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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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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6.28 13:57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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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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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2. 타유(세금)의 의미.

DUMMY

92. 타유(세금)의 의미.


베르트랑의 군대는 조심스럽게 숲을 나아갔다.

숲의 입구는 참나무가 빽빽했다.

습지의 눅눅함은 참나무가 좋아하는 것이다.

다만, 이곳은 로마 시대 올리브 농장이었다.

참나무 숲은 오래되지 않았다.

숲이 음수림으로 천이되는 과정이었다.

올리브 나무와 참나무 외에 잡목도 많았다.

가지들이 무질서하게 뻗어 나와 길을 방해했다.

나무들이 시야를 차단했다.


“경계를 강화해라. 매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숲의 초입은 군대가 이동하기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적들이 숲을 지나오는 데 애를 먹은 것이다.

그건 아군도 마찬가지였다.


“나뭇가지를 쳐내고 진군한다.”


미리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가는 게 맞았다.

다행히 그런 숲은 오래가지 않았다.

습지에서 멀어지자,

나무들이 듬성듬성해졌다.

땅이 건조해진 것이다.

옛 로마의 올리브 농장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올리브 나무는 건조에 강했다.

거기에 수명도 길었다.

아름드리나무가 즐비했다.

높게 자리지 않지만···.

넓게 자랐다.

뿌리가 깊어 쉽게 말라 죽지 않았다.

나무 사이의 공간에 덤불이 자라났다.

그곳엔 올리브 나무와 건조에 강한 덤불만이 남아 있었다.

장과 피에르가 올리브를 수확한 곳이다.

덤불을 제거하는 건 귀찮지만···.

시야는 한결 좋아졌다.


“이제 좀 지나갈 만해 진 것 같습니다.”


말을 타고 가는 기병에겐 이런 숲은 고역이었다.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가느라 더 힘이 들었다.


“다들 불만이 많겠군.”


이곳에도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엔 길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상품과 사람이 오갔다.

그런 길이 있음에도 베르트랑은 이용하지 않았다.



마차가 지나가기 힘든 좁은 길이었다.

길 주위로 수풀이 무성했다.

이쪽은 쉽게 눈에 띄는데,

상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적이 매복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매복은 적이 지나갈 만한 곳에 하는 법이지.-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 곳을 노리는 이는 없었다.

길이 없는 곳엔 매복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게 새로 길을 내며 가는 것이다.


-허를 찌르는 거지.-

-설마 그렇게 도망쳤는데 매복하겠어.-

-그건 모르지. 4명의 영주는 무사히 빠져나갔어.-


패잔병에 놀라 도망쳤지만···.

그게 매복을 위한 것일 수도 있었다.


-강력한 로마군도 토이토부르크 숲에서 전멸했어.-


토이토부르크 숲의 전투는 군사 전략에 많이 인용되었다.

베르트랑도 악마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숲은 군대에 불친절했다.

대비해야 했다.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어.-


악마의 말이 맞았다.

굳이 적의 현명함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자네가 병사들을 다독이게.”


베르트랑이 에드몽에게 말했다.

병사의 사기(士氣)는 중요했다.


“그들이 불만을 품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연못 아랫마을 전투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를 얻지 않았습니까?”


아군의 피해가 없었다.

다들 목숨을 각오하고 전장에 나왔다.

병사의 사기는 최고조였다.


[베르트랑!]

[베르트랑!]


전투가 끝난 후 병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두려움과 긴장이 사라진 후 강한 희열이 몰려들었다.

아직은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저와 병사들은 주군을 믿습니다.”


그동안 베르트랑은 피해 없는 승리를 해왔다.

그러한 승리의 경험은 중요했다.


“다 이유가 있으셔서 이러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승리한 장수의 병사는 불합리해 보이는 지시에도 쉽게 따랐다.

한니발의 군대는 알프스를 넘었다.

이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침, 숲도 다 지나가지 않습니까?”


이곳의 숲은 그리 깊지 않았다.

올리브나무와 잡목의 숲을 지나자.

풀이 듬성듬성 자라는 넓은 지역이 나타났다.

크라우 평원(Crau Plain)이었다.


***


평원에 양 떼와 양치기들이 보였다.

양치기들은 군대가 나타나자.

급하게 양 떼를 몰아 이동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숲을 따라 남쪽으로 간다.”


마을은 숲이나 습지, 연못. 하천 주위에 있었다.

물은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였다.

땔감도 마찬가지였다.

크라우 평원 깊숙이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숲과 가까운 마을을 점령하기로 했다.

인근에 인구 수백의 마을이 6~7개 정도 있었다.


-우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

-조금 아쉬운데···. -


그건 베르트랑뿐만 아니라.

에드몽과 병사들의 마음이기도 했다.

큰 승리에 비해 초라한 성과였다.


-더 들어가도 괜찮지 않아? 적의 주력은 무너졌잖아.-


라펠 레 아를까지만 들어가면 넓은 영지를 얻을 수 있었다.

쉽게 크라우 서부를 얻을 수 있었다.


-점령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어떻게 지킬래?-


도망친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라펠 레 아를에 병력을 주둔시켜야 했다.


-물레방아 마을을 버릴 순 없잖아.-


크라우 서부보다 물레방아 마을이 더 중요했다.


-지킬 수 없는 곳은 과감히 버리는 게 더 나아.-

-그래도···.-


미련이 남았다.


- 더 좋은 곳이 있어.-


악마의 제안은 그럴듯했다.

크라우 평원에 병력을 주둔하지 않고 영향력을 가질 방법이었다.


***


마을들의 점령은 순조로웠다.

패전의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도망친 패잔병 중에는 이곳 출신도 있었다.

누구도 베르트랑의 군대를 막을 생각을 못 했다.


“자애로운 베르트랑 영주님을 맞이해라.”


기병이 먼저 달려가 베르트랑의 진군을 알렸다.

약탈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자 바로 항복했다.


“주군의 명성이 이곳까지 퍼진 모양입니다. 도망가지 않다니 신기합니다.”


마을에 생각보다 많은 주민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약탈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도망치는 게 보통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남의 말 한마디에 맡길 순 없었다.


“이 모든 게 주님의 은총이 아니겠나.”


-방금 추수가 끝났잖아. 버리고 가긴 아깝지. 물론 너의 명성도 한몫하긴 했어.-


수확을 버리고 가면 굶주리게 된다.

마을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거기에 베르트랑은 툴루즈와 프로방스의 고위 귀족이었다.

고귀한 피를 믿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자애롭고 신실하다는 평판도 한몫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남는 것을 결정하게 했다.

베르트랑은 마을의 대표를 불렀다.


“고귀한 분을 뵙습니다.”

“이곳의 주인은 자기 백성을 지키지 못했네.”

“.......”

“그대들은 내가 지킬 것이네.”


이곳이 베르트랑의 영지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모든 건 이긴 자의 것이었다.

칼 앞에 딴소리하긴 어려웠다.


“타유는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얼마를 주면 조용히 물러나겠냐는 말이었다.


“알아서 주게.”

“네···.”


알아서 달라는 건 무서운 말이었다.

기준이 없었다.

수확을 다 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색이 된 마을 대표의 얼굴을 보고 한마디 했다.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네.”

“네···.”


촌장은 확실히 챙겨주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은 소문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었다.


“자네가 오해했군.”

“아닙니다. 충분한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마음이 그렇다면 받아들이지. 대신에 이곳을 떠난 후에 보내주게.”

“네?”


촌장이 당황했다.


“말 그대로이네. 떠난 후에 보내주게.”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강도가 떠난 후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 말이었다.

촌장으로선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성의만 보이게. 그럼, 올해 타유는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될 것이네.”


베르트랑은 추가로 간단한 설명을 했다.

계책(計策)이었다.


“정말 소문처럼 자애로운 분이십니다. 타유를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몇 개 마을의 항복을 받은 후···.

폰트 드 크로우(Pont-de-Crau)에 도착했다.

크라우와 아를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연못 아랫마을이 물레방아 마을과 가깝다면···.

이곳은 아를 도심과 가까웠다.

그곳엔 인구가 300명이 안 되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마을을 점령한 후 아를로 사람을 보냈다.

알폰소가 병사와 목수, 석공 등을 데리고 왔다.


“이곳에 타워와 목책을 건설하게.”


아를의 사람들은 폰트 드 크로우에 작은 요새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아를에서 크라우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동시에 크라우의 영주들에겐 목에 걸린 가시였다.

베르트랑은 아를을 거쳐 물레방아 마을로 돌아갔다.

그렇게 크라우 지역과 짧은 전쟁이 끝이 났다.

전쟁보다 더 긴 전후 협상이 남아 있었다.


***


물레방아 마을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크라우의 협상단이 찾아왔다.

전쟁이 끝난 후 크라우는 하나로 뭉쳤다.

그들은 서부의 영주들이 너무 무력하게 패해 충격을 받았다.

위기감은 과거의 원한도 잊게 했다.

협상의 중재자로 마르세유 자작의 사람도 동반했다.


-네가 예측한 대로군.-

-그렇지. 하하.-


베르트랑이 크라우 지역에 미련을 가지자,

악마가 말했다.


[어차피 지킬 수 없는 영지야. 일찌감치 포기하고 돌아오는 게 더 나아.]


크라우는 넓은 지역이었다.

베르트랑이 차지하긴 너무 큰 곳이었다.

이곳과는 숲과 습지라는 물리적인 장벽도 있었다.

점령하기도 지키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주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크라우를 차지한다고 끝나는 건 아니었다.

그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변의 영주였다.

전쟁에 이겨도 보통 협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에 항복 받은 마을도 돌려줘야 할 거야.-

-알고 있어.-


악마의 말대로 지킬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지키는 병사도 두고 오지 않았다.


-세금이라도 미리 받아서 다행이야.-


수확한 밀을 영주가 거두어 가기 전이었다.

폰트 드 크로우로 세금을 보내게 했다.

그들의 영주는 마을을 지켜주지 못했다.

추가로 세금을 거둔다면 민심이 이탈할 것이다.

무엇보다 순순히 크라우 지역에서 물러나지 않을 명분을 얻었다.


협상단은 예상대로···.


“크라우의 마을들을 돌려주시오. 짓고 있는 요새도 마찬가지이오.”

“그건 좀 곤란하오.”


***


단숨에 협상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러자 마르세유에서 나섰다.


“서로 무도(無道, blatant)한 베르트랑에 대항하는 이웃이 아닌가?”


베르트랑은 프로방스 백작의 이름이기도 했다.

간접적으로 베르트랑을 무도하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아시겠지만···. 전쟁은 저쪽이 먼저 시작했소.”

“이쪽은 한 명이 죽고 두 명이 위독하네.”


당연히 병사가 아닌, 영주였다.

한 명은 머리에 화살을 맞아 즉사했다.

두 명은 가슴에 화살을 맞았다.

열이 심하게 올라 목숨이 오늘내일했다.

이 시대의 창상(創傷, wound) 매우 위험했다.

상처로 사슬갑옷의 파편과 더러운 옷가지가 들어갔다.

소독약과 항생제가 없는 상황에서 급성 패혈증으로 죽었다.

팔다리라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인두로 상처를 지지거나 팔다리를 자르기도 했다.

그러나 몸통이면 방법이 없었다.


“화살로 그러는 건 귀족답지 않네.”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는 것도 귀족답지는 않지요.”

“.......”


80명을 상대하는데 500명을 데려온 걸 말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도 기사도는 아니었다.

교회가 신의 평화와 함께 기사도를 이야기하지만···.

아직은 공허한 이야기였다.

귀족적 행동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고귀한 아비투스(Noble Habitus)는 충성심과 관용, 강인함, 관대한(연회와 선물), 다윗 윤리, 명예 등이다.- 기사도 이전 유럽의 행위와 헤게모니.]


화살 사용과 그에 대한 죽음을 비난하는 건 부당했다.


“무엇보다 마을은 돌려줄 수 없소.”

“왜 안된다는 말이오.”

“그들은 나에게 타유를 바쳤소.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소.”


타유는 상호부조, 상무적인 계약 행위였다.

보호비를 받았으면···.

그들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생겼다.


“그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타유를 받은 건 미미했다.

수확의 10분의 1도 안 되었다.

정말 성의 표시였다.

중요한 것은 강요나 약탈이 아닌···.

타유(계약금)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들을 건드리면 베르트랑이 나설 수 있었다.

마르세유도 그 일에는 간섭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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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아를 상회(company). +4 24.06.19 288 17 13쪽
» 92. 타유(세금)의 의미. +6 24.06.18 286 17 12쪽
91 91. 연못 아랫마을에서의 전투. +8 24.06.17 32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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