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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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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452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8.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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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추천
2
글자
12쪽

거북한 인사

DUMMY

"머··· 멈추세요!"


세단이 철조망에 다다르자, 멍한 표정의 가드들이 화들짝 놀라 총을 겨눴다.


"인지 저하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제 몸 하나라면 몰라도. 차 전체를 완전히 은폐시키기란 불가능하죠. 이렇게 가까이 오면 들키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가드들은 단순히 경고에서 그치지 않았다.

탕, 탕, 탕. 울려 퍼지는 사격 소리. 차체는 테트리늄일지 몰라도, 앞면 유리창에는 금이 갔다.


"근데 뭐가 이렇게 태평해?!"

"왜긴요."


안진태가 찡긋 최준성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준성 씨가 있잖아요."

"이런 미친···."


욕지거리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보단 쏟아지는 탄환이 우선이었다.


"얘들 나쁜 놈들이에요. 사람도 많이 죽이고, 인신매매도 해서 실험도 하고. 아주 그냥 죽어 마땅하죠."


죄책감을 덜어준다는 명분인지 안진태가 옆에서 뒷담을 까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다.


"니가 제일 나빠."


파지직. 창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창. 최준성의 손짓과 함께 그것들은 총알을 역행하여 쏘아졌다.


"크헉."

"컥."

"쿨럭."


창에 꽂힌 인원들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위병소를 연상시키는 출입문.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는 그곳을 향해, 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갔다.


"죽였나요? 아니면 기절만 시키신 건가요?"


안진태가 백미러로 쓰러져 있는 인원들을 힐끗거렸다.


"야, 야! 앞에!!"


여유가 넘치는 안진태와 달리, 최준성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테트리늄으로 만든 차가 탱크보다 튼튼하다고 하더라고요."


멈추긴커녕 더욱 가속하는 세단.

우지직, 굉음을 내며 찌그러지는 건 다행히 차가 아닌 철문이었다. 하지만 으그러지지 않은 만큼 충격은 고스란히 내부로 전달됐고, 덜컹거린다는 수준을 넘어선 진동에 안진태와 최준성이 얼굴을 찡그렸다.


"진짜 미쳤어?!"

"생각보다 아프네요."

"뭐, 생각?! 진짜 생각은 하고 이러는 거야?"


붉은 전류가 충격을 흡수한 덕에 그나마 이 정도였다. 아니, 방금도 에어백이 터졌어야 할 수준이었다.


"타이어도 범상치 않은 놈입니다."


최준성이 노려보거나 말거나, 부르릉. 안진태가 더욱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불도저마냥 달리는 차. 주위로는 '애앵- 애앵-' 사이렌이 울려댔다.


"참 신나네요. 애들 자동차 놀이하는 것 같고."


해맑은 얼굴로 그딴 소리나 지껄여댄다. 오늘의 안진태는 참 이상했다. 항상 철저하게 작전을 짜던 그의 스타일과 맞지 않은, 너무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다.


"채린이는 매번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송채린만한 또라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안진태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여태까지 너무 꽉 막혀 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진작 이렇게 좀 해볼걸."

"난 그 꽉 막힌 방식이 그리운데."


안진태가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오늘 무슨 일 있어?"

"그러게요. 채린이 결혼할 생각 때문에 그런가···"

"자꾸 재수 없는 소리 할 거야?"


미소를 조금 삼킨 안진태가 지나가듯 조용히 말을 흘렸다.


"살날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도 모르죠."


여전히 재주 없는 소리였다. 최준성이 차 밖으로 몸을 던질까 말까, 고민하던 때였다.


"다 왔네요."


끼이익. 미끄러지듯 회전하는 자동차가 시끄러운 고음을 내지르며 마침내 멈췄다.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인원들. 그건 사람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저게 뭐야?"


던전 밖임에도 그것들은 몬스터 같았다.


【섞여 있는 것들 투성이네요.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지만. 순수한 인간도 없고, 몬스터도 없어요. 마치···.】


인트가 상세한 의견을 더하기도 전에 안진태가 차에서 내렸다. 그가 무언가를 바닥에 던지자 일순 연기가 잠시 피어오르더니 흩어진다.


"준성 씨 부탁해요."


말을 남기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

살기를 발산하는 무리 속에 발을 들이면서도 태평해 보였다. 모여든 괴물들 또한, 안진태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지나쳤다.


"어서 가시죠!"


오늘따라 참 얄밉다. 짜증이 급격하게 몰려오는데, 안진태가 기름을 붓듯 입을 열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쏠리게 하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준성 씨까지 숨길 수 있어요."


칙, 칙. 한편에 서서 그렇게 궐련을 입에 문다.


"그거, 참 고맙네."


파지직. 화를 토해낼 상대라면 충분하다. 매섭게 몰려드는 붉은 구름이 송곳니를 드러내려는데, 대뜸 인트가 말을 걸어왔다.


【맘보 써보시는 건 어때요?】


'맘보?'


문득 왼손 약지에 걸린 반지가 떠올랐다. 인트가 선물해 준 물건.


【시동만 걸어주시면 돼요.】


'자동차도 아니고. 갑자기 웬 시동?'


【마법이란 게 언어랑 문자가 중요하거든요.】


'뭐라고 하면 되는데?'


【적당히 부르면 돼요. 이름도 붙여줬잖아요.】


쿵. 몬스터들 사이에 유독 덩치 커다란 녀석이 나타났다.

머리 세 개 달린 맹견. 지옥문이나 지킬 법한 모양새였다.


눈앞에 있는 녀석이 강아지를 떠올리게 해서일까?

최준성이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맘보야, 밥 먹자."


강아지를 좋아하던 수성이. 애견카페에 가면 간식을 사다가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귀여운 '시동어'네요.】


심기가 퍽 불편했다. 그와는 별개로 약지에 걸려있던 반지가 살아 움직인다.

몸을 타고 내려오는 뱀은 점차 크기를 부풀렸고. 사람만한 크기까지 커졌을 때, 검은 비늘은 보라색 형광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컹-!"


앞단에 있는 늑대 인간 하나가 뱀을 향해 달려든다. 날렵한 움직임.

하지만, 콱. 공중에서 단숨에 낚아챈 독니가 단단한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컹! 컹-!!"


발버둥 치던 늑대는 금세 뻣뻣하게 몸이 굳었고. 그대로 쿨꺽, 뱀의 아가리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보랗게 빛나는 주둥이 사이로 반짝이는 독니. 붉은 혀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타닥, 타닥 불꽃처럼 튀겼다.


투두두두두--!!!!


쏘아지는 총알들. 기프트가 둘려진 그것들은 몬스터도 뚫어내는 특수품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보랏빛 비늘 앞에서는 투두둑, 떨어질 뿐이다. 아니, 반대로 그럴수록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뱀의 크기가 점차 비대해졌다.


【저래 보여도 몬스터를 만들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을 들인 거예요. 몬스터가 아니라 던전을 만들듯 빗어낸 아이죠. 작은 던전인 셈이에요.】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기프트에 따라, 뱀은 순식간에 빌딩만한 크기로 커졌다.

머리 여럿 달린 지옥의 개조차 쩍, 벌어진 주둥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랗게 빛나는 녀석은 커질수록 흡사 코브라처럼 변했고. 그보다 커지면서는 이무기를 연상시키게 했다.


무지막지한 크기에 이목은 뱀에게로 쏠렸다. 고개를 돌리자 담배를 손가락으로 쳐서 끄는 안진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던전에서도 몬스터가 아니라 저런 걸 만드는 게 효율 좋지 않아?'


피어오르는 물음에 인트는 무심히 답했다.


【던전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싶은 게 아니라, 세상이 되고 싶은 거라니까요.】


안진태를 따라 걸어간 곳엔 던전 입구가 자리해 있었다.


"준성 씨."


워프에 들어서기 앞서 안진태가 최준성을 바라보았다.


"장인어른 만나면 기죽지 말고, 최대한으로 기프트를 뽐내주세요."

"언제까지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할 생각이야?"

"긴장 푸시라고요."


안진태가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 말도 안 되는 거로 긴장을 푼다.

최준성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함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게 아닐까?'


"긴장돼?"

"네?"


평소와 같은 얼굴. 안진태의 입가에는 여느 때와 같은 자본주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근데 그게 오늘따라 참 어색해 보인다.


"설마요."


그렇게 답하는 안진태가 던전 안으로 발을 옮겼다. 영 찝찝한 게 최준성은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에효-"


깊은 한숨만이 최준성의 마음을 대변했다. 움직이는 발.

우웅, 워프 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의 풍경이 변한다.


좁지 않은 공간이다. 바닥엔 정사각형의 하얀색 타일이 깔려있었고, 벽면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주위가 더 넓어 보였다.


"오랜···"


불쑥 모습을 드러낸 토끼 인형. 그와 함께 붉은 전류가 머리를 관통했다. 솜 대신 대리석과 같은 가루가 날린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던데요?"


망가진 인형을 바라보던 안진태가 슬쩍 최준성을 곁눈질했다.


"기프트를 최대한 뽐내달라며."


최준성이 어깨를 으쓱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정상은 아닌가 보네."


최준성은 붉은 전류를 튀기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화장실 바닥에···"


사방에 깔린 전신 거울에는 안진태와 최준성의 모습이 이리저리 깔려 있었다.


"연예인이 꿈이셨나?"

"관심병이 심하긴 하죠."


안진태가 조롱하듯 입을 열자. '크흠.' 거울 한쪽에서 기침 시늉을 하는 토끼가 나타났다. 부서진 토끼 인형보다는 조각품 쪽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이제는 '안진태'라고 불러줘야 하나?"


쑤욱, 거울에서 빠져나온 조각품은 터벅터벅 걸어 정확히 안진태 앞에 멈춰 섰다.


"내가 인기척을 숨길 수 없는 곳은 피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었나? 네 기프트는 한 번 인식되는 순간 다시 사용하려면 숨어야 하니까."


토끼 조각품은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뻗대는 것처럼 보였다.


"이 던전은 특히나 네게 어울리지 않지. 여긴 내 몸속과도 같거든. 지면을 밝고 있던, 벽에 손을 대건. 단박에 느낄 수 있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조각품이 한숨을 푹 내쉬는 시늉을 했다.


"조사가 부족했던 건가?"


조각품은 실망했다는 뉘앙스를 온몸으로 표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진태가, 퍽. 조각품의 머리를 발로 차 부숴버렸다.


"겁쟁이처럼 숨어서 선생 시늉하는 거 웃기지 않아요?"


'크크큭.' 비웃음 소리가 던전 사방에서 들려왔다.


"숨는 건 창피한 게 아니라고 말해줬잖니. 네 기피트는 창피한 게 아니야."


각기 조금씩 다르게 생긴 토끼 모양의 물건들이 거울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것도 있고, 어린아이 크기만한 것도 있다.


"""그래, 그래서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여러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공명한 탓에 웅장함을 자아냈다.


"""아니, 아니지. 이제 와서 날 찾아온 이유가 뭐냐? 그렇게 도망가 놓고 말이야."""


잠자코 듣고 있던 안진태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죠, 영감탱이야."


늘 차분하고 신사적이었던 안진태의 목소리.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말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날이 잔뜩 선 음성에는 분노가 꾹꾹 눌어붙어 있었다.


"가뜩이나 치가 떨리는데 자꾸 눈에 거슬리게 하면 됩니까?"

"""듣기가 꽤 거북하구나."""


토끼 형상의 것들이 눈을 사납게 빛냈다.


"""알지 않니? 너네가 뭐라고 내가 관심을 주겠어."""

"잘 알죠. 자기중심 독재 성애자. 이런 값싼 도발에도 견디지 못할 만큼 심각하죠."

"""웃기지도 않는구나. 고작 한다는 소리가···"""

"내가 모를 것 같지?"


피식. 안진태가 웃음을 흘렸다.


"세상 특별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토끼들이 동작을 멈췄다. 누구라도 자신이 신경 쓰는 치부를 들키면 얼어붙는다. 토끼 뒤편에 남자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다.


"뒤지는 건 무섭나 봐?"


일순, 무거운 중압감이 주위에 내려앉았다.


"그래서 니 유전자 찾아대는 거잖아."


끄득. 날카로운 파열음이 안진태의 입에서 흘렀다.


"쪽팔린 줄 알아야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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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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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완벽한 오답 21.07.29 51 2 13쪽
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4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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