 건 이상하죠.】


'결론이 뭐야?'


【그러니까.】


재잘재잘 떠들어대던 목소리가 잠시 뜸을 들였다.


【참 이상해요. 당신은.】


호기심이 가득한 것 같으면서도 조심스러운 음색이었다.


【마나가 희박한 땅에서 당연하다는 듯 마법을 부리니까. 이 행성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게 당신뿐이라면 희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겠네요.】


왼손에 걸린 팔찌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근데 그거 아세요?】


떨림은 인트의 감정을 대신하듯 조금씩 커졌다.


【던전은 마나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렇기에 입구에 있는 워프 또한 물리 법칙과는 별도로 작동하는 셈이죠. 이동 기프터들이 공간좌표에 개입하는 것과는 방식이 달라요.】


왜일까? 꿈속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흐려지던 모습들이.


【다시 말해, 당신은 이 행성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던전의 숙주로 적합해요.】


이제야 뚜렷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시체의 산을 즈려밟고 동생의 멱을 쥔 채 비릿하게 웃고 있던 자신.


떠오르는 기억만큼이나 불쾌한 감정이 솟았다.


"당신이 저와 링크돼서 다행이에요!"


펄쩍. 녀석이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급격히 밝아지는 목소리에 어두운 분위기가 조금 물러갔다.


"만약 당신이··· 앗!"


탁자를 향해 한번 더 발돋움한 인트가 송채린에게 붙잡혔다. 검지와 엄지로 인트의 옷 뒤쪽을 잡아낸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불만 섞인 눈동자. 가뜩이나 이번 작전에도 제외된 탓에 그녀의 심기는 불편해 보였다.

안진태도 괜히 '컥, 흠' 헛기침을 하며 슬슬 자리를 피한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냐니까?"


한 발짝 다가오는 그녀에게서 몽실몽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별거 아니야."


그녀의 미간이 구겨졌다. 인상을 쓴 채 한 발자국 더 다가온다.


"뭐냐고."


"별거 아니라니까."


인트와 했던 이야기를 설명하기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했고. 굳이 그걸 송채린에게 구구절절 말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안 그래도 매번 메신저마냥 링크로 불러댔기에. 최준성도 짜증이 쌓여 있었다.


"적당히 해."


그 말에 송채린의 입이 다물어진다. 더욱 쏘아붙일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꾸욱. 다물어진 입술은 분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너무 날카로웠나' 싶었을 즘.


송채린이 무언가를 대뜸 내밀었다.


"뭐야?"


거절할 것도 없이 그녀가 봉투를 던지다시피 건넸다.

보랏빛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표정은. 평소 그녀의 행실과 너무도 달랐기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필요 없으면 버리던가."


그렇게 말하곤 터벅, 터벅 문을 향해 걸어 나간다.


"송채린."


무시하듯 걸어가더니, 문고리를 잡고는 갑자기 멈춰 선다.


"전에 봤어."


여전히 돌아보지 않은 채 그녀가 말을 이었다.


"링크했을 때. 아버지 말씀 말고도···."


송채린은 거기까지만 말하곤 그대로 나가버렸다.

쾅. 난폭하게 닫힌 문이 울분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뭘 봤다는 거야?'


봉투 안에 든 물건. 그건 전자담배였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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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68 퀘스트형 던전 21.07.30 46 3 12쪽
67 완벽한 오답 21.07.29 51 2 13쪽
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 곰과 너구리(3) 21.07.22 57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4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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