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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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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6.28 13:57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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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030

작성
24.05.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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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DUMMY

7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피난민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야.-


사람들은 피난민의 나쁜 점만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의 식량을 축내고···.

치안을 악화시키며···.

불결함으로 위생을 악화시켰다.

피난민은 모두가 꺼리는 존재였다.


-그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

-피난민을 정착시켜서 노동력을 확보하라는 말이지.-

-그래.-


피난민은 도시의 인구를 증가시켰다.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을 늘려 줄었다.

도시의 생산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었다.

그들이 정착해 도시의 시민이 된다면···.


-피난민은 동시에 상품의 유통을 활성화해.-


사람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였다.

인간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했다.


-많은 이들이 간과(看過)하는 것이지.-


피난민도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그 대가를 냈다.

그것은 노동력일 수도,

급하게 챙겨온 금붙이 일수도,

자기 몸일 수도 있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소비가 늘어났다.

상품을 팔기 위해 상인의 방문이 증가했다.


-레 보드 프로방스 지역과 연결이 큰 도움이 될 거야.-

-설마, 그것도 너의 예정된 안배(按排)야?-


악마는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었다.

미리 상황을 이러한 예상해 대비해 둘 수 있었다.


-당연하지. 바둑에선 그걸 포석이라 부르지.-


포석(布石)은 바둑을 둘 때 중반전의 싸움에 유리하도록 미리 돌을 놓는 것을 말했다.

그러한 포석은 판세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악마에겐 미리 계획이 있었다.

몽마주르 수도원 주변의 늪을 메우고 길을 낸 것엔 여러 가지 포석이 있었다.

단순히 몽마주르 수도원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알필 산맥은 동서로 길게 뻗어있었다.

프로방스를 남북으로 가르는 장벽이었다.

그 장벽의 지나는 통로가 레 보드 프로방스 지역이었다.


-보 가문의 영지는 절묘한 위치에 있어.-


론강과 함께 프로방스의 물류를 담당하는 중요한 통로였다.

다만, 수운에 비해 육로는 운송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평상시에는 잘 활용이 되지 않지만···.

론강의 수운이 막힌 현 상황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물레방아 마을과 레 보 드 프로방스로 이어지는 길은 안전한 길이었다.

베르트랑과 보 가문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다.

험난한 세상에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했다.

상인이 그 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피난민이 그 길을 이용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길은 더욱 안전해지기 마련이었다.


-피난민과 함께 많은 상품이 그 길로 오갈 것이야.-


***


레 보드 프로방스의 주 생산품인 포도주와 올리브가 물레방아 마을로 들어왔다.

그 외에 보 가문이 자치한 알필 산맥 북쪽 영지의 생산물들도 함께 들어왔다.

그중 상당수는 보 가문이 그 지역에서 약탈한 물건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의 빵과 올리브유, 철 제품으로 바꾸어 갔다.

마르세유의 상품도 물레방아 마을을 거쳐 레 보드 프로방스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면 아를의 염장 생선과 소금, 쌀도 그 길을 따라 팔려 나갈 것이었다.

비누와 양초, 가죽 가공품도 좋은 상품이 될 수 있었다.


-순례자들도 그 길을 오가겠지.-


상인과 함께 순례자도 그 길로 다니기 시작했다.

혼란한 상황에서도 사람은 먹고살아야 했다.

상인은 변함없이 일했다.

다니는 길만 달라졌을 뿐이다.

그건 신앙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 사람은 더욱 신앙에 매달리기 마련이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었다.

눈물 흘리는 성모상이 아직 그곳에 설치되지 않았음에도 그러했다.


-길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 몽마주르 수도원 자체는 매력적인 순례지야. 그동안은 교통이 불편해서 찾는 이들이 적었을 뿐이야.-


몽마주르 수도원과 관련된 여러 전설이 있었다.

한 전설에 따르면 이 섬은 갈리아인을 개종시키기 위해 성 베드로가 로마에서 파견한 성 트로핌(St. Trophime)의 성역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전설에 따르면 이 무덤은 사라센과 싸운 샤를마뉴 병사들의 무덤이었다고 전해졌다.

또 다른 전설은 클로비스(Clovis)의 아들인 차일 데 베르트 1세 (King Childebert I)가 섬에서 최초의 교회를 세웠다고는 것이다.

클로비스는 모든 프랑크 부족을 하나의 통치자 아래 통합한 최초의 프랑크 왕이었다.

프랑스에선 성인으로 추앙을 받았다.

수도원의 역사가 프랑스 최초의 왕조인 메로빙거 시대까지 올라간다는 전설이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은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힌 성 십자가의 성물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최초의 성모 마리아 교회(프랑스어, Marie la mère du seigneur )가 얼마 전 지어졌다.

성모 마리아 신앙의 중심이 되는 수도원이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은 매력적인 순례지였다.

불편한 교통에도 늪을 건너 방문하는 순례자가 있었다.

교통이 편해지고 많은 이들이 그 길을 이용하자,

더 많은 순례자가 몰려들었다.


-상품과 사람이 오가는 곳엔 언제나 돈도 함께 움직이지.-


물레방아 마을의 여관과 주점은 많은 이들로 문전성시였다.

그곳에서 많은 거래가 이루어졌다.

마을로 상품과 사람이 모이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늘었다.

물레방앗간의 규모도 더욱 커졌다.

수력을 이용하여 밀가루와 올리브유, 강철, 무두질 된 가죽, 실들을 대량으로 생산하였다.

그것으로 빵과 철제 농기구, 가죽제품, 의류들이 만들어졌다.

물레방아 마을은 산업도시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마을엔 그러한 일들 외에도 개간과 수로, 논 공사 등 할 일이 많았다.

덕분에 피난민들은 일자리를 구해 빠르게 정착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물레방아 마을이 살만하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타라스콩과 프로방스 중북부의 피난민들도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둘씩 피난민들의 이주가 시작되었다.

레 보 드 프로방스와 연결되는 길은 피난민의 좋은 통로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피난민의 물결이 물레방아 마을로 쇄도(殺到)했다.

그곳을 채우고 넘치는 물결이 다시 아를로 넘어갈 것이다.

시대의 혼란은 아를의 성장을 원하고 있었다.


-물꼬를 터주면 물은 그곳으로 향하게 되지.-


베르트랑이 한 일은 흐름의 방향을 조금 바꾼 것이다.

그것이 큰 흐름으로 변하고 있었다.

큰 강도 작은 물꼬로 그 흐름이 바뀔 수 있었다.

베르트랑은 악마와 함께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있었다.


***


그라비에르 연못 아랫마을의 장과 피에르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물레방아 마을로 이주하는 게 좋아."

"그곳엔 피난민이 몰려 난리라고 하던데···."

"덕분에 우리의 부업도 사라지게 되었지."


피난민이 물레방아 마을로 몰려들자,

그들의 일거리가 사라졌다.

물레방아 마을에 노동력이 풍부해졌다.

일손에 여유가 생기면 자기 사람을 먼저 사용하기 마련이었다.

피난민도 정착하면 마을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먼저 일이 돌아갔다.

다른 지역 사람은 후 순위로 밀리기 마련이었다.


"거기에 숲에 들어가지 못하니. 수입이 좋지 않아."


프로방스의 혼란은 라크라우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법자들과 패잔병들이 올리브 나무의 숲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들을 처리할 기사와 병력은 마르세유의 자작에 종군하고 있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의무 기간보다 많은 시간을 타지에서 보내고 있었다.

병력이 돌아온다고 해도 무법자와 패잔병을 처리하긴 힘들었다.

숲은 넓었다.

그런 곳에서 무법자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들을 처리해도 금방 다시 자리를 잡았다.

전쟁으로 무법자와 패잔병이 계속해서 양산(量産)되고 있었다.

숲이 위험한 곳이 되었다.

그곳을 이용하기 위해선 다수의 사람이 무장한 채 들어가야 했다.

예전보다 숲을 이용하기 힘들어졌다.

숲의 산물이 마을에 적게 들어오게 되었다.

일명 올리브 숲이라 불리지만,

숲의 산물이 올리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종 야생 열매와 버섯, 들짐승, 땔감을 제공해 주는 곳이었다.

그곳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수입이 크게 줄었다.

연못 아랫마을은 밭농사로만 먹고사는 곳이 아니었다.

숲이 수익의 큰 부분이 차지했다.


"요즘 마을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있다 없으면, 그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숲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물레방아 마을로 일하러 가지 못하게 되었다.

풍족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가난해졌다.

곳간에 인심이 난다고 마을의 분위기도 흉흉해졌다.

작은 일에 마을 사람의 분쟁이 잦아졌다.


"앞으로 이 마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벌써 연못 아랫마을을 버리고 물레방아 마을로 이사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었다.


"네 말은 우리도 물레방아 마을로 옮기잔 말이지."

"그래. 이곳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그래도···. 헐값에 땅을 팔고 떠나긴 싫어."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겼다.

땅을 팔려는 사람은 많아졌다.

사려는 사람은 적어졌다.

수요와 공급으로 땅의 가치가 폭락했다.

이곳의 농경지는 그들의 부모님 세대부터 힘들게 개간한 땅이었다.

장은 계속해서 이주를 망설였다.

그런 그를 피에르가 재촉했다.


"잘 생각해. 지금은 그나마 팔 수라도 있어. 잘못하면 이대로 버리고 떠나야 할 수도 있어."


경작하려는 사람이 없으면 땅은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마을에 황무지가 늘어날 것이다.

인구가 어느 이하로 떨어지면 마을 자체가 버려질 수도 있었다.

마을이 버려져 황무지로 돌아가고···.

버려진 황무지가 개간되어 마을이 생겨나는 일은 흔했다.

연못 아랫마을도 그렇게 생겨났다.

마을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전쟁과 혼란이 길어지면 그런 일이 흔하게 발생하게 될 것이었다.


"우리에게 당나귀 두 마리도 생겼잖아."


물레방아 마을에 일하러 다니면서 번 돈으로 당나귀를 마련했다.

거기에 적게나마 땅을 판 돈이 생길 것이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때 바로 물레방아 마을로 옮겼어야 했어."


장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랬으면 더 좋은 조건에서 물레방아 마을에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나귀 두 마리보다 더 큰 수확을 얻었을 것이다.

후회는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피에르는 그런 장을 다독거렸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빠른 법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사람은 늦었다고 생각하면 더 움직이지 않았다.

후회하면서 계속 결정을 미루는 것이었다.

그러다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움직이게 되었다.

그때가 진짜 늦은 것이다.

선택을 할 수 있을 때는 아직 늦은 것이 아니었다.

피에르의 말에 장도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그래. 떠나지. 더 늦기 전에···."


장과 피에르는 빠르게 땅과 집을 정리했다.

세간살이도 수레 한 대와 등짐으로 실어 나를 수 있게 줄였다.

당나귀가 끄는 수레와 두 가족이 함께 물레방아 마을 향했다.

가는 길에 다른 마을의 사람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라크라우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인구 이탈이 시작되었다.

같은 지역에 도시가 성장하면,

주변의 인구를 흡수하기 마련이었다.

라크라우 지역은 물레방아 마을과 너무 가까웠다.

아를도 마찬가지였다.

물레방아 마을과 아를은 피난민과 함께···.

이주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에 의해 물레방아 마을 주위에 논이 조성되고 있었다.

그곳에 여름 벼가 자라고 있었다.

남프랑스의 맑고 건조한 여름은 벼가 자라기 좋은 계절이었다.

물만 충분하다면···.

론강은 물과 함께 비옥한 농토를 선사했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 이삭이 고개를 숙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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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 연못 아랫마을에서의 전투. +8 24.06.17 322 17 13쪽
90 90. 바다 위의 빛(Fos-sur-Mer). +2 24.06.15 309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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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성모의 이름으로. +4 24.06.13 320 19 11쪽
87 87. 기준 화폐. +2 24.06.12 307 18 12쪽
86 86. 은화 주조. +2 24.06.11 307 17 13쪽
85 85. 아이카드 대주교의 방문. +2 24.06.10 318 19 12쪽
84 84. 농업 길드. +2 24.06.09 322 16 12쪽
83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2 24.06.08 324 18 12쪽
82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4 24.06.07 330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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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맷돌의 의미. +4 24.06.04 342 15 12쪽
79 79. 자애로운 영주. +4 24.06.03 34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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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운송비. +4 24.05.29 35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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