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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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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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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1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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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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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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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팀 활동(1)

DUMMY

안진태. 그는 오늘 기분이 참 별로였다.


그날따라 유난히 먹지 않는 왁스 때문일까? 입맛에 들지 않는 아침밥 때문일까?

풀린 구두끈을 보아서였을까? 비가 내린 하늘 때문이었을까?


또는, 사나웠던 꿈자리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모니터에 비친 실험체. 꿈에서 본 과거의 자신을 많이 닮아있었다.


"하아-"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담배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모니터. 고꾸라진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더욱 뒤틀렸다.


치직, 결국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문다. 그리고 불을 붙인다.

원칙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그. 그렇기에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 뭐야?"


사람들이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발견했다. 그와 함께 인식하지 못하던 안진태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인지 저하'


강제 등급 강화 실험. 쥐새끼 신세였던 그에게 주어진 기프트였다.

인지를 하는 것이라면 그게 생물이든 기계든 컨트롤할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발설할 수도, 그 자리에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존재할 수 있었다.


"너 이 새끼 누구야?!"


대신, 자신에게서 비롯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상대는 기프트에서 벗어난다. 가령, 이런 담배 연기처럼.


"잡아!!"


다시금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선 조건이 있었다. 상대방에 인지 범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사람에게 발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원칙이다.


"참, 기분 더럽네."


숨을 내쉬자 담배 연기가 자욱이 깔린다. 다른 보안요원이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 안진태가 남성에게 총을 겨눴다.


모니터링실에 책임자.


'책임자라고 해봐야, 양아치 출신이지만.'


피식, 웃음을 짓는 안진태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정확히 세 발이 발사됐다.


"크윽."


우당탕탕 넘어가는 의자. 만족스러운 리액션에 비해, 놈은 멀쩡했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총알 한 발 맞지 않았다.

애꿎은 뒤쪽 모니터 몇 대가 부서진 게 다였다.


"고마워요. 기분이 좀 나아."


안진태가 웃음을 흘렸다. 한 발도 맞추진 못했으나, 작은 유흥거리 정도는 됐다.


일부로 맞추지 않는 게 아니었다. 남성이 기프트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니터를 노린 것도 아니었다.


'여전하네.'


겉으론 웃음을 흘리면서도, 속으론 적잖게 이는 푸념을 떨쳐야만 했다.


애초의 안진태에게 총은 딱딱한 둔기쯤의 무기이다.

그의 코스트. 안진태는 멀리 있는 것을 맞출 수 없었다. 총을 쏘면 늘 빗나갔다. 물건을 던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야구나 볼링, 당구조차. 모두 젬병이었다.


코스트는 사람의 성격과 연관이 많다.

던전을 통한 개화가 아닌, 위기 상황에 발현되는 기프트는 더욱 그러했다.

기프트가 발현되는 시점부터 생긴 게 아니었다면, 정신병원부터 찾았을 것이다.


실험실을 탈출하던 날. 믿고 있던 형을 저격한 남성. 그건 안진태가 처리해야 했던 가드였다.

하지만, 당시 총은 처음이었고. 맞추지 못했다.


그 실수로 형이 죽었다. 그렇기에 형이 죽은 건 오롯이 자신의 잘못이었다.

안진태는 그렇게 생각했다.


"죽여버려!"


뭐, 잡념은 이쯤에서 관두자. 사방에는 총을 겨눈 사람들 투성이다.

안진태가 품에 손을 집어넣었고, 탕. 조금 떨어진 발치에서 총성이 울렸다.


정확히 오른쪽 눈을 맞춘 모양이다. 오른쪽 시야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핏줄기 대신 흩날리는 지푸라기.


안진태가 거리낌 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품에 있던 기폭장치가 삐빅. 작동하기 시작한다.

사실상, 모니터실까지 침입한 것으로 작전은 성공한 것이다.


기분이 더럽다는 이유로 임무를 완전히 망칠 그가 아니었다.

하긴, 그렇게 충동적인 사람은 송채린 정도밖에 없으려나?


탕-!


다시 한번 울리는 총성. 이번엔 시야가 완전히 차단됐다. 머리를 정확히 맞췄나 보다.

기울어지는 중심. 털썩, 바닥과 부딪치는 충격이 전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들어온 거야?!"

"야, 거기! 움직여!"

"빨리 수색해!!"

"멍하게 있지 마!"

"어···. 대장."

"뭐야?!"

"여기, 품에···."


불안한 음성. 그와 함께 머리의 반이 날아간 지푸라기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show time"


콰과과광, 시끄러운 노이즈와 함께 감각들이 멀어진다.


"후우."


안진태가 천천히 눈을 떴다. 평범한 가정집이 눈에 들어온다. 옆에는 소년 하나가 조심스럽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 얼룩이 있는 소년. 머리카락 사이에는 귀도 숨겨져 있다. 소년의 외형 코스트는 딱 너구리를 닮아있었다.


"다운됐어요."


너구리가 말했다. 안진태의 분신은 소년이 만들어 낸 기프트다.


"고생했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진태가 귀에 꽂힌 무선 이어폰에 손을 가져갔다.



+



「모니터링실 끝났습니다.」


무선 이어폰을 타고 안진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플랜 B로 진행 부탁드려요.」


플랜 B는 차선책이다. 잘 진행되고 있다기에, 당연히 메인 계획대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다.


"돌발 상황이라도 있어?"


「네, 제가 너무 흥분해 버려서요.」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아니었다. 하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파지직, 붉은 전류를 흘려 몸을 보호했다.


"시작할 거야."


핸들의 손을 가져갔다. 힐끗인 옆좌석에는 묶음 머리를 한 구릿빛 여성이 앉아있다.


'벨라' 그게 녀석의 이름이다. '발록'에서 자음만 따, 송채린이 지은 명칭이었다.


인트의 말로는, 하진이의 코스트였던 붉은 머리가 피부색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마주치는 눈동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진이의 꽁지머리보다 긴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차분한 표정. 하진이를 닮아서일까? 아니면 떠들어대던 송채린과는 너무 달라서일까?

그냥 기분이 묘했다.


"가자."


잡념을 떨쳐내듯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부르릉, 굉음과 함께 화물트럭이 움직인다.

커다란 덩치 탓에 초기 가속도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이 그러하듯.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는 트럭은 쉽게 멈추지도 않는다.


「멈추세요!」


확성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 그럼에도 발을 떼지 않았고. 출입을 통제하던 인원들은 점차 사색이 되었다.


덜컹, 덜컹. 붉은 전류를 방파제 삼아, 앞에 있는 것들을 밀어붙였다. 카가가각, 바리게이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떨어져 나간다.


액셀을 밟은 발에 힘을 주어, 계속해서 밀고 들어갔다. 비상 인원들은 모니터링실을 향했을 것이다. 덕분에 방해는 거세지 않았다.


끼이이이익----- 쾅!!


가장 안쪽에 있는 건물에 트럭을 처박았다. 푸슈우우, 연기를 뿜어내며 앞면이 박살 난 트럭. 그런 와중에도 몸은 멀쩡했다. 그건 벨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부러진 차 문을 부수고 나오며 말했다.


"애들이랑 도박장으로 가."


구조를 외우고 있는 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트럭의 짐칸이 열렸고, 안에는 무장한 인원들로 가득했다. 인트가 만들어낸 그룹원들이었다.


"조심하세요. 선배."


움찔, 그 말에 발걸음이 멈췄다.


"벨라."


그녀의 눈동자는 몬스터 시절의 황금색 그대로였다. 짐승의 것과 같은 날카로움. 그것이 나를 향해졌다.


"선배라고 부르지 마."


의문이 서린 얼굴. 하지만 그녀는 구태여 물어오진 않았다. 묶음 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린다.


"네, 알겠습니다."


불만이 섞여 있진 않았다. 그저 지시한 대로. 벨라는 인원을 지휘하며 도박장으로 향했다.


【그런 게 신경 쓰였으면 인격을 심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요.】


"저게 더 융통성 있으니까."


인트는 인격을 정교하게 만들수록,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간 다울수록 자신의 소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벨라에게 인격을 심은 까닭은, 그것이 비상시 대처하기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일 지난번과 같이 인트와에 통신이 끊겼을 때. 만들어 놓은 몬스터들은 멀뚱히 서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명령이 없으면 그룹원들은 무엇도 판단하지 못하는 인형에 가깝다.


【사적인 감상이 들어간 건 아닌가요?】


하진이의 기프트. 인트가 탐을 내고 있던 탓일까? 뒷말이 길다.


"모르지."


인트에게 대꾸하며, 실험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최준성의 뒷모습을 벨라 또한 남몰래 힐끗였다.


'선배'


어째서 그를 그렇게 불렀을까? 그건 벨라 자신으로서도 모를 이유였다. 그저 그렇게 부르는 게 편했다.


휙, 휙. 고개를 흔드는 벨라가 잡념을 털어냈다. 그녀에겐 탄생의 목적이 있었다.

최준성. 그의 지시를 받고 수행한다. 그것을 위해 자신은 태어났다.


'전원 대기.'


링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룹원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통했다.


도박장 입구.

대리석이 곱게 깔린 바닥을 따라 이어진 고풍스러움. 분위기만큼은 라스베이거스 못지않았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에 비해 아름답지 못했지만.


모니터링실이 습격당했음에도, 도박장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녀석들의 돈줄과 관련된 만큼 쉽게 중단할 수 없는 장소였다.


안에는 나름 거물급들이 눈먼 돈을 가지고 장난치고 계신다. 그만큼 자체 가드보다 뛰어난 개인 경비원들도 포진되어 있다.

걔 중에는 포획해야만 하는 인원들도 있다.


벨라는 준비해 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깨가 드러난 빨간색 원피스. 신발은 하이힐이었다.


"준비 완료됐습니다."


조그마한 무선 통신기를 작동하여 말한 후, 바닥 구석에 떨궈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슥. 주위가 변한다.

위치 전이. 미리 도박장 안에 침입해 있던 장은미의 기프트였다.


내부는 복싱 경기장 같기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링 주위로 쳐진 철장이 새장을 연상시킨다는 점. 글러브 대신 기프트가 일렁인다는 점. 마지막으로 심판이 없다는 점.


둘 중 하나가 불구가 될 때까지 싸울 것이며, 승리자에게 배팅한 관객들은 비율에 따라 이득을 취할 것이다.

경기는 한창 열기를 띠고 있었고, 관객들 얼굴 위로는 광기가 배여 있었다.


눈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검은색 카드 한 장과 신분증이 놓여 있었다. 필시, 훔쳐낸 물건일 것이다.

신분증의 앞뒤 정보를 외워낸 후, 카드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각, 또각.


VIP석으로 향하는 발걸음. 가드가 입을 열 것도 없이, 벨라가 카드를 들이밀었다. 진입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목표는 비상 출입 카드.

화재나 부득이하게 구역 내 건물이 잠겨버렸을 때. 유일하게 제어실 이외에 독단적으로 작동하는 장치다.


기간이 설정된 물건이라서, 한 달에 한 번. 모두 폐기 처리하고 새로 발급한다.

소유자 중 누군가 도난 신고를 하게 돼도, 마찬가지로 기존 것들은 폐기 절차를 밟는다.

안진태의 작전이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만큼 가지고 있는 사람도 한정적이다. 오늘만 해도 카드를 가지고 있는 인원은 딱 둘뿐이다.

하나는 실험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의원. 피 튀기는 경기를 좋아하는 그는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이곳을 들린다.


오늘도 가장 높은 곳에서 술잔을 들이키며, 경기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살이 불어나면서 신체적인 여건은 전성기에 비해 형편없어진 그.

그에 반해, 노련함과 조심성은 더욱 날카로워져서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아, 아."


벨라는 입꼬리를 잔뜩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오물거리기도 하며, 안면 근육을 풀었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인상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그리곤 밝은 분위기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VIP실 임에도 관중석과는 조금 떨어진 자리. 경기장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술을 들이켜는 젊은 남성이 있었다.


"누구시죠?"


의원의 아들. 그는 내성적인 기질이 있어,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끌려다녔다.


공감대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아버지 따라서 와봤는데, 너무 무섭네요."


벨라가 눈을 치켜뜨며 허리를 숙였다. 노출이 심한 옷에 따라 그의 시선이 옮겨진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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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 팀 활동(1) 21.07.14 7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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