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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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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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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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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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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1. 전쟁보다는 타협.

DUMMY

101. 전쟁보다는 타협.


사람의 인생에는 세 번의 큰일이 있다.

태어남과 결혼, 죽음이었다.

그 일에 종교가 개입했다.

모든 종교엔 그와 관련된 예식이 있었다.

그중 결혼과 죽음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결혼은 가문의 결합이었다.

중요한 일이었다.

죽음은 내세를 위한 일이었다.

이집트에선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에티엔 백작 부인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르기로 했다.

타라스콩으로 가기 위해 병사를 불러 모았다.

동원할 수 있는 최대 병력이었다.

기병 20기와 보병 80명이었다.

장례식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프로방스는 현재 전쟁 중이었다.

서로 적대 중이 두 세력이 모이는 행사였다.

프로방스 백작은 에티엔 백작 부인의 오빠였다.

아이카드 대주교는 장례식을 주관하기 위해 참석한다.

레이먼드는 남편이었다.

마르세유 자작과 보 가문, 새끼 돼지 가문 등···.

많은 프로방스 영주가 에티엔 백작부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전쟁의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작은 불씨에도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었다.

결혼식만큼 위험한 게 장례식이었다.

장례식은 상속과도 관련이 깊었다.

칼부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


병사들도 장례 준비로 바빠졌다.

낡은 건 새 걸로 교체했다.

올리브유로 무구(武具)의 금속 부분을 광나게 닦았다.

병사의 정예로움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많은 영주가 군대를 이끌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보는 눈이 많았다.

서로가 상대방의 병력을 지켜볼 것이다.

잘 싸우는지는 붙어봐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싸우기 전에 상대방의 기세는 알 수 있다.

얼굴에 심한 흉터가 있다던가···.

문신이 있다던가···.

몸이 근육질이라면···.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병사는 절도 있는 동작이나,

잘 관리된 무구(武具)로 판단하기 마련이었다.

강해 보이면 쉽게 덤벼들 수 없었다.

억제력이었다.


“자네들도 왔는가.”

“저희도 주군을 따르겠습니다.”


랑삭의 폰스와 두 명의 기사도 병사를 이끌고 왔다.

기병 10기와 보병 20명이었다.

정예만 이끌고 왔다.

나머지는 영지를 지켜야 했다.

정예가 아닌 이를 데리고 오면 오히려 흠이었다.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 일은 일종의 열병식(閱兵式, Military parade)이었다.

낡은 무기를 들고나오는 건,

그만큼 여력이 없다는 말이었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병 30기와 100명의 병사가 행진하는 모습은 강군이었다.


***


병사들은 타라스콩 성내로 들어가지 못했다.

교외에 야영지를 만들어 머물렀다.

들어갈 수 있는 이는 영주와 몇 명의 수행원이었다.

장례식은 많은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타라스콩의 교회에서 열린다.

장례식은 크게 철야(Wake) 의식과 장례 행렬(Funeral procession), 장례 미사(Funeral Mass), 매장(Burial), 애도(Mourning) 기간, 연회(Feasts)로 이루어졌다.

장례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되었다.

철야는 친구와 가족이 모여 시신을 지키고 고인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일이었다.

조용히 기도하는 가운데 숙덕거림이 있었다.

레이먼드와 프로방스 백작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기회에 전쟁을 끝냅시다.”

“원하는 바이오.”

“조건은···.”

“그건···. 어렵소.”


조용한 장소라 작은 소리로 말해도 일부 내용이 들려왔다.

휴전 협상을 나누기엔 장례식만큼 적당한 곳이 없었다.

아이카드 대주교와 마르세유 자작을 비롯한 전쟁의 주요 인물이 다 모였다.

중요 영주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아버지가 다가왔다.


“아들아. 이야기 좀 나누자.”

“말씀하십시오.”

“여기는 좀 그렇구나. 다른 곳으로 가자.”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곳에서 나누시지요.”


휴전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이야기했다.

그건 다른 사람도 들으라는 뜻이었다.

듣고 나름대로 입장을 정하라는 말이었다.

다른 장소로 가자는 건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곤란한 말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굳이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이 녀석이···.”


못 본 사이에 부쩍 커버린 베르트랑의 모습에 당황했다.

로데즈에서는 말 잘 듣는 아이였다.


“알겠다. 간단히 이야기 하마. 가족은 힘을 합쳐야 한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의 말에 의뭉스럽게 답했다.


“흠. 흠···. 가문의 힘이 나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어머니의 유산 문제였다.

에티엔 백작 부인의 유언장엔 상속자로 베르트랑이 되어있었다.

레이먼드가 가져갈 것이 없었다.


“너도 많은 가문이 힘이 나뉘어 몰락한 걸 알 것이다.”


게르만법은 분할 상속이었다.

왕국과 영지가 잘게 쪼개졌다.

많은 곳에서 상속 문제로 전쟁이 발생했다.

이 시대에 전쟁이 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

암살도 좋은 방법이었다.

전쟁을 벌이지 않고 가문의 힘을 모을 수 있었다.

그래도 분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가문의 힘을 키우기 위해 장자 상속이 강화되고 있었다.


“영지를 나에게 넘겨라. 어차피 너에게 주어질 게 아니냐.”


그것이 거짓말인 건 베르트랑이 잘 알았다.

적법한 아들이 생기면 그에게 상속할 것이다.

자신은 재산을 분할받았지만···.

자식에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중잣대였다.


“아직.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긴 빨랐다.


“흠. 흠···. 그래 시간이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


장례는 이제 시작이었다.

많은 일정이 남아 있었다.


***


장례 행렬은 고인이 계신 곳에서 교회로 가는 것이었다.

이동하는 관의 뒤로 많은 이가 뒤따랐다.

그 모습을 타라스콩의 시민이 구경했다.

화려한 장례 행렬은 분위기가 엄숙하다는 것만 빼면 마치 축제와 같았다.

결혼과 함께 장례식엔 큰 비용이 들었다.

이런 행사는 힘과 부를 과시하는 목적도 있었다.

최대한 성대하고 화려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큰 걱정은 안 되었다.

베르트랑은 부유했다.

무엇보다 타유가 있었다.

타유는 세금이자. 부조금이었다.

장례식에 참여하는 이는 각자 재물을 가지고 왔다.

각 영지의 산물이었다.

그건 식량과 주류를 포함하여 다양했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일종의 축제였다.

많은 사람과 상인, 물자가 모였다.

교회로 관이 옮겨진 후 장례 미사가 진행되었다.

아이카드 대주교를 필두로 인근의 중요 성직자가 모였다.

그중에는 몽마주르 수도원장이 된 피에르도 있었다.

그가 다가와···.


“어머님께서는 주님의 나라로 갔을 것입니다.”

“고마운 말이군. 나중에 수도원에서 이야기하세.”

“알겠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고맙네.”


장례 미사도 화려하고 길었다.

미사에 사용된 비용도 맘만치 않았다.

장례 미사가 끝난 후 관은 몽마주르 수도원으로 향했다.

몽마주르 수도원엔 프로방스 백작 가문의 가족묘가 있었다.

이 일은 베르트랑이 정했다.

어머니는 툴루즈 가문의 부인이 아닌,

프로방스 가문의 딸로 묻히는 것이었다.

그것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엔 가까운 일가 친족만 참석했다.

몽마주르 수도원에 어머니의 관을 묻고···.

베르트랑은 피에르 수도원장을 만났다.


***


“어머니를 추모하는 주화(鑄貨)를 만들고 싶네.”

“안 그래도 은화를 주조할 준비는 다 마쳤습니다.”

“그 주화를 성모의 은화로 부르고 싶네.”


주화에 사람의 얼굴을 새기는 건 흔한 일이었다.

위인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일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성모의 얼굴로 특정인을 사용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어차피 다들 그러하지 않은가.”


성모의 초상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결국 상상력이나···.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

슬픔에 잠긴 성모(Mother Dolorosa)는 화가의 아내를 모델로 했다.

성모의 죽음(La Mort de la Vierge)은 강에 빠져 죽은 소녀를 모델로 했다.


“성모(Mother)는 어머니(Mother)가 아닌가.”


기독교에 주님은 아버지이다.

성모는 어머니였다.

모두의 어머니,

그게 성모 신앙의 핵심이었다.


“성모의 은화라···. 수도원 은화 이름으로 적합하군요.”


몽마주르 수도원은 눈물 흘리는 성모상으로 성모 신앙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조되는 은화가 성모의 은화로 불리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에티엔 백작 부인을 추모하고···.

화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적합했다.

은화엔 은의 함량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름값도 무시하지 못했다.

괜히 수도원에서 은화를 주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신뢰감을 주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어머니의 얼굴을 넣는 건 당연했다.

본격적으로 은화를 발행하기로 했다.


***


몽마주르 수도원에서 애도 기간을 가진 후 타라스콩으로 돌아왔다.

장례의 마지막 순서인 연회가 남아 있었다.

연회는 장례식으로 수고한 이들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받은 만큼 베푸는 것이 도리였다.

연회와 선물로 참석자들이 시간을 내어 방문한 것과···.

타유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인색함은 귀족답지 않은 일이었다.

인색은 탐욕의 다른 말이었다.

평판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가신들의 충성도에도 중요했다.


“음식과 술을 외성에도 나누어주게.”


연회는 참석한 귀족과 성직자를 위한 일이었다.

그것으로 장례식을 마무리해도 되었다.

그러나 에티엔 백작 부인을 추모한 건 귀족과 성직자만은 아니었다.

타라스콩의 시민도 함께했다.

어머니는 자애로운 영주였다.

이곳의 시민들도 에티엔 백작 부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들에게 음식과 술로 보답하는 것이다.


“자애로운 베르트랑을 위하여!”

“신실한 베르트랑을 위하여!”

“관대한(Liberality) 베르트랑을 위하여!”


시민들은 술잔을 치켜들고 베르트랑의 이름을 연호했다.

연회 때 아버지가 다가왔다.


***


“쓸데없는 짓을 했더구나.”

“어머니의 백성들입니다.”

“그것으로 병사 수십은 더 고용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느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비뇽의 소요를 생각하면 더 싸게 먹히는 일입니다.”


얼마 전 아비뇽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레이먼드의 가혹한 통치에 의한 것이다.

통행세를 높게 매김으로써 아비뇽으로 지나가는 물류가 급감했다.

그런 상황에서 피난민이 몰려들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아비뇽 시민들이 피난민과 함께 폭동을 일으켰다.

레이먼드는 그런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죽은 병사와 시민이 죽고 많은 시설이 파괴되었다.

아비뇽은 옛 번영을 잃어가고 있었다.

세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했다.


“어차피 전쟁이 끝나면 해결될 일이다.”


그 말도 맞았다.

아비뇽은 여러 번의 파괴에도 다시 일어났다.

입지가 좋은 곳이라···.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어 재건할 것이었다.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이 들게 됩니다.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해야지요.”

“이 녀석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레이먼드의 방식은 아니었다.

베르트랑은 떨어져 있는 동안 사고방식이 크게 변했다.

레이먼드와 함께 하기 어려워졌다.


“좋다. 그 일로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으마. 저번에 말한 건 생각해 보았느냐.”

“거절하겠습니다.”

“그 말의 결과는 각오하고 있겠지.”

“각오하고 있습니다.”

“음···.”


상속의 문제로 아들과 전쟁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전쟁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권력을 나눌 수는 없었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레이먼드는 여러 분쟁으로 많은 병력을 소모했다.

프로방스 백작과 휴전하는 것도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기껏 휴전하고 아들과 싸우는 건 남 좋은 일을 시켜주는 셈이었다.


“좋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레이먼드는 전쟁보다는 타협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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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전쟁보다는 타협. +4 24.06.28 251 21 12쪽
100 100. 장례식. +4 24.06.27 259 19 12쪽
99 99. 시몽이 바르셀로나에 간 이유.(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2 24.06.26 26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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