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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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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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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6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8.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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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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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송국

DUMMY

"그 이쁜 입술 좀 움직여 보라니까?"


압력에 못 이겨, 아이스크림이 담긴 숟가락이 장은미의 볼을 따라 옆으로 미끄러졌다. 주륵.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아이스크림은 마치 립스틱이 번진 것과도 비슷했다.


"싫어?"


"송채린!"


보다 못한 안진태가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건 날 선 눈동자였다.


"왜! 이 거짓말쟁이야! 맨날 숨기기만 하고!! 오빠는 나한테 숨기는 거 아직도 많지?!"


"너 진짜···."


"뭐!"


안진태가 한 발자국 다가가자, 송채린이 장은미의 뒤로 돌아가 숟가락을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댔다. 인질극이 따로 없다.


"진짜 다 마음에 안 들어!!"


'또라이다. 또라이야.'


진지한 얼굴에 비해 상황이 참 우습다. 괜한 불똥이 튀지 않길 바라며 최준성이 방으로 향할 때였다.


"말해줄게."


장은미가 입을 열자, 뜨거웠던 열기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다음 작전이 끝났을 때."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장은미는 눈을 마주친다 하더라도 생각을 읽을 수 없다.


"지금 말해."


"그때 되면 싫어도 알게 될 거야."


잠시 고민하던 송채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거짓말이기만 해봐."


숟가락을 더욱 가까이 들이밀며. 송채린이 장은미의 볼에 바짝 얼굴을 붙였다. 그리곤 속삭이듯 말한다.


"그땐 숟가락으로 안 끝나."


땡그랑. 숟가락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송채린이 자기 방으로 향했다.


"어휴-"


깊은 한숨만큼이나 안진태의 얼굴을 초췌해 보였다.



+



<other side.>


실내 공간. 남성 세 명이 모여있었다.


"리더란다. 리더."


멀끔하게 생긴 사내가 낄낄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남을 이끄는 리더(leader)와 세상을 읽는 리더(reader). 야, 이거 일부로 웃기려고 지은 거야?"


박장대소하는 남성은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깔깔댔다. 그 옆에 서 있는 텀블은 머쓱한 듯 굵직한 팔로 짙은 턱수염을 쓸며. 노인의 표정을 살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더니. 작명 센스도 영 형편없어졌나 봐."


노인은 남성의 조롱에도 대꾸하지 않은 채, 하얀 가운에서 꺼낸 무언가를 이리저리 조작해댔다.


"같은 백발이어도 어떻게 이렇게나 다르냐?"


남성은 텀블의 백색 머리와 노인의 머리카락을 번갈아 보며 비교해 댔다.


"늙는 거 하나는 진짜 리더네, 리더. 선두주자야. 누가 쟤랑 나를 동갑으로 보겠어?"


"그만하시게!"


결국 참다못한 노인이 들고 있던 컨트롤 판을 내던지며, 버럭 소리 질렀다.


"에이- 농담인데 뭘 그래? 안 그래, 텀블?"


"하하. 저는 앞을 볼 눈이 없어서요."


텀블이 선글라스를 슬쩍 올리며, 백색의 눈동자를 보였다.


"언제부터 눈으로 세상을 봤다고."


"기프트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은 많은걸요."


"내숭은··· 색까지 구별하는 것 같더만."


"이런, 들켰나요?"


어물쩍 대꾸하곤 있지만. 텀블은 아직도 남성이 노인과 같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동안이라는 소리라면 텀블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여전히 탄탄한 근육과 깔끔하게 꾸민 머리 스타일. 눈가의 주름조차 검은 선글라스로 커버해 멋을 더했다. 간혹 수염까지 미는 날에는 종종 10살은 어려 보이곤 했다.


하지만 '동안'이라는 말도 어느 정도가 있는 것이다. 노인은 텀블보다 마흔 살은 더 많았다. 거의 그보다 두 배는 산 셈이다.


그런 그와 동갑이라니? 눈앞에 남성에게서 뿜어지는 것들은 너무도 젊었다. 그의 목소리, 기색, 제스처는 여든을 넘긴 사람의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20대에서 30대쯤의 생기였다.


"관리 좀 해라. 관리 좀."


"자네는 타고났을 뿐이지 않은가?!"


재차 소리치는 노인 탓에 남성의 웃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말대로 남성은 그 흔한 스킨, 로션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자네는 그저, 그저···! 기프트 덕일뿐이지."


생물체는 일정 기점을 끝으로 성장을 멈춘다. 그리고 퇴화한다. 활발했던 세포 분열은 잦아들고, 피로가 누적된 신체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는 곧 죽음으로 연결되는 문제였다.


차고 넘치는 '부'도, 집단을 휘두를만한 '권력'도. 건강 앞에서는 모두 덧없을 뿐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늙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아가 죽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인간이란 게 그렇다. 욕심이 끝이 없어서. 대륙을 통일했다던 옛 군주조차 죽을 때까지 '불로불사'를 염원했다.

세계를 뒤적이는 수고에도 이루지 못한 염원. 그걸, 눈앞에 남성은 아무 노력도 없이 거머쥐고 있었다.


그 사실이 노인의 얼굴을 더욱 험상궂게 했다.


"송국. 자네는···!"


"워, 워- 진정 좀 해. 리,더."


한 글자 한 글자 노인을 부르는 남성. 리더라는 말과 함께 그는 다시금 깔깔 자지러진다.

그 모습에 노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것을 느꼈다. 숨이 자꾸만 거칠어졌고, 도끼처럼 뜬 눈깔로 남성을 부라렸다.


"넌 참 열등감이 넘쳐."


"뭐?"


남성의 말은 분위기를 더욱 격하게 만들었다. 텀블은 이 상황이 곤혹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성은 팔짱을 낀 채, 노인을 바라보며 으쓱였다.


"리더라는 이름도 그런 거 아니야? 열등감에서 나온 거."


"자네, 자네··· 지금."


"맨날 앵무새처럼 떠들잖아. 인간을 초월해야 해. 우리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야 해."


그건 노인의 신념이었다. 인간보다 나은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서라면 반인류적인 행위조차 용납됐다.


"미래의 집착한 것도 그런 거잖아. 지금의 기술은 부족하니까, 뭐라도 없을까 쿰쿰하게 훔쳐보고. 초월자? 뭐, 미래에서 봤다던 거에도 그래서 집착하는 거잖아."


말대로였다. 연구의 한계를 느낀 노인이 주목한 것은 미래였다. 그곳에는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기술력이 있을 테니까.

그런 심산으로 연구하던 것들이 마침내 결과를 내고 있었다. 파란색 인펀트를 만들어낸 것도 미래에서 본 힌트 덕이었다.


그만큼이나 대단한 일을 노인은 해내고 있었다.


"결국 나처럼 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한 단계 진화한 인류. 노인이 되고자 소망하고,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들이. 남성에 의해 깡그리 볼품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송국. 말이 심하십니다."


"맞잖아?"


텀블에 만류에도 남성은 멈추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는 노인은 얼마나 화를 참고 있는지, 꽉 깨문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를 정도였다.


"미래를 봤다는 것도 그래. 그게 네 연구 결과야? 아니잖아. 던전에서 그냥 운 좋게 발견한 거잖아."


"그 이상 나를 욕되게 하지 말게."


"막말로 그 초월자인가 뭔가 하는 것도. 나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노인이 끔찍이도 부정하고 싶은 가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정답이지 않을까 불안한 추측.


"그렇잖아? 당신 실험할 때, 가장 적합한 인간이 누구야? 내가 뿌린 씨들 아니야?"


그건 노인이 송국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했다.

송국이 낳은 자식들. 그들은 같은 실험을 하더라도 다른 인간들에 비해 결과가 좋았다.


"나야말로 당신이 그렇게 원하던 신인류잖아? 내 새끼들조차 다 잘났으니까."


송국이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를 눈앞에 둔 노인은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뿐이었다.


"근데 요즘 들어, 뻑하면 죽어 나간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상심이 큰지 알지? 가뜩이나 몇 명 남지도 않았는데···"


바짝 다가온 송국의 얼굴에는 아까와 같은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실험 뭣같이 할래? 일부러 그러냐?"


그가 이렇게 눈을 마주쳐올 때는 함부로 시선을 돌려선 안 됐다. 그에겐 이상한 습성이 있었는데, 마주하던 눈을 갑자기 돌리면 죽일 듯 달려든다는 것이었다.

노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느껴지는 중압감 앞에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너 최근에 연구실도 하나 털렸었잖아. 근데 그게 좀 걸리더라? 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나 다를까. 경보 울린 시간이랑 니가 튄 시간이랑 이상하게 격차가 있더라고."


찔리는 구석이 있는 노인은 저도 모르게 눈이 가늘어졌다.


"같잖은 거로 깝쭉댔지? 맞지?"


연구실에 침입했던 인원은 노인이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으나. 그는 얼핏 훔쳐본 미래에도 있었고, 과거 연구실을 테러 한 최우태와도 연관이 있었다.


'최준성.'


노인에게 그는 묘한 성취욕을 불러왔다. 어떠한 수고에도 자신은 해낼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건 실책으로 이어졌다.


노인은 신원을 철저히 숨겨야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구태여 최준성을 만나서 불필요한 말들을 떠들어댔다.


자신은 송국과 완전히 다르다고. 처음부터 원하는 걸 쥐고 있던 자와, 노력해서 모든 것을 쟁취하는 자에겐 분명한 수준의 격차가 있다고.


노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오만방자한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증명받고 싶었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하면, 사실 니가 뭔 짓을 하든 관심 없어."


날카로운 눈이 노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근데 있잖아···"


송국의 목소리에 짜증이 한층 더 깊게 배인다.


"낄 때, 안 낄 때. 파악하는 정신머리 정도는 갖자."


노인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송국이 모니터들이 즐비한 벽면을 가리켰다.


"내가 쟤들 때문에 요즘 얼마나 예민한지 알지?"


수많은 모니터. 그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둘 있었다.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 그리고 얼핏 그와 비슷한 입술을 가진 여인.


"좀 더 쉽게 말해줘?"


송국의 무례한 태도에 노인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뻗쳐오는 살기에 참아야만 했다. 단순한 기분 따위에 지금까지 모은 결과물들을 망쳐버릴 순 없었다.


"저 두 명이랑 연관된 건 아무것도 건들지 말라고. 다 내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송국이 손가락을 조금 틀어 가리킨 방향에는 최준성의 모습도 비쳤다.


"기껏 니들한테도 화면 공유해 주잖아."


송국은 노인의 행동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저기 있는 애들은 건드리지 마."


스윽. 노인을 향해있던 고개가 돌아간다. 살기가 담긴 시선이 이번엔 텀블에게 닿았다.

텀블은 최근 최준성과 맞닥뜨렸던 일을 떠올렸다.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자신의 영업장을 먼저 건드린 건 최준성이었으니까.


최준성이 역으로 습격해오는 건 예상 안이었다.

함께 온 송채린을 보고 식겁했지만,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송국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 클럽은 자신의 던전이었고. 거기라면 외부의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준성의 손을 빌려 송채린을 죽이려 했다. 손에 피를 직접 묻히지 않는다면, 나중에 들키더라도 어느 정도 둘러댈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식의 작전은 전에도 있었다.


'마킹 섬멸.'


안진태가 이끄는 그룹.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느나, 송국의 눈치로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던전 몬스터 방생'이라는 작업으로 송국의 감시망이 해이해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안진태를 처리했었다.

안진태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송국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대했으나, 결과는 시시했다.


'걔가? 아냐, 살아있어. 흔적 추적해.' 송국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당시에는 상심하는 티를 숨기기 위함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음속으로는 퍽 앓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착각한 건 자신이었다.


'안진태만 아니었더라면···.'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 모두 망쳐버렸다. 송채린이고 뭐고 물러나야 했다. 덕분에 손실한 부하들이며, 망가진 왼손이며. 회복하는데 꽤 많은 자원과 시간을 소비했다.


"그때는 그게···."


"변명하지 말고."


막상 송국을 보고 있자니. 그때 일을 그르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얼굴은 텀블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날이 서 있었다.


"알겠으면 둘 다 꺼져."


노인과 텀블은 입을 닫은 채 방을 나갔다.


송국의 성격이 본디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모욕을 준 적은 없었다. 그렇게 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아-"


그러나 요새 들어 자꾸만 짜증이 몰려온다.

내려다본 시선. 왼손이 옅게 떨리고 있었다. 항상 건강한 육체였다. 언제나 전성기처럼 반응하던 몸이었다.


분명 자신의 기프트는 그런 것이었다.


'남들과 다르다. 보다 특별하다.'


하지만 지금. 그 당연스러운 믿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other side 종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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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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