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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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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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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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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DUMMY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베르트랑은 물레방아 마을의 첫 연회를 준비했다.

연회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모두가 모여 배불리 먹고 마시는 일이었다.

일종의 회식이었다.

베르트랑과 봉신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가신들의 친목을 돕는 일이기도 했다.

연회 때 마실 것(술)과 먹을 것(음식)은 부족함이 없어야 했다.

축제(율, Yule) 때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게르만 전통이 남아있었다.

음식이 부족하면 욕을 먹는다.

연회에서 남은 음식은 아랫사람에게 나누어진다.

음식과 술은 많이 남을수록 좋았다.

물레방아 사람 모두가 조금씩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이번에 콩우유와 콩치즈도 소개할 생각이었다.

아예 작정하고 음식을 준비했다.

맷돌을 이용해 야외에서 콩우유와 콩치즈를 만드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요리하는 냄새가 멀리까지 퍼졌다.

흥미를 느낀 이들은 가까이 와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과 구경하는 이들에 의해 콩우유와 콩치즈를 만드는 법이 퍼질 것이었다.

그들도 만족할 수 있게 맛있게 만들 생각이었다.


***


연회의 음식은 주로 빵과 육류였다.

제빵소에서 갓 구운 빵을 가져왔다.

딱딱한 빵은 얇게 잘라서 라드(돼지기름, lard)로 튀겼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조합은 식욕을 크게 자극했다.

고열량 음식이었다.

파슬리는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육류는 바다와 육지, 하늘의 모든 포함되었다.

멧새와 자고새, 닭, 돼지, 양, 소, 사슴, 토끼, 생선, 조개, 갑각류까지 아를 지역에서 나는 육류가 다 포함되었다.

고기를 화덕에 굽고, 튀기고, 삶았다.

그 뒤에 후추와 향신료로 맛을 내었다.

사라센과의 교역으로 향신료 사용이 늘고 있었다.

그런 전통적인 음식에 추가하여 콩을 이용한 음식도 준비했다.

콩물과 두유, 두부였다.

그것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준비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 보면 담백한 것이 끌리기 마련이었다.

술은 포도주(Wine)에서부터 벌꿀 술(Mead), 사과주(Cider), 체리주(Kirschwasser), 향신료가 들어간 히포크라스(Hippocras)와 카우들(Caudle) 등이 준비되었다.

흥겨운 연회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


연회장은 보통 영주의 홀을 이용하기 마련이었다.

베르트랑은 아직 영주의 거처(manor house)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었다.

연회는 새로 오픈하는 주점에서 하기로 했다.

기존 주점이 규모가 작아 새로 확장하는 곳이었다.

주점은 술만 마시는 곳이 아니었다.

에일 하우스(ale house)와 비어 하우스(beer house), 와인하우스(Wine house)는 마을의 사교 및 문화·오락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돈을 빌려주는 사금융 역할과 상거래,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오스만에서 커피가 들어오면 주점이 커피하우스(Coffee house)로 변한다.

그러한 커피 하우스는 훗날 증권과 주식, 보험, 신문, 학회로 발전해 나갔다.

주점은 상업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세금도 많이 나오는 장소였다.

주점을 영주의 저택 못지않은 규모로 만들었다.

그 일에 행정관 에릭도 기뻐했다.

여관과 주점, 창고는 그의 기반이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해온 일에 대한 보상이었다.

에드몽에게는 물레방아 마을을,

피에르에게는 몽마주르 수도원을,

시몽에게는 아를의 상단을,

레오에게는 선단의 제독을 약속했다.

연회와 함께 보상은 충성심을 확보하는 데 필요했다.

새로 건설된 주점에서 베르트랑의 첫 연회가 개최되었다.


***


연회의 참석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외부에서 온 인사로는 랑삭의 폰스와 두 명의 기사,그리고 아를 참사회 의원 알폰소였다.

물레방아 마을은 에드몽과 피에르 사제, 에릭 행정관, 시몽 상단주, 레오 선장이었다.

9명에 불과 하지만···.

모두 베르트랑의 가신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긴 테이블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을 차렸다.

술은 통째로 쌓아두어 원하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게 준비했다.

테이블 위에 향이 나는 비싼 양초로 불을 환히 밝혔다.

양초의 향과 불빛은 음식을 더욱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양초는 비싼 물건이었다.

테이블 위에 그런 양초를 가득 두었다.

베르트랑의 풍요로움과 재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연회의 본래 목적이었다.

인색한(niggard) 이에겐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모두 그동안 수고해 주었소. 오늘은 마음 편히 먹고 마시길 바라오.”

“감사합니다. 주군(my lord).”


모두가 배불리 먹고 마셨다.

연회는 마을 축제가 되었다.

음식과 술은 충분했다.

근무 서지 않는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에게도 술과 음식이 나누어졌다.

모두가 즐기는 사이에 축제가 마무리되었다.

돌아가는 이들에겐 선물을 한가득 안겨주었다.

그것이 더 큰 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


연회가 끝난 후 에릭과 시몽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연회는 어땠나?”

“훌륭했습니다.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그랬다니 기쁘군. 연회에서 특별한 점 느끼진 않았나?”


그 말에 두 사람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건 베르트랑의 시험이었다.

그 의도를 파악해야 했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에릭의 눈짓에 시몽이 이야기했다.


“연회가 풍요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이곳의 산물이 풍부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상인의 눈으로 연회를 보았다.


“그대의 말이 틀리지 않네.”


연회의 식재료 대부분은 이곳에서 난 산물이었다.


“제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산물이 풍부하다는 말은 상인으로서 거래할 물품이 많다는 말이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말로 들린 것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건 다른 걸세.”


100점 만점의 80점이었다.

에릭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람의 생각을 맞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간단하게 힌트를 주었다.


“요리를 생각해 보게.”

“아! 몇몇 특이한 요리가 보였습니다. 맛이 독특했습니다.”


콩물과 두유, 두부로 만든 요리였다.


“그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겠는가?”

“혹시 콩입니까?”


에릭은 눈치가 있었다.

연회가 준비되는 과정을 보았다.

정답을 맞혔다.


“그렇네. 그 음식들을 보급할 생각이네.”

“괜찮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농민들이 좋아하겠습니다.”


그들이 재배한 저렴한 콩으로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었다.

맛도 나쁘지 않았다.


“그것들을 콩우유와 콩치즈라 부르겠네.”


이름은 일종의 브랜드였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중요했다.

우유와 치즈는 비싼 음식이었다.

콩으로 만든 음식에 그 이름을 붙이면 더 가치가 높아 보일 것이다.


“제가 그것을 한번 팔아보겠습니다.”


상인인 시몽이 관심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보관이 어렵네.”


유통 기간이 짧았다.

현지에서 소비해야 하는 음식이었다.


“그렇습니까? 정말로 아쉬운 일입니다.”


콩으로 만든 우유나 치즈는 인기 식품이 될 수 있었다.

절인 청어와 비슷했다.

우유와 치즈는 사순절에도 허용된 음식이었다.

콩으로 만든 우유나 치즈는 더욱 좋았다.

좀 더 엄격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 기간에 아예 우유나 치즈, 청어까지 금하기도 했다.

완전히 채식주의 식단을 짜거나 단식하기도 했다.

사순절 금식에 대해서는 지역과 종교,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달랐다.

우유나 치즈, 청어를 허용한 것은 사실 힘쓰는 이(귀족)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곧 사순절 기간인데 잘된 일입니다.”

“그렇네.”


랑그독 –루시옹(툴루즈)과 프로방스는 육류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육류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사순절의 금식을 엄격히 지키는 사람이 많았다.

수도원은 교회보다 계율이 엄격했다.

남프랑스에 수도원이 많은 것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거기에 카타리파를 포함한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많이 살았다.

로마 카톨릭에 반발이 심한 지역이었다.

아를의 대주교 아이카드는 그러한 분위기에서 파문당하고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콩에 거부감이 있어도···. 사순절 기간에 먹을 수 있는 우유와 치즈라고 하면 좋아할 것이네.”


콩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비린내가 심하고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이었다.

지질산소화효소(脂質酸素化酵素, lipoxygenase)와 트립신 저해제(Trypsin inhibitor)가 문제였다.

소금과 가열, 분쇄로 그런 효소를 대부분 파괴할 수 있었다.

사순절 기간에 콩우유와 콩치즈를 맛보면 그런 거부감이 사라질 것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웠다.

사순절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만드는 것입니까?”


에릭이 미끼를 물었다.


***


“맷돌 말입니까?”


에릭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세금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걸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세금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내가 얻는 돈보다 나의 영지의 사람이 배부른 게 더 낫네.”


이번엔 자애로운 영주가 되었다.

악마에게 세금 수입의 감소가 적다는 것을 들었다.

동시에 라크라우 지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건 에릭에게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때로는 가신에게 약삭빠른 것보다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베르트랑이 현명한 영주라는 걸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다.

윗사람이 너무 영악해 보이면 아랫사람이 불안해한다.

자신이 그 꾀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순절 기간에 농부들이 고생하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우유나 치즈, 청어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힘쓰는 자 중 가진 자였다.

농부는 제외되었다.

절인 청어를 농부가 먹을 정도가 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선박과 어로(漁撈, fishing), 저장(소금), 운송 기술이 더 발전해야 했다.

맷돌의 보급은 농부를 아끼는 자애로운 영주의 모습이었다.


“이 일이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네.”


이 시대는 신앙과 삶을 분리할 수 없었다.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수도사가 아니면 사순절 40일간의 금식과 단식을 견디기 힘들었다.

우유나 치즈, 청어를 허용한 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자는···.


“역시 영주님께서는 신실한 분이십니다.”


신실한 이였다.

에릭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수도원 수사 출신이었다.

지금은 수사가 아니지만···.

신앙심이 깊은 이였다.

사라센과 유대인에 대한 베르트랑의 정책으로···.

잠시나마 주군의 신앙을 의심했다.

생각해 보니 모든 일이 주님의 말씀을 따라···.

이웃을 자기 몸같이 생각하고 사랑하는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 주님의 말씀을 따른다네.”


명분은 중요했다.

자신에게나 가신, 심지어 적에게도···.

라크라우 영주들이 맷돌 문제로 물레방아 마을을 공격한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병사와 주민들은 그들의 행태에 분개할 것이었다.


-하하. 역시 베르트랑이야. 가르친 보람이 있어.-


귓가에 악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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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2 24.06.08 325 18 12쪽
»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4 24.06.07 331 16 11쪽
81 81. 나에겐 힘들지 않지만 상대에게 힘든 일. +2 24.06.06 318 13 14쪽
80 80. 맷돌의 의미. +4 24.06.04 342 15 12쪽
79 79. 자애로운 영주. +4 24.06.03 34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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