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457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7.17 08:40
조회
61
추천
4
글자
12쪽

또 다른 루트

DUMMY

최준성. 그건 자신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타인처럼 보였기에,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꿈이란 게 그러하듯. 분명 환상일 뿐임에도, 눈앞의 것들은 허구가 아닌 것만 같았다.


"형. 이제 그만하자."


그의 손에 붙들려 있는 건, 최수성. 동생이었다.


"제발···. 제발, 그만해. 형."


동생은 애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눈물. 그건 자신을 위한 게 아니었다.

목이 졸려 캑캑대는 상황 속에서도. 수성이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도심의 한복판. 서울의 거리는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층의 건물들은 본래의 크기에 절반도 남아있지 않았다. 문화와 예술이 넘실대던 거리에는 혈흔과 사체들로 가득했다.


해와 달은 모습을 감췄고, 대신 자욱한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아래 괴수들이 날아다녔다. 지상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을 구분치 않고. 모든 걸 뜯어 삼키는 몬스터들이 득실댔다.


붉은빛으로 물든 던전의 입구에서는,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 풍경은 마치 '서울'이라는 던전의 모습과도 같았다.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이를 악무는 수성이. 그에 따라 사방이 진동한다. SS급 기프트.

무너진 건물과 떨어진 간판. 멈춰 버린 자동차와 그 밑으로 포장된 도로. 거기에 몬스터의 사체까지. 살아 숨 쉬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데 뭉쳐 몸을 일으키는 것들은 얼핏 골렘을 연상시켰다.


"마지막 경고야, 형. 멈춰."


그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는 완고한 신념이 서려 있었다.

최준성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셈하듯, 동생의 간절함에 입을 열었다.


"그럴 힘은 있고?"


꽈악. 수성이의 목을 비튼 손에 더욱 힘이 실린다.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얼굴.

그와 함께 지상에서 피어나는 것들이 꺾였다.


SS급. 말대로 대단한 능력이었다.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병력은 군사기지에 준했다.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였다. 그래봐야 동생 하나뿐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거리에, 수성이 이외에 생존자는 없었다.


아무리 높은 등급이라고 해봐야 그것은 던전에서 비롯된 것이고.

최준성은 그런 던전과 링크로 연결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우스울 따름이었다.


"나도 너 죽이기 싫어."


그가 비릿하게 웃는다. 아버지조차 죽이려고 했던 그가, 그따위 소리를 내뱉었다.


"크윽."


최수성은 골렘이 망가져 내릴 때마다 다시 기프트를 사용해 일으켰다.


"그래, 계속 그렇게 해."


그럼에도 금세 무너지는 병력들. 최준성은 퍽 즐거운 듯이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래야 네 인격도 파괴되지."


본래라면 기프트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최수성의 코스트가 그의 인격을 파먹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최수성의 코스트는 작동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기프트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그러했다.


최준성이 그의 동생을 살려놓은 까닭은 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기프트를 온전하게 보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큭."


최수성은 비통했다. 한때는 자신의 형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었다.

S급 기프터. 형은 어렸을 때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아버지와 함께 여러 던전을 공략했다.


그가 합류한 팀은 최초로 던전을 무너트렸으며, 최준성은 항상 맨 앞에서 나아갔다.

형을 의지하는 사람도 많았고, 존경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건 자신과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형이. 어느샌가 조금씩 변해갔다.


「썩어 빠졌어.」


처음 그 표정을 봤을 때. 최수성은 낯선 감정이 가슴에 꽂히는 걸 느꼈다.

그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멸시와 혐오가 가득한, 명백한 악의가 서린 살기였다.


'괜찮아, 형?' 당시에는 그런 물음 정도로 형의 얼굴이 돌아왔다.

그래서 피곤해서 그랬겠거니. 못 본 척 넘어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포악함은 뚜렷해졌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판단 기준이 뭐예요? 장난해?!」

「못 해 먹겠네, 진짜.」


시작은 상사에 대한 반발심이었다. 최준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국던수의 반감을 품었고, 때때로 요청사항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것밖에 못 해? 최선? 최선 말고 최고를 보이라고.」

「시간이 남아도나 봐? 게을러 빠져서는.」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전부 형편없어.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의 분노는 점차 동료들에게까지 번졌다.

분위기는 삭막해졌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다. 거칠다고 소문난 토벌대조차, 최준성이 있을 때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따로 행동할게요.」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와도 함께 하지 않았다.

형은 항상 내 코스트를 걱정했었다. 매일 잔소리하는 탓에, 귀에 피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형은 더 이상 없었다.


최준성의 성격은 날로 난폭해졌으나,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착실히 던전을 무너트렸으니까. 어쩌면 그렇기에, 변해가는 그를 모두가 모른 척한 건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눈앞에 있었다.


"형."


최수성에게는 이제 남아있는 수가 얼마 없었다.

어떤 것이 옳은지, 무엇이 나은지. 그런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할 뿐이었다.


"미안해···."


최수성의 기프트가. 진정으로 발휘되는 날이었다.



+



"헉."


번쩍 눈이 떠졌다. 막 일어났음에도 잠기운이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몸을 일으키자, 식은땀으로 축축한 시트가 만져졌다. 심장을 옥죄는 불안감이 한참을 떠나지 않았다.


"하아- 하아."


벼려진 감각들이 주위를 살폈다.

평범한 아침이었고. 감정과 상반되는 평화로움에, 꿈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점차 흐려졌다.


'뭐였지?'


분명 생생하다고 느꼈었는데. 막상 깨고 보니 흐리멍덩한 기억뿐이다.

그나마 깊게 남아있는 거라곤, 수성이의 얼굴.

괴로워 보이는 동생이 떠올랐다.


'인트. 수성이 곁에 있는 분신이랑 링크해봐.'


바로 들렸어야 할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인트."


왼손에 둘려진 팔찌. 묵묵부답이었다.

저번에 통신이 끊겼을 때와 똑같은 증상이다.


'송채린, 벨라.'


링크를 통한 의사전달도 먹통이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오려는데, 벌컥 방문이 열렸다.


파짓-!


날이 선 전류가 방문을 연 사람의 정수리를 노렸다.


"괜찮으신가요?"


벨라였다.

머리를 박살 낼 만한 기프트를 앞에 두고도 그녀는 무표정이었다.

다만, 노란색 눈동자만이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내 쪽을 바라봤다.


뒤이어 탓탓탓,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오빠! 왜 대답이 없어?!"


신경질적으로 달려오는 송채린을 향해, 후웅. 벨라의 오른발이 쏘아졌다.


"악!"


왜곡된 신체가 피할 수 없는 발길질을 빗겨냈다.


"이게 미쳤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송채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 비해 벨라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다.


"물러서세요.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하, 진짜. 갈색 여우 같은 게 점점하는 짓도 여우 같네?"


꿈틀대는 분노가 송채린의 얼굴에서 피어올랐다. 벨라의 몸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의 열기가 피어올랐다.


벨라는 인트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그런 만큼 신경이 날카로워 보인다.


벨라는 링크를 통해 피아식별하고 있었기에, 송채린에게 적대감을 품은 적은 없었으나.

링크가 끊긴 현재. 벨라에게 송채린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적일 뿐이었다.


"비켜."


"···."


대치 상황.

결국 참을성 없는 송채린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에 반응하듯 벨라의 손이 움직였으나, 주춤. 동작을 멈춘다.


덕분에 퍽. 송채린의 주먹이 벨라의 턱을 가격했다.

하지만 묶음 머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반대로 괴로운 표정을 한 건 송채린이었다.


"아흑."


턱을 가격한 송채린의 손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벨라가 몸을 틀어 최준성을 바라보았다.


인트의 목소리가 들린 건 동시였다.


【아침부터 활기차군요.】


팔찌의 모습이 인간처럼 변한다. 쪼꼬미 인트가 쭈욱 기지개를 켰다.


"너, 뭐야?"


"네?"


"어디 갔었던 건데? 뭘 하고 있던 거야?"


"가다뇨? 제가 가긴 어딜 가요?"


인트가 순진한 얼굴로 마주 해왔다. 정말 잠에서 막 깨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대답 없었잖아."


"제가요?"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벨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

한참을 대답 없던 녀석이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자고 있었나 봐요."


이상한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 잠 안 자잖아."


"그러니까요."


다시금 고개를 돌리는 인트. 스스로도 의문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몽롱한 기억을 셈하듯, 인트가 미간을 좁혔다.


"꿈을 꾼 것 같아요. 이런 건 처음이네요."


또렷한 결론을 얻지 못한 채, 찝찝한 하루가 시작됐다.


최준성의 방은 2층이었고. 1층에 있는 거실에서는 아침부터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건 안진태였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내려오네요?"


너구리와 곰은 이미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식단은 극명하게 나뉘어서. 한쪽은 육류 위주고, 한쪽은 과일과 어류 위주였다.


그 옆으로는, 장은미가 안진태와 마찬가지로 커피만을 들이켰다.


"토스트 남은 거 있어요."


계란이 올라가 있는 토스트.

안진태의 말에, 벨라가 최준성의 것까지 챙겨 옆에 앉았다.

불만 가득한 송채린은 시리얼을 집어다 자리에 앉는다.


"그 연구소 말인데···"


"일어나자마자 일 얘긴가요?"


안진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최준성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이야기할 게 많아요. 가능하면 아침 식사 끝나고 하시죠."


시리얼에 우유를 붓던 송채린이 안진태를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우리 이사 언제가?"


"당분간은 여기 있을 거야."


"사람이 몇 명인데? 좁아 죽겠어."


송채린의 볼멘소리에 안진태가 인상을 구겼다.


"여기도 일반 가정집에 비하면 큰 편이야. 무려 2층 집이라고."


"준성 오빠. 여기는 저번처럼 화려하게 못 바꿔?"


"저희 이사 가요?"


송채린에 이어 너구리가 관심을 보였다. 덩달아 곰도 한술 거든다.


"넓어서 나쁠 건 없지."


"그러니까···."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그룹을 운영할 때만 하더라도 격식 있는 삶을 살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안진태가 한숨을 내뱉었다.


얌전히 있던 장은미까지 TV를 켰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더불어 더욱 시끌벅적해진다.


「이번 연구는 세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역동하는 기술력'이라는 헤드라인을 건 국던수 홍보 인터뷰였다.

맑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MC. 상대방인 연구원도 한껏 선량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이요? 그만큼이나, 놀라운 기술이란 말씀이시죠?」


진행자가 연구원의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나이가 지긋한 연구원. 주름진 얼굴로 허허 웃어가며 카메라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모든 걸, 그것도 완전히 바꿔놓을 겁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최준성은 주위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화면 안에 있는 노인의 목소리만이 귀에 들어왔다.


「인류는 시간이라는 제약 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겁니다. 수많은 가능성을 엿볼 것이며. 가장 합리적인 미래에 도달할 것입니다.」


화면에 비치는 노인은 분명 자신을 '리더'라고 소개했던 인물이었다.

그가 화면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듯 넌지시 입을 열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이 방송을 본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네요.」


끌끌, 선한 웃음 속에 남모르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고맙소. 눈앞에 나타나줘서. 지켜보고나 있게.」


저번과 똑같다. 최준성을 향한 도발에 가까운 발언. 노인은 그걸 즐기고 있었다.


'방해할 테면 방해해 봐라. 헛수고일 뿐이니.'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 관련 공지입니다. 21.09.14 26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 공지입니다.(수정) 21.06.25 47 0 -
공지 21.07.22) 후원 감사 공지 입니다. 21.06.09 99 0 -
81 시작 21.08.18 34 2 12쪽
80 즐거운 파티 21.08.16 28 2 12쪽
79 서툰 표현 21.08.14 32 2 13쪽
78 전환되는 것들 21.08.13 30 2 12쪽
77 단말마의 총성 21.08.12 34 2 13쪽
76 자만하지 않는 의심 21.08.11 36 2 12쪽
75 안진태 21.08.09 38 3 12쪽
74 작별 인사 21.08.07 39 2 12쪽
73 거북한 인사 21.08.06 39 2 12쪽
72 세 번째 작전 21.08.05 41 3 12쪽
71 송국 21.08.04 40 3 13쪽
70 정리되지 못한 것들 21.08.02 44 3 12쪽
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68 퀘스트형 던전 21.07.30 46 3 12쪽
67 완벽한 오답 21.07.29 51 2 13쪽
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7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 또 다른 루트 21.07.17 62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6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4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