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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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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437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8.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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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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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자만하지 않는 의심

DUMMY

"더 늦었으면 나 죽었어."


【최선을 다했어요. 눈치 주지 마세요.】

송채린과 가까이 지내더니 단어 선택이 제법 앙칼졌다.


"후우-"


심장을 기점으로 혈액을 타고 붉은 전류가 빠르게 몸을 순회한다.

부러졌던 뼈가 제자리를 찾았고, 손상된 근육이 회복됐다. 찢어진 피부 역시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인트 덕이었다.


【링크가 되긴 했는데 불안정해요. 저쪽에 연결 선도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고요. 장악력이 만만치 않아요.】


「=======!!!!!!!!!!」


공중에서 퍼덕이던 거대한 날개가 일순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런 와중에도 물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는 놓지 않고 있다.


"그럼 상처 입혀봤자 다시 회복하는 거 아니야?"


최준성의 몸이 회복된 것처럼. 에너지를 공급받는 상대도 던전이 무너지지 않는 한 결국엔 회복하고 말 것이다.


【아예 통신 자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순 있을 것 같아요.】


일시적으로 링크를 마비시킨다. 그럼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해."


【작업하는 동안 당신의 상태를 보고 있을 순 없을 것 같아요. 다치지 마세요.】


"그럴 거야."


【적어도 죽지 마세요. 돌아왔을 때 살아계시면 어떻게든 살려볼게요.】


"안 다친다고 했잖아.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너 할 거 해."


스르륵. 팔찌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잦아든다.


"왜 안 가신 거예요?!"


수다쟁이 하나가 사라지니까, 또 다른 게 시끄럽게 군다.


"모든 게 잘 흘러가고 있었어요. 괜히 망치지 말고 갈 길 가세요."

"하, 참."


안진태를 보고 있으니, 최준성은 징글징글했다.


"지금이 어떤 기회였는 줄이나 알아요?!"


안진태는 평소답지 않게 열을 올려댔다.

마지막 순간이었다. 최준성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송국은 에너지를 토해냈을 것이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심리적인 작용이 중요한 작전이었어요! 혹여, 저쪽에서···"

"하라며!!"


짜증이 잔뜩 오른 건 최준성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버럭 화를 내는 통에, 안진태의 고조됐던 감정이 조금 돌아왔다.


"너가 하라 그랬잖아! 여기 오면서. 기억 안 나?"

"그게 무슨···"

"작전할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이 언제야?"


세 번째 작전이 시작되던 때. 안진태는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일이 너무 잘 흘러가면···!"

"···의심해야 하죠."


최준성의 말에 따라, 자신이 했던 말이 저도 모르게 뒤를 이었다.


"나는 나대로 의심할 거니까."


툭툭. 안진태의 어깨를 찌르며 최준성이 말했다.


"당신은 당신대로 의심해."


최준성이 다시금 놈을 상대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 경고하듯 말을 덧붙인다.


"내 앞에서 죽지 마. 죽을 계획이면 어디 멀리 가서 나 모르게 죽어. 나랑 상관없게."


최준성은 그 말을 끝으로 무릎을 구부렸다. '파직, 파직.' 그의 발 주위로 튀는 전류가 그를 중력에서 자유롭게 한다.


탓-!


안진태는 그저 멍하니 그 뒷모습을 지켜봤다.


'왜 돕지?'


안진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최준성은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 아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의 뜻은 편향되어 있기에, 선인이라기보단 악인에 가깝다고 판단했었다.


안진태가 기억하는 그의 목표는 복수였다. 그렇기에 그것을 위한 방법도 마련해 준 상태다.

그가 준 회중시계를 작동하고. 별장으로 돌아가 연구원의 위치를 파악하면 된다.


서두르지 않으면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였었다. 안진태의 생각대로라면, 그는 돌아볼 것도 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였어야 했다.


'혹시 의심하는 건가?'


안진태가 준 정보가 거짓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뭔가 말이 안 맞는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최준성이 지금 달려들어야 하는 건. 송국이 아니라 안진태였어야 했다.


여러 가설이 안진태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중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도 있었다.


'자기 사람이라서?'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절로 웃음이 샌다. 그렇게 거창할만한 것을 최준성과 만든 기억이 없다. 안진태는 그동안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같이 최준성을 대했다.


격식을 갖춰 공손한 말투로 보일지 모르지만. 상당히 사무적인 것에 가까웠다. 가벼운 농담을 섞기도 했지만 그건 친근한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딱히 진심으로 최준성을 특별히 대한 적은 없었다.


'겨우 그 정도로 자기 사람?' 안진태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리더, 리더라고 했어.」


팀 활동을 마치고 샴페인을 터트렸을 때. 리더를 놓친 그는 꽤나 격양돼 있었다.

최준성이 얼마나 목표에 대해 집착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눈에서 불꽃이라도 튀는 것 같았던 그는 멤버들의 소개에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었다.


당시 아쉬운 건 자신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밤하늘 아래 홀로 서 있던 그는 대뜸 이상한 질문을 했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뭘 할 거 같아?」


진득한 미련이 있는 사람이나 할 법한 질문이었다. 그저 흘려 넘기려다, 어쩌다 보니 속내를 내비쳤던 기억이 난다.


「아들에게 한 마디 정도는 해주고 싶네요.」


답지 않은 소리였다. 유독 밤바람이 기분 좋았던 탓일까? 채린이에게도 자세히 해주지 않았던 말들을 떠들었었다.


'설마 그것 때문에?'


그렇다 한들 여전히 납득되지 않았다.

겨우 그 정도 대화로 최준성이 자신을 송채린처럼 생각해 준다?


'아니지···'

그러고 보니 송채린은 어쩌다가 최준성의 마음에 들게 됐을까?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얽히고설킨 생각들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을 때.


'하···.'


오히려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결론이 머릿속을 가득해졌다.


'자만하고 있던 건 내가 아닐까?'


모든 것들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물의 성향과 상황을 가늠했고,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조리 대비했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작전에 집착하는 건. 실험실을 탈출하던 날 자신이 저지른 실패 때문이었다. 형을 잃으며 느꼈던 좌절감. 다시는 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돌발 상황을 대비해야 했기에 계획이 하나였을 때는 없었다. 플랜 B, 플랜 C는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한 작전 안에 계획이 30가지나 기획된 적도 있었다.


계획과 실전은 항상 오차가 있었다. '플랙 A'대로. 첫 번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왜 몰랐지?'


오늘은 모든 게 딱딱 들어맞고 있었다. 플랜 A대로 흘러갔다.

'목숨을 내건 작전.'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성공할 거라는 착각에 빠졌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흘러갔기에,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졌기에. 의심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대로 의심해.」


최준성. 그건 정말 뭐라도 느껴서 한 소리였을까? 아니면 단지, 죽으려고 했던 자신을 비판하던 말이었을까?


만약 최준성이 정말 자신을 '자기 사람'이라고 판단한 거라면. 그리고 그 때문에 이리도 번거롭게 목숨까지 걸고 있는 거라면.

그건 단순히 성격이 아니라. 작전에 집착하는 자신처럼 '강박'에 가까운 성질이었다. 분명 최준성에게도 얽매여 있는 과거가 있을 테지.


'물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아직 자폭 계획은 무산된 게 아니다. 하지만 그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낌새가 수상하다고는 느꼈으나, 조사해볼 틈이 없었던 것.


터벅, 터벅.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평범해 보이는 거울. 토끼 모양의 것들이 튀어나오던 거울은 손을 대도 딱딱한 촉감이 전해질 뿐이었다.


'리더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다.'


안진태가 거울에 손을 댄 채, 옆으로 쭉 따라 걸었다.


'몰래 대비해 놓은 거겠지.'


송국 역시 리더가 품은 감정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대비해 놨을 가능성이 크다.


'멍청했던 건 나였네.'


송국이 모습을 드러낸 건 순전히 자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힘만 믿고 나섰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는 현재 몸이 좋지 못한 상태이다. 치부를 숨기려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는 사람은, 되려 자만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찾았다.'


물컹. 낯선 감각이 안진태의 손가락에 닿았다.

송국이 걸어 나왔던 거울. 그곳에 힘을 가하자 몸이 거울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



"큭."


검은 것들로 이루어진 송곳이 최준성의 귓불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허공에 나타난 붉은 전류들이 그의 발판이 되지 않았다면, 머리가 터져나갔을 것이다.


"멀었어?!"


최준성이 소리치자, 마침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되겠어요.】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허망할 정도로. 인트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뭐?"


【상대편의 장악력이 너무 세요. 힘들 것 같아요. 게다가 저를 인지한 건지, 점점 배척당하고 있죠. 이러다가 정말 제 정체를 들키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며?!"


괴물은 던전과 연결된 탓에, 부셔도 부셔도 자꾸만 재생해댔다. 반면, 최준성에게 흘러드는 에너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희박해졌다.


'인트의 던전 안이었으면, 반대였을 텐데.'

그런 짜증만이 몰려온다.


【마비시켰었어요.】


"언제?"


【했었는데···. 3분 정도.】


"장난해?!"


후웅. 상황을 이해해줄 리 없는 검은 기둥들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입에 품고 있던 브레스가 멈췄다는 것이다.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대신, 녀석의 몸에선 검은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해?'


집중을 흩트리면 목이든, 팔이든 꿰뚫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냥 도망치면 안 될까요?】


"너 처음부터 그 생각으로 꾀부렸지?"


【열심히 했거든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서운하네요.】


"열받게 하는 것도 송채린이 알려주던?"


【그 회중시계 무리 없이 작동할 거예요. 제가 확인해 봤어요. 굳이 이렇게 고생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말대로였다. 몸을 회복할만한 에너지는 공급받았고. 지금이라도 그저 손 털고 가면 끝이었다.


"하아-"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안진태. 녀석은 정말 애절해 보였다. 목숨까지 내던질 정도로.


"사람 힘들 때 버리는 거 아니래."


그건 최준성이 자기 사람의 집착하는 이유기도 했다. 꼭 지켜야 할 약속과도 같은 것.


"모르는 사람이면 몰라도. 아는 사람한테는 절대 그러면 안 된대."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럽게 우셨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응해주지 않았다. 이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모가 준 USB를 통해 그게 배신이 아니라, 아버지의 테러를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임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놓아 저주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준성아. 너는 절대 네 사람 버리지 말아라. 귀찮다고, 힘들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유언처럼 남기시는 말에 최준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파지직. 붉은 전류들이 몸을 감쌌다. 점차 응축되는 것들은 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백화연이 사용하던 백화. 그것을 떠올리며 흉내 내듯 손을 그러쥐었다.


"빨리 끝내자."


그녀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던 빛.

그 일부가 최준성의 오른손을 타고 번져나갔다.


'더럽게 아프네.'


살갗을 찢어발기는 고통이 백색의 빛과 함께 전신을 덮어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괴로웠다. 백화연은 어떻게 이런 걸 그리고 쉽게 행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있어 봐."


정확히 반쪽. 백색으로 뒤덮인 최준성의 오른편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분출되며 날개가 돋친 것 같은 착시를 만들었다.


파가가가가각--!!


눈을 멀게 하는 빛에 닿은 검은 것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부서졌다.


"======!!!!!!!!!!!!!!!!"


괴수가 날카로운 소리로 목청을 울렸다. 떨림을 이기지 못하는 공기가 찢어지듯 살갗을 때린다.


'젠장.'


끄드득. 이를 악문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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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류 +2 21.07.28 58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1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6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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