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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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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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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1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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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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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송채린(2)

DUMMY

탕, 탕.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사실은 더 많이 들렸겠지.

하지만 아이 기억의 남는 건 그렇게 두 번이었다.


하나는 기어코 손을 뿌리친 아이가 의사 선생님에게 닿았을 때였다.

자신이 들은 건 뭔가 잘못됐다며. 스스로의 기프트까지 의심하고 부정해서. 마침내 안겼다.


【어서 주사부터 놓자!】


하지만 여인의 눈에 비친 집착과 광기는, 그동안 아이에게 보여주던 것과는 달랐다.

놀랄 새도 없이, 뾰족한 송곳이 아이의 팔뚝을 내찌르려는데. 스륵, 주변이 변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안겨있던 몸이, 다시금 오빠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반대로, 선생님에 품에는 언니가 안겨있었다. 위치 전이. 언니의 기프트였다.


어디서 난 걸까? 탕.

언니가 방아쇠를 당겼다. 오빠가 아이의 눈을 재빨리 가렸지만, 선생님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아이는 보고야 말았다.


두 번째 총성은 조금 더 가까이 들렸었다.

탈출 직전. 아이는 넋이 나간 채였다. 언니와 작은 오빠가 먼저 넘어갔고, 아이를 받아들었다.


그때, 탕.


아직 넘어오지 못한 큰 오빠가 피를 토해냈다.


"가···!"


큰 오빠는 마지막까지 그런 소리를 했다. 다들 동요하는 눈치였지만. 먼저 발을 움직인 건, 작은 오빠였다.


작은 오빠는 달리면서도 계속해서 자책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까지는 아이로선 알 수 없었다. 아이는 그저 완전히 무너져 내린 행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실험실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생존을 위한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타인의 선의를 이용하기도 했고,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기도 했다.


대신 규칙이 있었다. 세 명 말고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게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 자원봉사자가 됐건, 두둔해 주고 예뻐해 주는 양아치가 됐건.


그들의 기프트는 퍽 성능이 좋았다. 활용할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카지노를 비롯한 도박판, 위치 전이로 알리바이 만들어 주기, 또는 저격. 보안이 철저한 곳에 대한 침입.


돈이 많으면 어린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오빠는 돈이 돈을 벌게 하는데 재능이 있었다.


이름도 개명했다. 언니는 장은미. 오빠는 안진태.

유일하게 송채린만이 과거에 사로잡혀 개명을 거부했다.


시간이 지나며 송채린은 안진태에게 친근하게 굴었지만, 장은미에게는 거리를 두었다.

그녀가 선생님을 쐈으니까.

그런 잡념에 사로잡혀, 진실을 알고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진태가 돈에 눈이 멀었다면, 송채린은 능력에 눈이 멀었다.

자신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 그게 힘이 됐건, 재력이 됐건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서, 자신이 아무것도 채워줄 수 없는 자에게 끌렸다.

의사 선생님이 사랑했던 건, 자신이 아니라 연구 결과였으니까.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되레 호감이 갔다.


사랑을 구걸하듯 다가가면서도. 상대방에게 있어 송채린이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을 때. 그녀는 거부감을 느꼈다.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거나 매달리면, 애정이 뚝뚝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송채린 또한 변해갔다.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반대로 미움받을 짓들을 즐겼다.

더 이상 참지도 않았다.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발레도, 그만두었다.


그렇게 그녀는 이름만 그대로였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팔락, 팔락. 인생의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와 동시에 점차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다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 이끌렸다.



*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눈앞에는 웃고 있는 인트가 보였고, 몸은 소파 위에 눕혀진 채였다.


"링크는 무사히 연결됐어요."


침대에 누워있던 송채린도 천천히 눈을 떴다. 두 뺨은 아직 술에 취한 그대로였다.


─오빠 안뇽.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에 미간이 구부러졌다.

'히히' 송채린은 기뻐 보였다.


"이제 간단한 이야기 정도는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할 거예요."


─우리 이제 하나네?

─보고 싶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면 되겠다.

─왜 대답이 없어?


송채린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떠들어댔다.


"말로 해.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무드 없는 사람.


"이제 가서 쉬어. 나도 좀 쉬어야지."


링크 때문일까? 계속 자고 있던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피곤하다.


─오빠는 궁금한 거 없어?


"뭐를."


─그냥, 이것저것 봤을 거 같아서.


"그게 뭐."


─나는 아버님 봤는데.


내가 송채린의 과거를 봤던 것처럼, 그녀도 나에 대한 것을 본 모양이다.


"아버님은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무얼 봤을까? 하긴, 뻔하지. 아버지가 말씀하신 거라곤 대부분 같은 내용이었으니까.

해치지 마라, 돕고 살아라, 생명은 소중하다.

정확히 기점은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그런 말씀만을 반복하셨다.


"글쎄, 모르지."


"흐음~"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눈을 마주쳐왔다.

뻐끔뻐끔. 무심한 듯, 흘러가듯. 송채린이 말했다.


"안진태 오빠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어이가 없었다. 그걸 왜 남한테 물어봐?

송채린이 그를 얼마나 의지하는지는 알겠지만, 당사자도 아닌데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진태 오빠도 애 있었으니까.


안진태한테?


─부모의 마음을 더 잘 알지 않을까?


근데 조금 이상했다. '애가 있으니까'도 아니고, '있었으니까'라니.


─죽었어. 예전에.


뜻밖에 이야기였다. 송채린은 일부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오빠도 내 과거 봤지? 누구 봤어?"


그녀가 히죽, 히죽 웃어댄다. 좋은 기억 하나 없던 주제에.


"엄마?"


송채린이 뜸을 들이며 다시 물었다.


"아니면, 의사 선생님?"


물어보면서도 눈은 피하고 있었다. 내가 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텐데. 태도만 보면 듣고 싶지 않은 사람 같았다.


"다 봤나 보네."


아무 대답이 없자, 송채린이 그렇게 결론지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그녀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부끄럽네. 그러니까 오빠도 부끄러운 짓 좀 당해."


송채린이 소파에 앉아있는 내 위로 올라왔다.

그녀가 정상적이지 않은 건 늘상이었기에 놀랍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왜인지 그녀답지 않게 오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술기운이 옮은 걸까? 그래서 그냥 의미 없는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난 안 질리냐?"


장난스럽던 그녀의 눈길이 조금 차분해졌다.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는 정이 떨어진다며."


그녀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내용. 눈을 마주치고 있었기에, 무슨 뜻인지 깨달은 듯 송채린이 답했다.


"오빠가 날 필요로 한 적이 있나?"


"링크한 것 자체도 필요로 한 거잖아."


"그건 오빠가 아니라 인트가 원했던 거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링크하는 거 되게 안 내켜 했으면서."


질문을 바꿔야겠다.


"내가 반지도 줬었잖아."


"뽀뽀는 안 해줬지. 지금이라도 해주나?"


가뜩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송채린이 입술을 내밀어 왔다. 반사적으로 몸이 뒤로 빠진다.

덕분에 짜증 섞인 목소리가 됐다.


"그룹원도 관리해달라고 했잖아!"


"그건 엄연히 내가 부탁한 거 아닌가? 내가 진태 오빠 자리 대신해달라고 했었잖아."


그러네.


"왜? 내가 질려 했음 좋겠어?"


꽤나.


"부끄러워하기는~"


독심술로 진심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면서. 부끄럽긴 개뿔.

보랏빛 머리카락이, 낄낄대는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찰랑거린다.


"그리고 오빠는 뭐 시켜놔서 해줘도, 별로 기뻐하지 않던데?"


'그랬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진짜 궁금한 지점이 떠올랐다.


"수성이···. 지켜달라고 했잖아."


이 부분은 송채린이 도움 될 때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적게나마 신뢰도 하고 있다.


"아~ 그건."


송채린이 웃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


"오빠는 동생 진짜 사랑하는 거 같거든. 그 옆에 있으면 나도 사랑해 줄까 싶어서."


진심일까? 모르겠다.


"그런 생각도 해. 뭘 해줘도 틱틱대니까. 오빠가 좋아해 주면 그건 진짜가 아닐까 하고."


그녀가 지긋이 눈을 맞춰왔다.


"조금 자존심 상하기도 해. 여태까지 유혹해서 안 넘어오는 사람은 없었는데."


진지했던 얼굴이 다시금 사르르 풀어졌다.


"반대로 멋대로 흥분해서 잘라버린 남자는 많지만."


잘라? 뭘?


"어쨌든. 그렇다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가 더욱 밀착해 왔다.


"아니면 어때? 내가 질려 할 수 있게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줘 봐."


조금씩 다가오는 송채린의 입술. 옆에 있는 쪼꼬미 인트가 흥미롭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켜."


장난은 여기까지로 끝냈다.

송채린을 그대로 들어다 침대에 던져 버렸다. 이만 쉬고 싶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펄럭이든 말든, 그대로 방을 빠져나왔다.


─너무해. 어쩜 이럴 수 있어?

─채린이는 오빠 때문에 너무 속상햇.

─나쁜 놈.

─겁나 섹시해♡


개인 메신저마냥 송채린이 머릿속에 알람을 울려댔다.

다행히 정신병원에 데려가는 것보다 빠른 방법이 있었다.


파직.


흘려보낸 전류가 방문을 넘어 스며든다.

'꺅' 짧은 신음과 함께 머릿속은 평온을 찾았다.



+



다음 날 아침.


─오빠 어디?

─방이지?

─나 간다.

─딱 기다려.


술이 깨기 전이나, 후나. 참···.

링크가 된 이후 텐션이 더 올라간 것 같다. 머리에서 울리는 알림이 얼마 지나지 않아, 두두두. 방으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벌컥, 멋대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보랏빛 머리.


"오···. 빠?"


고텐션 목소리가 급격하게 추락했다. 문고리를 잡은 채 멀뚱멀뚱 바라보는 송채린.


"얘 누구야?"


그녀의 앞으로 또래쯤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자리해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검은색 묶음 머리. 균형 잡힌 몸에는 군살 하나 없었다.


송채린을 무시한 채, 눈앞에 여성에게 집중했다.


"어느 쪽?"


손을 뒤로 한 채 동전 하나를 잡은 후, 그녀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오른쪽. 구리와 니켈로 이루어진 합금. 500원짜리. 제조 2008년."


오른쪽 손을 펴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날짜까지 정확히 맞췄다.


"당신 손에 있는 물건은, 그녀 또한 손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죠.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게 뭔지는 금방 파악하고요."


설명을 보태는 인트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테스트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다음."


파지직, 그녀의 등 뒤로 붉은 전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어깨에 3개, 오른쪽 관자 부위 2개, 오른쪽 뒤목 부위 1개, 갈비 밑 부위 양쪽으로 2개씩. 엉치 부위 1개. 다리오금, 종아리 뒤 부위 각각 1개."


보지도 않고 전류가 노린 방향을 정확히 짚어냈다.


"100m 안쪽으로는 사각지대 없이 사방을 인지할 수 있어요."


고급 소재를 갈아 넣은 덕일까? 성능이 다른 것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


"점화."


펑, 전류가 있던 자리에 불꽃이 피어올라 터져나갔다. 정확했기에 모두 지워졌다.


"좋네."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눈앞에 있는 녀석이 허리를 숙여 손가락 불꽃을 가져다 댔다.


"그냥 서서 붙여줄 수도 있잖아."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틀에 박힌 생각이 꼭 하진이를 닮아있었다. 그녀의 불꽃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연한가? 하진이의 기프트를 심어놨으니까.


인트가 최상급이라고 칭했던 몬스터. 발록을 재료로 사용한 육체다.

본래라면 인트가 만든 몬스터에게는 기프트를 심어도 큰 효력이 없었다. 하지만, 발록이 불꽃을 다루는 몬스터여서일까?

하진이의 기프트는 심어졌음에도, 그가 살아생전 쓰던 것보다 높은 화력을 뿜어냈다.


'이제 내 손으로는 못 붙이네.'


하진이의 기프트가 손가락에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어디까지나 착각이다.

손가락을 튕겨도 더 이상 불꽃은 튀지 않았다.


"얘, 누구냐니까?!"


감상에 잠기기도 전에 송채린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짜증이 몰려왔다. 정 좀 떨어지라고 부탁이나 해야겠다.


"송채린."


"왜?"


"얘 근력 테스트 좀 해주라."


그 말에 발록이 기프트를 완전히 죽인 채, 육체만으로 송채린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분명 맞았어야 할 거리임에도. 송채린의 신체 왜곡엔 닿지 않는다.


"오빠!"


괜히 쌤통 같아서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진짜 짜증이 난 그녀에게 한 대 맞아줘야 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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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류 +2 21.07.28 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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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0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6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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