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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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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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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030

작성
24.06.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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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 탐이 나.

DUMMY

95. 탐이 나.


1081년에도 프로방스에 봄이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론강이 범람(氾濫)했다.

며칠 전 내린 비와 알프스의 눈 녹은 물이 론강 하류로 몰려든 것이다.


“홍수의 피해는 어떤가?”


에릭이 상황을 보고했다.


“일부 농경지가 침수되었습니다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를은 제방과 수리시설을 보강해서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매년 같은 시기에 발생하는 홍수였다.

그걸 예방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었다.


“침수된 농경지는 어떻게 했나?”


농경지가 확장되면서 습지를 개간한 곳이 많아졌다.

아무리 홍수를 예방하더라도 어느 정도 피해는 각오해야 했다.

사람은 어리석지 않았다.

예전에는 홍수에 잠기지 않는 땅에 농사를 지었다.

욕심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동시에 현명하게도 했다.

제방과 수리시설을 만들어 홍수를 예방했다.


“사람을 동원해 신속히 물을 빼었습니다.”


힘을 합쳐 침수된 밭에서 물을 빼내었다.

그 일에 농업 길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래도 수확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난리로 제대로 여물지 못한 밀알이 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관리를 잘하면 약간의 수확은 올릴 수 있을 것이네.”


아예 수확이 없진 않을 것이다.

생명은 강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손을 남기려 했다.

쭉정이들 속에 영근 낱알을 남겼다.


“그래도 가을엔 풍성한 수확을 올릴 수 있을 것이야.”


침수된 곳은 수로와 인접한 곳이다.

물 공급이 좋은 곳이었다.

농지를 덮은 진흙엔 많은 영양염류가 있었다.

알프스와 론강을 거쳐 온 물이었다.

밀 수확이 줄어든 대신에 쌀수확이 늘어날 것이었다.


-이런 건 농부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게 좋아. 희망은 사람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 주거든···.-


당장은 수확이 변변치 않아도···.

다음 농사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침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습지를 개간해 갈 것이었다.


“수해를 막기 위해 원로원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 약속하게.”


제방과 수리시설을 보강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습지가 많은 이 지역에서 필요한 일이다.

아를은 지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모두 프린켑스 세나투스의 자비로움에 감사할 것입니다.”


베르트랑은 아를에서 원로원 제1인자로 불렸다.


***


같은 시기 카마르크의 해안선을 따라 두 척의 갤리선이 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하나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전투용 갤리선이었다.

다른 하나는 대형 상선이었다.

그 배는 큰 가로돛이 달려있었다.

바람을 잘 받기 위함이었다.

노보다 돛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노와 노잡이의 숫자가 적어 적재 공간도 늘어났다.

평저선이라 덩치에 비해 낮은 수심도 향해가 가능했다.

론강 하구에 이는 아를에 적합한 배였다.

갤리선이지만···.

갤리선이 아닌 것 같은 배였다.

아를에서 새로 건조된 상선이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몽은 찬 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봄이라고 항상 따뜻한 것만은 아니었다.

북쪽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면 지중해 연안의 기온도 내려갔다.

기온이 내려가면 안개가 끼고 비가 내렸다.

폭우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안개와 흐린 날씨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불안해하는 말에 레오 선장이 거들었다.


“큰비가 한 번 내렸으니. 이젠 괜찮을 거요.”


뱃사람의 오랜 지혜였다.

봄이라고 해도 자주 폭우가 내리는 건 아니었다.

큰비가 내리면 공기 중 습도가 낮아진다.

폭우가 내린 지 10여 일이 지났다.

북쪽에서 부는 바람도 한결 따뜻해져 있었다.

비가 오더라도 약간 내리고 말 것이었다.

곧 싱그러운 프로방스 봄의 시작이었다.


“해적이 걱정입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해안가에 안개가 짙게 껴있었다.

해적선이 가까이 오기 전까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여태까지 우리를 공격한 적은 없지 않소”


카마르크의 해적선은 아를의 상선을 공격하지 않았다.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쓸데없는 분란은 피하기 마련이었다.


“안개로 깃발이 잘 보이지 않으니 그럽니다.”


안개로 가시거리가 나빴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다가온 후에야 깃발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배를 보면 욕심이 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대형 상선은 통통하고 노가 적게 달린 배였다.

해적의 괜찮은 먹잇감이다.

그 배엔 500톤이 넘는 상품이 실려있었다.

선박을 나포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욕심은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위험을 감수하게 했다.

카마르크도 크라우처럼 하나가 아니었다.

미로 같이 복잡한 물길 사이로 다양한 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 이들 중에는 한탕하고 띄려는 인간도 있기 마련이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전투선이 근처에 있으니.”


레오 선장은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전투선을 바짝 따라오게 했다.

그 배는 노가 많았다.

해적이 나타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화물을 포기하고 얻은 결과였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역풍이 불 때는 대형 상선에 밧줄을 묶어 끌어줄 수도 있었다.


“두 배를 합치면 전투원이 150명이 넘소.”


많은 선원이 타고 있어 해상 전투에도 유리했다.

백병전에는 숫자가 많은 것이 유리했다.

그들은 뛰어난 선원이자,

전투원이었다.

병사는 돈 먹는 하마였다.

반면에 뱃사람은 달랐다.

일과 전투를 병행했다.

일반 병사보다 더 많은 인원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일종의 둔전병이나 자영농 병사와 비슷했다.

상비군과 달리 유지 비용이 적게 들었다.

무역은 농사보다 수익이 더 높았다.

두 척의 배로 해군 150명을 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제노바는 그러한 방식으로 육지에서도 상당히 강한 힘을 보유했다.

아를 상회의 선단은 제노바와 베네치아 방식을 섞어 사용했다.


“조금만 더 가면 아그드 곶(Cap d'Agde)이 나올 것이오. 그곳에 가면 안심할 수 있소.”


카프다르그(Cap d'Agde)는 맷돌을 만드는 화강암을 캐던 곳이다.

오래된 항구를 수리하여 교역항으로 만들었다.

그곳에 도착하면 안심이었다.

카마르크와 몽펠리에 지역과 달리 해안선이 단순해진다.

해적이 숨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혼란스러운 프로방스와 달리 툴루즈 백작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이기도 했다.

카마르크와 몽펠리에 인근을 무사히 지났다.

먹잇감을 노리던 해적들도 호위하는 전투선을 보고 물러났다.

두 척의 배는 카프다르그 항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


아그드는 에로(Hérault) 강 하류의 퇴적 평야 지역이었다.

카프다르그는 그런 퇴적 평야에 화산 활동으로 생긴 돌출 지역이었다.

유럽에서 귀한 화강암이 나는 곳으로 선사 시대에서부터 사람이 살았다.

맷돌은 석기 시대의 유산 중 하나였다.

로마 시대에 화강암을 수출하는 항구가 만들어졌다.

아르그 지역의 풍부한 농산물과 화강암으로 나름 번영했던 곳이다.

이곳도 로마 제국의 쇠퇴와 함께했다.

고트족이 이어 사라센인의 침입을 받았다.

마을과 항구, 농경지가 버려졌다.

그 땅에 사라센인과 유대인이 정착했다.

그곳에 기독교인이 다시 들어왔다.

아르그 지역은 아를의 축소판이었다.

카프다르그 항구는 그중에서 더욱 외진 곳이었다.

주인 없는 땅이었다.

아를 상단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화강암을 아를로 실어 날랐다.

상단은 빵과 포도주, 철제 도구를 팔았다.

점점 아르그와 아를 사이의 교역이 늘어났다.

사람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새로 생겨났다.

주변의 농경지가 개간되었다.

카프다르그는 교역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


아삽(Asaf)은 그라나다 출신 유대인이다.

유대인 박해를 피해 카프다르그로 왔다.

그라나다는 한 때 유대인의 도시였다.

이베리아반도에 정착한 유대인은 크게 번성했다.

사라센인을 대신하여 기독교인을 통치한 것이다.

초기 이베리아반도에 정착한 사라센인은 사막의 유목민이라 불리는 베르베르인이었다.

베르베르인 사납고 용맹한 이들이었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과 비슷했다.

전투를 잘하지만, 행정이나 상업에 약했다.

이베리아반도를 차지한 후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행정과 상업을 유대인에게 맡긴 것이다.

많은 유대인이 기독교(동로마)의 박해를 피해 이베리아반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유대인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그런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랍인이 이베리아반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높은 수준의 문화와 기술을 가졌다.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행정과 상업)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

그와 함께 기독교인이 레콘키스타(재정복, reconquest)를 외치며 이베리아 북쪽 지역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곳의 고향을 잃은 베르베르인이 그라나다 인근으로 몰려들었다.

자신이 기독교인과 싸우는 동안 유대인은 안전한 곳에서 잘 먹고 잘살았다.

그들은 그라나다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유대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했다.

1066년 유대인이 왕을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학살이 일어났다.

그라나다의 유대인은 인근의 루세나(Lucena)로 도망쳤다.

루세나도 그라나다와 같은 유대인 도시였다.

유대인의 일부는 이베리아반도를 떠났다.

새로운 땅을 찾아간 것이다.

아르그는 인적이 드문 땅이었다.

카프다르그는 더욱 외진 곳이었다.

유대인이 정착하기 좋았다.

아삽의 가족은 석공이었다.

버려진 로마의 채석장에 자리를 잡았다.

화강암을 맷돌로 가공해서 인근 지역에 몰래 팔았다.

아삽이 가장이 되었을 때 한 척의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

맷돌을 사기 위해 아를에서 온 배였다.

그 후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먼 곳에 살던 친족을 카프다르그로 불렀다.

그들의 도움으로 석공에서 상인으로 성장했다.


***


“아삽. 그동안 잘 지냈는가?”

“아이고···. 시몽님. 이런 누추한 곳까지 직접 오시다니···.”


아삽은 너스레를 떨며 시몽을 반갑게 맞았다.

아를 상단은 아삽의 최대 고객이었다.


“자네는 여전하군.”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은 시몽님이 아니십니까?”


정확히는 베르트랑이지만···.

먼 곳에 있는 영주보다 가까운 곳의 상인이 더 중요했다.


“그런 말은 베르트랑 영주님에게 하게나.”

“제가 영주님 같은 분을 뵐 일이 있겠습니까.”

“자네가 잘한다면···. 그거는 모를 일이지.”


아삽에게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최근에 시몽이 직접 카프다르그로 방문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를의 깃발을 단 못 보던 배가 두 척 항구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배를 타고 시몽이 직접 방문한 것이다.

이건 중요한 건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든 일을 성사해 보겠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아는 이가 있나?”

“그곳엔 무슨 일로···.”


시몽은 아를 상회에 관해 이야기했다.

베르트랑 영주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상회였다.

아를 상회는 무역을 위한 상회였다.

마르세유에 이어 서쪽의 중요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교역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어 배를 두 척 건조하게 되었네. 그런데 말이네···.”


막상 바르셀로나로 가려 하니 마땅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를의 유대인은 이베리아에서 떠나온 지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들의 네트워크는 프랑스 남부에 한정되어 있었다.


“자네가 그곳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한쪽은 기독교의 땅이고···.

다른 한쪽은 이슬람의 땅이었다.

그러나 시몽으로서는 그게 그거였다.


“맞습니다.”


아삽의 입장에서도 그게 그거였다.

바르셀로나에도 유대인 지구가 있었다.

이베리아의 유대인은 기독교와 이슬람 관계없이 거래했다.


“괜찮은 상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몽이 제대로 찾아왔다.


“잘됐군.”

“그럼. 마저 거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시죠.”


두 척의 배엔 많은 상품이 실려있었다.

아를의 상품은 아르그에서 인기가 있었다.

아삽은 베르트랑이라는 영주보다 그게 더 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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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 탐이 나. +8 24.06.21 286 15 12쪽
94 94. 원로원 제1인자(princeps senatus). +6 24.06.20 275 22 12쪽
93 93. 아를 상회(company). +4 24.06.19 288 17 13쪽
92 92. 타유(세금)의 의미. +6 24.06.18 286 17 12쪽
91 91. 연못 아랫마을에서의 전투. +8 24.06.17 322 17 13쪽
90 90. 바다 위의 빛(Fos-sur-Mer). +2 24.06.15 309 17 12쪽
89 89. love or hate. +4 24.06.14 304 17 13쪽
88 88. 성모의 이름으로. +4 24.06.13 320 19 11쪽
87 87. 기준 화폐. +2 24.06.12 307 18 12쪽
86 86. 은화 주조. +2 24.06.11 307 17 13쪽
85 85. 아이카드 대주교의 방문. +2 24.06.10 318 19 12쪽
84 84. 농업 길드. +2 24.06.09 322 16 12쪽
83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2 24.06.08 325 18 12쪽
82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4 24.06.07 330 16 11쪽
81 81. 나에겐 힘들지 않지만 상대에게 힘든 일. +2 24.06.06 318 13 14쪽
80 80. 맷돌의 의미. +4 24.06.04 342 15 12쪽
79 79. 자애로운 영주. +4 24.06.03 342 14 13쪽
78 78. 쓸모를 찾는 일. +7 24.05.31 357 17 14쪽
77 77. 옆구리 찌르기. +4 24.05.30 339 17 12쪽
76 76. 운송비. +4 24.05.29 35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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