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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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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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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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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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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7. 옆구리 찌르기.

DUMMY

77. 옆구리 찌르기.


물레방아 마을에서 첫 쌀의 수확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논을 만든 덕분이었다.


-수확된 쌀은 많지 않네.-

-처음이니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첫술(one spoon)?-

-수프나 스튜 말이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물레방아 마을 주변의 농경지는 대부분 밭이었다.

논에서 생산된 쌀은 물레방아 마을 주민들이 다 소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전에 아를에서 쌀을 수입하였다.

요리법을 전수한 덕분에 물레방아 마을에서도 쌀 소비가 늘었다.


-쌀로 만든 스튜가 사람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던데···. -


빵이 다른 지역보다 싸다 해도 서민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서민들의 주식은 잡곡으로 만든 수프나 스튜였다.

쌀은 스튜로 만들기 좋은 곡물이었다.

열에 쉽게 익었다.

파에야를 만들 때 비교적 늦게 넣는 식재료가 쌀이었다.

쌀은 조리 시간이 짧아 땔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익은 쌀은 소화가 잘되었다.

곡물이 보유한 열량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화 흡수량이었다.

아무리 열량이 많아도 흡수가 안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밀로 빵을 만드는 것도 소화흡수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은 질이 중요했다.

영양학에서 단순히 곡물의 보유한 열량만 따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쌀은 다른 곡물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했다.

인기가 있는 것이 당연했다.


-생선이나 콩과 함께 먹으면 몸에도 좋아.-


생선은 곡물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줄 수 있었다.

단백질의 질도 좋아 쉽게 흡수되었다.

아를과 카마르크 지역에서 생선이 들어오면서 스튜의 내용물이 보다 알차졌다.

콩도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었다.

그러나 콩은 소화가 힘든 단백질로 구성되었다.

발효하면 흡수가 좋아지지만···.

아직 이곳에서 콩 발효식품은 없었다.

대신 콩을 볶고 가루를 내는 방식으로 흡수율을 높였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콩가루는 수프나 스튜에 잘 사용되었다.


-덕분에 피난민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게 되었어.-


쌀과 콩, 생선으로 된 스튜는 피난민의 식량으로 제격이었다.

프로방스 각지에서 피난민이 몰려드는 걸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기운 차린 피난민은 물레방아 마을에서 정착하거나 아를로 보내졌다.


-쌀과 콩으로 이 지역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될 것이야.-


수확된 쌀이 많지 않지만···.

그건 아직 충분한 논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쌀은 재배 면적당 생산성이 높았다.

밀보다 같은 면적에서 30% 정도 더 수확할 수 있었다.

소화흡수율도 높아 쌀의 인구 부양력은 거의 밀의 두 배 이상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이 인구 밀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였다.

쌀은 인구 증가에 큰 도움이 되는 작물이었다.

콩도 비슷했다.

아를을 통해 소금과 생선이 들어왔다.

피난민을 받아 인구를 증가시키기 좋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해야 해.-

-그게 뭔데?-

-모내기야.-


***


악마는 간단하게 모내기에 관해서 설명했다.

모내기는 싹을 틔운 벼 모종을 논에 심는 농작법을 말한다.

이앙법(移秧法)으로도 불린다.


-모종을 옮겨 심다니.-


베르트랑이 처음 드는 개념이었다.


-그건 왜 하는 거야. 성가시지 않아?-


-땅을 놀리는 기간이 적어져.-


쌀이 아주 좋은 작물이지만···.

모든 지역에서 쌀을 심지는 않았다.

쌀을 키우기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많았다.

풍부한 일조량과 물이었다.

지중해 기후인 남부 유럽에서만 재배할 수 있는 곡물이었다.

성장 속도도 느려 재배기간이 상당히 긴 작물에 속했다.

보리나 밀의 이모작을 위해서는 재배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었다.

이양법을 활용하면.

가을에 보리와 밀을 심은 후,

벼 재배까지의 기간에 여유가 생긴다.

농사엔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았다.

작물 사이의 간격을 빡빡하게 잡는 것은 위험했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작물 재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모작에서 시간 간격을 주는 건 매우 중요했다.


-모내기를 도입하면 다른 이점도 많아.-

-어떤 이점?-

-잡초 제거가 쉬워지지.-

잡초 제거는 농사에서 매우 중요했다.

식물의 가장 큰 적은 동물이 아니라.

같은 식물이었다.

잡초가 많이 자라면 농사를 망쳤다.

보리나 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잡초의 영향이 적었다.

가을과 겨울을 거쳐 봄에 수확하기 때문이었다.

봄에 씨를 뿌리는 보리와 밀, 귀리는 생육 기간이 짧았다.

생육 기간이 긴 벼보단 잡초에 강했다.

피는 벼농사를 마치는 대표적인 잡초였다.

빠른 생육으로 대표적인 구황작물이기도 했다.

봄에 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를 망치면 논을 갈아엎고 피를 심었다.

그렇게 심은 피를 가을에 수확할 수 있었다.

그럼, 겨울에 피죽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피는 귀리와 순무와도 같은 존재였다.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하다.]


....는 말은 그만큼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귀리와 순무도 못 먹을 정도로 힘드냐는 말이기도 했다.

피가 대표적인 잡초가 될 정도로 벼는 생장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이앙법을 하면 그러한 잡초 제거가 손쉬워졌다.

혼자서 넓은 논을 관리할 수 있었다.

쌀의 인구 부양력이 밀의 두 배라고 해도 경작에 필요한 노동력이 3배라면···.

그다지 매력이 없는 작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있어?-

-먼 동쪽 지방에서 지금 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송나라 시대 양쯔강 유역에서부터 이앙법이 시작되었다.

남송 시대가 되면 벼농사의 보편적인 방법이 되었다.

이앙법은 빠른 속도로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벼농사를 짓는 이탈리아와 이베리아반도에도 널리 보급되었다.

그보단 이른 시기이기는 하지만···.

아를과 남프랑스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


-모내기의 단점은 없어?-

-모내기 철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돼.-


벼는 모종을 옮겨 심을 때 매우 취약했다.

그때 충분한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말라 죽었다.


-그럼. 우리도 위험하지 않아.-


아를의 포함한 프로방스 지역에는 봄부터 강수량이 줄어들었다.

여름에는 아예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마를 정도였다.

그래서 지중해는 지방은 코르크나 오렌지, 포도, 떡갈나무, 올리브, 감귤 등 수목 농업이 주가 되었다.

밀과 보리는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에 심었다.


-이곳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론강이 있잖아.-


론강은 수량이 일정한 강이었다.

그중 가장 물이 풍부한 시기는 봄에서 여름이었다.


-벼농사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기간에 물이 풍부하지.-


봄부터 여름까지 알프스산맥에서 눈 녹은 물이 론강으로 흘러들어왔다.

특히 봄에 눈 녹은 물이 많이 흘러들어왔는데···.

그때 비가 내리면 대규모 홍수로 이어졌다.

풍부하던 물이 여름에서 가을로 가면서 줄어들었다.

그러나 가을부터 봄까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봄을 제외하곤 수량이 변화가 적은 강이었다.

강을 통한 운송과 수력, 수차를 돌리기 좋은 곳이었다.


-관계 시설만 잘되어 있으면 이곳보다 벼농사를 짓기 좋은 곳도 없어.-


론강 하류는 벼농사를 짓기 좋은 곳이었다.

프랑스 쌀 대부분이 론강 하류에서 생산되었다.

모내기의 보급에는 저수지와 수리시설의 확충이라는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우리는 이미 그 작업을 다 마쳤어.-


론강 주변의 제방과 수로를 수리했다.

수로는 물레방앗간을 돌리는 동시에 논에 물을 공급했다.

제방에 의해 농경지가 홍수에도 침수되지 않게 만들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을 연결하는 제방은 논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물레방아 마을 주변과 아를 인근에는 논으로 개발할 농경지가 많았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쌀을 재배해야 할 때야.-


***


벼농사에 중요한 건 노동력이었다.

농사는 모두 힘든 일이지만···.

특히 벼농사는 더했다.

논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씨를 뿌리고 쌀을 수확할 때까지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다.

한 톨의 쌀을 농부의 땀방울이라고 하는 게 그런 이유였다.

밥알에 대한 애정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쌀농사는 노동집약적인 농법이었다.

쌀이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는 말은···.

벼농사에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다는 말과 일맥상통(一脈相通)했다.

인간은 농사를 짓게 됨으로써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된 것이 아니었다.

인구가 늘어나 농사를 짓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하려 할까?-

-당연히 계속 밀농사를 지으려고 하겠지.-


밀농사가 쌀농사보다 힘이 덜 들었다.

단위 면적당 이익이 두 배가 많다는 건 농부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 적은 노력으로 같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그들에게 더 나았다.

누구도 힘든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벼농사가 아를에 이득이 된다는 건 악마와 베르트랑의 생각이었다.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로서는 달랐다.


-논과 쌀농사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겠네.-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렇지.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야.-


처음엔 밀농사를 1년에 두 번 지을 것이다.

그러다 지력이 떨어지면 1년에 한 번···.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휴경을 한 후 다시 밀을 심을 것이었다.

그러다 아예 지력이 떨어져 땅을 못 쓰게 되면,

그 땅을 버릴 것이다.

그것이 화전민들의 삶이었다.


-그럼. 큰 문제이네.-

-다만···. 그건 땅이 충분할 때 이야기이야. 땅이 충분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그 땅을 활용하게 되었다.

보통은 손쉬운 방법인 목축으로 전환했다.

그럼, 땅은 더욱 척박해져 사막화가 진행되었다.

많은 문명의 중심지들이 그렇게 버려졌다.

그런 면에서 벼농사를 선택한 곳은 운이 좋았다.

토지를 황폐화하지 않고,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러니. 피난민이 이곳에 몰려든 건 쌀농사를 확대할 좋은 기회야.-

-어째서 그렇지?-

-피난민이 증가하면 목축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워.-


목축은 많은 땅이 필요했다.

땅이 제한되어 있으면 선택은 한정되어 있었다.

좁은 땅에서 어떻게든 생산력을 올려야 했다.

벼농사를 선택한 건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인구가 증가하면 심경과 시비법, 삼포제, 휴경 때 클로버를 심는 등.

번거로운 일을 사서 하게 되었다.

논두렁에까지 작물을 심는 일도 같은 것이었다.

제한된 땅에서 인구를 부양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


-우리는 농부들에게 선택지를 주는 거야.-


물레방아 마을과 아를 부근의 새로 개간할 땅은 줄어들 것이다.


-강요된 선택이군.-


농부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그렇지.-


밀농사를 계속해서 지으면 땅이 점점 황폐해졌다.

무슨 일이든 해야했다.


-콩을 심는 것도 마찬가지야.-


콩을 밭에 강제로 심게 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콩이 수익이 된다면 알아서 심을 것이다.

베르트랑은 방향을 가르쳐 주면 되었다.

그럼. 알아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었다.


-그걸. 넛지(nudge)라고 하지.-

-넛지?-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는 말이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이야.-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사용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는 십자군 원정으로 황제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 7세가 일으킨 혼란을 종식했다.


-북풍보단 태양이 더 효과적이지.-


보레아스(Βορέας)와 헬리오스는 이솝 우화에도 나온 잘 알려진 이야기였다.


[그것 보시오, 북풍 선생.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소? 무조건 힘으로만 하니까 안 되는 것이오. 아무리 센 바람을 분다고 해도 그게 최고가 아니오. 진정으로 힘이 센 것은 이 머리오. 알겠소?- 우솝우화.]


-괜찮은 방법이네.-

-그렇지. 네가 가야 할 방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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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자애로운 영주. +4 24.06.03 342 14 13쪽
78 78. 쓸모를 찾는 일. +7 24.05.31 357 17 14쪽
» 77. 옆구리 찌르기. +4 24.05.30 339 17 12쪽
76 76. 운송비. +4 24.05.29 35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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