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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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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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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2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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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7. 나르본(Narbonne).

DUMMY

97. 나르본(Narbonne).


시몽은 아삽에게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그와 별개로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배에 상품이 실리고 내려졌다.

아를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짐이 가득 실렸다.

거기에 작은 은화 상자가 추가되었다.

출항 준비를 마친 배가 항구를 떠났다.

아르그의 곶을 빠져나온 선단(船團)이 서쪽으로 향했다.


“바람이 좋군요.”


바람이 서풍이었다.

날씨도 맑아 항해하기 좋았다.

남프랑스의 봄이었다.

해안선은 모래사장으로 길게 이어졌다.

배를 숨길 장소가 없었다.

해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곳이었다.

바람과 날씨, 지형까지···.

편안한 항해였다.


“덕분에 나르본에 일찍 도착할 것 같소.”


아를 상회의 다음 목적지는 나르본이었다.


“그곳이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나르본은 지중해의 중요 항구였다.

로마 시대에 최전성기를 누렸다.

그곳도 다른 남프랑스 지역과 마찬가지로···.

게르만과 사라센, 바이킹의 침입으로 파괴되었다.

그러나 도시는 아를과 달리 빠르게 복구되었다.

툴루즈에서 바다로 나가려면 나르본뿐이었다.

나르본은 옛 영광을 되찾고 있었다.

“그런데···. 나르본에서 우리를 받아줄지 모르겠소.”


나르본은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을 지지하는 도시였다.

베르트랑은 일단 아를 대주교, 레이먼드와 함께 황제파로 분류되었다.

입항 거절될 수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곳의 영주가 얼마 전 바뀌었습니다.”


나르본의 대주교가 교황파에서 황제파로 바뀌었다.


“지금은 피에르 대주교가 통치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대주교는 전 나르본 자작의 동생이자···.

현 나르본 자작의 숙부였다.

그가 권력을 잡았다.


“요 몇 년 사이에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소.”


황제와 교황 사이의 서임권 분쟁으로 권력이 요동쳤다.

하인리히 황제는 독일에서 반란군을 물리쳤다.

그 여세를 몰아 이탈리아 원정에 나섰다.

토스카나의 마틸다는 카노사를 잃었다.

분쟁의 여파로 많은 영지의 주인이 바뀌었다.


“주군에겐 잘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시기에 줄을 잘못서면 패가망신했다.

야생에서는 약해 보이면 물어뜯기 마련이었다.

그런 일이 이곳에서도 일어났다.

이전의 대주교는 권력을 잃었다.

대주교와 자작으로 나뉘어 있던 나르본의 권력이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나르본과 교역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여러 가지 상황이 주군인 베르트랑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모든 일이 악마와 베르트랑이 계획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 내막을 몰랐다.


***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에 나르본과 교역을 트는 게 좋아.-

-나르본? 그곳이 왜?-


베르트랑도 나르본에 대해 들은 적은 있었다.


-지금이 나르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시기야.-

-그런데···. 내가 끼어들 여지가 있어?-


삼촌인 툴루즈 백작에게 충성을 바치는 곳이었다.

베르트랑이 도모하기 힘든 곳이었다.


-아를과 마찬가지로 최근에 분쟁이 있는 곳이야.-

-분쟁이 있는 곳엔 기회가 있다는 말이군.-

-그렇지.-


황제와 교황은 분쟁은 베르트랑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베르트랑이 아를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나르본(Narbonne)은 대주교와 베렝제(Bérenger) 가문이 나눠서 통치하는 도시야.-


사라센과 바이킹의 침략을 받은 곳은 다 비슷했다.

침략자가 사라지자.

도망친 이들이 다시 해안가로 내려왔다.

황폐해진 땅을 개간하여 농경지를 일구었다.

마을이 생기고 버려진 도시가 복구되었다.

그곳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교회였다.

그다음에 영주가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남부는 다 비슷한 상황이었다.

성직자가 영주와 같은 강한 권력을 지녔다.

아비뇽과 아를, 나르본, 아르그, 심지어 대도시인 마르세유조차 교회의 힘이 강했다.


-지금은 교회가 차지한 권력을 가져올 좋은 기회야.-


영주와 성직자는 권력을 두고 싸웠다.


-아를과 나르본은 상황이 다르잖아.-

-근본적으론 다르지 않아. 둘 다 교회가 권력을 차지하고 있어.


성직자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자식을 가질 수 없었다.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어.-


영주는 그 빈틈을 노려···.

혈족 또는 측근을 주교와 수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를 통해 교회의 토지와 여타 권리들을 장악했다.

결국 유력 가문이 교회를 차지했다.

교회는 권력 투쟁의 장이 되었다.


-지금 나르본의 상황은 복잡해.-


악마는 나르본의 상황을 베르트랑에게 설명했다.


***


1019년 세르다니아 백작 가문 출신의 기프레드가 성직 매매로 나르본의 대주교가 되었다.

그는 베렝제 가문을 축출하고 나르본을 장악했다.

기프레드 대주교는 나르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을 지지했다.


-레이먼드가 그걸 가만두고 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지.-


생질의 레이먼드는 교황에 의해 지금 파문당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교황을 지지하는 나르본 대주교를 그냥 둘 수 없었다.

마침 그의 밑에는 적당한 사람이 있었다.

로데즈(Rodez)의 대주교인 피에르 베렝제(Pierre Bérenger)였다.

로데즈는 레이먼드가 차지한 루에르드 백작령의 주도였다.

피에르 베렝제는 나르본(Narbonne) 출신이었다.

피에르를 나르본의 대주교로 임명했다.


-그가 레이먼드와 트렌카벨 가문의 지원을 받아 기프레드 대주교를 몰아냈어.-

-트렌카벨 가문은 여기에 왜 나와?-


아그드에 이어서 나르본에서 그 가문의 이름이 나왔다.

툴루즈 백작의 가신 가문 중 가장 세력이 강했다.


-전 나르본 자작의 부인이자···.

현 나르본 자작의 어머니가 트렌카벨 가문이야.-


피에르는 1080년 조카와 함께 나르본의 지배자가 되었다.


-측근과 혈족을 대주교로 임명한 셈이지.-


현재 나르본은 레이먼드와 트렌카벨 가문의 버나드 아톤이 함께 장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음···. 네 말대로 기다리고 있으면 기회가 올 수 있겠네.-


권력은 공유하기 힘들었다.

레이먼드와 버나드 아톤 모두 야심이 큰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충돌하기 마련이었다.

나르본 자작부인이 시동생과 권력을 다툴 수 있었다.

성장한 조카가 삼촌과 대립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과 손을 잡든···. 너에게 유리해.-


분쟁에 끼어들어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나르본이라···.-


괜찮은 먹이였다.


***


“여기부터는 조심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선장님.”


바르셀로나와 나르본으로 가기 위해 항해사를 새로 고용했다.

나르본과 바르셀로나를 왕래하는 배에서 일하던 이였다.

그의 말대로 나르본으로 들어가는 길은 매우 험했다.

나르본은 거대한 석호 안에 있는 도시였다.

석호를 만드는 거대한 모래톱 사이의 운하를 지나가야 했다.

운하는 자주 모래에 의해 위치와 수심이 달라졌다.

잘못하면 배가 모래톱에 걸려 난파했다.

노가 많고 가벼운 전투선은 어떻게든 빠져나오겠지만···.

대형 상선이 모래톱에 걸리면 바로 난파했다.

전투선이 밧줄로 당겨준다고 해도 쉽지 않았다.


“배의 밑바닥이 평평해서 다행이야.”


대형 상선은 평저선이었다.

론강 하구를 거슬러 아를로 가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것이 나르본을 지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나르본으로 들어가는 물길에는 론강 하구보다 앝은 곳도 있었다.평저선이라 모래톱에 잘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쉽게 빠져나왔다.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군.”


무사히 지나왔지만, 살 떨리는 일이었다.

배의 바닥이 모래에 쓸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아비뇽과 마르세유 사이의 항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선장님께서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사실 론강의 하류도 배를 운항하기 만만한 게 아니었다.

홍수가 한번 나면 물길과 모래톱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래도 잘만 항해했다.

이곳과 론강 하구는 잘 아는 곳과 모르는 곳의 차이였다.

익숙해지면 되는 문제였다.


“왜 이런 데 항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군.”


나르본은 항구로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로마 이전부터 항구로 발달했다.

로마 제국 시대에 아를에 못지않은 대도시였다.

바다와 강이 연결되지 않은 이곳이 그렇게 번영했다는 사실은···.

뱃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함께 있던 시몽이 대답했다.


“아키텐과 툴루즈에서 지중해로 나오려면 나르본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곳으로 물산이 모이게 마련입니다.”


그는 상인의 관점으로 나르본을 바라보았다.

로마 제국은 로마인의 도시였다.

모든 길(육로와 수로)은 로마로 통했다.

갈리아(프랑스) 지방의 생산물 로마로 수송해야 했다.

그 말은 지중해를 이용해 로마로 운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갈리아의 생산물이 로마로 오는 길은 아를과 나르본뿐이었다.

보르도에서 이베리아반도를 돌아오는 건 멀고 위험했다.

로마인은 도로를 잘 건설했다.

나르본까지 육로로 운반한 후 그곳에서 배에 실어 로마로 수송한 것이다.

나르본을 중심으로 로마 가도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아퀴타니아 가도(Via Aquitania)였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육로였다.

보르도에서 툴루즈, 나르본에 이르는 교역로는 대서양 연안의 상품을 쉽게 로마로 운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르본은 항구로서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문제는 나르본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나르본이 로마 시대에 번영한 것이다.

아를 상회의 배는 석호를 지나 나르본 항구에 입항했다.


***


나르본의 입항은 순조로웠다.

피에르 대주교는 레이먼드의 사람이었다.

항구의 관리는 베르트랑의 깃발을 알아보았다.

레이먼드에게는 아직 아들이 하나뿐이었다.

다른 자식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사생아라고 해도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베르트랑은 레이먼드의 가신에게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파문으로 결혼이 무효가 되지 않았다면···.

잘 보이기 위해 아를로 달려갔을 것이다.

괜히 밉보일 필요는 없었다.

나르본에 도착한 시몽은 배에 실은 상품을 팔기 위해 시장을 둘러보았다.

상인과 만나기 전에 시세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시장을 둘러보자 사고팔아야 할 상품이 보였다.


“이곳에서 포도주를 팔려고 하는데···.”

“산지가 어디입니까?”

“아비뇽과 레보 드 프로방스요.”

“음···. 한번 마셔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요.”


상인에게 배에 싣고 온 포도주를 소개했다.


“명성에 어울리는 고급 포도주이네요. 맛과 향이 괜찮습니다.”


나르본의 상인도 시몽이 가져온 포도주에 감탄했다.

아비뇽의 포도주는 주변의 수도원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수도원은 오랜 세월 양조 기술을 보존해 왔다.

이곳에서 보기 힘든 고급 포도주였다.

레보 드 프로방스도 비슷했다.

그곳도 로마 시대의 양조 기술을 보유했다.

고지대라 포도 품종도 색달랐다.

포도주는 토질과 일조량, 품종, 숙성방법, 참나무통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맛과 향이 달랐다.

보르도산 포도주도 맛과 향이 제각각이었다.

그러한 차이가 교역이 일어나는 이유였다.

포도주는 언제 어디에서나 인기였다.

지중해의 중요한 교역품이었다.


“어떻게 매입하겠소?”

“물론입니다.”


툴루즈와 아키텐은 피레네산맥과 중앙 산맥 사이의 분지 지역이었다.

두 곳 모두 넓은 농경지와 인구를 보유했다.

아키텐과 툴루즈가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귀족이 된 배경이었다.

그 지역에 많은 영지와 마을이 있었다.

포도주의 생산과 소비가 많은 곳이다.

보르도 포도주가 프로방스로 수출되었다.

프로방스 포도주가 툴루즈와 아키텐에 수출되었다.


“저희에게도 좋은 포도주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보르도의 포도주를 바르셀로나에 가서 팔아도 좋았다.


“물론이오.”


나르본을 가지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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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운송비. +4 24.05.29 35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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