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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449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8.07 23:35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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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작별 인사

DUMMY

"""하···. 도발에 넘어간 게 아니라, 넘어가 준 거란다."""


뿌득, 뿌득. 토끼를 닮은 것들이 이상 반응을 일으키며 제 몸을 비틀어댔다.


""숨어있는 게 아니라 배려해 준 거고.""


파그작. 파열음과 함께 목 부위가 터져나가는 토끼들. 바글바글하던 숫자 덕에 폭죽이라도 터트리는 것 같았다.


"직접 만나면 내가 실수로 죽여버릴 수도 있잖니."


토끼 중 머리가 온전히 남아있는 건, 안진태 앞에 서 있는 녀석뿐이었다.


"조금 어울려주다 보내줄 생각이었거든?"


바닥 이리저리 흩뿌려져 있는 잔해. 그것들이 덜덜 떨리며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제 '수거'할 때도 된 것 같아서 말이야. 굳이 네가 내 새끼들 옆에 있을 필요가 있나?"


어깨를 으쓱이는 토끼. 그 모습에 안진태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수거라는 말을 자기 자식한테 쓰는 인간도 있나요? 그리고···"


미소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안진태가 품에서 꺼낸 총은 토끼의 이마를 향했다.


"여태까지 챙겨준 척, 지껄이는 게 참 역겹네요."


탕. 가루를 흩뿌리며 뒤로 나자빠지는 토끼.

그와 함께 사방에 깔린 잔해들이 토네이도 속에 있는 것처럼, 허공을 춤추듯 날아다녔다. 작고 날카로운 것들은 그 수가 많아 스치기만 해도 위력적이었다.


"준성 씨! 저쪽에서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반은 같을 겁니다. 퀴즈 영역을 공략하듯 진행해 주세요."

"참 쉽게도 말한다."


안 그래도 최준성은 아까부터 '핵심 코어'를 찾는 중이었다.

이런 부류의 던전은 이전에도 만나본 적 있다. 죽은 다음에도 움직이는 몬스터들. 꼭두각시와 같은 것들을 통제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핵심 코어는 특정 몬스터일 수도 있고, 던전 내부에 있는 물건일 수도 있다.

남은 토끼가 없는 것을 미루어 보아. 가장 높은 가능성은 바닥에 깔린 타일이나 거울 둘 중 하나다.


특이한 색이나 문양을 띠는 게 있을 것이다.

꼼꼼히 훑어보면 찾을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하나 살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위만을 뱅글뱅글 돌던 잔해들 일부가 최준성과 안진태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모르겠으면 찍으세요!"


'도대체 뭘 믿고 귀띔조차 안 해줬을까?'


본래 공략 팀이었다면 찍는다는 선택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잘못된 걸 건드릴수록 더 기괴한 장치나 몬스터들이 출현할 테니까.


"하, 진짜."


최준성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먹구름. 몽실몽실하게 허공을 떠다니는 그것은 바람에 휩쓸려 잔해들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좀 서둘러 주시겠어요?"


안진태의 투정을 애써 무시한 채, 최준성이 호흡을 늦췄다.

파지직. 어디선가 번쩍이는 붉은빛. 잔해들이 활기를 띨수록 빛은 더욱 속도를 높여 주위를 맴돌았다.


"난 모른다."


잔해들이 만들어낸 토네이도. 그 결을 따라 붉은 전류가 위협적으로 번쩍였다.


콰가가강----!!!!!!


포탄이 떨어진 듯한 굉음. 급격하게 팽창하는 충격에 바람이 난폭하게 흩어져 버렸다. 그에 따라 날아드는 잔해를 최준성이 붉은 전류로 막아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뿌옇게 이는 연기가 차츰 가라앉을 때까지 별다른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됐나?'


그 충격 속에서도 거울들은 멀쩡했다. 다만, 붉은빛이 가장 심하게 일었던 자리에는 깊게 파인 구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찍기 운이 좋으시네요."

라고 말하기엔 바닥 타일의 절반이 검게 그을려 있거나 망가져 있다.


"오는군요."


거울의 너머. 또래로 보이는 남성 하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가까워질수록 흉악하게 구겨진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게 어떤 던전인 줄이나 알아?!!"


거울 밖으로 발을 옮기는 남성과 함께, 검은 기둥들이 뿜어졌다.

파직. 그에 대응하듯 붉은 창들이 쏘아진다. 쿵. 충돌하는 두 에너지.


"만만치 않을 겁니다."


뭐가 됐든 항상 어려움 없이 꿰뚫어내던 창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춰 섰다.

끼릭, 끼릭. 떨리는 창을 따라 중압감이 최준성의 몸을 짓눌렀다.


붉은 전류를 다루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력으로 밀어붙여도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쥐새끼를 달고 왔구나."

"당신이 좋아하던 그 잘난 교육 좀 보여주시죠."


정작 힘을 쓰고 있는 최준성은 가만히 있는데. 안진태가 여유로운 얼굴로 도발을 해댔다.


"버르장머리 없긴."


힘이 비등하다면 결국 중요한 건 숫자였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남성 뒤로 검은 기둥이 쏟아져 나왔다.


"뒤로 빠져!"


말하긴 했으나, 정말로 쏙 뒤로 몸을 내빼는 안진태를 보고 있자니 묘하게 짜증이 몰려온다.


파지직-!!

전면을 향해 실체화하는 붉은빛들이 검은 기둥을 향해 빠짐없이 날아들었다. 와중에도 기어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기둥 탓에 진을 빼야 했다.


쿵, 쿵!

최준성과 남성을 근원 삼아 허공을 수놓는 충격들. 안진태는 뒤에서 말을 거들뿐이었다.


"그 정도로 되겠어요?"


목청을 높인 안진태는 거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충격음 속에서도 확실히 들려오는 도발. 그건 최준성이 아닌, 남성을 향해 있었다. 그에 따라 꿈틀. 남성의 눈썹이 경련한다.


"채린이를 가질 수 있는 건 당신이 아니에요. 이 친구죠."


가뜩이나 정신 사나운데. 안진태의 말은 최준성에게도 퍽 거슬렸다.


"당신 시대는 끝났어요, 송국. 결국 당신도 평범한 인간일 뿐이에요."


오소소. 일순 남성에게서 불길한 기운이 뿜어졌다.


"주제도 모르고."


뿜어져 나오던 검은 기둥 일부가 가루와 같이 분해되더니, 남성의 주위를 감싸며 빠른 속도로 돌았다.

끼기긱. 그와 함께 힘의 균형도 무너져내렸다. 밀리는 건 최준성 쪽이었다.


"특별하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마."


검은 입자에 쌓여 점차 부유하기 시작한 남성. 검은 알갱이들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그의 모습은 점차 가려졌고. 주위를 감싸는 것들은 점차 비대해져 무언가를 연상시켰다.


「-----!!!!!!!」

소름 끼치는 포효.


남성을 뒤덮은 검은 것들. 그것은 날개 달린 도마뱀의 형태를 유지했다.

인트가 다른 차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종종 언급되던 생물체.


'그래 봐야 외형뿐이겠지.'


【아뇨. 당신의 기프트와 비슷해요. 물리적 현상에 개입한다기보다, 창조해내는 에너지에 가까워요.】


'자꾸 김 빼는 소리 하지 마.'


【마치 이 던전에 링크되어 있는 것 같아요. 피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프트를 써봐야 손해에요. 던전이 빨아들일 거고, 저쪽에서는 그 힘을 이용할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내 일을 하는 동안. 넌 네 일을 해야지.'


최준성이 왼손을 뻗자, 붉은 전류들이 형태를 비틀어 활처럼 변했다. 오른손을 잡아당기면 에너지가 더욱 응축되어 현에 걸린다.


「=======!!!!!!!!!!」


거세지는 파동. 그와 함께 괴수의 입에 브레스와 같은 검은 덩어리가 맺혔다.

분명 최준성보다 늦은 행위였음에도. 응축되는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빡세네.'


현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계속해서 응축되는 에너지. 깊어지는 붉은빛은 백색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보고 있자니, 단 한 번 마주했던 백화연의 백화를 닮아있다.


탓.


마침내 손을 떠난 화살. 하늘을 향해 쏘아지는 그것은 중력의 영향 따위는 받지 않는 것처럼 매섭게 날아올랐다.


콰가가가가가----!!!!!

검은 틈 사이로 쏟아지는 브레스. 백색의 화살은 그조차 뚫어내는 듯 싶었으나.


쿠쿠쿠쿠쿠쿠===!!!!!!!!!


도마뱀의 머리통에 도달하기 직전 끝내 사라져 버렸다. 화살을 경계로 쪼개지던 검은 빛깔이 다시금 붙어버렸고. 막아설 것 없는 그것은 지상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



"쿨럭-"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꿈쩍할 생각을 안 했다.


'그래도 살아는 있네.'


징징 울리는 머리. 그 위로는 아직 불운한 검은 것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안진태의 목소리.


'자기는 안전하게 피신해있었다 이거지?'


노려보았으나 초점 없는 눈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싱긋 미소로 답하는 안진태가 최준성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여기부터는 제 역할이네요."


맞지 않던 초점이 조금 돌아온다. 최준성의 눈에 비친 안진태는 쓸데없이 무게를 잡고 있었다.

구부린 발을 펴며 안진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검은 용을 향해 걸어갔다.


「네가 준비했다는 게, 고작 이 정도냐?」


거대한 도마뱀의 입에서 흐르는 음성은 아까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건지 말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참 뻔한 대사네요."


눈썹을 구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안진태가 실망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왜요? 짐작이 안 가나 보죠? 하긴,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똑바로 말해라.」


그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중압감이 느껴졌다. 분노가 서린 언어에는 더욱 강한 힘이 실려있었다.


「리더. 그 자식인가?」


리더. 그건 최준성 역시 아는 이름이었다.

아버지가 테러했다던 연구실의 책임자, 괴물들을 만들어냈던 자.


그리고. 하진이를 죽게 만든 원흉.


"···."


슬쩍. 안진태가 쓰러져 있는 최준성을 바라보았다. 최준성은 망가진 몸을 억지로 움직여 안진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해석에 따라 저는 배신자일 때가 많죠."


'해석은 무슨···!' 최준성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을 느꼈다.


"처음부터 다섯 번째 작전은 없었어요. 여유가 있다고 착각하도록 장은미를 속였을 뿐이죠. 정확히는 그녀 뒤에 있는 인물을 말이에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또한 결국 오늘을 위한 작전이었어요."


안진태는 최준성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마치 해명하듯이.


"구구절절 설명할 기회가 없었어요. 혹여라도 정보가 새어 나가선 안 됐거든요."


안진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준성 씨에게 한 말이 전부 거짓말은 아니에요. 계약 기억나시나요?"


한 달 안에 연구원을 포획한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최준성에게 맡긴다. 그동안 획득한 자본의 90%는 안진태가 갖는다.

90%라곤 했지만. 사실 안진태가 진정 원했던 자본이란 눈앞에 있는 존재의 목숨이었다.


"오늘 출발하기 전. 준성 씨의 방에 좌표를 두고 왔어요. 거기로 가시면 연구원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도망가기 전에 서둘러야 할 거예요. 뒷일은 전적으로 맡기죠."

"그걸 말이라고···!"

"손으로 쓴 계약도 아니고 구두계약인데 그 정도 오차는 있을 수 있잖아요?"


안진태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가시죠. 여긴 제 일이에요."


최준성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 안진태가 쥐여준 그것은 익히 본 적 있는 회중시계였다.


"이런 개···."

"궁금하신 것도 많고, 해드리고 싶은 말도 많은데 시간이 없네요."


찌익. 안진태가 걸치고 있던 셔츠를 찢어냈다.

그의 심장 부근에서 빛나는 이질적인 무언가.


"채린이 잘 부탁드려요. 아마 돌아가면 또 노발대발할 테니까요."


사방에서 피어오르던 붉은빛과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것이 안진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의 심장에선 범상치 않은 기계 마찰음이 들려왔다.


"걔한테 이거까진 말 안 해줬거든요."


오래 밀어두었던 일을 끝마치는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아련한 눈동자가 안진태의 얼굴에 머물러있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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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송국 21.08.04 40 3 13쪽
70 정리되지 못한 것들 21.08.02 43 3 12쪽
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68 퀘스트형 던전 21.07.30 46 3 12쪽
67 완벽한 오답 21.07.29 51 2 13쪽
66 기류 +2 21.07.28 59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2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7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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