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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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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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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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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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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곰과 너구리(1)

DUMMY

「LIVE」

화면 상단에 표시된 단어. 해당 장면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것임을 뜻했다.


"리더."


벌떡 일어나는 최준성의 손을 안진태가 낚아챘다. 신경질적인 눈빛에도 안진태는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연구소 책임자. 저 사람이죠?"


"······."


최준성의 묵언을 안진태가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후보가 몇 명 있었는데. 저렇게 대놓고 돌아다닐 줄은 몰랐네요."


안진태는 크게 숨을 뱉으며, 조금 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을 도발하는 거예요. 과시욕이 터져버린 연쇄 살인마 같군요."


"이거 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만큼 신중해야 해요. 딱 봐요. 저건 함정이잖아요."


포크로 화면을 가리키는 안진태가 혀를 찼다. 굉장히 불만스러운 얼굴이다.


"저도 마음 같아선 바로 죽여버리고 싶네요. 저격이라도 해서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저자가 그런 대비 하나 안 했겠어요?"


화면을 향해있던 시선이 다시금 최준성에게로 돌아갔다.


"쫓아가는 게 아니라.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한발 앞서 기다려야죠. 제게 계획이 있어요. 믿어 보세요."


안진태의 말은 효과가 있었다. 최준성이 옅은 숨을 뱉으며, 자리에 앉았다.

'기프트만 믿고 실수를 저지른다.' 지난번 텀블에게 당했던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제야 아침 식사가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



"앞으로 한 달."


그게 안진태가 내건 공약이었다. 한 달 안에 연구원을 포획한다.

잡아서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최준성에게 맡긴다는 약속이었다.


대신 연구 자료와 획득한 자본은 90%를 안진태가 차지하기로 했다.

다른 인원들의 몫은 안진태의 획득량에서 재배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최준성에게도 10%는 남겨준 셈이다.


최준성은 그 부분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었으나, 안진태는 그런 부분에서 확실했다.


"좋으나 싫으나 이제 한 달간은 팀인 거예요. 서로 배신하지 맙시다."


서류 하나 없이. 안진태는 그런 구두뿐인 이야기로 불필요한 작업을 생략해버렸다.


"병력은 얼마나 남았나요?"


여기서 병력이란 인트가 만들어낸 몬스터를 뜻했다.

그룹원의 모습으로 만든 몬스터가 3천 명.

그중. 텀블과 도박장 점거, 기타 작전을 통해 잃은 전력이 2천 명이다.


벨라를 제외하고. 몬스터들은 신체가 단단하다는 것을 빼면 기프트조차 없는 일반인 수준이다.

특히나 뛰어난 기프터가 즐비해 있던 도박장에서 많은 몬스터가 부서졌다.


또다시 만들면 되겠지만. 효율이 높지 않을뿐더러 들어가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인트도 꺼려 했고. 가뜩이나 링크 상태가 불량해지면, 몬스터는 서 있는 인형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급적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인트가 만든 몬스터는 진짜 기프터에 비하면 형편없다.

그렇기에 병력에 대해서는 안진태가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렇게 다섯 군데. 저희가 먼저 점거하죠."


지도에 표시된 다섯 던전.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면서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국던수가 발표한 '공략 예정지'라는 것이다.


"등급이 너무 높거나 까다로운 곳은 가급적 피하려고 했는데. 허를 찌르려다 보니, 만만치는 않을 거예요."


안진태의 계획은 단순히 힘으로 찍어 누르는 방식이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이쪽도 소모하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공략이라는 것은 결국 해당 지역을 얼마나 잘 알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결정 난다. 그런 면에서 안진태는 꽤 솜씨가 좋았다.


"저는 던전에 들어갈 때, 꼭 지키는 규칙이 있어요."


던전테크에서도 3차례로 나누어. '탐색, 수색, 토벌' 순으로 진행했으니 그러려니 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꼭 파티를 해야 해요."


하지만 그가 뱉은 말은 퍽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구겨지는 최준성의 얼굴을 보며 그가 말을 더했다.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건 팀워크니까요. 저번에 성공 파티도 제대로 참석 안 했잖아요? 제 경험상, 파티를 한 작전이 안 한 작전에 비해 30%가량 성공률이 높았어요."


30 퍼센트. 적지 않은 수치였다. 하지만, 내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최준성이 타협점을 제시했다.


"세 번째 목표까지 완료하면. 그때 하자."


송채린은 조금 불만스러워 보였으나, 다른 인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안진태도 받아들였다.


작전에 돌입하기 앞서, 최준성은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만 했다.


"아··· 안녕하세요."


우선은 너구리였다.


"눈 감고 편하게 계시면 돼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조금 어지러우실 거예요."


오른팔에 닿는 손길. 이내 김누리의 말처럼, 옅은 울렁증이 동반됐다.


"됐어요. 이제 분신의 시각으로 보일 거예요."


천천히 떠지는 눈. 분명 의자에 앉아있던 몸이 어느새 서 있다.


"분신이 손상되거나, 본체의 너무 강한 자극이 일어나면 돌아갈 거예요."


설명을 잇는 김누리 옆으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이와 비슷한 꿈을 꿨었던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고개를 숙여 살핀 자신의 모습 역시, 최준성 그대로였다.


"기프트도 똑같이 사용하실 수 있어요. 위력은 떨어지지만요."


"참 신기하네요!"

펄쩍. 누워있는 몸에서 떨어져 나온 인트가, 휘리릭. 손목에 감겼다.


【노이즈가 낀 것 같지만. 이 상태로도 링크는 문제없어요.】


안진태가 가짜 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이렇듯 김누리의 기프트 덕이다.


너구리가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분신은 총 한 개. 그조차, 녀석이 분신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 몸에 손을 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빨리빨리 합시다~"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건 곰이었다. 강한웅.

그는 한때 토벌팀에서 일했다고 한다. 덕분에 다양한 아티팩트를 다룰 수 있었고. 지금은 그 능력으로 분신의 내구성을 테스트할 차례였다.


"갑니다."


특수 처리가 된 단검을 쥐고선 그가 달려들었다.


후웅-

몸을 뒤로 빼, 빠르게 휘둘러지는 단검을 피해냈다. 단순한 내구 테스트가 아닌, 분신의 적응을 돕기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몸놀림이 좋군요."


파삭. 피한 줄로만 알았던 단검이 어느새 최준성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분신의 몸에선 피 대신 지푸라기가 흩날렸다.


파직-!


기프트 없이 대응해볼 심산이었는데, 도저히 무리다.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전류 몇 방을 곰의 다리에 꽂아 넣었다.


"어딜!"


강한웅이 더욱 몸을 붙여왔고. 전류는 그의 몸을 통과하듯 지나갔다.


강한웅의 기프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듣지 못했으나.

다른 사람의 기프트로는 그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없다고 했다.


'완전 사기네.'


덕분에 상성은 상극이었다.


퍽, 콱. 쿵.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인지, 시멘트벽을 때리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만큼이나 근육으로 가득한 곰의 몸은 짐승 같았다.


몸에 전류를 두르고 가격해도, 강한웅의 몸에 닿을 때면 기프트가 없어지는 것 같다.

흩어지지도,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분명 몸에 두르고 있음에도. 그의 몸에 닿으면 기프트가 그 자리에 없는 것만 같았다.


"큭."


충격을 흡수하는 전류들이 그의 신체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덕분에 합을 더해갈 때마다, 저릿저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때려도 아프고, 막아도 아팠다. 그렇다고 피하자니, 곰의 움직임이 퍽 날랬다.


'몸에 닿지 않는 거라면.'


무게 중심이 흔들린 척 틈을 보이자, 날카로운 쇠붙이가 직선으로 떨어진다.

파직, 정확한 타이밍을 노려 그가 쥐고 있는 단검을 튕겨냈다. 휘리릭, 그의 손을 떠난 단검이 저만치 떨어져서 바닥에 꽂혔다.


'무기만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강한웅의 기세가 죽지 않았다.

퍽, 순식간에 시야가 암전 됐고. 잠에서 깨듯 몸이 움찔 떨렸다.


"하아."


눈을 뜨자 지푸라기를 잔뜩 뒤집어쓴 강한웅이 보였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머리통이 날아간 분신이 자빠져있다. 진짜 곰에게 머리를 맞아도 저렇게는 안 될 것 같았다.


"분신, 다운됐어요."


손을 잡고 있는 너구리가 머쓱하게 웃었다.


"당신, 굉장하군요!"


머리 잃은 분신의 위로 쪼꼬미 인트가 강한웅을 올려다봤다. 꽤 신나 보인다.


"방심은 금물이죠."


크하하, 웃음을 짓는 강한웅이 퍽 신경을 긁었다.


"다시 해."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



"우윽. 거, 장난이 아니네."


곰과 같은 인상이 비릿하게 구겨졌다. 상당히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복부를 부여잡고는 손을 들어 항복 선언을 한다.


"지치지도 않어?"


말대로 해가 지고 나서야 상황이 끝났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한웅과 달리, 눈앞에 인물은 멀쩡했다.


최준성이 아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달빛을 받아 흔들리는 묶음 머리. 그 밑으로 보이는 구릿빛 피부는 땀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나이스.'


【유치해요.】


인트의 지적에도 최준성의 기분은 후련했다.

최고급 몬스터를 기반으로 한 만큼, 벨라의 피지컬은 뛰어났다. 순발력이나 급소를 노리는 솜씨가 강한웅을 앞선다.


"물건이네, 물건이야."


강한웅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며, 벨라에게 악수를 청했다.


"술 마실 때부터 범상치 않더니···."


안진태가 쫑파티라고 열었던 술자리에서도. 강한웅은 벨라의 술친구를 자처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벨라에게 꽤나 친근하게 굴었다.


"말 나온 김에 오늘 술 한잔합시다. 준성 씨도 괜찮죠?"


어쩌면 그냥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강한웅은 고차장님과 닮은 구석이 있는 사내였다. 나이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괜찮아요."


"아, 빼지 마시고."


술자리 좋아하는 것도 꼭 닮았다.


"오늘은 약속이···"


"거짓말 정말 못하시네~"


억지로 끌고 가는 것도. 완전히 똑같다.


술은 아지트에도 있을 것이다. 안진태가 냉장고에 부족함 없이 채워놓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강한웅은 기어코 시내로 나가려는 것 같았다. 아지트가 숲속에 있는 만큼, 나가려면 차를 타고도 한참이다.


지난번 송채린이 안진태에게 상처받고 술 마시러 나간 날에도. 편의점까지 가는데 오토바이로 한 시간은 넘게 달렸었다. 거리도 거린데, 도로가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든다.


그날은 술도 많이 먹고, 송채린과 링크도 연결한다는 통에 숙소를 잡았었지.


테스트를 위한 던전은 아지트보다도 깊은 곳에 있었다.

지금 출발하면 꼼짝없이 외박이다.


"갑시다!"


그럼에도 곰은 '우리끼리'라는 말을 강조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안진태가 규칙이라고 들먹였던 것 중에는, 분명 '외박 금지' 따위가 있었다.


"이래도 될까요?"


불안한 눈동자의 너구리. 하지만 딱히 의지할 곳이 없었다. 강한웅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고.

최준성은 이미 송채린과 함께 규칙을 위반한 이력이 있다. 노란색 눈동자만을 창밖으로 던지는 벨라는 말 걸기 무서웠다.


"매일 갇혀있는 것도 지겹잖아."


강한웅이 액셀을 밟는다. 커다란 봉고차가 곰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 같지도 않은 길을 뚫고, 두 시간을 달려 반짝이는 거리의 도달했다.


"오빠~ 놀러 와요."


거리의 밤은 낮보다 밝았다. 그만큼 호객행위도 활발했다.


「사고 치시면 안 됩니다.」


규칙을 들먹였던 것에 비해, 안진태는 특별한 말을 더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어쩌면 그가 말했던 '작전 전 파티'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좋아해요? 참치? 소?"


차에는 상시 배치된 안진태의 카드가 꽂혀 있었다. 곰은 꿀단지라도 발견한 것처럼 신나 보였다.


창문 밖으로는 퇴폐와 환락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던전테크 시절. 좋은 경험시켜준다며 입을 놀리던 거래처.


안타깝게도 최준성은 그런 유흥에 달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퍽 불편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그때가 떠올라, 그저 그렇게 답했다.


"저희끼리만 마시는 곳이면 좋겠네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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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류 +2 21.07.28 58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1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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