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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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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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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6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8.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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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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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세 번째 작전

DUMMY

"이번 작전 끝나면 알지?"


찌릿. 송채린이 노려봤고, 장은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세 번째 작전을 위해 검은색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행동 지시서에요.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해서 열어보세요."


안진태가 운전석에 있는 강한웅에게 접힌 종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오늘은 특히나 경계가 심하시네요."

"비밀스러운 작전이니까요."


안진태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세 번째 작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이가 안진태뿐이다.

이번 작전은 강한웅에게도 조금 의외였다. 안진태는 항상 디테일을 신경 썼으니까. 돌발 상황을 원치 않는 그는 늘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행동 지시서를 달달 외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일을 맡기도 했다.


"저한테까지 비밀이라니. 나름 신뢰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끌끌. 강한웅이 웃음을 흘리며 행동 지시서를 보관함에 집어넣었다.


"신뢰하고 있죠. 반대로 믿으니까 이런 비밀 작전도 계획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안진태가 친근한 목소리로 답했다.

부르릉. 봉고차의 시동이 걸렸고, 이내 출발 준비를 마친다.


"잘 끝내고, 밤에 제대로 즐깁시다."


강한웅이 음흉한 미소로 안진태 뒤편에 있는 최준성에게 시선을 보냈다. 세 번째 작전이 끝나면 파티를 하겠다는 약속을 떠올린 모양이다.


"저희 이 작전 끝나면 이사 가는 거예요?"


조수석에 있던 너구리가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안진태는 고개를 끄덕였고, 작은 환호 소리와 함께 차가 출발했다.


안진태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점차 멀어지는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봉고차가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안진태가 발걸음을 옮겼다.


"타시죠."


검은색 세단. 운전석에 몸을 싣는 안진태를 따라, 최준성이 보조석에 앉았다. 부르릉, 그리곤 봉고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한웅 씨 쪽에서 혼란을 야기할 거예요. 시선이 분산되면 저희 쪽에서 침투하면 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안진태가 작전 내용을 말해주었다.


"비밀이라며?"

"괜찮아요. 이 차는 특수 처리되어 있어서 기프트로 인한 도청 같은 건 불가능하거든요."


최준성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거라도 준비했나 봐?"


"잘 먹혔으면 좋겠네요."


강한웅에게 건넨 지시서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최준성은 모른다. 하지만 저 정도 인원이라면 뭐든 해낼 것이다.


봉고차에는 총 네 명이 타고 있다. 송채린, 장은미, 강한웅, 김누리.

별장에 남아있는 벨라를 제외하고. 사실상 최준성과 안진태 빼고는 다 그쪽에 타 있는 셈이다.


"단둘이 남은 김에 진지한 이야기 좀 나눌까요?"


안진태가 핸들을 꺾으며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세요?"

"뭐?"


진지한 이야기라길래 뭘까 했더니, 전혀 예상외의 질문이었다. 명절날 친척들한테나 들을 법한 소리였다.


"준성 씨 나이가 스물아홉이라고 했죠? 이제 슬슬 생각해 볼 때이지 않아요?"


최준성은 안진태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긴, 채린이가 아직 좀 어리긴 하죠?"


이어지는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래도 스물다섯이면 그렇게 마냥 애도 아니고. 준성 씨랑은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잖아요."

"뭐 잘못 먹었어?"


최준성은 진심으로 물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더니, 갑자기 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어대고 있다. 뜬금없는 결혼은 둘째 치더라도, 그 상대가 당연하다는 듯이 송채린으로 생각하는 그가 제정신처럼 보이진 않았다.


"준성 씨. 제 꿈이 뭔지 아세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남들은 전부 돈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제가 왜 돈을 모으겠어요? 저 혼자 행복하자고? 아니죠."


그러거나 말거나 안진태는 하고 싶은 말을 내뱉어댔다.


"채린이랑 은미가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그냥 평범하게."

"당신부터 좀 평범하게 사는 게 어때?"


최준성의 트집에도 안진태는 들리지 않는 듯 자기 말만을 이었다.


"채린이에게 들으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 과거에 대해서."


직접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본 적은 있다.

송채린과 링크했을 당시 보았던 그녀의 과거. 실험실을 탈출하던 그들을 최준성은 알고 있었다.


"아시는 눈치군요."


괜히 송채린과 자신을 깊은 관계라도 되는 것마냥 생각할까 봐 변명하고 싶었으나.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구구절절 변명의 늪에 빠질 것 같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저는 총을 쏘든, 공을 던지든 목표에 맞지 않아요. 그게 제 코스트죠.


안진태의 눈동자가 사뭇 아련하게 흔들렸다.


"코스트는 성격이나 트라우마에 영향을 받는다죠? 실험실을 빠져나올 당시, 제가 처리했어야 할 가드가 있었어요. 실패했죠. 덕분에 의지하던 형이 총에 맞아 죽어 버렸고요."


담백하게 말했으나, 핸들을 잡은 그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로 가득해요. 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까, 나 때문에 형이 죽었구나. 스스로에 대한 혐오 속에서 살 때도 있었죠."


짙은 한숨을 뱉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채린이랑 은미를 챙기는 건, 저에겐 속죄를 하는 행위기도 해요. 물론 형이 살아있었다면 저보다 더 잘 돌봐줬겠죠."


슬쩍. 안진태가 최준성을 흘겼다.


"그런 면에서 준성 씨의 동생은 부럽네요. 이렇게 멋진 형이 있으니까요."

"······."


안진태가 다시금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괜한 이야기를 들은 탓에 그의 옆모습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동생이 있어서 그런가요? 준성 씨는 보고 있으면, 자기 사람을 참 잘 챙기는 것 같아요. 처음 뵀을 때부터 느꼈죠. 준성 씨와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서 더 가까워질 거라고."

"무슨···."


갑작스러운 칭찬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부정하기에도, 그렇다고 긍정하기에도 머쓱한 기분이었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기려는데, 다시금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준성 씨에게라면 채린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안한데, 나는 송채린에게···."

"사랑이란 게 그렇잖아요? 싸우고 부대끼고 얼굴 마주하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 피어오르는?"


안진태의 말이 더는 곱게 들리지 않았다. 적당히 감동인 척 버무려낸 폭탄 돌리기에 가까웠다.


"매일 같이 속 터지게 하는 거 참고, 또 참고 살았죠. 그런 녀석이 결혼이라니. 저 분명 식장에서 울어버릴 거예요."


안진태가 얼굴을 찡그리며, 훌쩍훌쩍 우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뻔뻔한지,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올 지경이다.


"말만 해요. 신혼여행이고 집이고 제가 싹 다 준비해 드리죠. 이번 기회에 호칭도 바꾸는 게 어때요? 나이도 사실 제가 더 많고. 이제 형님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주면 안 될까?"


씨익. 안진태가 입꼬리를 당기며, 뱀 같은 혀를 놀렸다.


"왜요? 차멀미라도 하시나요? 매부."


최준성이 진짜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반면 안진태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뭐, 어쨌든. 채린이는 이제 걱정 없으니, 남은 건 은미인데···"


꿈틀, 최준성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혹, 수성이의 이름이라도 거론하는 순간 입을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걔가 문제가 많죠."


안진태의 얼굴에 번져있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걱정이 가득합니다."


퍽 하면 제멋대로 행동하는 송채린에 비해. 장은미는 안진태의 지시를 언제나 말끔히 처리했다.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쉽게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도 아니었다.


"가끔 보면 인간 병기 같아요."


하지만 그렇기에 안진태는 장은미의 속내를 알아내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오늘 작전. 비밀이라곤 했지만 사실 은미에게는 귀띔을 해놨어요."


안진태는 송채린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들을 때때로 장은미에겐 말해주었다.


"특수 처리되어 있다곤 하나, 이 차를 도청하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일도 아니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부에 스파이가 있어요. 오랜 시간 함께 있었죠. 실험실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어요. 저희는 아직 관찰당하는 입장이었죠."


장은미를 대할 때 안진태는 늘 그 뒤편에 있는 것들을 염두하고 있었다.


"준성 씨. 작전할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이 언젠지 아세요?"


「오후 4시입니다.」

라디오를 통해 흐르는 알림. 그와 함께 안진태가 핸들을 확 꺾어버렸다. 기우뚱 쏠리는 무게중심과 함께 세단이 길이 아닌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자만하고 방심할 때예요."


비포장 된 도로 탓에 차가 극심히 덜컹거렸으나, 안진태는 신경 쓰지 않고 액셀을 더욱 강하게 밟았다.


"일이 너무 잘 흘러가면, 항상 의심해야 하죠."

"어디로 가는 건데?"

"장인어른도 한 번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요? 매부."


장난이라기에 안진태의 얼굴은 퍽 진지했다.


"강한웅 쪽은?"

"처음부터 혼란이고 침투고 없습니다. 밀고 들어갈 거예요. 이 차 외관은 평범해 보여도 테트리늄으로 만들어졌거든요."


심하게 덜컹거리는 자동차 안에서 최준성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봉고차와 세단으로 나뉘어서 목표 지점에 침투하려 했다. 자세한 방법은 행동 지침서를 통해 강한웅에게 넘겨준 상태.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서 안진태는 스파이라고 의심되는 장은미에게만 따로 알려주었다.


"실제로 한웅 씨에게 넘겨준 지시서에는 은미에게 알려준 것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죠."


장은미를 속였다 하더라도. 그녀가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안진태나 자신의 위치를 바꿔버리면 그만 아닌가?


"지시서에는 '테이프를 틀어주세요.'라고 적어놨어요. 테이프에는 굉장한 로큰롤들이 녹음돼있죠. 은미는 시끄러운 상황에서 기프트를 사용하지 못하거든요."

"장담할 수 있는 거야?"


안진태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희 둘 다 아직 멀쩡하잖아요. 그쪽에서 눈치껏 잘해주고 있는 모양이에요."

"만약 강한웅이 장은미를 놓치면?"

"그럼 뭐, 작전 실패죠. 저희 대화도 이미 상대 쪽에서 다 듣고 있을 텐데."


꽤나 답 없는 상황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쪽에는 준성 씨 애인이 있잖아요."

"그게 왜 내 애인이야? 당신 동생이지."

"에이- 이렇게 바로 채린이 이야기하는 건 줄 단박에 아시면서."


뭔 말도 안 되는 논리인지, 계속 휩쓸리는 기분이다.


"사고 치기 선수긴 해도, 이번엔 믿을만할 거예요. 채린이 맨날 자기한테만 말 안 한다고 심술 나 있었잖아요?"


안진태가 한쪽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이번 작전, 은미는 속였어도 채린이한테는 다 말해줬거든요. 눈빛으로."


송채린의 기프트.


"채린이랑 비밀을 공유하는 건 참 쉬워요. 입 밖으로 내지도, 글을 써서 전달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안진태가 라디오 부근을 손으로 툭툭 쳤다.


"그렇게 된 겁니다."


제 삼자에게 말하듯이. 그건 도청 장치를 향한 것도 같았다.


"사윗감 데려가니까, 기대하시죠."


안진태가 최준성을 바라보며 자신의 입에 검지를 댔다. 조용히 하라는 듯이.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제 기프트 기억하세요?"


인지 저하. 관측하는 존재라면 그게 기계일지라도 속여낼 수 있는 기프트.


"이제 준성 씨만 말하지 않으시면. 저희 위치도, 목소리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안진태가 개운한 얼굴로 핸들을 잡았다.


단출하게 뻗은 길의 끝. '통제 구역'이라는 명칭과 함께 무장하고 있는 가드들이 보였다.


"기대되는 상견례군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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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송국 21.08.04 39 3 13쪽
70 정리되지 못한 것들 21.08.02 43 3 12쪽
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68 퀘스트형 던전 21.07.30 46 3 12쪽
67 완벽한 오답 21.07.29 50 2 13쪽
66 기류 +2 21.07.28 58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1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6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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