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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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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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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5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7.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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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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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팀 활동(2)

DUMMY

"네, 그러시죠."


시선도 제대로 숨기지 못한 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벨라는 여전히 순수한 얼굴로 그렇게 답했다. 털썩, 그의 옆에 앉은 그녀가 테이블을 훑었다. 자리에는 그밖에 없음에도, 양주의 반이 비어있었다.


"어라?"


벨라가 그에게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어깨가 닿는 거리. 그러면서 그의 손목시계에 있는 비상 호출 장치를 가열하여 눌어붙게 했다.


"향수 뭐 쓰세요?"


작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그녀가 크게 호흡하며 들이마셨다. 극소 부위에 열을 가했기에, 티가 나지 않았다.


"냄새 되게 좋다."


밝은 미소와 옅은 호의가. 그는 썩 싫지 않은 얼굴이었다. 남성이 내성적인 이유에는 그의 커다란 얼굴 흉터가 한몫했으리라.


벨라는 그의 성격과 습관 따위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를 꺼냈고, 동질감을 끌어내는 말들을 흘렸다.


그렇게 양주 한 병을 완전히 비워낸 후, 하나를 더 시켜 마찬가지로 비워냈다.


"저는 우진혁이라고 합니다."


그는 퍽 취해있었다.


"어머, 이제서야 소개해 주시는 거예요?"


은근한 미소, 그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벨라는 조금 곤혹을 느끼고 있었다. 남성의 소지품을 살폈으나, 카드 같은 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을 빙자하여 주머니와 소매 따위도 들췄으나, 눈에 띄는 건 없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벽면에 있는 비상 장치를 가동해, 이곳을 밀실로 만들어 볼까?

천장에 있는 화재 경보 장치를 작동 시켜, 강제로 외벽이 떨어지게 할까?


몇 번의 콧소리와 보호 본능을 자극할만한 것들이면 그를 회유할 수도 있었다.

잡음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기에, 시간이 넘쳐난다면 그런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벨라는 그보다 빠른 노선을 타기로 했다.


"저희 팔씨름할래요?"


"팔씨름이요?"


술에 취한 듯 홍조를 띠는 그녀의 뺨. 풀린 눈동자로 배시시 그녀가 말했다.


"네, 소원 들어주기."


그의 손을 잡음에도 피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콧구멍까지 씰룩인다.


"좋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 정말 뭐라도 기대하는 것일까? 그는 진심으로 힘을 주는 것 같지 않았다. 일부로 못 견디듯 넘어간다는 시늉을 하며 그가 천천히 팔을 기울여줬다.


명백한 호의였다.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듯이.


"비상 탈출 카드 가지고 계시죠?"


예상외의 주제에 그가 조금 놀라 고개를 들었다. 벨라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알려주세요."


"아, 안 되는데."


"소원 들어주신다면서요~"


혀를 적시는 그가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사실 최근에 패스워드 형식으로 바꿨어요."


"아, 정말요?"


"아버지가 카드보다는 그쪽을 선호하시거든요."


"그럼, 진혁 씨도 그 패스워드 알고 계시겠네요?"


"그렇죠."


"뭔데요?"


"그건 안 돼요. 사실 이 정도 말해준 것도···."


그가 팔을 움직이려 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성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 가셨다.


"말해 주세요."


사글사글했던 벨라의 표정이 점차 무뎌져 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공포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남성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깐···."


여유로웠던 표정이 가시며 술이 깬다. 끙끙거리던 그가 양손을 사용했으나,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말하라고."


더 이상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재빨리 시계에 있는 호출 장치를 눌렀으나, 고장 난 것처럼 반응이 없다.


"부러진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녀가 남은 한 손으로 그의 목을 감쌌기 때문이다.

압박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고. 손가락에서 우지끈 소리가 나서는, 그가 아는 것들을 토해냈다.


─확인.


그가 말한 패스워드를 링크를 통해 최준성에게 전했다. 일치하는 모양이다.

구속했던 남성을 내버린 채,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지직, 거추장스러운 드레스의 끝을 찢었다. 훤하게 드러나는 다리만큼이나 움직임이 편해졌다.


'전원 돌입해.'


링크를 통해 이번엔 그룹원들에게 지시했다. 멀지 않아 소란이 일었다.



+



"확인."


벨라가 알려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붉은빛으로 점멸하던 비상등이 꺼졌다. 그와 함께 문도 문제없이 열린다.


도박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실험실은 최대한 파손 없이 점거하고 싶습니다.」


안진태의 부탁이었다.


"당신···!"


파지직, 그렇기에 건물에는 충격을 가하지 않은 채.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만을 무력화시켰다. 혹시 몰라 목숨줄도 살려놓은 채다.

침입 자체가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일까? 무장한 사람들은 거의 없는 정도였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사방에서 진동하는 약품 냄새가 강해졌다.

넋을 잃은 아이들,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

인간도, 그렇다고 몬스터라고 부르기에도 어려운 것들.


자연히 인상이 구겨졌다.


텀블. 초록빛에 감싸여, 파충류의 것처럼 변했던 그의 피부가 떠올랐다.

그의 팀원들 역시 전원 몬스터처럼 변할 수 있었다.


그들도 여기서 비롯된 거겠지.


계속해서 나아갔다. 내부는 복잡했으나, 연구원들을 겁박하여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았다.

벨라가 구한 패스워드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던전?'


유리벽 넘어 자리한 던전이 보였다. 대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 걸까?

터벅, 마침내 그 앞에 도달했다.


"확실해?"


근처에 있던 연구원의 손을 난폭하게 꺾자,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


"네! 맞아요. 여기로 들어갔어요."


"뭘 위한 연군데?"


"그건 몰라요. 해당 연구를 맡은 연구원들 모두 던전 안으로 피신했으니까요."


빠득, 더욱 강하게 손을 꺾었다.


"아아아아악!!! 진짜, 진짜예요!!"


【신체 정보 확인했어요.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요.】


"하으···."


잡고 있던 손을 풀어줬다. 그와 함께 연구원의 손에 달라붙어 있던 인트도 떨어져 나왔다.


'들어가야 할까?'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안진태나 벨라를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차피 던전의 출입구는 하나뿐이다.


한편으로는 서둘러야 한다는 감정이 앞섰다. 텀블이라고 불렸던 남성에게도 던전을 넘나들 수 있는 회중시계가 있었다.

안에 있는 녀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험실을 습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주요 목적은 '도박장 점령'과 '실험체 확보'다.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핵심 연구원을 놓친다 하더라도, 그건 추후에 다시 실마리를 잡고 준비하면 된다.


'언제까지?'


하지만 조급함이 피어올랐다. 준비라니, 언제 말인가? 꼬리가 밟힌 녀석들은 더욱 숨으려 들 것이다.

오늘만 해도 이것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들였던가.


녀석들의 속내를 완전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잡아낼 수만 있다면.

위험을 무릎 쓰기에는 충분했다.


"도박장 정리 끝나면 실험실로 와."


링크를 통해 벨라에게 전했다. 도박장 쪽도 완전히 정리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기다리기에는 늦다.


우웅-


던전에 발을 들인 순간. 주위의 풍경이 변했다.


짝, 짝, 짝.


"네가 최준성이지? 결국 오고 마는구나."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노인 한 명이 환영하듯 나를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왼손에 들린 회중시계를 들어 보였다.


"가까이 오지 말게. 대화 좀 하고 싶으니까."


껄껄, 웃음을 짓는 노인의 인상은 낯설었다.

하지만 노인의 입장에선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눈길은 묘하게 친근했다.


무시하고 다가갈 생각이었다. 손가락부터 날려버릴 심산이었다.


"참 닮았군. 최우태와 말이야."


하지만 우뚝. 돌연 들린 아버지의 성함에 발걸음이 멈췄다.


"네 아버지는 내게 은인이기도 하고, 원수기도 하지."


끌끌끌, 다시 한번 그가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그래도 그렇게 뒤지는 건 너무했어. 남의 업적을 그렇게 다 망가트리다니."

노인의 말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파직, 날아드는 붉은 전류. 노인의 앞에서 저지당한 전류는 똑같은 붉은빛 앞에서 사그라졌다.


"우리 연구진을 소개하지."


아련한 시선. 그곳에는 여러 사람의 피부가 들러붙어, 한 덩어리로 변한 괴물이 있었다.

덩어리 속에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기괴함을 더욱 증폭시켰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지 그랬나? 그럼 이것보단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 놨을 텐데."


달칵, 노인이 품에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약품이 담긴 주삿바늘이 번쩍인다.


"내게 원수라도 졌나? 애비나, 자식이나. 참."


파지지직-!!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붉은 전류들이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똑같은 전류들이 맞붙이 치며 터져나간다.

그 근원은 흉측하게 변한 고깃덩어리에서였다.


끄득. 계속해서 밀어붙이자, 붉은빛 몇 가닥이 방어를 뚫고 덩어리를 꿰어낸다.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끄에에에에게"


여러 사람의 비명이 공명한다. 노인은 그런 끔찍한 소음 속에서도 웃음을 터트렸다.


"워, 워. 상상 이상이구만. 좋네."


푸욱, 주삿바늘이 고깃덩어리에 꽂히자. 고깃덩어리들이 더욱 서로를 움켜잡아, 모두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완전히 한 덩이가 된 괴물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것은 인펀트를 닮아있었다.


여러 사람이 눌어붙은 만큼 크기가 거대했다. 그 위로, 붉은빛들이 번쩍이기 시작한다.


"나는 최우태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네."


노인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끈적하고도 음침하기 짝이 없는 눈이었다.


"그래서 궁금했어. 왜 그가 내 연구실을 테러했을까?"


"뭐?"


"그 잘난 양반이. 매스컴에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내가. 왜 아무 접점도 없는 내 연구실에 테러를 했느냔 말이야?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면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USB에서 보았던, 기폭장치가 터지던 장소는 얼핏 실험실 같기도 했다.


"거기엔 내 모든 것이 있었어! 얼마나 열이 받던지, 상상이 가나?!"


노인이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도 몇 번 씩씩거리더니, 이내 온화한 표정이 된다.


"그러다 알게 된 거야. 최우태의 기프트."


분노로 이글거리던 눈동자는, 어느새 달콤한 쾌락으로 중독되어 갔다.


"시간 역행. 타임 슬립이라고 하지."


얼마 남지도 않은 하얀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그가 흥분 섞인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런 거 아니겠어? 결국 내가 해낸 거지. 미래의 큰 파문이 일어난 거야. 바로 나 때문에! 놈은 그걸 막기 위해 찾아온 거고."


그가 검지를 치켜뜨며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내가 테러 정도로 멈출 것 같아?! 반대로 녀석 덕에 다른 관점에 연구도 진행했지!"


푸른 덩어리에서 흐르는 전류를 바라보며 노인이 낄낄댔다.


"시간 역행이라는 게 가능하다면. 이쪽에서 놈이 넘어왔다는 미래와 연결할 수도 있지 않겠어?"


계속해서 붉은 전류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지만. 푸른 인펀트에서 쏟아지는 전류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보게 된 거야. 점점 다가가고 있지. 거기서 나는 너를 봤단다. 최준성. 이 퍼런 건 그 영감으로 만들어 낸 거고."


끈적한 그의 시선이 더욱 불쾌하게 찌걱거렸다.


"어때? 이제 좀 합당하지 않아? 나를 만난 적도 없는 네 아비가 내 연구를 망친 것처럼. 나를 만난 적도 없는 너를 내가 괴롭히는 거 말이야."


씨익, 그의 입꼬리가 기분 나쁘게 찢어졌다.


"네 동생은 잘도 찾았더군."


노인의 음성이 날카롭게 귓가를 맴돌았다.


"아끼는 후배 놈은 뒤져버렸지만."


파지지직--!!!


죽인다. 죽여버린다. 대가리를 찢어서, 내장을 뜯어내서. 결코 편안하지 않은 방법으로 녀석을 찢어 죽인다.


"그럼 이만."


그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노인이 남아있던 이유. 연구원들까지 갈아다 끔찍한 괴물을 만든 이유가, 순전히 열받게 하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달칵, 회중시계를 작동시키는 노인.


"아, 참. 내 소개를 안 했군. 나는 '리더'라네. 남을 이끄는 리더(leader)기도 하고 세상을 읽는 리더(reader)기도 하지."


같잖게 아가리를 놀려대는 녀석을 향해, 전류를 뿜어댔지만.


틱, 찰칵- 끼기기긱.


파란색 고깃덩어리는 몸까지 내주며 노인을 지켜냈다.


"또 보세."


그 말을 끝으로 섬광이 시야를 가렸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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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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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소풍 21.07.23 4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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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 팀 활동(2) 21.07.15 6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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