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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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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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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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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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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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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DUMMY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맷돌을 통해 사순절에 고생하는 이들을 도울 것이네.”


에릭은 베르트랑의 말에 감격했다.

주님과 백성을 위하는 자애롭고 신실한 주군이었다.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주군의 전언을 마을 사람들에서 알리겠습니다.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맷돌의 보급은 농민들뿐만 아니라.

마을 유지도 좋아할 일이었다.

마을에 물레방앗간이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대규모 시설이었다.

소량을 제분하긴 어려웠다.

그들도 몰래 절구(mortar)나 맷돌을 사용했다.

절구는 방아의 일종으로 소규모 분쇄 기기였다.

그러나 맷돌보다는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분쇄 효율이 낮았다.

기계화가 편하다는 장점이 아니라면 수차에 방아가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에 수차가 보급되면서 절구는 거의 사라졌다.

절구는 사라지고 맷돌만 남았다.

이제 그런 맷돌을 당당히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신앙의 죄를 덜게 되었습니다.”


십계명(十誡命, 히브리어: עֲשֶׂרֶת הַדִּבְּרוֹת‬, 라틴어: Decalogus) 중 8번째가 [도둑질하지 말라.]였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이웃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계율이었다.

재산권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해당하였다.

맷돌을 사용하는 건 영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었다.

탈세였다.

탈세는 세금 도둑질이었다.

주님에게 죄를 짓는 것이었다.

영주의 벌을 피해도 주님의 벌은 피하지 못했다.


“주님께서는 이웃의 생명과도 같은 맷돌을 빼앗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네 ”


맷돌은 가정마다 소유하고 있는 생필품이었다.

그것이 없으면 빵을 구울 가루를 빻지 못하게 되었다.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일이라 계율로 금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았다.

세금과 관련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도둑질하지 말라.]가 더 우선시 되었다.


“자애로운 말씀입니다.”


베르트랑은 [도둑질하지 말라.]보다···.


“나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일 뿐이네.”


[이웃의 생명과도 같은 맷돌을 빼앗지 말라.] 계율을 따르는 좋은 영주가 되었다.

맷돌을 금지하는 영주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나쁜 놈이 되었다.


- 잘했어. 이러면 성직자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지. 하하.-


무력과 신앙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두 개의 권력이었다.

서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다.

하인리히 4세의 아버지 하인리히(3세)는 4명의 교황을 임명했다.

그레고리 7세 교황은 황제를 파문했다.

교황과 황제가 서로 힘 싸움을 하는 것이다.

두 개의 권력은 서로 다투며 협력했다.

프로방스에선 아이카드 대주교가 영주들과 함께 교황에 반기를 들었다.

교황은 프로방스 백작을 지지했다.

무력과 신앙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야. 미리 차단하는 게 좋지.-


맷돌의 보급은 상당한 파급력이 있었다.

라크라우의 성직자가 베르트랑을 비난할 수 있었다.

[이웃의 생명과도 같은 맷돌을 빼앗지 말라.]는 그들에 대한 좋은 방패였다.

베르트랑은 현재 사생아 신분이었다.

불신자(不信者)나 이단이라는 비난은 치명적이었다.

주님의 말씀으로 그럴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


“맷돌의 보급은 어떻게 할 건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찾아보면 의외로 많습니다.”


다들 집 주위에 맷돌 하나 정도는 숨기고 있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묻어두면 알 수가 없었다.

맷돌 단속이 실효성이 적은 이유였다.

서양에서 맷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랜 단속에도 불구하고···.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홀로도모르 (Holodomor)라 불리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소련 공산당의 밀 강제 공출 때문이었다. 그때 소련은 맷돌을 구시대의 악습(手動)으로 몰아 사용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손으로 작동하는 맷돌을 숨기고 대기근 동안 비밀리에 사용했다. 이에 대응하여 소련 당국은 정기적으로 마을을 수색하여 "불법" 맷돌을 찾아 파괴했다. 2007년, 체르카시 주 빅토리브카(Victorivka) 마을 사람들은 홀로도모르 기간동안 소련의 약탈로부터 숨기고 구한 맷돌을 사용하여 기념물을 세웠다. : 러시아와-우크라이나의 역사.]


맷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럴 수는 없지.”


물레방아 마을에 숨겨 놓은 맷돌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는 라크라우에 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베풀려면 제대로 베풀어야 하지 않겠나. 자네가 괜찮은 맷돌을 만들어 보급하게.”


맷돌 자체는 워낙 단순해서 로마 시대 이후에 큰 발전은 없었다.

그래도 이중 레버를 설치하거나 맷돌 중앙에 고정된 크랭크를 사용하는 등의 소소한 개선이 있었다.

단순한 만큼 그런 작은 개선이 큰 효율을 나타내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했다.


“그게···.”

“자신이 없는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맷돌을 이곳에서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에릭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이유는 뭔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맷돌을 만들 돌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프로방스를 포함하여 유럽 대부분이 석회암지대였다.

그래서 강이나 하천이 아닌 지하수의 경우 물에 석회질이 심하게 녹아 있었다.

석회수 문제로 맥주가 널리 보급되었다고 말해질 정도였다.

물론 사실은 아니었다.


“이곳의 돌로 맷돌을 만들면 쉽게 마모가 됩니다.”


맷돌에는 톱니 같은 자국을 새겨 둔다.

페더링(feathering) 또는 갈라짐(cracking)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야 곡물이 제대로 갈린다.

그것이 마모되어 반들반들하게 되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었다.

맷돌을 분해하여 다시 홈(Sulcus)을 새겨줘야 했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석회석은 맷돌로 좋지 않은 돌이었다.


“그렇게 되면 곡물가루에 돌가루가 많이 섞이게 됩니다.”


제분하다 보면 쇳가루나 돌가루가 섞이기 마련이었다.

마모는 필연이었다.

석회석은 너무 물렀다.

건축이나 조각에 유용하지만···.

맷돌에 부적합했다.

음식물에 석회석이 녹아든다.

악마가 끼어들었다.


-그건 곤란하군. 그래서는 콩우유와 콩치즈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아.-


두유나 두부를 만드는데 부적합했다.


-왜?-

-물에 석회가 많이 들어가면 곤란해.-


석회는 간수와 마찬가지로 두부의 응고제였다.

응고제는 두부의 마지막 단계,

즉 성형 전에 넣는 것이다.

이 지역의 물이 석회수(알칼리)였다.

콩을 가는 단계에서 다량의 석회 가루가 들어갔다.


-그러면 콩우유와 콩치즈가 잘 안 만들어져.-


두부는 화학이었다.

PH 조절이 중요했다.

유럽은 두부를 만들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원료인 콩에서부터 맷돌, 수질까지 여러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치즈는 빨리 보급됐지만,

두부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곤란한 문제네.-


***


맷돌을 보급하려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콩 재배를 늘려 영지를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다.

라크라우 지역의 약화는 그다음이었다.

첫 번째에서 문제가 생겼다.


-방법이 없을까?-

-귀찮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어떻게?-

-맷돌에 다른 돌을 사용하면 돼.-


단단한 현무암이나 화강암으로 맷돌을 만들면 되었다.

먼 동방의 나라는 질 좋은 현무암과 화강암이 많았다.

그곳에선 맷돌이 널리 사용되었다.

대두의 원산지라···.

두부를 비롯해 다양한 콩 요리가 발달했다.


-이 근처에 다른 돌이 있어?-

-좀 거리가 있는 곳이야.-

-그럼, 곤란하겠는데···.-


돌은 무거운 상품이었다.

운송이 문제였다.

거리가 멀면 곤란했다.

가격이 비싸면 사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배로 갈 수 있는 지역이야.-

-정말 다행이네.-


배라면 운송에 큰 문제는 없었다.

운송 단가가 육로와 비교할 수 없었다.


-어딘데?-

-캡 다그드(Cap d'Agde) 지역이야.-


캡 다그드, 카프다그드는 프랑스 남부의 중요한 해양 휴양지였다.

몽펠리에에서 더 서쪽에 있었다.

아를에서 마르세유보다 조금 더 먼 거리였다.

프랑스에서 드문 현무암 지대로···.

맷돌의 주요 산지였다.

로마 시대부터 랑그독 루시옹과 프로방스에 맷돌을 공급했다.

그러한 맷돌은 론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아직도 맷돌을 만들고 있을까?-

-예전 같지 않아도 아직도 만들고 있을걸?-


맷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많지 않지만, 꾸준히 수요가 있었다.

그 지역은 맷돌 말고는 특별한 수출품이 없었다.

사람들이 맷돌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자···.

그 지역은 버려졌다.

정부는 버려진 그곳을 개발하기 위해 해양 관광 단지를 건설했다.

현무암은 그렇게 맷돌이 아닌 관광 자원이 되었다.

흔한 돌멩이도 귀한 곳에선 자원이 될 수 있었다.


-좋아. 에릭에게 알려줘야겠네.-


***


“자네 아그드(Agde) 지역을 아는가?”

“아그드 말입니까?”


아그드는 캡 다그드 지역을 소유한 영지였다.

아를 주위의 카마르크와 라크라우 지역보다 훨씬 작은 곳이다.

남작 규모의 소규모 영지였다.

에릭이 모를 만했다.


“툴루즈 백작에게 속한 영지이네.”


베르트랑의 아버지 가문의 영토였다.


“아!”

“그런데···. 그 아르그는 무슨 이유로···.”


에릭이 모든 걸 알 수는 없었다.

맷돌과 아르그의 연관성을 몰랐다.

그를 도와 주기로 했다.


“맷돌로 만들기 좋은 돌이 그곳에서 나온다더군.”

“그건 어떻게···. 죄송합니다.”


어린 베르트랑이 알기엔 너무 구체적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의문이 생겼다.

그게 말로 나와버린 것이다.

주군에 대한 큰 실례였다.


“주님의 일을 허투루 할 수 있겠는가. 미리 알아봐 두었네.”

“아! 역시 주군이십니다.”


에릭은 베르트랑의 치밀함에 감탄했다.


“시몽과 함께 그곳으로 가서 맷돌로 사용할 돌을 가져오게.”


***


에릭과 시몽에서 아그드의 위치를 설명했다.


“그곳은 마르세유보다 먼 거리입니다.”


돈 안 되는 맷돌을 가져오기 너무 멀었다.

배를 빌리는 데도 돈이 들었다.

남지 않는 장사였다.

시몽이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었다.


“알고 있네. 그곳에 주인 없는 항구가 있네.”


로마 시대에 건설된 항구가 버려져 있었다.

오래전 맷돌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항구였다.

이용객이 적어 따로 관리하는 이가 없었다.


“주인 없는 항구 말입니까?”


아르그 지역도 사라센의 침입과 맷돌 사업 쇠퇴로 몰락했다.

사라센이 물러난 후 에로(Hérault) 강 유역에 사람들이 정착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먼저 교회와 교구가 생겼다.

아르그 지역은 세속 영주 없이 교구장,

주교가 다스리는 지역이었다.

세속 영주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베르트랑이 끼어들 여지가 있었다.


- 나중에 아르그 자작령이 되는 곳이야.-


“우리도 이제는 서쪽으로도 교역을 확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맷돌을 핑계로 캡 다그드 지역과 항구를 차지하는 것이다.


“서쪽 말씀입니까?”


서쪽으로 나르본과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와 같은 항구 도시가 있었다.

아를은 동서로 교역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그곳을 거쳐 간다면 바르셀로나까지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네.”


이 시대의 항해는 해안을 따라 이루어졌다.

아를에서 바르셀로나까진 상당히 멀었다.

나르본이 있지만···.

그곳은 강과 호수를 거쳐 올라가야 했다.

상당히 돌아가야 했다.

아르그 지역을 차지하면,

서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를 만들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맷돌을 가져오는 것은 주님의 일을 뿐만 아니라···. 이곳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네.”


에릭과 시몽 모두 이해했다.

그냥 가져오라 했으면 하긴 하겠지만···.


“알겠습니다. 성심을 다해서 해내겠습니다.”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들 수 없었다.

해야 할 이유를 알게 해주면···.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보상과 함께 이 일은 매우 중요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이 말은 많은 곳에 적용되었다.


-하하. 사람을 다루는 솜씨가 늘었어.-


악마는 베르트랑의 변화하는 모습에 매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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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농업 길드. +2 24.06.09 322 16 12쪽
»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2 24.06.08 325 18 12쪽
82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4 24.06.07 330 16 11쪽
81 81. 나에겐 힘들지 않지만 상대에게 힘든 일. +2 24.06.06 318 13 14쪽
80 80. 맷돌의 의미. +4 24.06.04 342 15 12쪽
79 79. 자애로운 영주. +4 24.06.03 34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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